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아카데미 못 만들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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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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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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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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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DUMMY

마법을 펼치는 오필리아의 마음은 싱숭생숭했다.


‘왜 저 녀석이 언니가 했던 말을 하는 거야.’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7살에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황실 소속 마법사와 기사가 와서 살펴본다.

오필리아의 재능은 한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번개의 마나를 다룰 수 있다는 것.

모두가 기뻐했지만, 그녀의 재능은 그녀에게 행복을 가져오진 않았다.


곧바로 가문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펼쳐졌다.

훌륭한 마법서, 각종 영약, 다양한 아티팩트.

물질적인 것은 풍족했다.


하지만 오필리아는 혼자가 되었다.

처음부터 번개의 마나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진 않았다.

서클을 유지하기가 유독 어려운 마나.

자유분방한 번개의 마나가 무의식적으로 몸 밖으로 방출되는 경우가 잦았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이 감전되거나 화상을 입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게다가 그런 식으로 급작스럽게 빠져가는 마나는 오필리아에게도 고통을 줬다.


하인들은 그녀 근처에 가길 두려워했다.

일반인인 급작스러운 방출에 대비할 수가 없었으니까.

공포에 질린 눈으로 오필리아를 쳐다보는 사람들.

그런 시선을 어린 오필리아는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몰랐다.

그녀는 사람을 멀리하고 책과 가까워졌다.

책은 적어도 그녀에게 공포 어린 시선을 보내진 않았으니까.


같은 마법사인 언니와 클로에 가문 가주, 오필리아의 마법 과외 선생만이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중에서 그녀의 언니만이 유일하게 늘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봐 줬다.

언니 또한 몇십 번이나 오필리아 곁에 있다가 다쳤다.

하지만 언니는 팔에 붕대를 감고도 동생을 바라보는 눈빛은 달라지지 않았다.


‘언니···괜찮아?’

‘괜찮지~ 리아가 언니를 다치게 하려고 한 건 아니잖아?’

‘하지만 다쳤잖아···.’

‘리아가 정말로 언니를 다치게 하려고 했으면 더 크게 다쳤을걸? 마법사의 마음은 마법에 그대로 드러나니까.’


언니가 없었다면 오필리아는 금쪽이를 넘어서 악인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도 몸 밖으로 스파크를 뿜어내지 않는 건 11살 무렵.

자그마치 4년.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에 대부분의 시간을 번개의 마나와 싸우면서 혼자서 보낸 오필리아.

어쩌면 그녀가 금쪽이가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11살 이후로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공격 마법을 쓸 때 옆에 있겠다고 한 사람은 없었다.


“노임.”


[자연력이 50 소모됩니다. 800/1,000]

[둘 이상의 중급 정령을 동시에 소환했기에 자연력이 지속해서 소모됩니다.]


에반은 오필리아가 영창을 시작하자 한 발짝 떨어져서 대지의 중급 정령을 불러냈다.

씩씩한 표정과 함께 노임이 땅에서 솟아올랐다.

오필리아의 실력과 재능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잘못되는 상황에 대비하는 것.


“반가워, 계약자! 뭔가 위험해 보이는데?”


번쩍이는 번개의 창을 본 노임이 에반을 걱정했다.

2 서클 공격 마법을 맞는다고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 가까운 거리에서 급소라도 맞았다가는 중상을 입을 수 있다.

게다가 숙련도가 부족한 오필리아의 마법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맞아, 좀 불안해 보이네. [대지의 갑옷]”


[자연력이 50 소모 됩니다. 750/1,000]


아까보다 번개의 창의 형태가 불안정했다.

그 점을 파악한 에반은 단단한 대지의 갑옷을 입었다.

겉은 단단한 암석이지만, 이음새와 관절 부분은 부드러워서 에반의 움직임을 전혀 방해하지 않았다.

유동적으로 형태 변환도 가능한 갑옷이기에 에반이 독충이 많은 지역을 지날 때 자주 사용했던 방어 스킬.


갑옷이 완성되자마자, 스파크 한 줄기가 에반 쪽으로 튀었다.

그대로 에반의 어깨 부분을 스치고 가는 스파크.

갑옷에 스크래치가 났다.

하지만 에반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오필리아가 놀라서 마나를 갈무리하고 에반을 쳐다봤다.


“왜?”

“스치지 않았어?”

“뭐, 어때. 내가 다친 것도 아니고, 네가 날 해치려고 한 것도 아니고. 그게 문제가 되나?”

