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아카데미 못 만들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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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4 17:52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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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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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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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DUMMY

제국의 미래를 양성하는 요람.

이곳에 오고 싶은 학생들은 많았다.

하지만 위대한 이곳에 모두가 올 수는 없는 법.

시험을 통과한 자들만 루티오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지식의 성지에서 그대의 재능을 꽃피워라!


“스킵 안 되나?”


15년째 봐도 엿같은 시스템 창에 손을 대봤지만, 유령처럼 통과할 뿐이었다.


[오랜만에 새로운 곳에 도착했는데 설명 정도는 있어야지.]

“설명해 줄 시간에 이동 스킵이나 해주지?”

[되겠음? 공간을 이동하고 싶으면 텔레포트 마법을 배워야지.]

“말을 말자.”


이 게임에 들어온 지 15년이 지났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시스템과 대화한 지도 15년 째고.

아니, 보통 게임 속 세상에 들어오면 그래도 멀쩡히 걸어 다닐 수 있는 몸을 가진 캐릭터로 빙의하지 않나?

나는 왜 갓난아기로 시작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이 게임은 특정 캐릭터를 골라서 육성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갓난아기가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뭘 할 수 있겠는가.

재능에 맞는 스킬을 배우고 스탯을 올리기 전까지는 캐릭터에 부여된 시나리오를 진행시킬 능력이 없다.

게임이었으면 훈련하기, 배우기 눌러놓고 완료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스킵을 하면 된다.

그런데 게임이 현실이 되니까 스킵이 안 된다.

밥도 직접 먹어야 하고, 운동도 직접 해야 한다.


그나마 귀족 집에서 태어난 게 다행이랄까.

유아 시절부터 나를 약 올리는 시스템이 와서 종종 던지고 가는 건 직업 스킬 퀘스트 뿐.

육성 게임이기 때문에 직업은 아주 중요하다.


“실프.”

“우와! 여긴 어디야?”


호기심 많고 활발한 바람의 하급 정령.

내 주변을 빠르게 빙글빙글 돌면서 정신없이 이 사람 저 사람 구경하는 모습이 정신 사납긴 해도 싫진 않다.

정말 순수한 호기심을 비추고 있는 눈동자.

이런 표정을 싫어할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이 건물 지붕 위로 올라가자.”

“좋아~”


발밑에 불어오는 산뜻한 바람.

바람의 흐름을 읽고 타이밍을 맞춰서 가볍게 발을 떼면 서핑하는 것처럼 바람을 타고 공중에 뜰 수 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위로 솟구치는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점프하면 어느새 시야가 넓어진다.


“우와, 인간이 많다!”


내 직업은 정령사다.

이 게임에서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캐릭터를 육성해 보고 시나리오 엔딩을 봤지만, 선택할 수 없었던 직업.

여러 시나리오 스크립트에 두려우면서도 따뜻하고, 냉혹하면서도 친절한 존재라는 상반된 서술만 있었을 뿐, 직접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는 히든 직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엔 히든 직업이니까 막연하게 좋지 않을까 했다.

이 빌어먹을 게임이 그나마 쉽게 메인 시나리오를 진행하라고 배려를 한 게 아닐까?

하지만 그건 대단한 착각이었다.


이 게임은 메인 시나리오를 클리어 해야 끝난다.

기사로 시작하면 소드마스터 되기, 마법사로 시작하면 대마법사 되기 뭐 이런 거다.

물론, 다른 시나리오도 있다.

기사로 시작해서 어릴 때 사랑했던 여인과 결혼해 가정 이루기, 거지로 시작해서 평화로운 가정 꾸리기 같은 엔딩도 있다.

이 게임은 선택지가 꽤 많은 편이니까.


하지만 정령사는 중급 정령을 소환할 정도의 스킬 숙련도가 없으면 메인 시나리오를 시작할 수도 없었다.

시나리오 창을 열어서 두들겨 봐도 해금 조건만 나와 있을 뿐 시나리오가 뭔지 그 내용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조건에 대해 시스템에게 따져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네가 선택한 직업!]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을 수가 없었지만,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시간이 내 분노를 잠재웠다.

