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이 종말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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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우(必遇)
그림/삽화
17시 50분 연재
작품등록일 :
2024.09.04 17:33
최근연재일 :
2024.09.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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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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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라플라스

DUMMY

12.





“준비가 끝났습니다. 바로 가시죠.”

“지하철 운영이 되고 있습니까?”


분명 여기는 지하다. 여기서 이동하려면 지하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던진 질문이다만.


“쉽지는 않지만, 개방되지 않은 루트가 있습니다.”


이게 있었다. 개방되지 않은 루트?

서울에 그런 걸 뚫을 수가 있나?


“그게 가능한 겁니까? 지하철 노선도 보면 아주 빽빽하던데.”

“쉽지는 않았지만, 어떻게든 가능했습니다.”


회의장의 벽면에 김창식이 손바닥을 대니 새로운 문이 열렸다.

대통령을 비롯한 사람들의 눈이 커졌다.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난 사람도 있었다.


“이, 이런 게 있었다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일부러 이 방에 회의실 만든 겁니다.”


그러니까, 원래 회의실에 이런 비밀 장치가 있는 게 아니라.

비밀 장치가 있는 방을 회의실로 썼다는 것이었다.


김창식이 남은 셋을 향해 말했다.


“남궁혁 씨가 오크를 잡는 구역부터 차근차근. 아시죠? 급할 필요 없습니다. 동남풍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알겠네.”

“나머지 자세한 사항은 뒤에 들어오는 제 직원에게 말하면 됩니다. 저와 통신도 연결해 뒀으니 필요하거나 급한 일이 있으면 직통으로 하세요.”


김창식이 내게 시선을 던졌다.


“물론 모든 판단은 남궁혁 씨 주도적으로 갑니다.”

“어차피 저 사람이 없으면 불가능한 전략이네. 이거야 원, 순식간에 상하가 뒤바뀌었군.”


대통령이 이마를 짚었다.

다만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죄다 버러지 같기에 내가 앞으로 나선 거였지만, 누가 봐도 뛰어난 사람이 수장이라면야 따르지 못할 이유도 없지.”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은 총재와 국방부 장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전 자리에 있던 사람을 압도적으로 밀어내고 자리 잡은 사람들이다.


비리를 밝히고 주변 인간관계를 탈탈 털어 국민의 정서를 건드리고 보내버린 사람들이다.


인성은 몰라도, 능력 하나만큼은 이전 누구를 데려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일수록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에 이런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아까의 판단은 이성적으로 봤을 때 틀리지 않았습니다.”

“과격했지만, 그런 파급력이 필요한 순간이었죠.”

“정치인이라는 것들은 머리에 똥만 찬 경우가 많으니까 말입니다.”

“그건 나도 포함인가?”

“허허···.”


각자가 한 마디씩 던졌다.

아부가 아닌 진심 어린 한마디였다.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은 있습니다. 이러다가 공포 정치에 들어서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걱정 말입니다.”


그런 걱정에는 말해줄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건 권력이 아닙니다.”

“그럼···?”


애초에 내가 왜 아내를 살해했는가.


“진정 원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애초에 정말 그럴 거였으면, 방금 그쪽의 말에 분개했겠죠. 공포 정치에 다른 의견 따위는 필요 없으니.”

“······그렇군요. 우리만 잘하면 되는 거였네요. 알겠습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대통령이 고개를 숙였다.

맞춰 다른 두 사람도 고개를 숙였다.


“가시죠.”


열린 공간을 향해 내가 걸음을 뗐고.

김창식과 이현이 따랐다.


지이이잉─ 쾅.


5M 걸은 시점, 회의장과 이어진 문이 닫혔다.

그 뒤로는 잠시 암흑이 찾아왔고.

몇 초 뒤.


새로운 빛이 주변을 밝혔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원래 저 길이 있었습니까?”


벽이었던 자리에 길이 나 있었다.


“과학입니다.”

“고도로 발전한 과학은 마법과 다를 바가 없다던데.”


그게 진짜였네.

가끔 외계인을 고문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진짜였나.


“뭘 어떻게 하는 겁니까?”

“듣고 싶으십니까?”


궁금하다면 알려주겠다는 듯 김창식이 씨익 웃어 보였다.

흥미로운 질문을 들은 교수의 얼굴이다.


