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이 종말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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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우(必遇)
그림/삽화
17시 50분 연재
작품등록일 :
2024.09.04 17:33
최근연재일 :
2024.09.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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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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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책임자

DUMMY

8.





“육군 특수전 사령부 소속, 대위 김석진입니다. 잠시 시간 되십니까?”


긴장이 섞인 말투였다.

현역 때 대위면 꽤 산전수전 겪은 느낌이었는데 지금 보니 이렇게 젊을 수가 없었다.


“몇 살입니까?”

“잘못 들었습니다?”


잘못 들었습니다?

대위인데,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가.

누가 보면 대위가 아니라 일, 이병인 줄 알겠다.


“농담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대위가 내 뒤에서 돌이나 뻥뻥 차대는 이현을 바라봤다.


“···혹시 아들입니까?”

“그럴 것 같습니까?”

“죄송합니다.”


아니, 내 어딜 보고 그런 생각을 한 거지.

상식적으로 서른다섯에 고등학생은 되어 보이는 아들이 있을 리가···.

잠깐.


“이봐요, 혹시 내 나이가 몇 같습니까?”


대위의 뺨에 두 줄기의 땀이 흘렀다.


“그, 그것이···. 사, 사십 대 초반···? 죄송합니다.”

“하······ 사십.”


그래, 나 고생 많이 한 얼굴이다.

알아봐 줘서 고오맙다.


“됐고, 무슨 일입니까? 두 번 물어봤습니다.”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위에서 여러분을 뵙고 싶다고 하신 분들이 있습니다.”

“대통령이에요?”


어느새 다가온 이현이 물었다.


“······그것까지는 저도 잘···. 죄송합니다.”


말끝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윗놈이 얼마나 갈구면 애가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쯧, 마음에 안 드네.”

“죄, 죄송합니다!”

“됐으니까, 그 죄송하다는 말 좀 그만 하세요. 신경 쓰이네.”

“죄··· 죄송, 아니 죄송···. 아······.”


왜 이래?

고장이 나버렸다.

이현이 다가와 물었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솔직히 무시해도 상관없긴 해요. 곧 국가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해질 시기가 올 테니까요.”

“한 번 가보려고.”


저기 노땅들 상판대기 좀 가까이에서 보고 싶기도 하고.

어떤 생각인 지도 궁금하다.

평소에 마이크 앞에서는 허허 웃다가도 화면 뒤에서 입 싹 닫는다는 괴담과 같은 이야기.


그게 사실일까?


“궁금하지 않냐? 뭐 하는 인간들인지?”

“······하하, 글쎄요.”


이미 경험해 본 건가.

그럼, 뭐 나만 즐기면 되는 거다.


“어디, 한 번 그쪽 상부에서 시키는 게 뭔지 들어나 봅시다.”

“옙···! 그럼, 이쪽에 타시면 됩니다.”


익숙한 트럭이었다.


“기갑 쪽은 쓰지 않는 겁니까? 가평에 있는 걸로 아는데.”

“아, 그건···.”


운전석 바로 옆자리에 있는 말똥 한 개짜리가 창문을 두들겼다.

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저런 자리에 말똥이라?’


병사와 부사관이 있어야 할 자리 같지만.

어딜 봐도 병사는 보이지도 않았다.

부사관조차 전부 중사 이상으로 보였다.


계급장은 없지만,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무리 특수 부대라 한들, 그럴 수 있나?


‘신기하게 돌아가는 것 같네.’


이현에게는 묻지 않았다.

이런 건 혼자 추리해서 알아내는 게 재밌는 거다.


‘어디, 게임을 시작해 볼까.’


“혹시, 방송 보셨습니까?”


대위가 옆에서 조심스레 질문했다.


“무슨 방송 말입니까? 사우나 안에 있느라고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


말똥이 대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대위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갑자기 나타난 괴생명체들이 인간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는 이 현상은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렇겠지, 저들의 목표는 한국이 아니라 이 행성이니까.

애초에 인간들에게 시스템을 들려주기 위한 가이아의 배려(?)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기에 청와대에서는 빠르게 전 지역에 계엄령을 걸었습니다.”

“계엄령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걸 수 있는 겁니까?”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툭툭─


다시 앞유리창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거, 무슨 말을 못 하게 하네.’


이렇게까지 통제하려는 정보면 대충 예상이 갔다.


“북한에서 뭔가 일이 났나 보죠?”

“······.”


대위를 포함한 모든 군인들의 표정이 굳었다.

슬며시 운전자 옆쪽을 보는 게 어떻게 할 지는 묻는 모양이었다.


