이혼남이 종말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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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우(必遇)
그림/삽화
17시 50분 연재
작품등록일 :
2024.09.04 17:33
최근연재일 :
2024.09.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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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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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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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5.




투쾅─!


검은색 피부에 황금색 선이 나 있는 거구의 남성.

둠(DOOM).


이현이 회귀했고, 다른 각성자가 지키려 한 장소에 그가 도달했다.

번들거리는 검은 피부가 조금씩 구겨졌다.

대상은 눈앞의 여성.


“가이아, 지금 무슨 짓을 한 거냐.”

“모든 것을 정상으로 되돌린 것뿐입니다.”

“꼬맹이 하나 돌려보낸다고 결과가 달라질 것 같은가?”

“달라집니다. 회귀자가 중요한 회귀는 아니었으니까요.”


둠은 잠시 생각했다.


욱씬─


잘려 나간 왼팔이 뜨겁게 느껴지는 순간.

둠은 가이아의 의도를 파악했다.


“녀석이군······. 녀석을 이용하려는 거야.”


이름 모를 초능력자.

유일하게 이 행성에서 10 위계에 도달한 존재.


‘특성이 없었다면 패배할 뻔했다.’


대기만성(大器晩成).

10 위계에 도달하면 강제로 그 한계를 뚫어주는 특성.

그 기능이 완전하게 열렸을 때와 열리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극심한 능력이다.


대기만성은 EX에 도달하는 순간 그 진가가 드러난다.

그 전에는 웬만한 S급보다도 못한 성능을 보인다.

둠이 전 차원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도 대기만성이 EX 급이 된 이후다.


“애당초 10 위계가 생명체의 한계인 것을 당신은 고작 능력 하나로 돌파했죠.”

“고작 능력 하나라니? 이 세상은 능력이 전부다.”


둠의 피부에 그려진 황금색 선이 화려하게 빛났다.


“가이아, 당신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는 제약이 있지 않나? 그렇기에 제안한다. 날 회귀시켜 다오.”

“불가(不可). 당신의 존재는 너무나 강대합니다.”


그 말에 둠은 씨익 웃었다.

예상했던 대답이다.


“대가가 있으면 가능한가?”

“대가······? 당신이 회귀하려면 어떠한 대가를 내놓아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가진 그 가능성이라면 모를까.”

“가능성? 주지.”


가이아는 둠의 말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대기만성의 가장 큰 특징은 필멸자가 깰 수 없는 한계를 손쉽게 깨준다는 것.


“······.”

“이거 왜 이래? 전능하고 공평한 신님께서.”


가이아는 둠의 아래에 놓인 고깃덩이들을 바라봤다.

이현을 회귀시키기 위해 둠을 막으려 한 각성자들의 말로다.


SSS니, SS니 하는 각성자는 원래 한 차원에 하나만 존재한다. 하지만, 이 차원은 특별했다.

고위 각성자의 수가 비상식적으로 많았다.


마지막으로 남궁혁.

그 사람은 이레귤러 중에서도 이레귤러였다.

그가 패배한 뒤, 차원은 순식간에 패망했다.


결국 ‘그’가 아니라면 누구도 둠의 앞에서 당당히 설 수 없다.


“······좋습니다. 당신의 가능성을 제게 주시면 그 에너지를 이용해 당신을 과거로 보내겠습니다.”


둠은 바닥에 놓인 심장 하나를 집어 들었다.

심장.

그중에서도 SSS 급 각성자의 심장이다.


두근─!


불사에 가까운 능력을 갖췄던 그였기에.

아직 심장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둠은 심장을 꽉 쥐었다.


콰직─!


너는 여기까지라는 듯, 둠은 심장을 무심하게 찢어발겼다.


“뭐 하시는 겁니까?”


고인 모독과도 같은 행태에 가이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아, 어리석은 여신이여 그 멍청한 언약으로 공평할 수밖에 없는 여신이여. 결국 너희 신족들은 그 오만 때문에 나에게 패배할 것이오.”

“······.”


“내가 두려운가······?”

“···닥치고 네 특성이나 내놓으시죠. 과거로 가기 싫으신가요?”


둠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기꺼이!”


푸욱─!


둠은 곧장 제 심장을 꺼내 가이아에게 건넸다.

가이아는 그 질퍽한 감각을 느끼며 인상을 썼다.


“받았습니다.”

“좋아, 그럼 날 어서 과거로 보내라.”

“예, 잠시 눈을 감아주세요.”


“흠, 그래.”


둠은 의식이 붕 뜨는 것을 느꼈다.

제 몸의 힘이 점점 사라지는 것 또한 함께 느꼈다.

그간 자신을 이루는 강대한 육신이 점점 나약해지는 감각이란 참으로 더러웠다.


신족들은 자신에게 상처를 낸 인간에게 가능성을 건 모양이지만, 그런 건 황제인 내게 통하지 않는다.


‘너희들은 날 이길 수 없다.’