아니면 명상의 힘인가.

정령사 스킬 중에 명상도 있어서 명상 숙련도를 올려야 했으니까.


대자연 한복판에서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호흡하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여긴 판타지 세계다.

오염되지 않은 신비로운 자연.

각양각색의 동식물.

귀여운 정령이 존재하는 세상.

명상을 하면서 이 모든 것들과 하나가 되는 느낌은 늘 신선하다.


그렇게 자연 속에서 살다가 15살이 돼서야 해금 조건을 충족해 메인 시나리오가 열렸고, 그 시니라오의 시작인 루티오 아카데미 근처 마을로 왔다.

제국 내 유망주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

드디어 내가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해 보면서 알게 된 정보를 적극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곳.


“이제 메인 시나리오가 뭔지 알려주지?”


여기까지 무려 한 달을 걸어왔다.

귀족이기 때문에 마차 탈 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오는 길이 많이 험해서 그냥 걸어오는 게 빨랐다.

이것도 게임이었으면 적당한 식량과 물을 챙기고 이동하기를 눌렀으면 됐지만···

이젠 게임이 현실이다. 정말로 두 발로 걸어갈 수밖에.


걸으면서 지구에서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을 보고,

지구에 없는 신기한 동식물들을 만나고,

몬스터랑 가끔 대화도 해보고,

정령들이랑 종일 같이 있으면 뭐 나쁘진 않은 여행이라고 할 수도.


게임 속에 오래 살다 보면 긍정적인 생각은 필수다.


[정령사 에반 코스모스의 메인 시나리오 에피소드 1은 ‘우수한 아카데미 생활하기’입니다!]


‘또 x랄이네.’


오늘도 시스템 때문에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려면 꽤 노력해야 할 것 같다.


*****


‘일단 아카데미에 들어가야겠지.’


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물 지붕 위에 앉아서 잠시 고민한 내 결론이었다.

시스템 창은 상당히 모호한 에피소드를 나에게 던지고 튀었다.

이런 경우에는 경험상 어차피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준다.


어찌 됐든 아카데미 생활을 하려면 아카데미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건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아카데미 안으로 텔레포트 시켜주는 포탈이 아카데미 정문이 있지만, 정문은 신입생들이 사용하지 못한다.

신입생이 들어가는 방법은 마을 안에 숨겨진 마법진을 찾아 둘 이상 그 마법진 위에 올라가는 것.


아카데미 주변에는 6개의 마을이 있다.

마을마다 마법진이 숨겨져 있고, 이제 정오가 되면 각 마을 광장에는 마법진이 위치한 장소의 힌트가 공개된다.

일종의 간단한 시험이라고 보면 된다.


아카데미 초대장에 미리 공지가 되어있는 시험이고, 전통적으로 매년 진행하기 때문에 마을 광장은 신입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미 아카데미를 수백 번 들어가 봤기에 광장에서 공개되는 힌트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다 아는 내용이니까.

중요한 건 누구랑 같이 들어가냐다.


“실프, 광장에 가서 사람들이 뭐라 하는지 들어보자.”

“좋아~”


실프가 바람을 타고 나풀나풀 광장으로 날아갔다.


“[정령 결속]”


정령과 계약자 간의 정신을 연결해서 정령이 보고 듣는 걸 계약자도 느끼게 할 수 있는 스킬.

실프가 들킬 걱정은 없다.

아카데미 교수쯤은 돼야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하급 정령은 자연 그 자체여서 이질적인 느낌이 없다.

애당초 마법이랑은 완전히 다르기도 하고.


곧 내 머릿속에 광장의 풍경과 목소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광장을 쭉 둘러봤지만, 네임드 학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천재라고 불려도 손색없는 재능을 가진 학생.


“이번에 클로에 가문이랑 카이로 가문도 입학하는 거야?”

“그럴걸? 우리 엄마가 친하게 지내라 그랬어.”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걸 보면 이미 소문은 퍼졌나 보다.

가능하면 같이 들어 갈려고 했는데 다른 마을로 배정된 거면 좀 아쉬운 일이지만, 뭐 어쩔 수 없지.