“됐습니다.”


한때 이과에 몸을 담았던 몸이지만, 감도 안 잡히는 기술력이다. 들어도 모르겠지.

잠시 침묵이 감도는 공동에서 김창식이 말을 꺼냈다.


“저희 팀 이름이 라플라스입니다.”

“라플라스?”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대충은 들어봤습니다.”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알 수 있다.”


그래 그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게 틀렸다. 뭐 라플라스는 없다. 이런 것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았다.

김창식은 눈을 빛내며 계속 말했다.


“저희의 목표가 그런 겁니다.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없는 기술력. 그 시작이 바로 초 전도체였죠.”

“여기였구나.”


이현이 중얼거렸다.

그에 김창식은 이현에게 물었다.


“어떤 게 말이죠?”

“지구의 보호 기간이 빠르게 줄어든 것 말이에요.”

“보호 기간? 아, 그러고 보니 세상이 이렇게 되기 전에 그런 알람이 생겼었죠? 또 뭔가 알고 있는 건가요?”


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력의 수준에 따라 문명의 단계가 정해지는 것은 대충 알고 있죠? 여기도 그런 게 있기는 할 테니까요.”

“그럼요. 카르다쇼프 척도를 말하는 건가요?”

“그게 뭡니까?”

“설명 드리겠습니다.”


김창식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행성의 모든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으면 1단계.”


아, 이거 그거 구나.

어디선가 들어봤다. 책에서 본 것일 수도, 다큐멘터리에서 본 것일 수도 있다. 꽤 유명한 이론이다.


“항성이 생성하는 에너지를 100% 활용할 수 있으면 2단계. 맞죠?”

“오, 아시는군요? 맞습니다. 더해서 행성의 문명이 은하계까지 문명을 확장 시키는 게 3단계입니다.”

“음? 4단계는 없는 건가요?”


의문이 생겼다.

분명 이현은 둠이 존재하는 차원이 4단계에 돌입했다고 했다.


“이 이론에는 4단계가 없을 거예요. 거기에 원래는 1단계에 돌입하는 것도 지금 이뤄져서는 안 되긴 했죠. 평균은 0.8 단계? 그 정도였어요.”


김창식이 묘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 이현이 혀를 찼다.


“오직 이곳만이 1단계 수준에 도달했으니, 다른 차원의 침공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죠.”

“미국은?”

“미국은 따지자면 0.9? 그 정도겠네요.”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가 상당할 것이다.


“아무튼, 이미 벌어진 일인데 뭐 어쩌겠습니까. 저도 일부러 이런 건 아니고 살자고 한 짓인데요.”

“살자고 문명 수준을 끌어올리는 건 어느 나라 셈법인지 전 잘 모르겠네요.”


이현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미 벌어진 사안인데 이제 와 뭘 어쩌겠나.

여기까지 이끈 김창식을 최대한 들고 갈 뿐이다.

혹시 아는가, 다른 차원의 기술을 보고 문명 수준을 다시 한번 도약시킬지.


이현에게 물었다.


“그래서 4단계는 뭐야?”

“그건 저도 궁금하군요.”

“차원을 지배하고 신계를 넘보기 시작하는 단계.”


신계?

김창식의 눈이 빛났다.


“신들의 차원이 실제로 있다는 겁니까?”

“당연하죠. 그건 확실합니다. 현재 우리 차원에도 있는 걸요.”


이현은 확신 섞인 말투로 이야기했다.

본인부터가 신의 도움을 받아 회귀한 것이니까. 당연히 확신하는 것이다.


“허, 그렇다면 우리 적은 거의 신의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겁니까?”


이현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아저씨의 결정을 말리지 않은 겁니다. 그런 적이 회귀했으니까, 이쪽도 출혈을 감수하고 무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둠이 여기 차원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일단은 북한부터.”


가장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먹어가면 언젠가 천하를 먹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가장 작은 것이라고 하기에는 약간의 어폐가 있겠지만. 뭘 어쩌겠나, 지금 노릴 수 있는 것 중에서는 북한이 제일 작은 게 맞다.


전에 이현과 사우나에서 조금씩 했던 이야기다.


“이제 곧 도착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삼면이 막힌 공간에 도착했다.


딸깍─


김창식이 벽면에 붙은 버튼을 꾹 누르자, 문이 열렸다.


