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아카데미 못 만들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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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소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04 17:52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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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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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카일과 아리아는 아카데미의 회복실의 성능을 마음껏 체험 중이었다.

멀리서 아카데미까지 왔기 때문에 몸에 쌓인 피로도 상당했는데, 말끔히 회복된 상태.

경련이 왔던 두 팔도 멀쩡한 상태로 돌아왔다.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마법과 연금술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카일은 침대에서 일어나 스트레칭하면서 몸 상태를 점검하면서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회복되지? 아리아, 너도 이런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는 거야?”

“글쎄···. 요즘에는 공격 마법을 능숙하게 다루는 마법사를 길드나 마탑에서 원해서 회복 계열의 마법은 고민 중이야.”


인간끼리 전쟁을 벌이는 시대는 300년 전 제국이 세워지면서 거의 종식됐다.

자연스럽게 인간의 무력은 몬스터에게 향했다.

신체적 능력이 인간보다 월등히 좋은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공격 마법과 힘을 중시하는 검술이 주류가 되었다.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춰서 아카데미에서도 공격 마법을 주력으로 가르치고 있었고, 회복 마법은 그렇게 환영받는 마법은 아니었다.

몬스터에게 한 번 공격을 허용하면 보통 치명상.

치유 마법으로는 회복하는데 시간이 상대적으로 포션이나 신성력에 비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치유 마법은 약간 귀족 부인들의 건강 관리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긴, 요즘은 몬스터 토벌이 중요하니까.”

“근데 공격 마법은 좀··· 자신이 없어. 피가 튀는 것도 그렇고, 생명을 죽이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도 그렇고. 너는 몬스터를 상대할 때 섬뜩하지 않아?”

“확실히 좋은 느낌은 아니야.”


카일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하지만 그 몬스터를 그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내 손으로 사람의 시체를 들어야 할지도 몰라. 그게 더 싫어. 나는 내가 지키고 싶은 것들을 지킬 거야.”


아리아는 카일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 마을에 저런 귀족이 있었다면···.’


모든 귀족이 카일처럼 투철한 기사 정신이 있진 않다.

오히려 저런 신념을 가진 귀족이 드물다.

다들 자기 영지에서 돈을 더 벌어들일 궁리나 하는 게 일반적.

영지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서 그 영지에 살아가는 평민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자신은 마법에 재능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지만, 여전히 마을에서 고생하며 살아갈 부모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그렇게 편치는 않았다.


-드르륵-


그때 치료실을 관리하는 대학원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기운을 좀 차렸나 보내, 후배님들.”

“감사합니다, 선배님.”

“감사는 무슨. 너희랑 같이 온 동기에게 오히려 우리가 감사하지. 다치기라도 했으면 정말···.”


대학원생은 끔찍한 상상이라도 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시험은 끝났나요?”

“너희는 본관에 도착했으니까 끝났지. 원래라면 오늘 안에 보통 끝나는데··· 에휴···.”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문제를 해결 중이지. 부정 행위자도 있었고. 성적 좀 잘 받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하는데 그렇다고 부정행위는 하지 마라. 부정행위는 걸리면 징계는 기본이고, 진실의 방에 끌려간다고. 그 방에 끌려가면···.”


대학원생은 자기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죽나요?”

“너네 무슨 소문을 듣고 온 거야? 죽진 않지. 다만, 죽고 싶어질 정도로 쪽팔리겠지. 징계를 받으면 너희 기숙사 로비 게시판에 대문짝만하게 이름이 공개되니까.”

“끔찍하네요.”


아리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꼬르륵-


그때 카일의 배꼽시계가 울렸다.

얼굴을 붉히며 멋쩍게 웃었다.


“생각해 보니 너희 점심을 안 먹었겠구나.”

“네, 아침도 안 먹었어요.”

“그건 탁월한 선택이었어. 나라도 그렇게 공중에서 이리 뒤집히고 저리 뒤집히면 다 토했을 것 같으니까.”


두 사람은 그런 비행일 줄 모르고 에반의 행글라이더에 탑승한 거지만 멋쩍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여기 계속 있어도 상관은 없는데 몸 괜찮아졌으면 식당에 가봐. 아카데미 밥이 꽤 괜찮으니까.”

“식당은 어딘가요?”

“여기서 우측으로 나가서 표지판 보고 걸으면 돼. 안내해 주고 싶다만, 내가 좀 바빠서. 어차피 아직 개강한 건 아니어서 한산할 거야.”

“알려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카일은 깍듯하게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아리아도 같이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몰랐다.

식당에서 마주하게 될 일을.



******


오필리아는 씩씩거리면서 기숙사 최상층으로 올라왔다.

연금부 건물 주변 화단을 샅샅이 뒤졌으나 홍운초는 없었다.

한 세 바퀴쯤 돌았을 때 오필리아는 깨달았다.

에반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첫 만남에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다니.

이건 오필리아에겐 카르페가 자신을 무시한 것보다 더 한 일이었다.


