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아카데미 못 만들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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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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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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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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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뭐지···?’


30년 경력의 요리사는 진귀한 장면을 보고 있었다.

느닷없이 신입생이 찾아와서 주방을 써도 되냐고 물어봐서 얼떨결에 해도 된다고 했다.

점심시간도 지났고 거절할 이유도 없었으니까.

그저, 귀족 도련님의 취미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반의 요리 실력은 현란했다.

정확하고 빠른 칼질에 일정한 두께로 썰려 나가는 재료.

완벽한 불 조절.

재료를 기름에 볶는 현란한 손목 스냅.

거기다가 정체불명의 향신료까지.


믿을 수 없는 요리 실력을 갖춘 소년이 눈앞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특히, 자신도 처음 보는 향신료의 정체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벌써 자신만의 독창적인 재료가 있다니!’


요리 장인들조차 새로운 양념장이나 향신료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


“뒷정리는 제가 할 테니 그냥 쉬고 계세요.”


평민인 자신에게 말을 낮추지 않는 인성까지.

요리사는 갑자기 하늘에서 요리 신동이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대체 무슨 향신료를 쓴 거지?’


요리사는 웍에 남아있는 약간의 기름을 새끼손가락으로 찍어서 맛봤다.

혀에 전해지는 약간의 신맛, 그 뒤에 느껴지는 톡 쏘는 듯한 아림.

30년 주방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맛에 정신이 팔려있는 바람에 그의 뒤에서 스멀스멀 다가오는 식물 줄기를 눈치채지 못했다.


-와드득-


요리사는 별생각 없이 뒤로 발을 내디뎠다가 낯선 소리가 발밑에서 들려 뒤를 돌아봤다.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건 평범한 주방이 아니었다.

짙은 녹색 줄기로 가득찬 주방.


“으아아악!”


비명이 절로 나왔고, 본능적으로 요리사는 주방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의 비명을 들은 에반과 오필리아도 사태를 파악했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움직이려는 순간.


발에 밟힌 것에 화라도 난 건지 식물 줄기가 요리사의 발목을 휘감았다.

주마등이 스쳐 갔다.


‘그래도 주방에서 죽는구나···.’


하지만 그의 주마등은 끝까지 재생되지 않았다.

한 줄기 바람이 몰아쳤고, 몸이 공중에 붕 뜨더니 어느새 주방장은 공중에서 날고 있었다.


“어?”


에반 덕분에 요리사는 식당 천장 높이까지 떠올라서 입구 쪽으로 비행하기 시작했다.

오필리아도 발끝에서 스파크를 튀기면서 입구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 에반, 너도 밥 먹으러 왔어?”


입구에서 카일과 아리아가 들어오고 있었다.


“일단 나가!”


에반의 다급한 외침.


“왜···? 뭐야, 저건!”


카일과 아리아도 뒤에서 뻗어오는 녹색 줄기를 보고 기겁했다.


“우리 시험 끝난 거 아니었어?”

“몰라, 일단 뛰어!”


-쾅-


식당 문을 닫고 다들 서로의 무사함을 확인하면서 숨을 골랐다.


“으아아악!”


아까와는 다른 의미가 함축된 비명을 지리는 요리사.

살아남은 건 다행이지만, 망가진 주방과 식당을 생각하면 비명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긍정적인 생각을 해보면 지금 시간대에는 쉬는 시간이어서 식당에 사람이 이 요리사 하나뿐이었다는 것 정도.

그리고 식당 밖으로 녹색 줄기가 더는 삐져나오지 않았다는 것.


좌절하는 요리사를 두고 네 사람은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서로를 쳐다봤다.



*****


‘흠···.’


원래 게임에서는 이런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통과하고 시간표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개강 날로 넘어가는 진행.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이딴 일이 발생하다니.

역시, 시스템 욕을 하루라도 안 할 수가 없다.


갑자기 주방에서 식물 줄기가 튀어나오다니.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떠올려 봤지만, 역시 확실하게 파악하려면 좌절하고 있는 요리사에게 물어봐야겠지.


“요리사 아저씨.”

“흑흑흑···.”

“그래도 살아남으셨잖아요. 힘내셔야죠.”


카일이 위로를 건넸지만, 그다지 위로가 되진 않을 것 같았다.

그래도 어른인지라 눈물을 훔치고 정신을 부여잡는 요리사.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서 공중을 날았는데···아무래도 마법···이겠죠?”


