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이 종말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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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우(必遇)
그림/삽화
17시 50분 연재
작품등록일 :
2024.09.04 17:33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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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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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사단장

DUMMY

13.




북한의 평안북도, 철산 읍.

바다와 맞닿아 있는 전체 인구수가 100도 되지 않는 작은 마을.


웨에에에에에엥─


멀리서 들리는 소리에 주민들은 어렴풋이 상황을 인지했다.

전쟁이 났다. 한데, 자신들이 뭘 할 수 있지?

여기서 가장 가까운 부대도 걸어서 5시간이 넘게 걸린다.


군인들이 찾아와 징병하기 전까지는 그저 살던 대로 살 뿐이었다.


모두의 눈앞에 나온 푸른 창도 이들에게는 단순히 ‘뭐지?’ 하고 넘어갈 사안이었다.

전쟁도 별 관심사가 아니거늘, 그런 게 눈에 들어오겠나.

그런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육군이 찾아왔다.


전쟁이 거의 끝난 것과 다름없단다.

그런 것보다, 중요한 건 그들이 식량을 나누어주는 것이었다.

생전 보는 스팸이라는 햄, 참치 통조림, 그들이 먹는 전투 식량도 상당히 먹을 만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은 순식간에 마을에 융화되었다.

젊은 병사들이 곳곳에서 인사도 하고, 손 인사도 했다.

아이들이 꼬질꼬질한 몰골로 다가가면 달달한 것을 쥐여줬다.


여러모로 배운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남한은 우리보다 못 산다고 어렴풋이 배웠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현실은 달랐다.


점점 그들과 동화되는 상황.

머리에 별이 달린, 누가 봐도 장군과 같은 군인이 해변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장군조차 주민들의 인사를 잘 받아줬다.

북한의 군대와는 달랐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홀린 듯 그를 따라갔다.

장군은 바닷가에 멈춰서 바다를 바라봤다.

그 끝에는 바닷가에서 서서히 올라오는 계란 하나가 있었다.


“······계란?”


모두의 머릿속에는 한 생각밖에 안 떠올랐다.


‘저게 뭐이람?’


모두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가운데.

모자에 별을 단 사내가 그 계란을 향해 경례했다.

계란이 다가오기 전까지 경례는 계속되었다.


‘대체 뭐가 오는 거기에······?’


중간에 병사 하나가 그에게 무슨 사실을 전했다.

빠르게 말하는 남한 어는 이해할 수 없었다.


뭔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사내를 따라 했다.

한 마디로 모든 마을 사람이 바다 위의 계란을 보면서 경례했다는 거다.


그 이유는 딱히 자기들도 몰랐다.

매일 집 안의 초상화를 보며 인사한 습관이 남은 걸지도 모른다.



***



저쪽이 준비되는 대로 출발하기로 한 뒤, 연평도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곧장 계란을 타 평안북도에 도착했다.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계란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여 우리를 평안북도에 데려다 놨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본 게 저 멀리서부터 경례하고 있는 아저씨라니.


“저 사람 저기서 뭐 하는 겁니까?”

“혹시 좋아하실까, 부탁 좀 했습니다.”


뭘?

장성이 나한테 경례하는 거?


“전 딱히 허례허식을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만.”


나부터가 그런 걸 안 하는 데 설마 좋아하겠나.


“아, 그렇습니까?”


김창식은 어디론가 연락해 중지 중지를 외쳤다.

그 모습이 참, 뭐랄까. 인간 같았다.


‘뭔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은 사람이네.’


처음에 김창식을 많이 경계했었다.

항상 묘한 표정을 짓고 어설프게 뜬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꼴을 지켜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실눈캐이지 않나.

지금도 경계를 완전히 푼 건 아니지만, 전보다는 낫다.


김창식은 뭐랄까, 자기 일에만 집중하는 사람이다.

소위 덕후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김창식.

이쪽은 세계의 진리 그 자체에 미쳐있는 쪽이었다.

새벽에도 계속해서 이현에게 질문하는 터라 미치는 줄 알았다.


지식에 빠지다 못해 사고방식이 인공 지능처럼 되긴 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좀······ 많이 이성적이다?’


내가 느낀바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초능력을 제대로 활용하면서 여러모로 날카로워진 감이 그렇게 말했다.


그나저나, 저건 대체 뭐 하는 모습이지.


“······정지라고 한 것 아니었습니까?”

“에, 맞습니다.”

“근데 저 사람들 왜 저럽니까? 원래 여기 사는 북한 주민들 아닙니까?”


한 군인이 달려가 장성에게 소식을 전하는 동안.

후줄근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장성의 뒤에서 우물쭈물 경례를 시작했다.

북한은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군필이라고 하던가.


표정은 몰라도 각은 제대로 잡혀 있었다.

