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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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시최
작품등록일 :
2024.09.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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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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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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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보 병아리

DUMMY

“삐야아아—! 삐야!”


한 시간째 병아리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삐야!”


고개를 거칠게 휘저으며 마력을 거부하는 병아리.


“왜 안 먹냐고!”


······! 병아리가 마력을 안 먹는다.


아니, 단순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건 중대한 사안이다.

마력이 남아돈다고 개이득인 상황이 아니란 말이다.


“하.”


왜 이럴까.

평범한 반려동물조차 간식을 거부한다면,

주인에게 그것만큼 걱정되는 일이 없다.

어디 아픈 건 아닌지,

소화 기능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그런데 이 녀석은 드래곤이다.


병아리가 마력을 거부한다는 건 걱정을 넘어 후환이 두렵다.

그냥 무섭다.


‘빙의.’


상상만으로도 공포감에 간담이 서늘하다.


병아리가 아픈 건 모르겠고,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나도 그 고통에 잠식당할 수도······으억!”


바닥에 있던 병아리가 돌연 날아오르더니 내 가슴을 들이박았다.


“어······?”


마력이 감소하긴 했다.


“50······?”


원래라면 250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병아리는 마력을 고작 50밖에 흡수하지 않았다.

200을 남긴 것이다······!


“삐야!”

“왜 그러냐고 인마! 말을 해!”

“삐야—아!”


아, 말은 못 하지.


“그럼, 고개를 끄덕여. 자, 질문. 왜 마력을 거부하는 거야?”

“삐야——아!”


아, 이러면 고개로 대답을 못 하는구나.


“삐야—!”


그만 때려.

가슴에 멍이 들 지경이다.


“자, 다시. 지금 마력이 충분한 상태야?”

“삐.야.”


병아리가 긍정의 표시를 보인다.


‘마력이 충분하다고?’


마력이 왜 충분하지?


‘병아리가 나 말고 마력을 얻을 방법이 있었나······?’


아무리 고민해 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력······?

병아리 마력······?


“혹시 레벨이 올라서 마력 자생 능력이 높아진 거야?”

“삐. 야. 삐. 야.”


이건 아니란다.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럼 도대체 뭐지? 설마 이 녀석······!”


나는 다급하게 시스템 인벤토리를 열었다.


[인벤토리]

— S급, 초월의 마력 포션


“휴······. 이건 아니구나.”


다행히도 지난번에 3층 S급 공략 보상으로 획득한,

마력 포션은 제자리에 있었다.


‘나는 또 자기가 알아서 꺼내 먹은 줄 알았네.’


오늘 저녁은 드래곤 통닭구이가 될 뻔했다.


“삐······야···.”

“의심은 미안.”


이것도 아니라면······.

대체 어디서 마력을 구한 거지?

어제의 기억을 떠올려봤지만, 마땅히 마력과 관련된 장소엔 간 적은 없었다.


“도서관?”


도서관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마력과 관련된 일이···.

딱히 별일이 없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병아리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음······특이한 점이라면 유이를 만난 것 정도?


“삐야······?”


속으로 유이를 떠올리자, 병아리 눈이 커졌다.

아마도, 눈썹이 있었더라면 한껏 올라간 상태겠지.


“유이랑 관련 있어?”

“삐.”


그러나 이번에는 대답도 없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육아 난이도 헬(Hell)이다.

뭐, 나보고 어쩌라고.


“삐야아아아아.”


이불 속에서 계속 울어댄다.

일단은 내버려둬야겠다.


다행히도 마력이 부족한 건 아니었고, 안 먹을 뿐이니까.

차차 원인을 알 수 있겠지.

내 생각엔 병아리의 자생능력과 관련 있어 보이는데.


그것도 아니라면 현재 병아리의 마력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삐.”


병아리는 이불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끙끙 울어댔다.


왜 저래?


***


나는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삐야아아아!”


밝은 햇살을 마주하자, 병아리가 신이 난 듯 울었다.

오늘은 던전 4,5층을 한 번에 공략할 예정이다.

원래는 4층만 공략하려 했으나.

병아리가 마력을 남기는 덕에.

5층까지 공략할 계획이다.


— 마력 : (308/378)


300 정도면 넉넉하다.


‘확 그냥 6층도 공략해 버릴까.’