거칠게 문을 두들기려던 순간 그녀는 종이 한 장이 문고리에 붙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식당에서 식사 중.」


그 메모를 보는 순간 오필리아의 머릿속에 에반은 이미 악당이 되어 있었다.

이젠 자신에게 통보까지 하는 에반의 밥상을 자신의 전격으로 튀겨버릴 생각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넓고 사람이 없었다.

아직 개강 전이고 점심시간도 살짝 지난 시간이었으니.


주방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오필리아는 성큼성큼 소리 나는 쪽으로 향했다.


코너를 돌자 보이는 오픈 키친 형태의 주방.

그곳에서 에반은 웍과 국자를 잡고 현란한 요리 스킬을 뽐내고 있었다.

에반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소리를 치려는 오필리아의 입을 막은 건 냄새였다.


고소한 기름 냄새와 향신료의 향기.

에반의 손목 스냅에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웍에 담긴 재료들.

재료들을 감싸는 불꽃.


-꼬르륵-


오필리아의 배꼽시계가 정직하게 울렸다.

그녀도 어제 밖에서 자느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 한 상태.

에반의 요리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웍질을 할 때마다 나는 '칙칙' 소리와 재료들이 튀는 소리의 아름다운 하모니.

거기다가 약간의 매콤하고 알싸한 향기가 오필리아의 침샘을 자극했다.


순식간에 에반은 그녀의 오감 중 세 가지를 사로잡았다.

요리를 마친 에반이 웍에 담긴 음식을 그릇으로 옮기자, 오필리아의 시선은 음식에 꽂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볶음밥.


“요리하는 거 처음 봐?”


에반은 진작에 오필리아가 온 걸 알았지만, 모른 척 말을 걸었다.


“너···요리할 줄 알아?”

“할 줄 아는 걸 넘어서 좀 잘하지.”


음식을 좋아하는 오필리아기에 요리할 줄 아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근데, 무슨 일이야? 밥 먹으러 왔어?”

“홍···홍운초 없잖아!”


에반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원래 하려고 했던 말을 하는 오필리아지만, 여전히 시선은 볶음밥에 가 있었다.


“내가 있다고는 안 했는데?”

“무슨 소리야? 건물 뒤쪽 화단이라며!”

“그건 맞는데 그 화단에 홍운초가 더 있을 거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나도 그냥 한 송이 있길래 가져왔을 뿐이야. 나중에 말려서 갈아먹으면 좋으니까.”

“그···그게 무슨 말장난이야!”

“네가 필요로 했으면 그냥 줬을 텐데, 네가 홍운초만 보고 휙 사라졌잖아.”

“그럼, 줘.”

“홍운초?”

“그래.”


오필리아는 홍운초만 보면 모아뒀다가 언니에게 선물로 가져다주는 습관이 있다.

왜냐면 언니가 앓고 있는 지병의 증상 중에 두통이 있는데, 두통에 좋은 풀이 홍운초.

또, 마법사들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차로 자주 우려먹는 풀이기도 하다.


그래서 통제하기 어려운 번개의 마나를 다루는 오필리아에게도 좋을 것 같지만, 그녀의 집중력이 낮지 않다.

오히려 도핑한 평범한 마법사보다 오필리아의 기본적인 집중력이 더 높다.

단지, 번개의 마나가 웬만한 집중력으로는 손대는 것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마나여서 통제가 어려운 것.

그래서 사실상 이 세계에서 번개의 마나를 주력으로 쓰는 건 오필리아가 유일하다.

대체 불가능한 재능.


하지만


[아카데미 연금술 실험실 2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아카데미 마법 수련장 1에서 더미들이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마법부 로비에 설치된 아티팩트가 과충전되기 시작합니다.]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여러 사건에 에반은 고개를 저었다.

오필리아가 제대로 번개의 마나를 통제하기 전까지 온갖 사건을 일으키고 다닌다.

늘 퇴학당할 위기를 겪고, 성장을 위한 시행착오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사건의 주범.


에반은 이런 거대한 사고들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초반부터 오필리아를 통제할 계획이었다.


“뭐, 동기의 부탁을 딱 잘라 거절하기도 그러니까, 간단하게 내기 하는 거 어때?”

“내기? 뭘로?”


“내가 일방적으로 너에게 홍운초를 주면 모양새가 좀 그렇잖아. 내가 낸 퀴즈를 맞히면 줄게.”

“무슨 퀴즈?”

“너 이거 먹고 싶지?”


에반이 접시에 담긴 볶음밥을 가리켰다.


“딱히···그렇게 먹고 싶은 거 아니거든!”

“내가 방금 만든 음식에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다 맞히면 홍운초 줄게.”


오필리아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음식 먹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만큼 미각도 예민했기 때문에 음식을 먹으면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알아맞히는 건 자신이 있었고, 이건 클로에 가문의 주방장도 인정을 한 바가 있었다.

더군다나 배가 고파서 그녀의 미각이 한층 예민해져 있었다.