“거, 눈알 돌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나네요. 어차피 그거 못 쏘는 데, 내려놓으시죠.”


앞에 있던 소령이 품에 있던 권총을 꺼내려 했다.

딱히 별다른 위협은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저거 못 쏜다.


“위에 사람들이 저희 보자고 부르는 거 아니었습니까?”


명령에 죽고 사는 너희들이 뭘 할 수 있을까.

애초에.


“그거 조정 간 안정에서 바뀔 일은 없을 겁니다.”


군인들이 깜짝 놀라 제 중지로 손잡이를 마구 쓰다듬었다.


“그 정도로 쓰다듬으면 헐겠습니다.”


아무리 힘을 줘도 조정간이 바뀔 일은 없을 거다.

내가 고정하고 있으니까.


원래도 1T에 가까운 무게를 조정할 수 있던 내 초능력은 각성의 순간부터 리미트를 풀어버린 느낌이었다.

마력과 신체 능력이 성장하는 게 컸다.

지금이라면 이 트럭을 들 수도 있다.


‘드는 것과 완전히 구기는 건 다른 이야기지만.’


아무튼, 지금 이들이 날 포위한 게 아니라.

내가 이들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거다.


그 사실의 일부를 깨달은 듯.

옆에 있는 대위를 포함한 군인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거, 안 잡아먹으니까 긴장들 하지 마시고. 여기 애도 있는데 거, 참.”


이현이 손가락으로 제 가슴팍을 가리켰다.


“애······?”


그럼, 그 몸뚱어리로 어린이라 주장할 생각이었나.

아서라, 옆에서 보고, 뒤에서 보고 앞에서 봐도 애다.

잘 봐줘 봤자 고등학생 수준인데, 뭘 바라나.


“중간에 보이는 고블린이나 오크는 제가 잡아도 되죠?”

“······예.”


라이딩 사냥이라.

이전에 하던 게임이 생각나는 기분이었다.


적당한 속도로 움직이는 트럭이기에, 한 방을 노리면 오크든 고블린이든 잡을 수 있었다.


“께에에엑─!”

“꾸오오옥─!”


스치듯 들리는 비명.


‘아, 이게 옛 장수들이 말을 타는 이유였던 건가.’


참으로 우월한 감각이 아닐 수 없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찰나, 내 공격이 저들의 심장이나 머리를 꿰뚫는다.

만약 숨을 끊지 못했다면 그 안에서 터트린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


“크, 이게 사냥이지.”

“진짜 말도 안 되네.”


이현이 질린다는 듯 내 사냥을 구경했다.

이젠 포기했는지 군인들도 입을 벌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저기, 저기도 있습니다!”


이제는 손가락질로 위치를 알려주는 놈도 생겼다.

앞에서 분위기를 잡던 소령도 이제는 모르겠다는 듯, 베레모를 깊게 눌러쓰고 있었다.

자기는 이제 모르겠다. 이거다.


이후로 레벨이 8에 도달하기 직전, 트럭이 멈췄다.


“뭐야, 폐건물?”


어디 여의도나 산속으로 갈 줄 알았건만.

그럴 일은 없었다.


소령이 트럭에서 내린 뒤 손가락으로 폐건물의 중심부를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흠······.”


핼쑥한 것이 속이고 있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이제 그쪽 분들은 어떻게 되는 거죠?”

“다시 돌아가서 국민을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까. 뭐 이것도 인연인데 다시 봅시다.”

“···옙.”


여러모로 곤란해하는 대답이었다.


피식─


“보기 싫어도 보게 될 겁니다. 저 위에 인간들이 그쪽들을 이용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니까.”


한 번 안면을 익혔다면,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 이만.”


소령과 뒤에 있는 군인들이 조용히 경례했고.

난 그저 손을 휘적휘적 흔들었다.


“보통 이럴 때는 같이 받아주지 않나요?”

“전역 했는데 뭔 경례야. 됐어.”

“그런가요.”


이현이 손에 들고 있는 짧은 단도를 빙글빙글 돌렸다.


“그러고 보니, 너 무기가 계속 나오던데. 어디서 나오는 거냐.”

“아, 설명을 안 드렸었구나.”


이현이 들고 있던 단도의 길이와 모양이 서서히 바뀌었다.


“이게 제 능력이에요. 웨폰 마스터.”

“웨폰 마스터? 가끔 속도가 빨라지거나 힘이 세지길래 뭐 강화 이쪽인 줄 알았더니만.”

“아, 그건 마력을 활용한 것뿐이에요.”


자기만 좋은 거 쓰네.


“하하, 그렇게 보지 마세요. 다 알려드릴게요.”

