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준시최
작품등록일 :
2024.09.04 19:33
최근연재일 :
2024.09.18 17:21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354
추천수 :
84
글자수 :
76,922

작성
24.09.09 22:50
조회
80
추천
6
글자
12쪽

(1) 먹이(Nourishment)

DUMMY

1. 누군가 내게 교환 신청을 했다.


————————————————

A급, 푸른 숲의 단검 [ 시세 : 82,000,000 ]




C급, 치명적인 단검 [ 시세 : 21,000,000 ]

+

현금 65,000,000

————————————————


2. 헌터정부에서 지원하는 교환 거래소는 서로 간의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한다. 국가가 중개인인 만큼 사기당활 확률은 0퍼센트에 수렴한다.


“어떠세요? 괜찮으신가요?”

“좋습니다.”


내가 이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떡상을 존버하며 A급 단검을 묵혀둘 생각도 없었고, 이렇게 비싼 단검을 쓸 생각도 없었으니까.

오히려 목돈이 생기면 낮은 등급의 단검 한 자루는 마련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누군가 낮은 급의 단검에 현금까지 얹어 교환을 신청한 것이다.

거기다 나는 금전적으로도 이득을 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사기를 당할 일도 전혀 없다?’


나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거래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분 이내에 마법사님의 시스템으로 단검과 현금이 입금될 예정입니다. 물품을 잘 확인하신 후에 교환 확정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그렇게 물품을 꼼꼼히 확인한 후 교환 확정 버튼을 눌렀다.


“아싸. 개이득 봤네.”


나는 새로 얻은 단검을 장착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관리청을 나섰다.

***


「 치명적인 단검 」

— 등급 : C급

— 분류 : 한손단검

— 효과 : 단검 치명타 확률 50% 증가

— 공격력 : +20

— 마력 + 10


***


각성 후 첫 돈벌이.

수중에 무려 6500만 원이라는 목돈이 생겼다.

어디 가서 말은 못 하고, 혼자 축포나 터트릴 겸 치킨을 사 들고 집에 가고 있다.

그러나 떼돈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현실적인 고민이 밀려왔다.


‘아니, C급 단검도 2000만 원이 훌쩍 넘는데. 각성자에게 6000만 원이 그리 큰돈은 아닌 건가?’


생활비 부담을 덜었다는 안도감도 잠시.

각성자로서의 삶에 대한 현실감이 몰려왔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각성자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 제목 : 초보 각성자 장비 세트 추천좀요. ]

— 각성한 지 한 달 된 E급 헌터입니다. 프롤로아 던전 11층 공략 중이고요. 아무리 해도 안 될 것 같아서 장비 맞추려고 합니다. 예산은 2천만원 정도······


ㄴ ㅋㅋㅋㅋ2천으로 뭘 맞추게

ㄴ 그 돈으로는 E급 풀셋도 못맞춤. 무기나 적당한 거 사셈.

ㄴ 그냥 그 2천 갖고 직장으로 돌아가셈. 헌터를 아무나하냐.

ㄴ 다른 던전도 11층 깔짝하면서 돈 더 모으셈. 한참 부족함.

ㄴ 무기 도박 ㄱㄱ 랜덤 박스 가즈아. 인생 한 방 아님?


나는 눈을 비비며 다른 글도 재차 확인했다.

그러나 다른 이견은 없었다.

비슷한 의견뿐이었다.


‘2, 3천만 원이 푼돈 취급당하는 세상이라니······.’


갑자기 6천만 원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각성자의 세상은 험난했다.

아니, 차원이 달랐다.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영역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 500만 원도 안 되는데.’


각성했다고 모두가 헌터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번 6천도 전부 각성자 활동에 투자해야 할 판이다.

장비도 맞추고, 악세서리도 맞추고.

마법사니까 특수 아티팩트가 감화된 무기까지······?


‘이거 돈이 얼마나 드는 거야?’


이 모든 게 얼마나 될지 가늠이 안 갔다.


‘이 바닥에선 돈 관리가 꽤 중요하겠어.’


괜히 각성자들이 길드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었다.

길드에선 재정 관리도 해주니까.


‘하여튼, 재무 관리 공부 좀 해야겠다.’


그래도 당장에 나는 병아리가 있어서 괜찮으려나?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무기 구매를 피할 수 있을테니.

아까만큼의 위력이 보장된다면 무력으로선 이미 최상위권일 것이다.


“어때? 무기 필요할까?”

“삐야···.”


머리에 앉은 드래곤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괜찮아? 어디 아픈 거야?”


이걸 뭐, 어떡하지?

드래곤의 상태를 살펴보니,

볼이 붉게 상기되어 있고 열기가 느껴졌다.