“안 다쳤다고?”

“그래도 1등인데 나름대로 다 방법이 있지. 세상 모두가 네 번개를 못 받아내는 건 아니니까.”

“···잘난 척은. 멀쩡하면 다시 간다.”

“이번엔 제대로 해보자고. 곧 도착할 것 같으니까.”


운다인과 [정령 결속]을 통해 시야를 공유하고 있었던 에반은 식물 줄기가 멀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드드드드-


배관 쪽에서 진동이 땅을 타고 전해졌다.


“배관 부서져도 모른다?”


실수했어도 자신감은 죽지 않는 오필리아의 말을 듣고 에반은 옅게 웃었다.


“웃었지?”

“어두워서 기분 탓일걸? 식당처럼 부서질 일이 없으니까 편하게 해.”


운다인이 토템을 가지고 배관 입구에 도착했다.


[토템에 깃든 자연력이 소모됩니다. 150/1,500]


자연력을 거의 소모한 토템.

마지막 자연력을 흡수하기 위해 녹색 줄기 뭉치들이 배관으로 다가오고 있는 게 오필리아의 눈에도 보였다.

임무를 다한 운다인을 돌려보내는 에반.

고스트가 배관 입구를 막고 있던 방어막을 해제했다.


오필리아는 진지한 마음으로 배관 입구를 노려봤다.

그녀의 한 학기 생활이 걸린 일격의 마법.


명중하지 않고 비켜 맞아도 물이 흐르고 있다.

운다인이랑 술래잡기를 한다고 식물이 촉촉하게 젖은 상태이기에 제압에는 큰 문제는 없다.


“번개의 창이여.”


그녀는 영창을 마치지 않고 번개의 창을 유지한 채 생각에 잠겼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번개의 모습.

그녀의 기억 속에 선명한 번개의 모습은 결코 포물선을 그리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 않았다.

자유분방하게 꺾이지만 결국 대지로 내리꽂는 번개.


‘책은 완벽하지 않아. 비어있는 부분을 채워야 해.’


에반의 말도 머릿속에 스쳤다.

어설픈 흉내가 아닌, 세밀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

그녀가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번개의 창.


-드드드드-


입구로 멈추지 않고 다가오는 식물 줄기들.

오필리아는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창을 쥐고 있던 손가락을 하나씩 부드럽게 펴기 시작했다.

모든 손가락을 펴자, 번개 창이 오필리아의 손바닥 위에 떴다.

그녀의 손과 창 사이에는 일반인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마력의 끈이 이어져 있었다.


번개의 창을 허공에 붙잡아 놓는 엄청난 집중력.

그녀의 호흡이 거칠어졌지만, 눈빛은 살아있었다.

하지만 몸이 버티질 못했다.

덜덜 떨리는 그녀의 손.


“노임, 쟤한테 [대지의 활력]”


[자연력이 50 소모 됩니다. 700/1,000]


에반이 말하자 노임을 중심으로 옅은 황토색 빛이 소용돌이치듯 피어올랐다.

빛은 오필리아의 발끝부터 타고 올라 그녀 온몸을 감쌌다.


오필리아는 따뜻하고 포근한 감각을 느꼈다.

마치, 언니의 품 안에 안긴 듯한 느낌.

광채가 살아있는 듯이 일렁이며 오필리아의 호흡과 심장 박동에 맞춰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


피로가 씻겨 나가고, 활력이 온몸을 가득 채우는 것을 오필리아는 느꼈다.

호흡이 안정되고 손의 떨림이 줄어들었다.

육체의 고통이 줄어드니 정신적으로 훨씬 더 선명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드드드드-


조금만 더 있으면 토템을 삼키기 위해 입구 밖으로 식물 줄기가 삐져나올 것 같은 순간.

오필리아가 오른팔을 살짝 앞으로 뻗었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 있던 창이 스르륵 미끄러지더니 어느 순간 번개 치듯이 쏘아져 나갔다.


창은 지그재그 형태를 그리며 앞으로 질주.

어디로 향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경로였지만, 오필리아는 한 지점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콰과광, 지지지직-


정중앙은 아니었지만, 식물 줄기를 꿰뚫는 창.

한 줄기 섬광.

순간적으로 대낮처럼 환해지는 배관.


물에 닿은 번개의 마나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마치 전기로 이루어진 나무가 순식간에 자라나는 것 같은 광경.


스파크가 춤을 추듯 흩날리고, 굉음이 발생했다.