“캡슐?”

“그걸 모티브로 만들긴 했죠.”


이창식이 안쪽을 향해 손짓했다.


“이쪽에 앉으시면 됩니다. 안전벨트는 굳이 안 하셔도 됩니다.”

“애초에 없는데요?”

“하하, 필요가 없어서 안 만들었죠.”


안전벨트 얘기는 장난이었나.


“이것도 무슨 기술이 들어간 겁니까?”

“중력을 약간 건드렸죠. 순식간에 이동할 겁니다.”


허.

이제는 뭐 놀랄 힘도 없다.

밖에서 일반 시민들이 알고 있는 기술력은 정말 드러나지 않은 것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았었다.


“이 정도면 양자 컴퓨터도 이미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겠군요.”

“오, 맞습니다.”

“······.”


이런 기술력을 가지고도 아포칼립스를 맞이해야 했단 말인가.

원래의 역사란 얼마나 머저리 같았던 걸까.

아니,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멸망할 수밖에 없는 차이가 있었을 수도.


“도착했습니다.”


벌써?


“출발한 지 1분도 안 되지 않았습니까?”

“그 정도면 충분하죠.”


주변을 둘러봤으나, 딱히 짐작 가는 부분은 없었다.


“연평도입니다.”

“······예?”


이현의 눈이 커졌다.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정도의 충격이었다.


어디 인천에서 비행기를 탈 줄 알았건만 연평도?


“그럼, 저기 멀리 보이는 섬이.”

“북한 지역입니다. 우리 육군이 먹었으니, 이제는 우리 땅이지만요.”


북한이 눈에 보일 정도로 먼 곳에 왔다.


“굳이 이쪽으로 온 이유가 있는 겁니까?”


오크가 발견된 방향은 함경.

사실상 반대다.


“현재 육군이 점령한 곳이 평안남도까지입니다. 심지어 북한의 수뇌부도 사로잡았으니, 북한의 군대는 순식간에 와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문제는 오크밖에 없습니다.”


평양을 점령했다고 하니, 그럴 것이다.

그리고 북진해 오크를 발견한 곳이 함흥에서 시작하는 산맥 부근.

그렇기에 나도 그쪽으로 갈 줄 알았건만.


“함경남도와 함경북도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김창식이 오른손에 찬 시계를 툭툭 건드리자, 홀로그램이 생겨났다.


“보시면 산맥 구석구석에 검은 오크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확실히 도심보다는 산에 많군요.”

“예, 아마 차원을 넘을 때 무슨 트리거가 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구가 적고 자연이 많은 쪽으로 포탈을 열도록 했다.

뭐 그런 건가.

그러면 아마존 쪽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오크가 생겼을까.


“어쨌든, 함경도 보다는 평안북도 부근의 블랙 오크 빈도가 적습니다.”

“왜 연평도인 줄 알겠군요.”


무슨 의도로 그랬는지 알겠다.


“함경도에 가면 블랙 오크에게 둘러싸일 수도 있으니, 차라리 이쪽에서 안전하게 성장하고 가자, 이겁니까?”

“어쭙잖게 나선 거라면 죄송합니다.”

“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현이 말했다.


“블랙 오크 한 마리도 사실 애매한 상태인데, 만약 둘 이상 블랙 오크에게 둘러싸인다? 아무리 아저씨라도 그건 무리예요.”


사실상 답이 없다는 건가.

확실히 3 위계부터는 레벨 업 시 얻는 스탯이 3이나 된다.

신체 능력 자체의 차이가 엄청나겠지.


만약 내가 오크 하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한들, 이현이 안 된다.

이현은 신체 능력을 많이 타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오크에게 둘러싸이는 순간 게임 오버일 가능성이 매우 높겠지.


“좋습니다. 그럼, 평안부터 시작해서 옆으로 밀어버리죠.”

“저쪽에도 전달해 놓겠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어떻게 가면 됩니까?”


김창식이 멀리 바라들 가리켰다.


“저걸 타고 갈 겁니다.”


묘하게 생긴 배 한 척이 다가오고 있었다.

괜히 묘하다고 한 게 아니다.


“뭡니까, 저 계란 같은 건.”

“하하······ 타보시면 압니다.”


계란 하나가 바다에 둥둥 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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