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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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시최
작품등록일 :
2024.09.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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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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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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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v10 병아리

DUMMY

“삐야?”


집에 도착하자마자 병아리와 쇼부 봤다.

언제, 얼마나 마력을 분배해야할지 말이다.

아주 세세하게 정형화했다.


“삐. 약. 삐약. 삐. 약.”


현재 최대 마력 총량이 340이니까.


던전에 가는 날이면, 하루에 250을.

던전에 안 가는 날이면, 하루에 300 정도를.


“삐약!”


마력 분배는 이렇게 결정했고.

반려동물처럼 삼시세끼를 챙기진 않아도 된다고 한다.


“삐야.”


오케이.

아침에 한 번에 몰아서 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삐야 삐야.”


옆에서 존나 근엄하게 끄덕인다.


“건방지게 팔짱이나 끼고 말이야.”

“삐야앙?”

“나한테 애교가 통할 거 같냐?”


라고 말은 뱉었지만, 실상 병아리의 부드러운 깃털을 쓰다듬는 것이 어느새 소소한 낙이 되어버렸다.

계속 애교를 부리면 또 만질 수밖에.


“삐야아아···!”


그렇게 우리는 마력 분배에 관한 절충을 끝냈다.


다음은 정보창이다.


「 정보창 」

— 각성자 : 김진솔

— 등급 : F

— 마법 계열 : 소환

— 마력 : (8/340)

(최대 마력 170, 명예의 전당 100% 효과 적용)


「 마법 」

1. 미니 브레스

— 등급 : EX

— 설명 : 봉인된 불멸의 브레스를 발현합니다.

— 소환수가 일정 레벨에 도달할 시 부가적인 효과를 부여받습니다.


「 소환수 : 드래곤(Dragon) 」

— 등급 : 초월

— 성장 : 해치

— Lv : 9


마력은 벌써 340에 도달했고.

놀랍게도 병아리는 벌써 9레벨이다.

고작 2층밖에 다녀오지 않았는데.

공략한 횟수에 비하면 엄청난 성과다.

아, 생각해 보니까 깜빡한 게 있네.


“삐야? 삐!”


문득 2층 보상으로 얻은 A급 달콤한 사탕이 생각나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병아리는 흥분한 나머지 방 안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날아다니는 병아리를 꽉 붙잡았다.


“이 자식 봐라?”

“삐. 삐······!”


이 자식, 힘이 왜 이렇게 좋은 거야?

날개에 힘을 주며 달아나려 안간힘을 쓴다.


‘초월급이다 이거야?’


형체는 주먹만 한데, 힘은 천하장사다.

하지만 결국 병아리일 뿐.

머리를 쓰다듬자 금세 순한 양이 되어버렸다.

하여간, 웃긴 녀석이다.


“줄 테니까, 말 잘 들어라. 알았냐?”

“삐.”


나는 천장을 향해 사탕을 던졌다.


“삐이!”

“아야, 씨. 힘을 숨기고 있던 거냐?”


병아리가 벼락같이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사탕으로 달려들었다.

병아리는 사탕을 야금야금 씹어먹었다.

정말······.

츄르에 환장한 고양이를 보는 듯했다.

드래곤은 절대 아니었다.

음. 그렇고말고.


그때, 허공에 시스템창이 떴다.


드디어 밥값 좀 하는 거냐!


[ 소환수 레벨이 상승합니다. ]

[ Lv 9 → Lv 10 ]


*


[ 소환수의 레벨 상승에 따라 각성자의 최대 마력이 상승합니다. ]

[ 170 → 180 ]


*


[ 소환수가 일정 레벨에 도달했습니다. ]

[ 미니 브레스(EX) 스킬에 부가적인 효과를 부여합니다. ]

[ 미니 브레스 범위 : 소폭 증가 ]

[ 마력 소모량 5 증가 ]


*


[ 소환수가 일정 레벨에 도달했습니다. ]

[ 새로운 스킬을 획득합니다. ]


*


「 드래곤의 강철비늘 」

— 등급 : EX

— 설명 : 각성자의 특정 신체 부위가 즉시 드래곤의 비늘로 변합니다. 강력한 방어력과 내구성을 갖게 됩니다.

— 쿨타임 : 5초

— 효과 : 선택 부위의 방어력이 50000% 증가.

— 지속 시간 : 1초. 이후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 소환수가 일정 레벨에 도달할 시 부가적인 효과를 부여받습니다


“야, 잠깐만. 하나씩 알려줘 하나씩!”


허공에 무려 8개의 시스템 창이 중첩되어 나타났다.


“경사로구나!”


***


화이트실드 집무실.


