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준시최
작품등록일 :
2024.09.04 19:33
최근연재일 :
2024.09.18 17:21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355
추천수 :
84
글자수 :
76,922

작성
24.09.06 12:24
조회
103
추천
6
글자
11쪽

(3) 드래곤 맞아?

DUMMY

30분 후.


클레이더슨 던전에 도착했다.

한국에 있는 수많은 던전 중에서 굳이 이곳을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집에서 겁나 가깝다.’


인천 서해 부근에 위치한 클레이더슨 던전.

인천에서 자취하는 내게는 이보다 더 적합한 던전이 없었다.

그런데, 던전 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던전으로 향하는 각성자들.

던전에 입장할 수 없는 비 각성자들.


각성자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던전에 들어섰고, 비각성자들 대다수는 취재 나온 기자들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러 방송국에서도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어제 그 이슈 때문이겠지?’


무슨 일 있냐는 듯 태연하게 내 주변을 빙그르르 도는 드래곤.

나는 녀석을 한 손에 꽉 잡아 머리 위에 올려두었다.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고성에 드래곤이 이따금씩 움찔댄다.


“성도한 헌터님! 인터뷰 좀 해주세요! 이번에 출몰한 마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은 마법사님! 한 말씀만······!”


얼굴이 곧 명함인 유명 각성자들도 여럿 있었다.

그들은 끈질긴 기자들의 질문 세례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웅?”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파가 내 쪽으로 밀려오기 시작했다.

원인은······.


“어머 이 병아리 좀 봐!”

“완전 귀엽잖아? 소환수인가?”

“아니, 소환수가 이렇게 귀여워도 돼? 공격 타입이에요?”

“공격은 못 할 것 같은데? 이렇게 앙증맞잖아?”

“야! 여기 좀 와봐! 병아리가 머리 위에 얌전하게 있어! 사진 찍자!”

“진짜 병아리에요? 아님 소환수?”


삐약거리며 울고 있는 드래곤 탓이었다.

어느새 내 머리에서 내려온 녀석은 사람들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즐기고 있었다.

너는 자존심도 없는 거냐?

초월급 드래곤에, 어제 그런 능력까지 보여줬으면서.

뭐? 삐약?


“삐야앗?”


내 속마음을 읽었는지, 볼에다 날개를 비빈다.

눈치만큼은 초월급이네.


“어머! 주인 따르는 것 봐! 대박 귀엽다. 나도 저런 소환수 갖고 싶어······왜 나는 마법사가 아닌 거야!”

“야······저게 좋은 게 아니야. 마법사 중에서도 대접 못 받는 소환 계열이잖아. 저분도 낙담이 클걸. 그러니까 너무 호들갑 떨지 마.”

“그래도 귀엽잖아!”


이따금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들려왔지만, 꾹 참았다.


‘틀린 말은 없으니까.’


소환계 마법사의 이미지는 원래 그렇다.

배고픈 각성자.


‘뭐, 정말 그런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흥.’


어느새 유명 길드의 각성자들도 내 드래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내게 준 관심은 아니지만······.

부담스러운 마음에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나는 수많은 인파를 비집고 겨우겨우 던전 입구에 도착했다.


[ 공용 사냥터 ]

[ 클레이더슨 1층 ]

[ 클레이더슨 2층 ]

[ 클레이더슨 3층 ]

[ ··· ]


도착하자마자 허공에 뜬 시스템 창.


‘이번에는 공용 사냥터에 건너뛰고, 바로 1층을 공략하자.’


이제는 ‘미니 브레스’라는 스킬도 있으니, 걱정 없이 곧바로 층수에 입장했다.

공용 사냥터에서 브레스 마법을 썼다간 괜히 또 논란에 휩싸일 테니까.

듣기로는 클레이더슨 던전은 7층까지는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했다.

6층까지 클리어 확률이 99퍼센트에 달할 정도다.

나는 걱정보다는 설렘을 가득 안은 채 1층으로 입장했다.


***


[ 클레이더슨 1층 ]


사방이 어둡다.

시야가 가려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시각을 포기하고 한 손을 쭉 뻗은 채 조심스레 발을 내디뎠다.

이윽고, 어느 지점에 도착했는지 던전이 점차 밝아졌다.


“역시나.”


밝아진 시야에 곧바로 주변을 살폈다.

이곳은 클레이더슨 던전 특유의 동굴 모습이었다.

던전에 들어오기전, 각성자 커뮤니티에서 얻은 정보와 일치했다.

처음엔 어두워서 당황했지만, 예상에 어긋나지 않은 던전의 모습에 긴장이 풀렸다.

그때, 정면에서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케, 케륵!


어둠 속 동굴에서 고블린이 튀어나왔다.


“삐야아앗?”


던전 고블린들의 머리 위에 잠시 [F급] 표시가 떴다가 사라졌다.

1층 답게 F급 마수구나.

