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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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시최
작품등록일 :
2024.09.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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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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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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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드래곤 맞아?

DUMMY

의문의 할배, 에드워드는 한 소년을 바라보고 있다.


‘저것은······!’


조금 전까지 우왕좌왕하던 소년의 모습이 한순간 사라졌다.

······

한 차례의 침묵.

······

이윽고, 그 자리에 서 있는 존재는 더 이상 평범한 소년의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신화 속 용신(龍神)이 강림한 듯, 압도적인 위용을 발산하는 소년.


번쩍.


소년의 눈동자에서 섬광이 번뜩이더니, 순식간에 그의 오른팔이 하얀빛 비늘로 뒤덮였다.

등 뒤로 펼쳐진 날개는 인간의 크기에 맞춰졌음에도 공간을 찢을 듯 위압감을 뿜어냈다.


—케,케륵!


고블린의 얼굴에 공포가 스쳤다.

그것은 하등 마수의 본능적 두려움이었다.


“구오오오오오오오오!”


소년은 천 년의 분노를 담은 듯한 포효와 동시에 새하얘진 오른팔을 치켜들었다.

손바닥에 발현된 마력진(魔力陣).

그곳에선 백룡의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퍼어어어어엉!”

—케······.


드래곤의 브레스(Breath).

그 불길에 닿은 고블린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알 수 없는 굉음에 고블린들이 우후죽순 몰려들었다.

허나, 소년은 입가엔 섬뜩한 미소만이 드리웠다.


—케륵? 케,케륵?


그가 마주한 건 상급 고블린이라 불리는 활 고블린과 방패 고블린.

상식대로라면 F급인 소년에겐 무리인 마수이다.


—케르륵!!!!


그러나 드래곤에 빙의한 소년의 앞에선 모든 것이 평등했다.

소년이 뿜어낸 최후의 일격.

무자비한 브레스에 고블린은 물론이오, 던전의 바위마저 녹아내렸다.

전투라 부르기엔 너무나 일방적인 학살.

소년은 마치 신의 심판을 내리는 심판관처럼 제자리에서 죽어가는 고블린들을 냉정히 바라보았다.


광기 어린 살육이 끝나고, 소년의 모습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는 곧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그의 곁에는 다시 노란색의 설익은 병아리가 맴돌고 있었다.


“용이여. 네 진정한 위용을 보였구나.”

“삐야아앗?”


에드워드는 천천히 지팡이를 짚으며 소년을 조심스레 업었다.


***



「 정보창 」

— 각성자 : 김진솔

— 등급 : F

— 마법 계열 : 소환

— 마력 : (100/100)


「 마법 」

1. 미니 브레스

— 등급 : EX

— 설명 : 봉인된 불멸의 브레스를 발현합니다.

— 소환수가 일정 레벨에 도달할 시 부가적인 효과를 부여받습니다.


「 소환수 : 드래곤(Dragon) 」

— 등급 : 초월

— 성장 : 해치

— Lv : 3


***


“음······?”


겨우겨우 정신을 차렸다.

어딘가 보니 우리 집이다.

대학가 근처 자취촌에 위치한 내 자취방.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내가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날짜를 확인했다.


[ 2029. 10. 11 ]

[ 오전 09 : 29 ]


내가 10월 10일 밤에 던전으로 들어갔으니까······.

막 며칠 동안 기절한 건 아니구나.

불과 어제 일인데도 마지막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분명, 드래곤에게 육체를 맡겼던 것은 기억난다.

마지막에 시야가 어두워지던 그 순간까지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런데 그 후부터는 필름이 끊긴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후우······어지러워. 진짜 집은 어떻게 왔더라?”


나는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정신적 고통은 고사하고, 온몸이 뻐근했다.

특히 오른팔과 날개뼈가 심한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보다 얘는 어디 갔지?


“삐야아앗?”


병아리, 아니 드래곤은 내 머리 위에서 평온하게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하태평이다.

몸을 둥글게 말고 얼굴을 품에 파묻은 드래곤을 살살 깨웠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잠에서 깬 드래곤은 비몽사몽인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는 척하는 거야? 뭐야?’


이윽고 드래곤은 다시 잠에 들었다.


‘소환수 주제에 잠은 더럽게 많네.’


나는 뻐근해진 근육을 풀기 위해 너튜브에 들어가 스트레칭 영상을 검색했다.

그런데 웬걸.


‘이게 뭐야?’


너튜브 메인이 뉴스 속보로 도배되어 있었다.