장성과 함께 소식을 전한 군인도 당황한 기색이었다.


“왠지 내가 김 씨 혈통이 된 기분인데. 왜 저러는 거랍니까?”

“저쪽에서도 모르겠답니다.”

“아니, 이거 밖에서 보면 그냥 계란 아닌가? 대체 왜 이런 걸 보고?”

“그래도 효율적이지 않았습니까?”


효율적?

아, 그래 효율적이었다.

내가 살다 살다 이런 배인지 잠수함인지도 모를 것을 타게 될 줄은 몰랐다.


“무려 밖에서는 스텔스 기능이 달려있고, 모터가 없어도 진동을 활용해 바다를 빠르게 건널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최고 속도는 마하 1! 어떻습니까! 굉장하지 않습니까? 오직 진동만으로 이 무게를 그 속도까지 끌어내는 거랍니다?”


빠른 건 인정한다.

인정하는데.


“중간에 죽을 뻔한 건 왜 빼먹습니까.”

“하하.”


김창식이 어색하게 웃었다.

중간에 거대한 파도와 함께 나타난 암초에 박았으면 그대로 끝이었다.


“그래도 살지 않았습니까?”


속도와 은폐의 기능에만 집중한 나머지 내구도는 평범한 배보다도 안 좋다고 한다.

굳이 비교하자면 승용차 수준의 내구성.


‘한 마디로 그 속도로 암초에 부딪히면 그대로 압사라는 건데.’


내가 초능력으로 잠시 날지 않았다면 우리는 저 바다 어딘가에 수장됐을 거다.

그때 이현이 지었던 표정은 꼭 찍어둬야 했는데.


김창식이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속닥이듯 귀에다 하는 말이 참,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까 찍어 놓은 이현 군의 표정입니다. 장관이지 않습니까?”


정정한다. 이 인간은 이성적이 아니라, 미친 인간이다.

나보다도 더.

이건 뭐 광기에 가까웠다.


그래도.


“나중에 좀 보내주시죠.”


받을 건 받아야 하지 않겠나.


“하······ 어떻게 이게 평균 나이 37?”


이현이 이마를 짚었다.


“넌 왜 빼.”


이현도 넣으면 무려 평균 나이 30이다.

어떠한가 젊지 아니한가!

회귀 전 나이는 모르니 빼도록 하자.


“왜 이렇게 신난 건데요.”

“바다 위에서 미친 듯한 속도로 움직이는 계란을 탔는데 신날 수밖에 없지. 넌 어떻게 침착할 수 있는 거냐.”

“······.”


침착한 척을 하는 거였구나.

묘하게 상기된 얼굴이긴 했다.


‘회귀자가 감정을 숨김’. 이런 건가.


“다 왔네요, 이제 내리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김창식이 내게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


“아, 예예, 같이 갑시다. 설마 혼자 헤엄치게 두겠습니까?”


계란은 내구성이 약해 섬 근처에 정박하는 것이 어렵다.

그 말인즉 연평도에서도 바다를 건너 계란에 탑승했다는 거다.

수영은 하기 싫었기에 초능력으로 날아서 들어왔다.

당연히 이현과 김창식도 같은 방법을 이용해 탑승했다.


그 맛에 중독된 것인지, 아까부터 내릴 때도 같은 방식으로 가능하냐고 계속 물어본다.


암초가 많은 곳이니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다.

김창식은 아직 각성하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내가 남긴 사람들은 각성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그렇기에 김창식은 약하다.


‘오크 잡을 때도 따라오지는 않겠지?’


품속에서 뭔가를 꼼지락거리는 것이 수상하지만.

거기까지는 오지 않겠지, 라는 마음이다.


“반갑습니다. 제8 기동사단장 엄창호입니다.”


엄창호가 손을 내밀었다.


“남궁혁입니다. 딱히 내세울 것이 없군요.”

“없긴 뭐가 없습니까. 지금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도 그쪽 말을 듣는데.”


그렇게 말한다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준비는 어느 정도 되었습니까?”

“일단 현 위치를 기점으로 임시 막사를 세워두었습니다.”

“그런 것보다도, 블랙 오크의 활동 반경 같은 건, 다 파악 되어있습니까?”


엄창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은 멈칫하는 것이 숨기는 기색이 있는 듯했다.


“여기서는 말하기 어렵습니까?”


엄창호는 주변을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무래도.”

“그럼 자리를 옮깁시다.”

“감사합니다.”


엄창호를 따라 마을을 통과하니 커다란 천막 하나가 나왔다.


“임시로 설치한 작전 회의용 텐트입니다. 설비는 적당히 갖춰놨습니다.”


텐트 안에는 다섯 개 정도의 모니터와 주변을 감지하는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 외에도 익숙한 무전 도구들이 있었지만, 김창식의 기술력을 보고 온 뒤라 별 감흥은 없었다.


