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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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시최
작품등록일 :
2024.09.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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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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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래곤 맞아?

DUMMY

각성 이틀 차.


나는 대한민국 서부의 클레이더슨 던전에 처음 발을 디뎠다.


[ 공용 사냥터 ]

[ 클레이더슨 1층 ]

[ 클레이더슨 2층 ]

[ 클레이더슨 3층 ]

[ ··· ]


이 중 가장 낮은 난이도인 공용 사냥터를 골랐다.

그런데 웬걸.

몬스터를 만나기도 전에 나는 인기스타가 되었다.


“어머, 저거 봐. 삐약이다! 삐약이!”

“헐, 설마 펫 스크롤에서 병아리가 나온건가?”

“아니 엄청 귀엽잖아! 만져봐도 되요? 안 물어요?”

“어구 귀여워. 병아리에요?”


네, 아닌데요.

라고 말하기엔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에 말문이 막혔다.

내가 소환한 드래곤을 사람들이 자꾸만 병아리로 착각한다.


‘원래 던전이 이렇게 한가한 거야?’


아무리 공용 사냥터라 한들.

내 병아리. 아니, 내 드래곤을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라니.

당신들 모두 각성자 아니냐고.

왜 이렇게 한가한 건데?

그때, 한 할아버지가 유일하게 내 드래곤이 아닌 나에게 관심을 가졌다.


“자네, 마법 각성자인가 보군. 이제 막 각성했나?”

“예. 어떻게 아셨어요?”


허름한 망토에 자신의 키만 한 지팡이를 들고 있는 노인.

그는 큼큼. 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딱 보면 알지. 이런, 마법 각성자 같은데 아쉽구먼. 병아리가 병아리를 소환하다니. 자네 같은 경우가 참 딱하지. 딱해.”

“이건 병아리가 아니라······.”

“거 괜찮네. 병아리나 참새나 거기서 거길세. 나도 마법 각성자를 많이 봐왔는데, 마법 계열 중 소환 계열이 가장 딱하더구나. 확률도 극악이고, 어느 정도 던전을 공략해 보면 알겠지만 효율도 좋지 않아. 각성자가 직접 강하지 않은 이상 파티로 쳐주지도 않고. 이런, 자네 앞에서 할 말은 아닌데. 미안하네.”


할 말은 다 해놓은 할배가 다시 자기 갈 길을 간다.

미친 사람이잖아?

나는 그 할배를 다시 붙잡았다.


“당신, 마법 각성자에 대해서 잘 아나요?”

“그럼. 내 모르는 게 어딨나. 자네, 궁금한 게 있나 보지?”


이 할배 뭔가 특이하다.

마치 콘솔 게임 초반부에 나올법한 클리셰적인 캐릭터 같다.

나는 그렇게 믿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예. 다름이 아니라, 제 드래······아니, 병아리가 자꾸만 제 몸에 들어오려 하는데, 음······빙의? 막 제 몸에 들어와서 자꾸 빙의 같은 걸 하려고 해요. 원래 소환 계열 각성자가 흔히 겪는 일인가요?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정보가 없어서요.”


정말이었다.

내가 의식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여서 그렇지, 이 드래곤이 자꾸만 내 정신을 지배하려 든다.


“원인을 찾기 위해 별짓을 다했지만 수확도 없었어요.”


던전에 오기 전, 도서관에 들러 마법 각성자에 대한 서적을 이것저것 찾아봤다.

그러나 아무런 도움을 얻지 못했다.

각성자 커뮤니티 역시 의미 없었다.

비슷한 사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음······소환수의 빙의라.”


할배의 얼굴에 주름이 깊어졌다.

무언갈 심히 고민하는 표정이다.

거 참. 고맙긴 한데, 엄청 심각하네.

국가의 안보를 좌우하는 군수통자도 저런 표정을 안 짓겠다.

이윽고, 할배가 손가락을 탁! 튕기며 날카롭게 치켜 세웠다.


“혹시 소환수가 막, 자네의 정신을 지배하려 들고 그러나?”

“예. 정확한데요? 어떻게 아셨어요?”

“내 몇 번을 말하나. 모르는 게 없다하지 않았나? 이 노인내를 못 믿나 보군.”

“아니요. 완전히 믿고 있습니다.”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나는 할배를 전적으로 믿고 있다.

이 할배, 어딘가 의미심장하다.


“흐음······이 조그마한 병아리 주제에 빙의라.”


할배와 내 시선이 동시에 드래곤에게 꽂혔다.

근데 이 와중에도, 주변에서는 내 드래곤이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완전 인기스타 납셨네.


‘근데 얘는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


드래곤이 폼 다 망가지게 날개를 배배 꼬면서 사람들 손길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이러다 배까지 깔 기세다.