나는 영상 제목들을 확인하고는 두 눈을 의심했다.


[속보] 헌터정부, 대한민국 서해안 ‘클레이더슨 던전’ 에 정체불명의 마족 출현

[속보] 화이트실드 측, “마인급 괴수로 예상. 국가와 협업하여 반드시 찾아낼 것.”

[속보] 클레이더슨 던전, 공용 사냥터에 나타난 최상급 마족. 국가안보상 던전 임시 폐쇄.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문제의 속보 영상을 재생했다.


“케,케륵! 케르르륵!”


화면에는 도끼를 든 고블린이 카메라 밖으로 뛰어가고 있다.

고블린이 화면에서 나가기 직전.

순간, 고블린이 도끼를 든 채 얼어붙었다.


“구오오오오오오오오!”


잠시 후, 어디선가 천둥 같은 포효가 들려왔다.

쿠쿵! 쿠쿵!

쿠쿵! 쿠쿵!

지축을 뒤흔드는 진동에 카메라가 격하게 흔들리다 결국 툭 떨어졌다.

바닥으로 떨어진 카메라에 마지막으로 담긴 건 어렴풋이 보이는 불의 형상뿐이었다.


“······이거 혹시 내가 한 짓인가?”


에이, 그럴 리가. 이게 이 자식이 한 짓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카메라에 담긴 고블린의 모습.

도끼를 든 채 팔짝팔짝 뛰어오는 자세까지 모두 어제 내가 빙의 당하기 직전 장면과 일치한다.


‘그럼, 시간대는?’


어제 오후 21시경에 발생한 일이란다.

나는 어제 20시 30분에 던전에 입장했다.

대충 할배랑 20분간 대화하고, 10분간 병아리 팬미팅 진행했으니까······.

얼추 시간대도 맞았다.

그렇다는 건······.


‘이게 정말 이 병아리의 포효라고······?’


실화인가?

나 역시도 이 정도의 힘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굳이 던전층에 입장하지 않고 공용 사냥터에서 실험했던 것인데.


‘이 정도의 위력인 줄 알았으면 던전층에 입장했지. 던전층은 솔로 플레이인데!’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 영상 카메라엔 내 모습이 담기진 않았다는 것.

나는 다급히 퍼질러 자고 있던 드래곤을 흔들어 깨웠다.


“삐야아아앗···?”


삐야아아앗 이 지랄.

나는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 이 영상을 드래곤에게 비추었다.

사실대로 말해라.

너는 알고 있잖냐.


“지금부터 내 말이 맞으면 고개를 끄덕이고, 아니면 고개를 젓는 거야.”

“삐야아아아앗?”


능청맞은 표정이 퍽 귀엽긴 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자, 이 영상은 네가 한 짓이야? 아니야?”

“삐야앗?”


아, 이러면 고개로 대답을 할 수 없구나.


“이 영상은 네가 한 짓이야?”

“삐약!”


병아리가 당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한 짓이 맞구나.

아주 그냥 당당한 게 꿀밤을 한 대 쥐어박고 싶다.

아. 골머리가 아파온다.


‘아직 마법사로서 적응도 못 했는데.’


이틀 동안 꽤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이게 각성자의 삶인가?'


정체불명의 할배.

드래곤의 빙의.

드래곤의 대형 사고로 인한 뉴스 박제까지.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모든 뉴스를 찾아보며 내가 나왔는지 확인했다.

그러나 어떤 영상에서도 내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운이 좋게도, 내가 서 있던 곳이 사각지대란다.

모두가 마지막에 어렴풋이 보인 불덩이만을 보고는 불 마법을 사용하는 최상급 마족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시원찮은 한숨만 나온다.


‘그래도 내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서 다행이네. 어차피 나는 마법도 배우지 못했고, 언제까지고 소환수 빙의에 의존할 수도 없었는데.’


만일, 내 존재가 밝혀져 사람들의 주목이라도 받았다면······끔찍하다.

나는 거품 마법사니까.

마법도 없는 무일푼 마법사.

드래곤에게 빙의하지 않는 이상, 전투에 임할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결국 빙의를 해야 한다는 건데.


어제 느꼈던 고통을 매일 감수하라고?

거기다 필름이 끊기는 부작용까지?


나는 그 고통을 매일 감내할 자신이 없었고, 필름이 끊기기도 싫다.


‘······인간인 이상, 못 버텨.’


만일, 내가 그 고통을 감수하여 드래곤에 빙의한다 한들. 그것도 그것 나름의 문제다.