“음.”

“어설프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그럼, 블랙 오크를 설명해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엄창호가 진지하게 말했다.

주변의 참모들이 긴장한 듯 손을 공손히 했다.

앞으로 엄창호의 입에서 나올 말은 전부 저들이 밤을 지새워서 얻은 정보일 것이다.


“예. 그러시죠.”


어차피 내게는 나무위키와 동급인 이현이 있지만.

혹시나 모르지 않나, 이현도 모르는 새로운 시각이나 방법으로 그들을 서술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화면에 비치는 영상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현재 드론 병들이 찍고 있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제공받는 중입니다.”


하늘 높이 떠 있던 드론이 점점 돌산 근처로 내려왔다.

그러자 듬성듬성 보이기 시작하는 블랙 오크.

블랙 오크 외에 고블린이나 일반 오크도 있었지만, 검은 오크 주변으로는 가지도 않았다.


“저기를 봐주시겠습니까?”


엄창호가 세 번째 모니터를 가리켰다.

블랙 오크의 시야에 마침 고블린이 보인 참이다.


“······!”


녀석은 단 두 번의 도약으로 50m에 가까웠던 고블린과의 거리를 좁혔다.


“블랙 오크가 한 번 도약하는 사거리는 최대 30M. 뛰는 속도는 지형을 고려해 약 50~80 km/h 정도였습니다.”


대충 1분에 10km는 이동한다는 이야기.


“그것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도 있습니다.”


이현이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요?”


엄창호의 눈썹이 팔자로 모였다.

이현의 말은 엄창호의 부하들이 모은 정보력의 공백을 짚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겠지.


그나마 우리가 함께 있기에 저렇게 존대라고 하는 것이다.

학생의 외면이라도 무언가 있겠지 싶어.


“여러분들은 오크가 움직일 때 푸른 열기를 본 적 있습니까?”

“······아직 없네만.”

“예, 여러분이 분석한 건 블랙 오크가 마력을 쓰지 않은 상황에 한정됩니다. 그래서 안 되는 겁니다.”


엄창호가 탁자를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이해가 안 되는데 그 마력이란 게 뭐지? 아, 상태창이라는 것에 나오는 항목인 건 나도 알고 있네.”


묻는 건 대체 그걸 어떻게 쓰냐는 거다.

이현은 전에 한 것과 같이 마력을 피워냈다.

이번에는 손가락을 사용한 것이 달랐다.


“마력이라는 건 간단히 강화입니다.”


저번에는 호소력에 빗댔지만, 같은 설명을 두 번 하기는 귀찮은지 행동으로 보여줬다.


푸욱─


이현이 손가락을 탁자에 가져다 댔다.

그와 동시에 손가락이 점점 아래로 들어가며 탁자에 구멍이 생겼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전 방금 보셨다시피 마력을 제외한 힘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살살 눌렀을 뿐입니다.”

“이, 이게 무슨.”

“블랙 오크에게는 여러분의 무기도 잘 안 통하지 않았습니까? 다 마력 때문입니다.”


엄창호가 머리를 짚었다.

이현에게도 존대하기 시작했다.


“그 마력이라는 건 대충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마력을 사용하는 오크는 어느 정도입니까?”

“한 번의 도약으로 100M. 속도로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승용차 정도일 겁니다.”

“이런 미친······.”


움직임이 그렇다는 건, 필시 의식의 속도도 그걸 따라간다는 것이다.

몸에 아무리 총을 쏴 갈겨도 통하지 않는데, 그 이상의 힘도 갖추고 있다?


“대체, 어떻게 잡아야······.”


약간의 절망이 섞인 엄창호의 말에 내가 답했다.


“그건 그쪽이 고민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문제를 알았다면 해결하면 그만 아닙니까?”

“예···?”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해결하는데. 와 같은 표정을 짓는 엄창호를 향해 이현을 내밀었다.


“이놈 빌려줄 테니 병사, 간부 할 것 없이 고블린과 일반 오크를 잡아서 레벨업 좀 시키고. 마력 좀 익히시죠?”

“······그게 정말입니까?!”


엄창호의 얼굴이 환해졌다.

동시에 이현은 똥을 먹은 듯한 표정이 됐다.


“아저씨···?”

“조금만 고생해 줘, 내가 블랙 오크 수월하게 잡을 수 있게 되면 쩔 해줄게.”


쩔.

그 감미로운 단어에 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20레벨 중반까지는 도와주셔야 합니다. 오케이 딜?”

“딜.”


거래는 성사되었다.


“그러면 위치부터 말해주시죠.”

“···예? 다 같이 가는 거 아니었습니까?”

“하하,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럼······?”


그런 줄 알고 있던 건가.

날 군대에서 지원하는 형식?

그런 건 필요 없다.


“저 혼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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