[아카데미 요리사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0% → 50%]


아카데미에서 30년 일하면 일반인이라도 마법인지 아닌지 감이 오는 법.


“네, 정확히 말하면 마법은 아니지만 마법 비슷한 거죠. 그나저나 주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아카데미에서 무언가 실험을 하던 게 잘못되어서 배관으로 흘러 들어갔을 확률이 높았다.

식인 식물 같은 몬스터라면 실프의 바람에 줄기가 잘리지 않는다.

게다가 다가오는 속도도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았고, 줄기가 잘렸을 때 흘러나온 수액도 평범했다.


“저··· 더 궁금하신 게 없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른 동료 요리사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해서요.”

“기운 차리세요. 아저씨 잘못 아니니까요.”


크게 위험한 건 아니었다.

식당에 있는 물건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걸로 봐서 공격성도 딱히 없는 것 같고.

교수들이나 대학원생들이 해결해 줄 수도 있다.

뭔가, 내 느낌상 그런 식으로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다들 어떻게 된 건지 짐작 가는 게 있어? 난 솔직히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어.”


카일과 아리아가 대화를 주고받자, 오필리아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설마, 연금부 근처에서 마법이라도 쓴 건가?


“흠··· 에반, 너도 모르겠어?”

“짐작 가는 게 있긴 해.”


내가 오필리아를 쳐다보자, 모두 오필리아를 쳐다봤다.

시선이 집중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그녀.


“왜!?”

“아까 연금부에 가서 마법 쓴 거 아니지?”

“아···아니야!”

“연금부 근처에서 마법 쓰면 안 되지 않아?”


카일이 의문을 표했다.

그만큼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


아카데미에는 불문율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연금부 근처에서 마법 쓰지 말라.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모두 알게 된다.

포션을 만들 때 사소한 변수가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낳기 때문이다.

게다가 근처 화단이나 인공 연못 같은 곳에서 여러 가지 신종 포션 같은 걸 실험 중일 수도 있고.


“오필리아.”

“왜?”

“진짜 안 썼지?”

“···”


그녀는 말이 없었다.

6개의 눈이 그녀를 향했다.


“아무도 못 봤을 거야!”


뭔가를 하긴 했다는 소리.


“[번개 발걸음] 썼냐?”

“응···. 빨리 움직이면서 찾아보려고···.”


순순히 인정하는 오필리아였다.

조금만 실수해도 이상한 포션이 만들어지는데, 발걸음마다 번개 속성 마나를 땅에다 꽂아댔으니 이 사달이 났지.

연금부 근처 땅은 실험을 위해 각종 포션이 스며들어 있기도 하다.

오필리아의 전격이 나비효과를 불러오기 충분한 조건.

아무래도 농사용 성장 촉진제가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된 것 같았다.


“식당···당분간 못 쓰겠지?”

“누가 해결하기 전까지는 못 쓰겠지.”

“해결···하면 되잖아! 이까짓 식물 하나 내가 못 처리할 것 같아?”


뭔가 방법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오필리아지만, 방법이 있을 리가.


“그래, 해결해야지. 안 그래도 밖에서 노숙하고 왔는데 오필리아가 식당을 막아서 밥이 없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좀 그렇잖아.”

“너네만 조용히 하면 소문 날 일 없어!”


“네가 해결 못 하면 징계를 받지 않을까?”

“징계받으면 기숙사 로비에 이름이 공개된다고 했는데. 그치, 아리아?”

“맞아, 회복실에서 만난 대학원생 선배님이 그랬어. 이번에 부정행위자 이름도 로비에 공개될 거래.”


그 말을 들은 오필리아의 안색이 급격히 창백해졌다.

입학과 동시에 징계라니.


“규칙 위반했다고 징계라니! 너무 심하잖아.”

“네가 단순히 규칙 위반만 했으면 경고나 벌점으로도 끝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손으로 식당을 가리키자, 오필리아도 더는 할 말이 없어 보였다.


“힘내, 그래도 동기들이 오기 전까지만 어떻게든 고쳐놓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


개강은 이틀 뒤.

아무리 교장이 시험 난이도를 미친 듯이 올려놨어도 내일이면 시험이 끝나야 한다.

그러면 적어도 내일 오후에는 학생들이 기숙사로 들어올 거다.