내 의식도 아닌, 드래곤의 의식을 어떻게 믿고 맡기느냐.

드래곤이 홧김에 지구라도 멸망시키면 어쩌려고.

어제 사건 사고가 터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다.


“어휴. 어떡하냐.”


나는 괜히 드래곤을 쓰다듬었다.


“이미 휴학 했는데······.”


어끄제 각성하자마자 신청한 대학교 휴학 서류를 철회할지 고민하던 찰나.

무의식적으로 정보창을 열었다.

각성한 게 아까운 마음에 열었으나, 정보창을 보곤 나는 또다시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뭐야······!”


육성으로 놀람의 감탄이 터져나왔다.


「 정보창 」

— 각성자 : 김진솔

— 등급 : F

— 마법 계열 : 소환

— 마력 : (100/100)


마력······?

내 정보창에는 원래 마력이 적혀있지 않았다.


‘뭐지?’


의아한 상황이다.

소환계의 마법사는 보통 소환수가 마력을 갖고 각성자는 마력이 없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달랐다.

내게 마력이 생겼다.

나는 곧바로 다음창을 열었다.


「 마법 」

1. 미니 브레스

— 등급 : EX

— 설명 : 봉인된 불멸의 브레스를 발현합니다.

— 소환수가 일정 레벨에 도달할 시 부가적인 효과를 부여받습니다.


“······!”


나는 또 한 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법이다! 병아라! 나 마법 얻었는데?”

“삐야악?”


미니 브레스?

브레스는 신화 속에나 나올법한 드래곤이 사용하는 능력 아닌가?


“설마 어제 네가 썼던 능력이야?”

“삐약!”


병아리, 아니 드래곤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인다.

이 병아리, 가품 아니었나 보다.

거기다 무려 등급이 EX급이다.

세간에 알려진 등급은 S급이 마지막 아닌가······?

나는 웹사이트와 각성자 커뮤니티에 EX등급을 검색해봤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대박.’


설렘의 응어리가 가슴 속을 헤집어놓았다.

정보창에 뜬 EX등급을 클릭했다.


[ EX(Extra) ]

[ 신의 영역에 근접한 불가능한 힘. ]


불가능한 힘?

가슴이 웅장해지는 등급이다.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음 창을 확인했다.


「 소환수 : 드래곤(Dragon) 」

— 등급 : 불멸

— 성장 : 해치

— Lv : 3


레벨······!


“너 언제 레벨업 했어?”

“삐야악?”


드래곤은 어느새 3레벨이 되어있었다.

순간, 어떤 생각이 뇌리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드래곤이 레벨이 올랐고, 내가 마법을 얻었다.’


그렇다는 건 드래곤의 레벨이 올라야 내가 마법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인 건가?

드래곤의 레벨은······또 빙의를 해야 오르는 거고?


‘아니지. 나도 이제 마법을 얻었잖아!’


내가 드래곤이 전수한 마법으로 몬스터를 잡으면 드래곤이 레벨업하지 않을까?

소환계 마법사인 내게는 레벨이 없으니까!


“삐야아아아아아.”

“정답이야?”

“삐약!”


나는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옷가지를 걸친 채, 스마트폰을 켰다.


[ 헌터정부, 임시 폐쇄했던 클레이더슨 던전 재개방. 안전성 적합 판단 ]


나는 가볍게 몸을 풀며 클레이더슨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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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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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 차원 게이트 NEW 10시간 전 16 1 11쪽
15 (2) 바보 병아리 24.09.17 32 2 11쪽
14 (1) 바보 병아리 24.09.16 38 4 12쪽
13 (2)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1 24.09.15 43 6 11쪽
12 (1)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24.09.14 56 4 11쪽
11 (2) Lv10 병아리 +1 24.09.13 66 5 12쪽
10 (1) Lv10 병아리 24.09.12 62 5 11쪽
9 (2)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1 63 6 11쪽
8 (1)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0 72 4 11쪽
7 (1) 먹이(Nourishment) 24.09.09 80 6 12쪽
6 (2) 각성자 스카우터, 윤향해 24.09.08 85 6 11쪽
5 (1) 각성자 스카우트, 윤향해 24.09.07 90 7 11쪽
4 (3) 드래곤 맞아? 24.09.06 103 6 11쪽
» (2) 드래곤 맞아? 24.09.05 147 6 11쪽
2 (1) 드래곤 맞아? 24.09.04 197 7 12쪽
1 프롤로그 24.09.04 199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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