그런데, 어제 봤던 고블린보다는 체격이 다소 우락부락했다.


“좀 치나?”


나는 가볍게 팔을 돌리며 몸을 풀었다.


‘와라!’


실제 내가 처음 상대하는 마수지만, 최약체로 취급받는 고블린이다.

거기다 나는 드래곤에게 EX급 마법도 전승받았다.

내가 두려울 이유가 없지.

나는 각성자 등록 당시 배운 이론대로 마법을 발현할 곳에 손바닥을 고정하고 체내의 마력을 느꼈다.


‘정말이잖아······!’


점점 마력의 흐름이 느껴진다.

심장에서 뻗어 나온 마력이 온몸을 돌더니, 금세 오른손바닥에 모였다.

나는 그대로 나직하게 읊조렸다.


“미니 브레스(Mini Breath).”


[ 스킬 ‘미니 브레스’가 최초로 발현됩니다. ]


—후오오오오오오!


손끝에서 압도적인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뭐야! 대박이잖아?”


압도적인 불길에 고블린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마수의 붉은 피도, 그가 들고 있던 단검도.

모두 한 줌의 재가 되어 허공으로 날아갔다.


미니 브레스는 파이어볼 같은 평범한 불 마법과는 차원이 달랐다.

브레스(Breath)라는 명칭답게.

섬세하게 제어된 불길이 꼬리를 끌며 나선형으로 회전하여 적을 섬멸했다.

브레스의 단면적은 성인 남성의 손바닥만 했지만, 그 위력은 주변의 공기를 진동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나는 아른거리는 손끝을 매만지며 정보창을 켰다.


「 정보창 」

— 각성자 : 김진솔

— 등급 : F

— 마법 계열 : 소환

— 마력 : (90/100)


90.

마력이 10 소모되었다.


‘미니 브레스의 마력 소모량은 10이구나.’


그렇다면 한 던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미니 브레스의 횟수는 총 10번.

인간이 24시간에 100퍼센트의 마력을 충전하니.

적어도 2.4시간은 기다려야 마력을 10 충전 할 수 있다.

한 전투에서 11번 쓰는 건 거의 불가능하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정보창을 껐을 때.

옆에서 드래곤이 시끄럽게 울어댔다.


“삐야아앗! 삐야아악! 삐약!”

“뭐라고?”

“삐야아아악!”

“그만 좀 삐약대. 네가 진짜 병아리냐고.”

“삐야악!”

“그래서 왜 우는 건데?”

“삐양아!”


아랑곳하지 않고 삐약대는 드래곤.

눈웃음을 잔뜩 지은 채로 허공을 비행하는 걸 보니 어딘가 신나 보였다.


“설마 너 경험치 얻어서 그런 거야?”

“삐약! 삐약! 삐약!”


드래곤이 삐약거리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구나!’


내가 직접 적을 처치해도 드래곤의 레벨이 오르는 거였어.

다행이다. 이러면 빙의를 하지 않아도 돼.

이제야 좀 시스템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상황 파악을 못 하는 고블린들이 무리를 지어 내게 달려왔다.

그들의 다발적인 발소리가 동굴을 쿵쿵 울려댔지만, 몰려오면 나야 좋다.

마력 소모를 아낄 수 있으니까.

나는 2열 종대로 사이좋게 달려오는 고블린 4마리 무리에게 미니 브레스를 발현했다.


—케르르르르륵! 케륵!

—케케케!


[ 소환수 레벨이 상승합니다. ]

[ Lv 3 → Lv 4 ]


드래곤의 레벨이 상승했다.


[ 소환수의 레벨 상승에 따라 각성자의 최대 마력이 상승합니다. ]

[ 100 → 110 ]


연이어 내 마력의 최대치도 올랐다.

그러나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다.

나는 우선 남은 전투에 집중했다.


“어림도 없지.”


뒤에서 몰래 활시위를 당기는 활 고블린.

저놈이 마지막 보스일 것이다.

고작 활 고블린 따위가 보스? 라고 생각하겠지만.

초보 각성자에겐 원거리 마수만큼 까다로운 게 없다.

달려오는 고블린 무리 뒤에 숨어있던 활 고블린.



—케륵!


나와 눈을 마주치자, 고블린은 활시위 당긴 팔을 다급히 튕겨냈다.


“미니 브레스.”


그러나 압도적인 무력 앞에선 활이든 뭐든 의미 없었다.

내 마력진에서 뿜어져 나간 미니 브레스는 날아오는 화살을 집어삼킨 채 고블린의 양미간을 관통했다.


—켘···!


[ 축하합니다! 클레이던슨 1층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탈출구로 이동하세요. ]


끝인가.

야무지게 경험치를 섭취한 드래곤은 이 넓은 동굴을 신나게 날아다녔다.

나는 아직도 어색한 마력의 기운에 오른팔을 주물렀다.

