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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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시최
작품등록일 :
2024.09.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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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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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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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원 게이트

DUMMY

“어! 안녕하세요!”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이였다.

우연히 버스에서 마주친 그녀는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길이라고 한다.

마침, 가는 길이 같아서 옆에 나란히 앉았다.


“삐야아아······.”


이미 병아리는 유이의 무릎에 안착한 채 졸음에 빠져있었다.

빠른 녀석.


“미안해요. 원래 이 정도로 무례한 병아리는 아닌데······”

“괜찮아요. 저는 오히려 좋은걸요! 이렇게 사랑스러운 병아리가 저를 좋아한다니,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네요.”


다행스럽게도 유이는 명랑한 미소를 지으며 꾸벅꾸벅 조는 병아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삐야아아아······.”

“다행히네요. 병아리가 관심받는 건 좋아해도, 다른 사람을 이 정도로 따르는 건 처음이에요. 유이 씨가 특별히 마음에 든 모양이에요. 유이 씨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니 말이죠.”

“그런 걸까요? 우와! 출근길인데도 기분 좋아졌어요!”


유이는 언제나처럼 밝은 모습이었다.

긍정적인 모습이,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삐야···!”

“어, 미안해!”


햇살이 내려앉은 유이의 머리칼이 병아리의 깃털을 간질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의구심이 가득 들었다.

유이에겐 아니고, 병아리에게.


‘왜 이렇게 유이에게 집착하는 거지?’


순간 병아리의 마력과 무언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윽고, 창밖에 시선이 걸린 그녀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유이 씨. 유이 씨는 혹시 각성자이신가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유이의 눈동자는 맑고 순수해 보였다.


“아뇨? 저는 비각성자에요. 각성하지 못했어요.”

“아, 그렇군요.”


각성자가 아니라니.

그렇다면 더 복잡해졌다.


“왜 그러세요? 혹시 제가 각성한 것처럼 보이나요?”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병아리와 무언가 관련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여쭤봤어요.”


혹시라도 유이의 마력이 병아리와 상호 관계를 띠고 있는 탓에 이런 애착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물어봤다.


특히 어제 유이와 많은 시간을 보냈고, 오늘따라 마력 흡수를 거부하는 것이 이상했으니까.


무언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비각성자가 마력이 있을 리는 전무하니까.


생각하면 할수록 더 복잡해졌다.


“음······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녀도 고민하는 표정으로 병아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를 보곤 나직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유이 씨가 그냥 좋은가 보네요.”


무릎에 있던 병아리가 작게 울었다.

삐이—···.

병아리 주제에 로맨티스트가 따로 없다.


“어머! 그런가요? 저도 정말 좋아요!”


워낙에 털털한 유이의 성격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유이도 병아리를 좋아해서 다행이다.


이윽고, 우리는 클레이더슨에 도착했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오늘은 던전에 가세요?”

“네. 맞아요. 유이 씨도 수고하세요. 다음에 도서관에서 뵙죠.”

“네! 좋아요. 병아리도 안녕!”

“삐야야아아아······!”


유이는 병아리를 조심스레 내게 건네고 도서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와는 반대 방향이었다.


“삐이······.”


병아리는 멀어지는 유이의 뒷모습을 한동안 아쉬운 듯 바라보다가 내게 안겼다.


“아니, 누가 주인인데?”

“삐.”


병아리의 날개가 유이를 가리킨다.

그동안 먹은 마력 다 뱉어라. 퉤.


“미친 병아리.”

“삐야아앙.”


어쨌든 병아리는 다시 내 머리 위로 자리를 잡았다.


“오늘 4, 5층 한 번에 공략할 거야. 준비됐어?”

“삐야야아!”


어젯밤, 나는 결심했다.

좀 생각해 봤는데.

공략 층수를 얼른 높여 각성자 등급을 올려야 할 것 같다.


아직 길드에 가입하거나.

격수가 높은 던전을 공략할 생각은 없지만.

부지런하게 올려야 장기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등급을 올려서 나쁠 건 없으니까.


초월급 병아리와 EX 급 스킬들로 언제까지고 중하급 이하의 마수들만 잡을 수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는 나도 세간에 능력을 알려야 할 순간이 올 텐데.


이런 파괴적인 능력을 갖추고서 E급, F급이라면 좀 이상하잖아.

틀림없이 브로커들의 실험 대상이 될 것이다.


얼른 능력에 걸맞은 등급을 갖추자.