역대급 난이도의 시험을 겪고 아카데미에 왔는데 밥이 없다?

이건 꽤 심각한 문제다.

자라나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에게 밥이 없다니.


“아, 그리고 마지막 재료가 뭔지 말하지 않으면, 난 안 도와 줄 거야.”

“안 도와줘도 돼! 그리고 알고 있는데 이름이 생각 안 나서 그런 거야. 식당 고치고 책에서 이름 찾아 보고 말해 줄게! 너도 답을 바로 말해야 한다는 말은 없었잖아.”


내가 가까이 가서 속삭이자, 오필리아가 발끈했다.


“그건 맞지. 그럼, 우린 가볼게~”

“무슨 내기라도 한 거야?”


아리아가 물었다.


“가벼운 내기야. 모르는 것 같은데 자존심 때문에 저런 거지. 그나저나 회복은 잘했나 보네. 안색이 행글라이더에서 내렸을 때보다 좋아 보여.”


두 사람은 아찔한 비행의 추억이 떠오르는지 눈을 질끈 감았다.


“밥은 먹었어?”

“아니, 식물 구경만 했지.”

“해줄게.”

“정말?”


두 사람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이렇게 잘 먹고 좋아하면 요리 해주는 보람이 있다.



******



에반이 자기 방에서 보람찬 요리를 하는 동안 오필리아는 식당 문을 살며시 열고 안을 바라봤다.

자신을 맞이하는 엉킨 실타래 같은 식물 줄기.

다행히 식당 안에서 성장을 멈춘 건지 더 자라나는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확 다 부숴버려?’


오필리아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엉킨 식물 줄기들을 뽑아내기엔 마법사여서 힘이 부족했고,

그렇다고 태워버리자니 식당이 망가져서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지만, 일단 오필리아는 자신의 마나서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법이 생각나지 않지만, 일단 뭐라도 던져보는 그녀.


조금 전과는 다른 오필리아의 눈빛.

손끝에서 하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스파크 볼트]


식당 중심부를 향해 날아가는 주먹만 한 마나 덩어리.

마법사의 기초 마법인 [에너지 볼트]를 오필리아 식으로 바꾼 마법.

사나워 보이는 마나 구체는 일반적인 마법사의 [에너지 볼트]보다 훨씬 공격력이 높아 보였다.


-파지직 타다탁!-


효과는 확실했다.

큰 파열음과 함께 식물 줄기가 전격으로 인해 터져나갔다.

게다가 옆으로 전이 되면서 마치 작은 풍선들이 연속해서 터지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이어졌다.


식물 줄기 안에 있던 수분의 양은 상당했다.

녹색의 식물 즙이 사방으로 튀었고, 식당은 순식간에 녹색 풀장이 되어버렸다.


녹즙이 끓어오르면서 피어오르는 불쾌한 냄새.

가벼운 연기가 피어오르며 지글지글 끓는 듯한 소리.

그리고 녹색 인간이 된 오필리아.


“아으으으!”


머리카락에서 녹색 즙이 뚝뚝 떨어지는 오필리아는 정체불명의 소리를 냈다.

그래도 식당 중앙 부분이 뚫려서 아까보다는 식당이 넓어졌다.

다만, 박살 난 식물 줄기와 함께 박살 난 식탁과 의자들의 파편이 있었을 뿐.

식물을 제거하려는 건지 식당 비품을 제거하려는 건지 알 수 없는 현장이었다.


물에 젖은 상태에서 전격 마법을 쓰면 자신도 휘말릴 위험이 있어서 일단 오필리아는 식당 밖으로 나왔다.


“에휴···.”


오필리아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식이라면 식물을 처리할 순 있지만, 식당도 같이 처리될 거라는 걸 그녀도 느꼈다.


“아 몰라! 그냥 징계하라고 해!”


그녀의 공허한 목소리가 아카데미에 울려 퍼졌다.


-짹짹-


짜증이 잔뜩 난 오필리아의 눈앞에 귀여운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뭐야?”


손을 휘적거리면서 새를 쫓아내려는 오필리아지만, 새는 여유롭게 그녀의 손을 피하면서 계속 눈앞에서 날아다녔다.

그제야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는 새 다리에 묶인 종이.


뭔가 불길함을 스쳤다.

애써 직감을 무시하며 일단 종이를 펼쳐보는 오필리아.


「교장은 실망했다.」


“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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