은달빛을 연상케 하는 머리칼을 휘날리며 그녀가 당당히 걸어들어왔다.


“제가 한 번 가볼게요.”


윤향해의 말은 이재헌에게 구원의 빛과도 같았다.

그녀의 안색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향해 씨 정도면······그들의 정보를 어떻게든 캐올지도 몰라···.’


설령 공적을 가로채는 것이 불가능하더라도, 화이트실드의 이름 정도는 같이······!

그때, 윤향해는 은은한 미소를 띠며 책상 위의 서류들을 훑어보았다.


클레이더슨 던전.

마족.

상급 마족.

흑령.

문도은.


그녀는 서류들의 핵심 키워드만을 확인한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재헌의 콧등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그는 매우 불안했다.

그녀가 어떤 비판을 쏟아낼지 몰랐기에···.


“왜 그러십니까···?”

“아뇨. 잘하고 계시네요. 이번 건은 제가 직접 조사 후 보고드릴게요. 부장님은 먼저 퇴근하세요.”


윤향해는 어깨에 걸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이재헌의 어깨를 다정히 두드렸다.


“그리고 흑령 길드는 마족의 정체에 대한 실마리조차 잡지 못했으니, 염려 말고요.”


그녀의 단언에 이재헌은 순간 당황했다.


‘윤향해가 저 정도로 확신을 갖고 말하다니···. 사실인가?’


대한민국 최고의 스카우트로서 웬만한 헌터 기밀까지 꿰뚫고 있는 윤향해.


그녀의 말이면 믿을 만하다.

윤향해인데.


‘거짓은 아닐거야.’


윤향해의 회사 내 입지는 실로 대단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녀는 민간인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에서도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해외 헌터 바이어와의 회담 시,

헌터정부가 그녀를 필수적으로 동행시킬 정도니까.

업무면 업무. 사교면 사교.

다방면에 걸쳐 빛을 발했다.

그녀의 말이라면······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렇게 생각한 이재헌.

후우.

한시름 놓았다.


‘그런데······.’


이유가 없다.

문도은이 갑작스레 클레이더슨에 갈 이유가 없다.

마족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흑령이라면, 왜 문도은이 그곳에 다시 나타나냔 말이다.


‘설마······?’


1. 누군가 문도은의 명예의 전당을 건드렸다.


순간, 이재헌의 직감이 다른 가능성에 닿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문도은이 클레이더슨에 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저도 몰라요. 지금 가서 알아봐야죠. 다녀올게요?”


이내 청조한 입술 사이로 나직한 웃음을 보이며 그녀는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이재헌은 긴장의 끈이 탁 풀리는 듯한 해방감과 함께 의자에 힘없이 몸을 기댔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


황혼이 내려앉은 저녁.

윤향해는 클레이더슨 던전에 도착했다.

그녀는 긴장된 근육을 풀듯 기지개를 쭈욱 켰다.

정확히는 풀어야만 한다고 느껴졌다.


‘그녀를 만날 수도 있으니까.’


윤향해는 던전 주변을 제차 돌아다녔다.


‘대체 어딨는 걸까.’


하아. 안 보여. 안 느껴져.

보이지 않는다.

느껴지지도 않는다.

찾을 수 없다.

수십 분을 돌아다녔다.

공용 사냥터마저 적막했다.

문도은의 모습은커녕, 클레이더슨은 애초에 비인기 던전인 탓에 인적조차 드물었다.

윤향해는 머리칼을 연거푸 쓸어 넘기며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장소에나 다시 다녀와 볼까.”


이왕 온 김에 수확 없이 돌아가긴 아쉬웠다.

그녀는 클레이더슨 출입구에 손을 얹고 [ 공용 사냥터 ] 에 입장했다.


공용 사냥터는 한산했다.

인적이 드문 건 차치하고 마수 역시 조용했다.

인간을 습격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윤향해는 쓸쓸한 거리를 걸으며, 문제의 사냥터에 도착했다.


‘고블린?’


고블린이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건 귀찮은데.


—케륵!


윤향해는 허리춤에서 빼낸 소도(小刀)로 고블린을 정리했다.


“가여운 것들.”


마침내, 윤향해는 문제의 발자국 앞에 다시 섰다.

발자국만큼은 그때와 변한 게 없었다.


‘언제 모습을 보일 생각일까.’


윤향해는 이번 사건의 주체를 각성자라 확신한 후로, 다양한 가설을 수립했다.


‘알고 보니 별거 없는 각성자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다.

정부 관할 던전인 만큼 그 보안 역시 과소평가할 수 없다.