그것이 내 결론이다.


‘그래도 던전층이 프라이빗한 사냥터라 다행이야.’


만일 던전이 파티 공략이라도 추구했다면,

분명 내 마법은 논란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하루에 한 번은 무조건 EX 등급에 관해 검색해 보지만, 아직도 아무런 정보가 없다.

어쩌면 정말 내가 세계 최초인 것일까.


그때, 내 상념을 깬 건 병아리의 박치기였다.


“삐이!”

“왜 그래?”


병아리가 날개로 던전 입구를 가리킨다.

알았어. 알았다고.

지금 가자.


언제부턴가 날개로 자기주장을 표현할 수 있게 된 병아리였다.


[ 환영합니다. 김진솔 님. ]


여느때와 다름 없이.

입구 시스템에 손을 올렸다.


***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동굴 던전.

오우거의 우렁찬 발소리와 함께 던전이 시작되었다.


‘대장 오우거.’


3층에 출현했던 대장 오우거들이 연이어 출현하는 것이 4층의 특징이었다.

오우거는 마치 나를 기억하기라도 하듯 험악한 인상으로 응시했다.

살의에 찬 그들의 공허한 눈동자가 나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꾸오오오오!”

“삐야아아아!”


나는 지난번과 달리 마법을 실험할 필요도 없었기에.

신속하게 브레스를 발현할 최적의 위치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내게 돌진해 오는 오우거의 주의를 끌며 동굴의 외곽으로 도망쳤다.


나는 자리를 잡고, 오른손을 들었다.


손바닥에는 지성이 깃든 듯한 청색 마력진이 현현했다.


“미니 브레스.”


—슈우우우우우우!


끝없이 뻗어나가는 드래곤의 숨결, 브레스.


“꾸오오오오···.”


브레스는 정확히 오우거들을 직격했다.

상체를 관통당한 오우거 세 마리.

깔끔하게 처치한 후,

나는 오른팔의 감각에 더 집중하였다.


‘확실히 지난번보다 더 매끄러워졌어.’


마법을 공부하며 행했던 마력 조식(彫飾)의 결실일까.

마력의 흐름이 한결 깔끔해진 기분이다.


확실히 마력의 세부적인 요소를 더 공부한다면,

마법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마력 공부에 좀 더 집중하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던전 내부 깊숙히 진입했다.


“삐야아아아!”


***


어둠이 깊게 감도는 지하실.

흑령(黑靈) 길드 본부.

차원 게이트의 전조 현상으로 인해 흑령 길드 역시 비상 대책 회의가 소집되었다.

빛 한 줄기 제대로 스며들지 않는 회의실에는 문도은을 제외한 전 각성자가 모여있었다.


흑령의 위계는 곧 등급.


S등급에 가장 밀접한 A급 헌터, 유호준.

그는 게이트 연구팀으로부터 보고를 받자마자 각성자들을 대거 소집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길드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네 명의 각성자가 있었다.

긴장 가득 한 얼굴로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사색이 된 그들.

유호준은 흑령의 유망주로 불리는,

흑령의 산하 조직 길드원의 이름을 호명했다.


“강서현, 채은탁, 이호정, 벨.”

“예!”


그들은 일제히 응답했다.


유호준은 그들을 가장 유망한 B급 헌터 네 명을 선별했다.

흑령에는 A급 이하의 각성자가 없었기에, 그들을 호출한 것이다.


“다 왔나?”

“예!”


그리고 그들은 알고 있었다.

이번에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가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너희 네 명은 이번 차원 게이트에 참여한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그들에겐 이러한 강압적 명령은 오히려 축복받은 기회였다.


‘흑령에 정식으로 입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그때, 보랏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벨이 입을 열었다.


“반드시 1등으로 공략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쇼!”


살의가 배어나는 음성.

벨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그는 이 상황을 즐기는 듯 미소 짓고 있었다.


“닥쳐라. 결과를 가져오기 전까진 단언하지 마. 기회조차 박탈될 수 있다.”

“네! 알겠습니다.”


유호준의 표정에는 약간의 분노가 스쳤으나, 그는 참았다.

그 역시 벨의 재능을 알고 있기에.


보랏빛 장검을 허리에 차고 있는 미소년 벨.

벨은 다소 정신이 나간 듯했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지난달에 발생한 ‘여의도 노말 게이트’에서는 A급 헌터들을 제치고 기여도 1위를 달성했을 정도니까.