소환수도 아플 수가 있는 거야?

난감하다.

진짜 어떡하냐.

얘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집 바로 앞 골목길까지 왔다.


그런데 그때.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흐억···!”


나는 순간 몸의 균형을 잃었다.

몸을 비틀거리며 골목길에 쓰러졌다.

다행히도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라 사람은 없었다.


‘뭐,뭐야······?’


전신에 힘이 쫙 빠졌다.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 나와 함께 바닥으로 내팽개쳐진 병아리.

······병아리의 표정이 공허해졌다?


아. 설마.

나는 곧바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이거, 드래곤이 빙의하려 한다.’


익숙한 고통이 심장을 옥죄였다.


두 근.

두 근.


심장 박동이 귓가를 울릴 정도로 거세졌다.


“헤···헥···.”


병아, 아니 드래곤의 기운이 점점 강해지며 나를 끌어당겼다.

정확히는 내 영혼을 갈구하고 있었다.

육체를 빼앗기 위해.


“안돼······. 정신 차려···. 병아라······”


만일, 지금 여기서 드래곤의 빙의를 허용한다면···.

그것은 민간인들에게 재앙과도 같은 일이 될 것이다.

어제처럼 드래곤은 자제력을 잃고 도심에 불길을 토해낼 것이다.

대한민국 헌터들과의 마찰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안돼.

그럴 순 없다.


나는 필사적으로 드래곤의 빙의를 거부했다.


“하, 왜 이래······. 정신 차려봐···”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드래곤이 더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 의지가 몸소 느껴질 정도이다.

지난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힘이었다.

금방이라도 육신을 빼앗길 것만 같았다.


“왜···왜 그러는 거야···!”


한계에 다다랐다.

더는 버틸 수 없다.


신체가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내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만 포기하고 제 몸을 내어주라고.


그래도 나는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격렬한 몸부림.

나는 격하게 저항했다.

버텨야 한다.

반드시 버텨야 한다···!


‘어···?’


그때, 내 몸에서 푸른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그 푸른 기운은 푸른빛을 품은 실루엣 형태가 되어 드래곤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마, 마력인가···?’


신비에 가까운 푸른 기운을 봤음에도, 사고할 여유가 없었다.

고통은 그대로였다.

손끝과 발끝부터 저림이 시작됐다.

죽음? 빙의?

무엇이든 지금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허락하고 싶다.

몇 초를 더 버텼을까.

잠시 후, 내 신체에서 흘러나온 푸른 기운이 툭 끊어졌다.


‘어···!’


영겁의 시간이 끝난 듯했다.

순간, 고통이 멈췄다.


“헉···헉,헉.”


어느새 나는 인적 없는 막다른 골목까지 기어와 있었다.

나는 바닥에 쓰러진 채 드래곤의 상태를 먼저 확인했다.


“삐약?”


뭐야, X발?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뭐하냐?’ 는 표정이다.


애가 멀쩡해진 것이다.

그러고는 다시 청아한 울음소리로 삐약거린다.


“삐약? 삐약? 삐약? 삐야아아아!”


뭔 소리야?

드디어 미친 거야?

죽기 전에 발작하는 뭐, 그런 건가?

그러더니 드래곤은 앞발로 내 왼쪽 가슴을 쿡쿡 찌르며 삐약거렸다.

아, 혹시?

지난번에도 드래곤이 내 심장을 가르켰을 때, 분명 마력과 관련 있었다.

나는 정보창을 켰다.


「 정보창 」

— 각성자 : 김진솔

— 등급 : F

— 마법 계열 : 소환

— 마력 : (1/240)

(최대 마력 160, 명예의 전당 50% 효과 적용)


예상대로였다.

원래라면 70이 남아있어야할 마력이······단 1이 남아있었다.


‘흠······.’


역시 방금 일이 마력과 관련 있나?


“삐약!”


드래곤은 내 속마음을 간파한 듯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까 그 푸른 기운은 역시 마력이었네.”

“삐약!”


드래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만신창이 상태로 생각을 거듭했다.


“이거 하나만 묻자. 병아리야. 너는 내게 빙의가 하고 싶은 거냐?”

“삐. 약.”


고개를 격하게 가로젓는다.

매우 강렬한 부정의 몸짓이다.

그렇다는 건.


‘방금까지 기력이 없던 드래곤은 내게 빙의를 하려 했다.’


그런데 원치 않은 빙의였다고···?


‘거기다 내 마력을 흡수해서 기운을 차렸고···.’


이거구나.

이해가 됐다.


“너, 먹이로 마력이 필요한 거냐?”

“삐약!”


드래곤이 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예 날개로 팔짱까지 끼고 말이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마력. 마력이 먹이였구나.”