6개의 마을 중 어디로 배정되는지는 랜덤이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니까.


‘누굴 데리고 가야 하나···.’


게임 일러스트로 외형이 공개된 학생들은 내가 알아볼 수 있다.

아무리 내가 게임 고인물이라지만, 아카데미에 있는 모든 학생을 다 알 수는 없다.

애당초 스크립트에 나오지도 않는 학생들을 알아볼 수는 없으니까.


“인물 도감 오픈.”


[1. 샤이드 코스모스]

[2. 리아 코스모스 ]

:


맨 위에 두 사람은 이 세계의 아버지, 어머니.

졸지에 아버지가 두 명, 어머니도 두 명이 되었지만···. 뭐,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법이다.


인물 도감에는 내가 관찰한 사람들이 기록된다.

광장에 있는 사람들을 쭉 관찰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이 등록되어 있었다.


[카일 라보르]


“찾았다.”


훈련으로 약간 그을린 건강한 피부톤.

밀짚 색 머리카락에 맑고 순수한 눈빛.

다부진 체격에 허리에 차고 있는 장검.

일러스트랑 똑같이 생긴 카일은 약간 긴장한 건지 입술을 깨물고 광장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


명예와 용기, 그리고 정의를 추구하는 성실한 기사 지망생, 카일 라보르.

그렇게 권세 있는 귀족도 아니고, 엄청난 재능이 있는 학생은 아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희미해져 가는 기사도를 지키는 사람이다.

돈이나 성적 때문에 배신을 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라는 것.


“안녕, 친구야.”

“으앗!”


카일은 내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면서 차고 있는 검에 손을 올렸다.

아무리 정령사 패시브 스킬인 [자연동화] 때문에 내 기척이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초면에 검을 뽑으려고 하다니.

나쁘지 않은 반응속도다.

그만큼 평소에 훈련을 열심히 했다는 증거기도 하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 같아서 상황 판단도 괜찮을 것 같고.


“귀신이라도 본 거야?”

“누구...세요?”

“누구긴. 너랑 같은 신입생이지.”


내가 품에서 아카데미 초대장을 꺼내 보여주자 그제야 카일은 검에서 손을 뗐다.


“미안해, 너무 놀라서···.”

“진짜 미안해?”

“진짜 미안해!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어.”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라.”

“무슨···부탁?”

“아, 그전에 몇 가지만 물어보자. 혹시 신입생 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

“아는 사람은 없어.”

“그럼, 같이 움직이는 사람도 없겠네.”

“응, 나에게 말을 건 건 네가 처음이야.”


사교를 중시하는 귀족 자제들이 카일에게 말을 안 걸었다는 건, 아마 카일이 입고 있는 옷 때문이겠지.

아카데미 교복은 아카데미 기숙사에 들어가야 받는다.

그전까지는 각 가문의 경제력이 신입생들이 입고 있는 옷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다.

카일은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에 있는 귀족.

기사들이 훈련할 때 주로 입는 내구성이 강한 가죽 바지와 실용적인 수납이 가능한 주머니가 달린 조끼를 입고 있었다.


반면에 광장에 모인 다른 귀족 자제들은 고급 옷감을 좋은 옷들을 입고 있었다.

상의와 망토에는 각 가문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장신구도 두세 개쯤은 다들 차고 있었다.


“저기 봐, 역시 끼리끼리 모이는 게 맞나봐.”

“그러게. 예절에 대해 모르나 봐. 둘이 복장도 비슷하네.”


실프가 멀리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줬다.

나도 한 달이나 걸었어야 해서 아주 실용적인 의복을 입고 있었다.

저렇게 치렁치렁 장식이 달린 옷을 입고 산과 강을 넘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부탁이 뭐야?”

“나랑 같이 움직이자.”

“정말? 나야 고맙지. 안 그래도 누구랑 같이 움직여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거든.”


카일이 순박한 웃음을 지었다.

치열한 성적 경쟁이 있는 아카데미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이었다.


“아참, 우리 통성명도 안 했네. 난 카일 라보르야.”

“난 에반 코스모스.”

“···코스모스라면 정···령사?”

“응.”


카일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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