이게 마력이라니.

놀란 가슴이 아직도 벅차게 뛰었다.


“내가 가진 마력으로 직접 마법을 발현했어······.”


거기다 위력은 가히 폭력적이었다.

EX급 스킬다운 면모였다.

소환수의 레벨이 오르면 스킬도 더 강해진다던데.

도대체 얼마나 강해질까.

짐작도 가지 않는다.

나는 괜한 설렘을 품은 채로 정보창을 켰다.


「 정보창 」

— 각성자 : 김진솔

— 등급 : F

— 마법 계열 : 소환

— 마력 : (70/110)


단 세 번의 스킬로 던전을 클리어했다.

당분간 낮은 층수를 공략하는 동안은 마력이 여유롭겠다.


‘맞다. 최대 마력도 올랐지?’


「 마법 」

1. 미니 브레스

— 등급 : EX

— 설명 : 봉인된 불멸의 브레스를 발현합니다.

— 소환수가 일정 레벨에 도달할 시 부가적인 효과를 부여받습니다.


「 소환수 : 드래곤(Dragon) 」

— 등급 : 초월

— 성장 : 해치

— Lv : 4


드래곤의 레벨이 오르자, 내 최대 마력도 함께 늘었다.


“이게 상호 관계인가?”


소환계를 각성한 마법사는 소환수와 어떠한 방식으로든, 상호적으로 이어진 능력치가 있다고 들었다.

나는 이 귀여운 드래곤과 마력이 연결된 모양이었다.


“삐야아!”


상호 관계라는 말에 드래곤도 신나서 삐약거렸다.

나는 대견한 드래곤을 쓰다듬으며 던전 탈출구 앞에 섰다.

이윽고, 까먹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 크레이더슨 던전, 명예의 전당 ]

[ 각성자의 공략 점수가 명예의 전당에 새겨집니다. ]

[ 명예의 전당에 오른 각성자들은 자신에게 유효한 능력이 임시적으로 오르는 효과를 부여받습니다. ]

[ 김진솔 님의 공략 점수 : ······Loading ]


명예의 전당.

각 각성자가 최초로 층수를 클리어할 때 새겨지는 공략 등수였다.


“이게 명예의 전당이구나······.”


익히 소문은 들어왔다.

명예의 전당 상위권 보상은 다름 아닌 ‘임의의 능력치 향상’ 이었다.


순위를 유지하는 한, 능력치 향상은 영구적이다.

단, 순위를 빼앗긴다면 능력치 향상은 곧바로 사라진다.


‘이런 이유로 각성자들에게 많은 이슈가 됐었지.”


이를 이용해 상급 각성자들은 공략하지 않은 탑을 돌아다니며 등수 경쟁에 열연한다.

그들에겐 사소한 스탯 하나하나가 전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니까.

그러므로 나 같은 초보 각성자에겐 의미 없는 전당이다.

고인물들의 게임이다.


나는 별 관심 없이 로딩을 기다렸다.

공략을 제법 잘한 것 같긴 한데······.

뭐, 상위권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

아직 내가 그 정도로 강한 것도 아니고.

클레이더슨 던전에서 충분히 강해진 다음, 다른 던전에서 순위작을 해도 늦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


“응······?”


시스템에 적혀 내린 순위에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 김진솔님의 공략점수 : S급, 2145점 ]


[ 축하합니다. 크레이더슨 던전 1층, 명예의 전당 1위에 오르셨습니다. ]


[ 1위 : 김진솔 / 2145점 ]

[ 2위 : 문도은 / 2144점 ]

[ 3위 : 제로니모 / 1455점 ]

[ 4위 : 검왕 / 1393점 ]


[ 명예의 전당에 오르실 별명을 적어주세요. ]

[ 본명으로 진행하겠습니까?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1) 차원 게이트 NEW 11시간 전 16 1 11쪽
15 (2) 바보 병아리 24.09.17 32 2 11쪽
14 (1) 바보 병아리 24.09.16 38 4 12쪽
13 (2)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1 24.09.15 44 6 11쪽
12 (1)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24.09.14 56 4 11쪽
11 (2) Lv10 병아리 +1 24.09.13 67 5 12쪽
10 (1) Lv10 병아리 24.09.12 63 5 11쪽
9 (2)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1 63 6 11쪽
8 (1)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0 72 4 11쪽
7 (1) 먹이(Nourishment) 24.09.09 81 6 12쪽
6 (2) 각성자 스카우터, 윤향해 24.09.08 85 6 11쪽
5 (1) 각성자 스카우트, 윤향해 24.09.07 91 7 11쪽
» (3) 드래곤 맞아? 24.09.06 104 6 11쪽
3 (2) 드래곤 맞아? 24.09.05 148 6 11쪽
2 (1) 드래곤 맞아? 24.09.04 197 7 12쪽
1 프롤로그 24.09.04 199 9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