던전을 차츰 공략하다 보니 각성자 등급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찾아보니,

공략한 층수의 등급보다 던전을 얼마나 공략했느냐가 더 중요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나도 아직 3층까지만 공략했으니, 각성자들 사이에선 그저 병아리 수준이겠지.


하여튼, 그런 이유로 던전을 빠르게 클리어할 예정이다.


물론.


—사실 시스템 마음임.


커뮤니티 의견은 ‘시스템 마음대로’라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정답은 없는 모양이다.


—지이이잉.


평소와 같이 클레이더슨 던전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삐야아아아아.”


사람들 사이에 섞이자, 병아리는 내 머리 위에 똬리를 틀었다.


점점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몰리기 시작했다.

뭐, 매일같이 있는 일이라 이제는 지겹지도 않다.

아무 생각도 없다.

처음엔 두 꼬마가 내 병아리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우와······엄청 얌전한 병아리네.”

“아저씨 이거 소환수에요?”


얌전하지도 않고.

아저씨도 아니라니까.


“삐이···.”


내가 대답하지 않자,

병아리가 대신 꼬마들에게 답했다.


“삐야—!”


병아리의 울음소리에 꼬마들이 좋아한다.


“와 대박!”


매일 삐약거리는 소리만 듣다가,

오랜만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괜히 기분이 아리송해졌다.

나는 아예 병아리를 그들 손에 올려주었다.


“이렇게 살살 만지면 돼.”


꼬마들은 얌전하게 손 위에 앉은 병아리를 쓰다듬었다.


“우와······신기해요! 이렇게 얌전한 동물은 처음 봐요.”


꼬마들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병아리를 바라봤다.

나는 병아리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그들을 보며 은근히 뿌듯해졌다.


“삐야아아아아아!”


그때, 갑자기 병아리가 시선을 홱 돌리더니 꼬마들의 손에서 날아갈 준비 했다.

엉덩이를 뒤로 쭉 뺀 병아리.


“야, 어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병아리는 인파 속으로 날아가 버렸다.


‘아니, 어딜 간 거야.’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버스의 길이도 꽤나 길어졌는데,

병아리가 시야에서 사라질 정도로 멀리 날아가 버렸다.

거 참, 말 드럽게 안 듣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우여곡절 끝에 인파를 뚫어 병아리에게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낯익은 소녀가 좌석에 앉아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유이였다.


***


화이트실드 길드 사옥.


[ 비상 대책 회의실 ]


윤향해를 비롯한 화이트실드 수뇌부들은 비상 대책 회의에 참여했다.


“흠······.”


그러나 윤향해는 회의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녀는 무언가에 깊이 빠진 듯, 책상에 고개를 파묻은 채 허공에 펜 끝만을 움직였다.


“윤향해 씨. 무슨 일 있어요?”


옆에 있던 게이트 전략팀의 고우석 팀장이 물었다.

은퇴한 A급 마법사인 그는 현역 시절 윤향해와 가까이 지냈다.

그런 연유로 윤향해의 표정만으로도 대부분의 내면을 읽을 수 있었다.

최근 며칠간 그녀는 유독 예민해 보였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생각 중이에요.”


윤향해의 시선이 어긋나있다.

책상을 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 듯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저한텐 털어놓으셔도 돼요.”

“음······우석 씨는 현역때 문도은 헌터와 만난 적 있어요?”


고우석은 윤향해의 입에서 대뜸 튀어나온 인물에 깜짝 놀랐다.

갑자기 웬 문도은이지?


‘설마 이번엔 문도은에 꽂힌 건가?’


스카우트 윤향해는 특정 각성자에게 꽂히는 경우가 대게 있었다.


화이트실드, 실리아.

화이트실드, 나민서.

지금은 흑령으로 이적한 김민 등.


그녀가 꽂힌 인물들은 비록 F급 각성자였으나,

결국 한국 유수 길드에서 중책을 맡게 된 비범한 존재들이었다.

그녀의 꽂힘에는 결코 의미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문도은······?’


고우석은 의아했다.

신입도 아니고, 왜 문도은이지?

그는 태연하게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예. 여럿 있었죠. 기억에 남는 거라면······문도은 헌터가 A급이었을 때 여의도 게이트에서 합을 맞춘 적 있네요. 아마 제 기억으로는 그때 문도은 헌터가 게이트 기여도 1위를 차지하고 S급으로 승급했었죠.”


고우석은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선명했다.

중상(中上)급 보스를 일격에 쓰러뜨리는 문도은의 유려한 검술.