자신에게 하달된 명령을 위해서라면 타 길드의 피해도 묵살하는 그였다.


그런 문제로 항상 이슈를 달고 다니는 벨.


성과에 목마른 길드 입장에선 상당히 매력적인 신예였다.

이미지도 흑령과 잘 맞고.

유호준은 그들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믿고 볼 수 있다.’


벨 이외에 나머지 세 명 역시 역대급 유망주로 각광받는 각성자들.

지금은 B급에 불과하지만,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인재들이었다.


유호준은 생각했다.


이번 차원 게이트는 흑령의 압도적인 기여로 귀결될 것.

그렇게 확실할 무렵, 게이트 연구팀에서 추가 보고가 내려왔다.


“차원 게이트 장소가 확정되었습니다······!”

“어디지?”


그 말에 벨은 어깨를 뚜둑—! 풀기 시작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크,클레이더슨 던전이라고 합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압도적인 기운이 몰려왔다.

유호준이 즉시 검을 빼 들었다.


“거기 누구지?”


끼익—.

으스스한 회의실에 문이 열렸다.

A급 유호준은 문이 열리기도 전에.

그 즉시 기운의 정체를 파악했다.


압도적인 살기의 주인, 문도은이었다.


유호준은 갑작스레 나타난 그녀에게 질문했다.


“자네가 어쩐 일인가. 무슨 볼일이라도 있나?”


유호준의 입가엔 미소가 드리웠다.

설마. 문도은이 유망주들을 보러 온 건가?


‘천하의 문도은이 회의실에 강림하다니.’


그러나 문도은은 유망주들에게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곧장 연구팀 직원 앞에 섰다.


“방금. 어디라고 그랬지?”

“크···클레,클레이더슨 던전 입니다!”

“확실한 거 맞아?”


문도은의 압도적인 살기가 직원에게까지 뻗어나갔다.

직원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예···예! 맞습니다아······!”


그녀의 고개가 돌아갔다.

시선이 반대편 벽면에 떨어졌다.

그곳에는 네 명의 유망주가 벌벌 떨며 문도은의 눈빛을 간신히 마주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기억해라.”

“예!”


유망주 넷은 힘을 실어 대답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렁차게 말이다.


“끄···으.”


그들은 제자리에 서 있기조차 버거워했다.

단순히 문도은의 시선을 받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후들거렸고, 금세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굳게 다문 입을 살포시 열었다.


“드래곤.”


보랏빛 머리의 벨이 재차 물었다.


“예? 드래곤 말입니까?”


그러자 문도은의 눈빛이 순간 변했다.


휘이이이—!

퍽!


어디선가 나타난 단검이 벨의 뺨을 스치고 벽을 관통했다.

다리에 힘이 풀린 벨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유호준이 다급히 문도은을 말렸다.


“이봐 자네! 이게 무슨 짓인가! 벨. 괜찮은가!”


벨은 다시 일어섰다.

그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괜찮습니다.”


이윽고 문도은이 말을 이어갔다.


“두 번 반복하지 않겠다. 드래곤이란 각성자를 기억해라. 혹여나 차원 게이트에 드래곤이 나타난다면 즉시 나에게 보고해라.”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네 명의 유망주는 클레이더슨을 향해 출발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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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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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 차원 게이트 NEW 1시간 전 7 0 11쪽
» (1) 차원 게이트 24.09.18 29 2 11쪽
15 (2) 바보 병아리 24.09.17 39 2 11쪽
14 (1) 바보 병아리 24.09.16 44 4 12쪽
13 (2)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1 24.09.15 50 6 11쪽
12 (1)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24.09.14 59 4 11쪽
11 (2) Lv10 병아리 +1 24.09.13 71 5 12쪽
10 (1) Lv10 병아리 24.09.12 67 5 11쪽
9 (2)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1 68 6 11쪽
8 (1)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0 77 4 11쪽
7 (1) 먹이(Nourishment) 24.09.09 84 6 12쪽
6 (2) 각성자 스카우터, 윤향해 24.09.08 89 6 11쪽
5 (1) 각성자 스카우트, 윤향해 24.09.07 96 7 11쪽
4 (3) 드래곤 맞아? 24.09.06 109 6 11쪽
3 (2) 드래곤 맞아? 24.09.05 153 6 11쪽
2 (1) 드래곤 맞아? 24.09.04 207 7 12쪽
1 프롤로그 24.09.04 207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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