배관 안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증폭되는 소리.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어설픈 투창 자세를 스스로 버리고, 정말로 번개가 하늘에서 내리치는 듯한 궤적.

마지막까지 한 점으로 창을 통제하려는 집중력까지.

그야말로 번개의 창이었다.


*****


에반과 오필리아, 그리고 고스트까지.

세 명의 존재만 밤하늘에 갑작스럽게 펼쳐진 번개 쇼를 직관한 것 같았지만, 관객이 한 명 더 있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교장은 오후에 오필리아를 만났다.

그때 그는 오필리아를 그렇게 고평가하지 않았다.

그저 특수 마나를 다루는 학생 정도라고 생각했을 뿐.


하지만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오필리아가 [썬더 렌스]를 통제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

비록 마지막에 통제가 살짝 빗나가 정중앙은 맞추지 못했지만, 교장은 그 부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교장은 오필리아가 일반적인 투창 자세가 아니라 창을 공중에 띄우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많은 마법사가 그저 마법서에 적힌 대로 마법을 펼친다.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책에다가 자신을 맞추는 것.


하지만 오필리아는 방금 자신만의 마법을 펼쳤다.

책에다가 자신을 맞추지 않고, 책에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 것.

이런 사고방식은 4~5 서클 마법사에게서도 보기 힘든 자세인데, 기대하지 않은 신입생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좋게 보면 패기, 나쁘게 보면 객기지만, 어쨌든 성공했다.


마법부 대학원생들이 이 광경을 봤으면 경악했을 거다.

그들이 밤새워 가며 수식을 연구하고 새로운 도형을 그리는 이유가 새로운 마법 혹은 자신만의 마법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새로운 마법적 시도를 겨우 15살 신입생이 성공시키다니.

비록, 에반이 도와줬지만.


‘아카데미 때려치우는 건 조금 뒤로 미뤄볼까.’


교장은 신비한 황톳빛 기운도 궁금했다.

오필리아 손의 떨림을 멈춘 기운.

마법을 펼치는 도중에 버프를 걸어주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마나가 충돌해 버프 마법의 효과가 제대로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

상호 간에 실력 차이가 극명하게 나면 가능하지만, 두 사람의 실력 격차가 그 정도라고 보긴 어렵다고 교장은 생각했다.


하지만 [썬더 렌스]의 외형이 전혀 흔들리지 않고 오필리아의 손의 떨림이 멈췄다.

오필리아의 집중력을 흩트리지 않으면서 정확하게 필요한 부분만 보조했다.

분명, 마나를 사용한 버프가 아니었다.

자연력.

자서전에 기록된 그 미지의 힘을 사용했을 확률이 높았다.


점점 더 정령사가 궁금해지는 교장이었다.

그의 눈에 오랜만에 순수한 호기심이 스쳤다.

그도 아직 올라갈 경지가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9 서클은 정말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영역.

너무 막연했기에 교장의 호기심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에반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내려가 여러 가지 물어보고 싶지만, 교장은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밖으로 뛰쳐나오긴 했지만, 계속해서 일을 던져둘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굳이 잘 성장할 것 같은 재목을 급하게 탐구할 필요는 없다.

나무를 탐구하려면 적어도 10년은 성장을 지켜봐야 하는 것처럼, 사람의 성장도 꾸준히 지켜봐야 하니까.


‘다음 행보도 기대하지.’


교장은 기분 좋게 밤 산책을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갔다.


“돌아오셨군요.”

“내가 정말로 어디론가 사라질 줄 알았나?”

“이미 그러신 적이···.”

“지난 일은 묻어두자고. 그나저나 에반 코스모스 학생은 수강 신청을 어떻게 했지?”

“알아보겠습니다.”


잠시 뒤 보좌관은 종이 한 장을 교장에게 건넸다.

그 종이를 보고 교장은 밤중에 폭소했다.


“아, 교수들 반응이 벌써 궁금하네.”

“···이런 시간표는 저도 처음 봅니다. 아무리 시간표를 자유롭게 짤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다양한 수업을 듣는 건 교수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반대 의견?”


교장은 수강 신청 종이에 교장 직인을 찍었다.


“천재는 관념 안에 가둬두는 거 아니야.”


보좌관은 내심 놀랐다.

교장이 이 정도로 고평가하는 학생을 여태껏 본 적이 없기 때문.


“그 학생이 마음에 드셨나 보군요.”

“우수하니까.”



******


[체스 레이언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0% → 10%]


“미친···.”


이 양반이 왜 벌써 호감도가 올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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