그 순간, 가이아의 음성이 들렸다.

무언가, 안도한 듯한. 평온한 음성.


“아아, 드디어···.”


싸한 감각이 들었다.


‘드디어?’


둠은 이해할 수 없었다.

희미하게 뜬 눈으로 가이아를 살폈다.

환하게 웃은 표정. 제 몸처럼 빛나기 시작하는 심장.


둠은 그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회귀 자체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었다.

문제가 생긴 건 이쪽이 아니었다.


‘설마······!’


지금까지 가이아가 행한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자신을 과거로 보내지 않으려 한 것도.

그를 위해 특성을 받아낸 것도 전부!


오직 하나의 가능성을 위하여.


─당신의 가능성을 주세요.


저 가능성은 단순히 특성을 받겠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본인들에게 가능성을 부여한 것이었다.

말장난이다.


‘제, 젠장 가이아······!’


회귀가 진행되어 육신이 사라졌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찰칵─


태엽이 감기는 소리와 함께, 둠은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눈을 뜬 것은 자기가 세운 제국의 가장 높은 곳.


쾅─!


둠은 제 옆에 있는 첨탑을 손으로 들어 허공에 날려 보냈다.


“젠장─! 젠장─! 가이아! 가이아!!!!”

“화, 황제 폐하 무슨 일이십니까···!”

“당장! 모든 제국민들을 소집하라! 차원 강습의 시작이다!”


느긋하게 있을 시간이 없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능성이 그 끔찍한 인간에게 가버렸으니까.


‘젠장, 위험하다.’


만약, 녀석이 필멸자의 선을 넘는 순간.


“죽음.”


죽음이 찾아올 것이다.

친히 과거를 넘어온 자신에게.


“젠장, 시간이 없다.”



***



“으어어어─.”

“아저씨, 진짜 아저씨 같은 소리 내네요.”

“아저씨니까.”


한 번 결혼했으면 아저씨지 뭐.

그보다, 진짜 사우나가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야, 다행이네요. 아직 운영하는 곳을 발견해서.”

“대한민국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지.”


전쟁이 나도, 몇 시간은 별일 아니겠지. 할 거다.

전투기 몇 대가 하늘을 날면 그때부터 뭔가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까.


“아······ 뭔가가 씻기는 느낌.”

“그게 좋은 거야.”


애초에 경찰서에서 나온 뒤 찜질방에 가려고 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사회 통념상 난 죄를 지은 게 맞다. 물론 걸리지는 않았기에 무죄지만.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역함을 좀 씻고 싶었다.


“아직도 피 냄새가 나는 것 같네.”

“예? 고블린들은 닿지도 않았잖아요.”

“아니, 그거 말고.”


아내를 말하는 거다.


“무인 사우나라니, 확실히 신기하네요.”

“나도 처음 본다.”


아직도 운영 중인 이유는 별 것이 아니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사우나. 가끔 청소하는 분들만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이것도 기술 발전의 일환이려나.


“궁금한 게 있는데.”

“예, 물어보세요. 어차피 지금 여기 저희밖에 없는걸요.”

“딱히 소설처럼 모든 현대 기술이 사라진 게 아니잖아. 근데도 진 거야?”

“당연하죠? 설마 핵이라든지, 그런 걸 기대하셨나요?”

“그렇지?”


아까 보니, 포탈을 넘는 건 생명체만 가능한 게 아니었다.

조잡하지만 제 무기를 들고나오지 않았나.


“포탈 구멍에다가 핵 발사하면 끝 아니야?”

“통하지 않아요.”

“왜? 뭐 마력 때문에?”


이현이 고개를 저었다.


“고블린 따위가 있는 행성이라면 통할 수도 있죠. 근데, 앞으로 우리가 상대할 적은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럼?”

“우리처럼 보호가 풀리려면, 당연히 저쪽도 우리처럼 기술 발전을 이뤘겠죠?”

“그렇겠지, 그래야 차원 보호인지 뭔지가 사라질 테니까.”


아, 뭘 말하려는 지 알 것 같았다.


“당연히 핵에 대한 정보는 저쪽도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구식 유물로 생각하는 수준이지만요.”


핵이 구식 유물이라니.


“유적지 탐방하다가 피폭되겠네.”

“저쪽은 이미 유전적으로 방사능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아요.”

“그게 가능해?”

“전 모르죠. 전에 한 교수님에게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정답이 아니었다.


“법칙마저 달라지는 우주 공간을 누비는 그들에게 우리의 과학 지식이란 원시인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거죠.”


하긴, 고작 100년이다. 비행기도 없던 세상이 초전도체를 발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말이다.

앞으로 기술 발전은 더욱 빨라지겠지.

그런 세상에서 천년에 가까운 공백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쉽지 않네.”

“예, 저희 적은 그런 차원들마저 복속하는 황제고요.”


머리를 뒤로 젖혀 동굴처럼 물이 맺힌 천장을 바라봤다.


“하아아··· 쉽지 않겠네.”