꼭 길고양이가 간택해 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주인도 있는 주제에.

하여튼, 내가 봐도 이건 드래곤의 모습이 아니었다.


‘조만간 ‘삐약’ 거리며 울겠다?’


그때였다.


“삐야아앗!”


응?


“어머! 얘 방금 삐약이라고 했어!”

“야! 나도 들었어. 대박!”

“아니 삐약이라니! 마법사님! 제가 데리고 가도 될까요? 아무래도 절 보고 울은 것 같아요!”

“하 진짜 귀엽다. 팔면 안 돼요? 소환수는 못 팔게 되어있나? 입양할래!”

“야 내꺼거든? 얘는 나보고 울었다고! 어머 삐약아 미안해. 미안해. 더 울어봐.”


이런 미친 드래곤이.

혹시나 가품은 아닌지, 나는 드래곤의 날개 안쪽을 구석구석 뒤져봤다.

중국산인가?


「 소환수 : 드래곤(Dragon) 」

— 등급 : 초월

— 성장 : 해치

— Lv : 1


허공에 떠 있는 시스템도 가품은 아니라고 하는데.

시스템 오류라도 걸린 건가.

아무리 봐도 이 녀석은 병아리가 맞다.


‘조금 특이한 날개와 꼬리가 달린 병아리.’


할배는 그런 드래곤을 보고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예전에 한 마법 각성자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네.”

“무슨 이야긴데요?”


할배 특유의 심각한 표정이 또 나왔다.

믿고 보는 표정.

이 표정이 나오면 꼭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듯 보였다.


“화이트실드 라고 들어는 봤나?”

“예. 그럼요!”


화이트실드(White Shield).

대한민국의 국가권력급 길드로 손꼽히는 3대 길드 중 하나.

특히 마법 계열 연구에선 세계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길드이다.

마법 각성자들의 ‘유토피아’ 라고도 불린다.


“내 예전에 동료가 화이트실드 였는데, 소환 계열을 각성한 마법 각성자였네.”

“정말이요?”

“이런, 내 말을 아직도 못 믿는 게냐?”

“아뇨.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믿길 정도로 대단해서요.”


할배는 큼큼. 자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흠. 말을 이어가자면, 그 각성자도 자네와 같은 고민이 있었네. 소환수가 자꾸 자신의 몸을 빼앗으려 한다는 고민 말일세.”

“예!”


정확하다.

내 사연과 똑같았다.


“결국 그는 화이트실드 내부 회의를 통해 결정했지.”

“뭐를요?”


할배는 지팡이로 땅을 퍽! 찍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제 몸을 내어주기로.”


끔찍한 결론이다.

나는 상상할 수 없었다.

이 귀여운 드래곤이 자꾸만 내 몸에 들어오려 할 때마다 심장은 미칠 듯이 뛰었고,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팠으니까.

인간이 버틸 수 없는 고통이 동반됐다.

온 신체에서 소환수의 개입을 거부하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소환수의 개입을 허용한다면······내 육체를 뺏길 것만 같은 오싹한 기운도 감돌았었다.

나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리고······어떻게 됐습니까?”

“어떻게 되긴. 그자는 결국 ‘제2차 게이트 전쟁’ 에서 세상을 구해낸 최후의 검은머리 마법사가 되었네.”

“설마······빛의 여인, 소미나?”

“그래. 소환수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준 뒤로 세계 최고의 전투력을 지닌 마법사가 되었지.”


빛의 여인, 소미나.

게이트 전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국 최후의 마법사로, 아직까지 세간의 각광을 받는 인물이다.

거기다 현 화이트실드의 부길드장이기도 하다.

근데 그녀가 마법 각성자인 건 알았지만······.


‘소환 계열이라고?’


소환 계열인 줄은 몰랐다.

이런 정보가 있었다면 내가 찾았을 땐 왜 안 나왔지?

그것보다 이 할배가 빛의 여인의 동료였다고?


“아, 그리고 국가 비밀이니 자네도 비밀은 지켜주게.”


엥?

국가 비밀을 발설한 것 치고는 할배의 표정이 너무나도 태연했다.

나는 뭐 고맙긴 한데······.

이 할배가 이미 던전에 다 소문낸 거 아니야?


“자네도 그녀가 했던 고민을 하고 있다니까 어쩔 수 없이 발설한 걸세. 혹시 아나? 자네도 빛의 여인급의 마법사가 될지.”

“과연 그럴까요?”

“그때 되면 이 빚을 꼭 갚게나.”

“예. 알겠습니다. 그럼 성함을 여쭈어봐도 될까요?”

“그럼. 내 이름은 에드워드. 그 정도로 기억하게.”

“예. 그러죠 그럼.”


이 말을 끝으로 할배는 던전 속으로 사라졌다.