나는 땅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셔츠부터 바지까지.

탈탈 털은 후에 결연한 다짐을 했다.


“쓸어 모으자. 마력 아이템.”

“삐약! 삐약! 삐약!”

“좋다는 거지?”

“삐야앙!”


신이 난 드래곤, 아니 병아리를 다시 머리 위에 올려두었다.


“집에 가자.”

“삐! 약!”


나는 떨어져 있던 치킨 포장지를 다시 줍고 집으로 기어가듯 갔다.


***


이튿날.

마력을 완전히 회복하자마자 클레이더슨 던전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거래소에 들러 마력 관련 반지도 구매했다.


“아니, 악세서리류는 왜 이렇게 비싼 건데?”


고작 마력 +10 효과가 달려 있는 반지가 천만 원에 육박한다니.


‘고작이 아닌가?’


그래도 반지를 장착하니까 드래곤이 굉장히 좋아한다.


“삐야아아아아!”


「 정보창 」

— 각성자 : 김진솔

— 등급 : F

— 마법 계열 : 소환

— 마력 : (245/255)

(최대 마력 170, 명예의 전당 50% 효과 적용)


「 소마력 반지 」

— 등급 : D급

— 분류 : 반지

— 마력 + 10


확실히 명예의 전당 효과가 대단하긴 하다.

마력이 100 정도일 때는 그다지 체감하지 못했는데,

두 배 가까이 상승하니 그 차이가 현저히 느껴진다.


“삐야아?”


클레이더슨 던전 입구.

마족에 관한 이슈도 잠잠해지자,

던전 입구는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 많지 않은 인파.

고등급 각성자보다는 저등급의 각성자들이 주를 이룬 모습이다.

나 역시도 그들 사이에 섞여 던전에 들어갈 채비를 마쳤다.


“삐양?”

“왜.”


평소와 달리 옆에서 얌전하게 삐약거린다.

그리곤 머리로 내 심장을 쿵쿵 들이받는다.


“왜 그러는 거······아! 마력 달라는 거야?”

“삐야아아!”

“잠시만.”


— 마력 : (245/255)


지금 나에게 있는 마력이 245.

2층도 아마 1층 못지않게 적은 마력으로 수월하게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딱 마법 5번 사용할 정도만 남기고 가져가. 할 수 있겠어?”

“삐야아아아!”


흥분한 드래곤이 정신없이 주변을 날아다닌다.

이내 심장에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곧 적응했다.


‘고작 몇 번 해봤다고 이 감각도 익숙해졌네.’


드래곤의 간섭 신호였다.

그래도 ‘빙의’가 아닌, ‘마력 전이’라 그런지 고통은 경감됐다.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 몸에서 푸른 기운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마력의 실체.


마력 전이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몇 초가 지나자 푸른 기운이 뚝 끊겼다.

팔팔해진 드래곤이 경이로운 비행을 선보였다.


“삐! 삐! 삐야아아! 삐야아아!”

“좋아?”

“삐이!”


마력의 드래곤의 먹이(Nourishment)였다니.

그래도 다행이다.

서로 원치 않은 빙의를 피할 방법을 찾았으니 말이다.


나는 드래곤을 머리에 올려두고 던전 입구 시스템에 손을 갖다 댔다.


“삐야아아!”


[ 공용 사냥터 ]

[ 클레이더슨 1층 ]

[ 클레이더슨 2층 ]

[ 클레이더슨 3층 ]

[ ··· ]


“가자. 2층으로.”


나는 정확히 50의 마력만을 보유한 채 던전에 입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1) 차원 게이트 NEW 11시간 전 16 1 11쪽
15 (2) 바보 병아리 24.09.17 32 2 11쪽
14 (1) 바보 병아리 24.09.16 38 4 12쪽
13 (2)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1 24.09.15 44 6 11쪽
12 (1)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24.09.14 56 4 11쪽
11 (2) Lv10 병아리 +1 24.09.13 67 5 12쪽
10 (1) Lv10 병아리 24.09.12 63 5 11쪽
9 (2)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1 63 6 11쪽
8 (1)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0 72 4 11쪽
» (1) 먹이(Nourishment) 24.09.09 81 6 12쪽
6 (2) 각성자 스카우터, 윤향해 24.09.08 85 6 11쪽
5 (1) 각성자 스카우트, 윤향해 24.09.07 91 7 11쪽
4 (3) 드래곤 맞아? 24.09.06 103 6 11쪽
3 (2) 드래곤 맞아? 24.09.05 148 6 11쪽
2 (1) 드래곤 맞아? 24.09.04 197 7 12쪽
1 프롤로그 24.09.04 199 9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