그녀가 검격을 내지른다면, 그곳은 곧 암흑뿐이었다.


고우석은 흐릿한 기억을 상기하며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근데 문도은 헌터는 왜요?”


그의 질문에는 다른 의도가 없었다.

정말 궁금했다.

그녀가 왜 문도은에 흥미를 두는 것인지.


“아뇨. 아무 이유도 없어요. 그냥 대단한 헌터잖아요.”


아니, 아무 이유도 있어 보였다.

그러나 고우석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깊이 파고들수록 자신만 곤란해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윽고, 다시 침묵에 빠진 윤향해.

고우석은 회의에 집중했다.


—화이트실드의 최근 유망주들에 대한 논의.


—A급 헌터들의 승급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마법 논문에 관한 박학다식한 토론.


이러한 논의가 한창일 때, 갑작스럽게 회의실 문이 열렸다.

누군가 박차고 들어온 것이다.


“본···본부장님!”


게이트 분석실의 신입 연구원이 숨을 헐떡이며 들어왔다.

그는 가쁜 호흡을 간신히 다듬으며 보고를 이어갔다.


“현재 서해 인근에 차원 게이트 전조 현상이 감지되었습니다. 예상 발현 시간은 3시간 후. 격수는 중하(中下)급으로 판단됩니다.”


시들어있던 윤향해의 눈빛도 되살아났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집중되었다.


“차원 게이트?”


차원 게이트.


이는 마족들이 넘어오는 ‘노말 게이트’와는 다른 양상을 띠는 게이트다.


노말 게이트와 차이를 꼽자면,


‘차원 게이트’는 각성자가 직접 다른 차원으로 진입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게이트의 격수에 따라 입장 가능한 각성자의 등급이 제한된다.

이번에 전조 현상을 보인 게이트는 중하(中下)급.

통상적으로 중하급 게이트는 B급 이하의 각성자만이 진입이 허용된다.


화이트실드 비상 대책 회의실은 순식간에 분주해졌다.


고우석도 처음엔 중하급 게이트에 이 정도로 민감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차원 게이트’는 이 정도로 분주해야 할 일이었다.


최근 ‘차원 게이트’ 대응에 실패한 약소국에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수십 개에 달하는 중상급 노말 게이트.’


결국 그 국가는 마족에 의해 잠식당했다.

국가 자체가 마족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UNH(헌터국제연합)는 차원 게이트를 격수 불문하고.

위험도 최고 등급, 제로(0)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필사를 다 해서 막으라는 지시.


그런 이유로 화이트실드는 분주했다.


“즉시 B급 마법사 전원을 소집해. 그리고 지원형 마법사까지. 전부! 차원 게이트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 기여도 1위는 무조건 화이트실드의 몫이다!”


그런데······.

고우석은 효란스러운 상황 속 윤향해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자꾸만 뭐라고 속삭이더니, 돌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고우석은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또······또 서해라고?”


그녀는 ‘서해’를 반복해서 읊조렸다.


“윤향해 씨. 왜 그러······.”


그러나 그녀는 고우석을 무시한 채 회의실을 박차고 나갔다.

그는 그녀가 내뱉은 마지막 말을 기억했다.


“서해라고? 분명 나타날 거야······반드시 나타나겠지!”


고우석은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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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2) 차원 게이트 NEW 1시간 전 7 0 11쪽
16 (1) 차원 게이트 24.09.18 27 2 11쪽
» (2) 바보 병아리 24.09.17 39 2 11쪽
14 (1) 바보 병아리 24.09.16 44 4 12쪽
13 (2)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1 24.09.15 50 6 11쪽
12 (1)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24.09.14 59 4 11쪽
11 (2) Lv10 병아리 +1 24.09.13 71 5 12쪽
10 (1) Lv10 병아리 24.09.12 67 5 11쪽
9 (2)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1 68 6 11쪽
8 (1)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0 76 4 11쪽
7 (1) 먹이(Nourishment) 24.09.09 84 6 12쪽
6 (2) 각성자 스카우터, 윤향해 24.09.08 89 6 11쪽
5 (1) 각성자 스카우트, 윤향해 24.09.07 96 7 11쪽
4 (3) 드래곤 맞아? 24.09.06 109 6 11쪽
3 (2) 드래곤 맞아? 24.09.05 152 6 11쪽
2 (1) 드래곤 맞아? 24.09.04 207 7 12쪽
1 프롤로그 24.09.04 207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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