분명 중상(中上)격 이상의 마수, 혹은 마인이 출몰했다고 판단했기에 여러 길드에게 비상 배치를 요구한 것일 터.


‘압도적인 무력을 갖췄으나, 극도로 소심한 탓에 은둔 생활을 하는 각성자. 큰 용기를 내어 방구석에서 탈출했다만, 결국 뉴스에 대서특필되는 바람에 다시 은신.’


가능성이 없진 않다.

힘을 숨긴 방구석 각성자 케이스가 드물긴 하다만, 전례가 없진 않으니까.


‘아니면 이게 정말 마족의 짓······?’


아니.

그럴 일은 없다.

그냥 양심 삼아 한 번 껴봤다.


“하아.”


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거냐.

스카우트로서 몸이 근질근질한데.

이번에 만일 그가 모습을 보인다면 아예 작정하고 자신이 육성할 생각이었다.

화이트실드의 유망주라는 타이틀과 함께.

그러나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원.

윤향해는 한숨을 내쉬며 앉아 있던 바위에서 일어섰다.


그 순간.


윤향해는 느꼈다.

일대의 공기가 압력에 짓눌리며 내려앉는 느낌을.


“누구냐.”


순간, 이슈의 각성자인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순수 무력에 기반한 압도적인 위압감.

전에도 몇 번 느껴본 적 있다.


‘어둠의 마검사, 문도은.’


그녀가 출현한 것이다.

윤향해는 신체가 짓눌리는 감각을 버텨내며 압력의 근원지로 발을 내디뎠다.


한 발.

한 발.


가까워질수록 어깨가 내려앉아 신체 균형이 무너질 것 같고, 당장이라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각성자의 무력이 닿는 모든 영역을 각성자의 것으로 만든다.’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희대의 S급 각성자.

그녀를 만날 생각에, 고통의 순간에도 윤향해의 입꼬리가 내려올 줄 몰랐다.


“······으아···.”


그러나 문제는 왜 이토록 압도적인 힘을 방출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


평생 전 세계를 누비며 다양한 S급 각성자를 만나봤지만.

이 정도의 무력을 방출하는 것은 보통 원한에 의한 분노일 경우가 대다수다.

마력을 극도로 아끼는 S급 각성자들은 함부로 능력을 발현하지 않는다.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야······. 그것도 공용 사냥터에서···.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망정이지······누구라도 있었으면···.’


그때, 일대를 짓누르던 압력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윤향해도 억압받던 신체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이윽고 그녀의 시선에 문도은의 칠흑 같은 머리칼이 들어왔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먼저 말을 꺼냈다.


“저기, 문도은 씨. 오랜만이에요. 혹시 무슨 일 있으······.”


윤향해의 말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문도은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녀의 전신이 얼어붙었다.

윤향해는 말문이 턱 막히는 기분을 처음 느꼈다.

목구멍이 바짝 말랐다.

굳게 다문 입술이 열리질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자극하면 나를 진짜로 죽일 생각이야.’


문도은의 전신은 칠흑 같은 어둠의 기운으로 감싸여 있었다.

서늘한 눈빛은 어딘가 광기를 띠고 있다.

완전히 돌아버린 것이다.

붉게 물든 눈동자는 더 이상 인간의 것이 아닌 듯 느껴졌다.

그때, 굳게 닫혀있던 문도은의 입술이 열렸다.


“미안한데 좀 꺼져주라.”


윤향해는 떨리는 몸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기백에 짓눌려 대꾸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윤향해는 천천히 뒤돌아섰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그녀의 모습.

그녀는 문도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뒷모습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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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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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 차원 게이트 NEW 10시간 전 16 1 11쪽
15 (2) 바보 병아리 24.09.17 32 2 11쪽
14 (1) 바보 병아리 24.09.16 38 4 12쪽
13 (2)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1 24.09.15 44 6 11쪽
12 (1)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24.09.14 56 4 11쪽
11 (2) Lv10 병아리 +1 24.09.13 67 5 12쪽
» (1) Lv10 병아리 24.09.12 63 5 11쪽
9 (2)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1 63 6 11쪽
8 (1)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0 72 4 11쪽
7 (1) 먹이(Nourishment) 24.09.09 80 6 12쪽
6 (2) 각성자 스카우터, 윤향해 24.09.08 85 6 11쪽
5 (1) 각성자 스카우트, 윤향해 24.09.07 91 7 11쪽
4 (3) 드래곤 맞아? 24.09.06 103 6 11쪽
3 (2) 드래곤 맞아? 24.09.05 148 6 11쪽
2 (1) 드래곤 맞아? 24.09.04 197 7 12쪽
1 프롤로그 24.09.04 199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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