이게 이렇게 유유히 사라져도 될 일인가?


‘약간은 찝찝하네.’


물론 진위 여부를 가릴 방법은 없지만······그의 말은 확실히 도움이 됐다.

신빙성은 없더라도 내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정보였으니까.

이거라도 믿어야지.

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병아, 아니 드래곤을 데리고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


마족(Monster)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각성자(Honter, Magician).’


정체불명의 시스템은 초자연적 능력을 얻은 이들을 두 가지로 분류했다.


‘헌터와 마법사.’


마법 각성자는 마법사.

그 외의 모든 각성자를 헌터라고 부른다.


‘참고로 마법사는 각성자의 비율에 10퍼센트도 안 된다지.’


그런 이유로 마법사는 상대적으로 희귀적인 능력을 부여받을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하.”


그러면 뭐해.


“삐야아아앗!”


병아리 흉내나 내고 있는 멍청한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드래곤은 종결 등급인 초월(超越)급의 소환수다.

그리고 내게는 바보 같은 드래곤 외에도 문제가 있었다.


「 정보창 」

— 각성자 : 김진솔

— 등급 : F

— 마법 계열 : 소환


「 마법 」

— 없음


「 소환수 : 드래곤(Dragon) 」

— 등급 : 초월

— 성장 : 해치

— Lv : 1


나는 마법이 없다.

무슨 이유에선지, 마법을 부여받지 못했다.

물론 이것에 대해서도 커뮤니티를 뒤져봤다.

그러나 마법을 부여받지 못한 각성자는 희망이 없는 모양이었다.


‘마법 없는 각성자’

‘스킬 없는 마법사’

‘마법 없는’

‘마법 없이’

‘마법을 부여받지 못했어요’


검색도 해보고, 익명으로 글도 올려 봤는데.

아무래도 꽝이란다.

마법사로서의 꿈은 접고 현실로 돌아가라는 조언뿐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위협을 무릅쓰고 던전에 들어온 건.


“삐야악?”

“너만 믿고 들어온 건데!”

“삐야아아아앙!”


이러다가 병아리랑 같이 죽게 생겼다.

신세 한탄하며 멍청한 드래곤이랑 한 대씩 주고받던 그때.


—케,케륵!


마수, 고블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숨죽이고 주변 동태를 살폈다.


‘정확하게 정면으로부터 5m 거리.’


라고 드래곤이 내 정신에 간섭하여 정보를 주고 있다.


‘이런 것도 되는구나?’


그러나 내겐 감탄할 여유 따위 없었다.

그곳에서 도끼를 든 고블린이 지축을 벅차며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삐야아아아아앗!”


그리고 동시에 느낌이 왔다.

어미 잃은 병아리처럼 서글프게 울부짖는 노란빛깔 드래곤.

그것은 드래곤이 내게 보내는 신호였다.


“크,크헉.”


찢어질 듯한 고통이 뇌리에 전해졌고, 심장이 터질 듯 아려온다.


[ 경고 ]

— 소환수가 각성자의 정신을 지배하려합니다.


[ 경고 ]

— 소환수가 각성자의 정신을 지배하려합니다.


경고창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허억······.’


고통에 몸부림치며 무리한 힘이 복부에 가해지는 바람에, 위액이 쏟아져 나온다.

이제는 한계다.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후······후···!”


크게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먹었다.

그 할배, 믿어보자.


—케르르륵!


한 번 날뛰어봐라.

네가 무슨 존재인지.

내게 증명해다오.

나는 초월급 드래곤에게 육체를 맡겼다.


[ 경고 ]

— 소환수가 각성자의 정신을 지배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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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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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 차원 게이트 NEW 11시간 전 16 1 11쪽
15 (2) 바보 병아리 24.09.17 32 2 11쪽
14 (1) 바보 병아리 24.09.16 38 4 12쪽
13 (2)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1 24.09.15 44 6 11쪽
12 (1)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24.09.14 56 4 11쪽
11 (2) Lv10 병아리 +1 24.09.13 67 5 12쪽
10 (1) Lv10 병아리 24.09.12 63 5 11쪽
9 (2)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1 64 6 11쪽
8 (1)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0 73 4 11쪽
7 (1) 먹이(Nourishment) 24.09.09 81 6 12쪽
6 (2) 각성자 스카우터, 윤향해 24.09.08 86 6 11쪽
5 (1) 각성자 스카우트, 윤향해 24.09.07 91 7 11쪽
4 (3) 드래곤 맞아? 24.09.06 105 6 11쪽
3 (2) 드래곤 맞아? 24.09.05 148 6 11쪽
» (1) 드래곤 맞아? 24.09.04 198 7 12쪽
1 프롤로그 24.09.04 200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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