“무기를 이것저것 바꿀 수 있는 거면 총도 가능하냐?”

“뭐, 가능은 한데. 괴물 놈들을 상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서요. 오히려 마력을 두른 냉병기 쪽이 더 낫죠.”

“신기하네.”


파직─


이현이 손바닥을 펼쳐 어설픈 모양을 만들었다.


“나중 가면 녀석들에게 먹힐 만한 레이저 건이라던가 하는 것도 뽑을 수는 있는데. 지금은 영···.”


찰흙처럼 흐물흐물한 것이 이현의 손바닥에서 꿈틀거렸다.

그러다 다시 단검의 형태로 돌아가는 모습.


“신기하네.”

“그죠?”

“그 장비를 다 다루려면 머리 아프지 않겠냐?”


그걸 그쪽이 말하는 거냐는 표정의 이현이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난 상상만 하면 그만인 쪽인지라.’


난이도는 저쪽이 더 높지 않을까.


“말했다시피, 특성의 이름이 웨폰 마스터라 만들 수 있는 무기는 다 마스터 급으로 다룰 수 있어요.”

“좋은데?”

“예, 뭐 어느 차원에 가도 한자리는 해먹을 능력이긴 하죠.”


이현은 묘하게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폐건물의 중앙에 있는 사람을 보고는 묘한 미소를 그렸다.


“저기인가 보네요.”


딱 봐도, 나 뭐 있소. 하는 얼굴로 건물의 중앙에 서 있는 두 인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흠, 그런가요?”

“예, VIP들이 두 분을 굉장히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이쪽도 만나보고는 싶었습니다.”


담담한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

두 양복이 손바닥의 땀을 바지춤에 닦으려 했다.

그러곤 내 시선의 의식하고 바로 행동을 멈췄다.


“실례했습니다.”

“여기서 가는 건가요?”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양복 중 하나가 고개를 까딱이자, 다른 한 명이 바닥을 두어번 두들겼다.


툭툭─


그러자 중앙에 원과 같은 모양의 홈이 생겼고.

선글라스는 품에서 꺼낸 원형 카드를 그곳에 끼워 넣었다.


“CD 같네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죠.”


평범한 카드는 아니었다.


“양자 암호화 되어있는 입장 코드입니다.”

“그런 걸 말해줘도 되는 겁니까?”

“어차피 사용하면 끝이라 상관없습니다.”


일회용이었나.

거, 보안 참 탄탄하구먼.


실제로 CD처럼 생긴 그것에 회로 같은 모양이 생기더니만, 바닥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동시에 사용을 다 한 CD는 불타 사라졌다.


선글라스는 새로 생긴 손잡이를 당겼다.


“조금만 뒤로 가주시겠습니까?”


별로 어려운 주문도 아니기에,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치익─!


철컹─!


두 명이 동시에 손잡이를 당기고 옆으로 돌렸다.

돌리면 돌릴수록 원래 우리가 있던 장소가 열렸고.

계단과 같은 형태의 공간이 나타났다.


“와, 이건 좀 설레는데요?”

“너네는 이런 거 없었냐?”

“이런 건 다 부서져서 없었죠.”


아하.


“그리고 어차피 이 정도 수준은 다 뚫려요. 어디 차원과 차원의 사이에 숨어도 찾아내는 판국에.”

“······.”


이현의 말을 듣고 두 남자가 살짝 움찔했다.

감탄, 경악 뭐 그런 걸 예상한 건가.


“따라오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자네는 여기서 대기하도록 내 대리인을 보내지.”

“예, 알겠습니다.”


한 명을 냅두고, 세 명이 계단을 내려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천장이 닫혔다.


기이이잉─ 쾅!


“나갈 때는 어떻게 합니까?”

“나가는 출구는 따로 있습니다.”

“호오.”


선글라스가 옆에 손바닥을 대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에 빛이 들어왔다.

말없이 따라 내려갔다.


적어도 20층 건물에서 1층에는 내려갈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선글라스가 걸음을 멈췄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떤 언질을 받은 건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조심스러운 말과 행동이었다.


선글라스가 벽에 손을 대고 묘한 소리가 울렸다.

그러고는 벽면이 퍼즐처럼 하나씩 풀리며 새로운 길이 열렸다.


“와우.”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수백에 가까운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수천에 가까운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대부분이 몬스터와 그것을 잡는 사람들의 모습.

가장 중앙에 떡하고 박혀 있는 것이 나와 이현의 사냥 영상이었다.


“허.”


멍하니 그것들을 보던 찰나.

군복에 연구 가운을 입은 남자가 나가와 말을 걸었다.


“반갑습니다. 이곳의 책임자, 김창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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