좀 자유로운 삶을 사나 싶었다.

한데, 바로 이런 시련이라니.


“거 참 하늘도 무심하다.”


아니, 오히려 이게 벌일 수도.


“전 만족해요.”

“뭘?”

“회귀하기 전에는 죽는 날만 기다리는 도살장의 소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A급도 되지 않은 인간은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노예를 자처했다. 그렇다고 A급 이상이 살만했다는 건 아니다.

둠이 재차 등장한 이후, 지구는 급격하게 황폐화했다.


이현의 설명을 들으니,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테라포밍 같은 건가.”

“비슷해요. 우리 행성의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여 자기 차원으로 가져가는 거예요. 이러면 인간들은 식량을 구하지 못해 알아서 기어 나오니까요.”


거참 효율적이네.


“아무튼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그 ‘둠’이라는 녀석을 족치면 된다는 거지?”

“일단은요.”


일단?

뒷맛이 씁쓸했지만, 더 이야기할 시간은 없을 것 같았다.


─끄아아악!


날카롭고, 소름 끼치는 소리.


“하아, 뭐냐 진짜.”


사우나 밖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분명 군인과 경찰들도 출동했다고 들었는데 무슨 일이지?


쿵─!


건물이 무너지는 건가?

아니다. 이건 그런 게 아니었다.


“······오크!?”


이현이 벌떡 일어나 제 코끼리를 자랑했다.


“뭔데?”

“지, 지금 오크가 왜 나와?”

“원래는 언제 나오는데?”

“저, 적어도 한 달은 있어야······. 이러면 멸망도 가속··· 젠장젠장젠장.”


아아, 일 났네.

우리 어린 회귀자께서 혼란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나가자.”

“······예.”


빠르게 옷을 챙기는 동안에도 비명은 계속됐다.

상상 속의 혈향이 아닌, 진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비릿한 철과 같은 향.


염동으로 락커를 열어 옷을 가져오는 동안 빠르게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동시에 순서대로 도착한 옷을 입는다.


“아니, 이런 미친.”

“나 먼저 간다.”

“자, 잠시······.”


잠시는 무슨, 기다리다가 학살의 현장 되겠구먼.


“와 씨, 이건 무슨.”


공포 영화에 나오는 장면과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진득하게 눌어붙은 살점들이 벽면에 칠해있었다.

고블린 때와는 확연히 다른 경각심이 몸을 강타했다.


“하···.”


쿵─!


약 2M는 될까, 싶은 거구가 그 사이에서 날 노려봤다.

눈을 마주치고, 3초.


“크르륵···.”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뛰었다.

난 뒤로, 녀석은 내게로.

보이는 거구와 다르게 속도가 굉장했다. 겉으로 보이는 근육이 미친 수준이었다.


‘호랑이도 저것보다는 적겠다!’


“이런 젠장─!”


바닥의 타일을 전부 들어내 오크의 면상으로 던졌다.


타다다닥─


무시하고 달리는 오크.

뒤늦게 나온 이현이 오크를 보고는 경악했다.


“이런 미친 진짜였어? 2 위계가 지금 왜 나와?!”


2 위계?


“크륵?”


오크는 큰 소리를 낸 이현을 향해 고개를 꺾었다.

다시 나를 보고 소름 끼치는 미소를 자아냈다.


“이런 젠장, 야! 뛰어!”


오크는 곧장 몸을 돌려 이현에게 뛰어갔다.

그렇다고 내가 같이 뛴다?

불가능하다. 자살에 가까운 행동이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녀석은 곧장 목표를 바꿀 것이다. 영리한 놈이다.


“아저씨! 저거! 저거 써!”


저거?

카운터에 놓은 붉은 망치 하나.


“저딴 걸 던져봤자, 상처도 안 나겠는데?”


이현은 답답하다는 듯,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미지! 아저씨 능력은 이미지가 생명이야! 아저씨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어!”


이미지?


이현이 무어라 중얼거린 뒤, 오크의 공격을 절묘하게 피해내는 순간.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미지라······.”


‘이런 느낌인가?’


허공에 망치를 띄웠다.


“회전.”


돌아가기 시작하는 망치.


“중화.”


망치의 무게 자체를 늘린다.

어떻게?

모른다. 어차피 내가 알던 물리법칙 따위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할 수 있다는 감정을 떠올린다. 원하는 이미지를 그려낸다.

그러면 될 것이다.


“발화.”


회전하는 망치에 불이 붙는다.


“더, 더.”


온도를 높인다. 망치를 내 입맛에 맞도록 형태를 바꾼다.


“다시, 회전.”


키이이이이이잉─!


하늘을 뚫을 듯한 기세의 드릴이 만들어졌다.


“이제, 가라.”


투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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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기만성(大器晩成) +1 24.09.08 838 19 12쪽
» 이미지 24.09.07 894 15 13쪽
4 둠(DOOM) 24.09.06 940 19 13쪽
3 미성년 회귀자 24.09.05 1,008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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