“좋아. 딴말하기 없기다.”

“못 맞추면 어떻게 할래?”

“흥, 내가 못 맞출 것 같아? 그런 경우는 없어.”

“그래도 걸어야 내기지. 못 맞추면 내 부탁 하나 들어주는 걸로 하자.”

“부탁···?”

“응, 자신 없어?”

“자신 없긴. 내기하자!”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못 맞추고 그냥 도망가거나 하는 건 아니지?”

“내가 그런 근본 없는 행동을 할 것 같아?”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야~”


에반은 오필리아에게 볶음밥이 담긴 접시를 건넸다.

오필리아 눈앞에 놓인 먹음직스러운 볶음밥.

배가 고프지만, 귀족답게 허겁지겁 입 안으로 음식을 넣진 않았다.

그녀는 신중하게 한술 떠서 일단 냄새를 맡았다.


제국의 동쪽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쌀을 이용한 듯한 음식.

적절하게 그을린 밥알에 맛있게 코팅된 기름.

일반적인 볶음밥과 달리 약간의 매콤한 냄새.

오필리아는 매운 음식도 좋아하고 잘 먹는다.

기분이 좋아지는 냄새를 즐기고 크게 한 숟갈 입에 넣는 그녀.


입안에 퍼지는 풍미.

씹을수록 느껴지는 고소함과 볶아진 재료 간의 맛의 조화.

느끼함을 잡아주며 입안에 퍼지는 매콤함까지.


“음~”


숨길 수 없는 감탄사.

그렇게 한 입, 두 입, 세 입.

오필리아의 머릿속에는 볶음밥 재료들이 스쳐 갔다.

하지만 그녀는 가장 중요한 재료에 대한 정보를 머릿속에서 찾을 수 없었다.


‘뭐로 매운맛을 낸 거지···?’


수많은 향신료와 식재료를 떠올려 봤지만,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 맛과는 달랐다.


어느새 볶음밥은 마지막 한 숟갈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에반.


“원래 음식을 다 먹어야 재료를 맞출 수 있는 거야?”

“거의 다 알아냈으니까, 잠깐만 기다려 봐.”


애써 호기롭게 말했지만, 그녀의 두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다.


“그래, 설마 한 접시를 다 먹었는데도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천천히 생각하고 말해줘.”


그녀의 이마에 매운맛 때문인지 초조함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땀방울이 흘렀다.



*****



오필리아는 못 맞춘다.

좋은 가문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온 오필리아지만, 내가 지금 매운맛을 낼 때 사용한 건 마비 독으로 분류된 나무 열매의 껍질을 건조한 것.


가문이 대수림에 있어서 일반적인 식재료보다는 대수림에서 나는 것들로 자급자족해야 한다.

물론, 정말 다양한 식재료가 대수림에서 구할 수 있지만, 그러다 보면 식탁에 올라오는데 대부분은 초록색을 띠고 있다.

거의 채식주의의 삶.

맵고 자극적이었던 지구의 음식이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이쪽 세계에서 매운맛을 낸다고 쓰는 것들을 한국인의 입맛을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

어차피 요리 숙련도 같이 올릴 겸 신메뉴, 신재료 발굴에 굉장히 힘썼다.

그러다가 탄생한 게 [알싸한 마비 가루]

이 세계에서는 마비 독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귀족인 오필리아가 절대로 먹어볼 수 없었을 거다.

귀족 집에서 일하는 주방장이 독을 요리 재료로 사용한다는 건 미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니까.


소량만 쓰면 독특한 레몬 향과 함께 약간의 쓴맛이 특징.

지구의 음식으로 따지면 마라샹궈에 쓰이는 꽃후추에 가까운 맛이다.


오필리아 입에서 언제 ‘모르겠다’라는 답이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낙장불입.

내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러면 아주 큰 사고를 치는 걸 방지할 수 있다.

아카데미가 원래 성장을 위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는 곳이지만, 오필리아는 그 시행착오 횟수가 너무 많으니까.


마지막 한 숟가락을 남기고 고민하던 오필리아가 접시를 비웠다.

부들부들 떨리는 두 손.


“너···너무 맛없어서 알 수가 없어!”

“‘음~’거리면서 다 먹었잖아.”

“그···그건···.”

“보통 이런 걸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하는 데, 설마 천하의 클로에 가문의 마법 천재께서 그런 근본 없는 행동을 하는 건 아니지?”

“말하면 되잖아!”


볶음밥에 들어간 재료들을 천천히 읊는 오필리아.

하지만 내 예상대로 매운맛을 내는 재료만은 이야기하지 못했다.


“오~ 하나 빼고 다 맞췄는데?”

“마지막 하나는···!”

“으아아악!”


외마디 비명이 주방 쪽에서 들려와서 오필리아의 말을 끊었다.

뒤를 돌아보니 주방에서 뛰쳐나오는 요리사.

요리사 뒤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녹색 줄기.


아무래도 오필리아의 내기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게 생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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