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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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시최
작품등록일 :
2024.09.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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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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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각성자 스카우터, 윤향해

DUMMY

은백색 머리칼이 윤기 있게 흐르는 그녀.


“마법사님?”

“네?”

“혹시 이번 사건에 이 병아리가 관련 있나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카운터펀치를 맞은 듯 세상이 아찔해졌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주륵 흐른다.


‘큰일이다.’


그녀의 질문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지러움이 몰려온다.


‘대체 어떻게 안 거지?’


나는 침착하게 머리를 굴렸다.

상황을 파악했다.

지금 그녀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질문에 특별한 의도는 없어 보였다.

그래, 기자 정도로 보이는데 그냥 떠본 거겠지.

나는 태연한 척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저도 이 병아리가 그런 힘이 있다면 좋겠네요. 때 돈 좀 벌고 싶은데 말이죠.”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병아리를 계속 어루만졌다.


“농담이에요. 사건 현장보다 이 병아리가 더 눈에 띄길래. 정말 귀엽긴 하네요. 소환수 맞죠?”

“예. 맞아요.”


역시 떠본 거였구나.

순간, 안도감이 밀려왔다.

나는 더욱 표정 관리에 신경 썼다.

그런데 누구길래 이런 걸 떠보는 거지?

정부에서 나온 사람인가?


‘어?’


문득 그녀의 목에 걸린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


[화이트실드, 윤향해]


직책이나 부서명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그녀는 화이트실드 소속이었다.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각성잔가? 처음 듣는 이름인데.’


화이트실드 소속이라니······.

이런 거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게 세삼 믿기지 않았다.

윤향해는 얼마 동안 내 병아리를 쓰다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인제 그만 가볼게요. 이렇게 귀여운 소환수를 보다니. 좋은 경험이었어요.”

“네. 수고하세요.”


나는 일말의 의심도 하지 못하게 끝까지 태연한 척 굴었다.

이윽고 그녀가 떠났다.

그리고 병아리를 꽉 잡았다.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다.’


병아리 때문에 관심이 너무 끌린다.

소환수를 인벤토리에 좀 넣을 수는 없나.

아쉽게도 그런 기능은 없었다.

나는 공용 사냥터에서 서둘러 빠져나와 나와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우와 귀여워!”

“대박! 여기 좀 봐!”


그러나 버스에서도 이 관심은 끊이질 않았다.


***


“흔적은 확실하네.”


한참 이슈가 되는 고블린 출몰 지역.

윤향해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그녀는 증거가 될 만한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흠···.”


이곳에는 윤향해 말고도, 다양한 길드가 모여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도 관심을 보였다.


“안녕하세요. 김관민 씨 맞죠?”


화이트실드의 간판 스카우트답게,

그녀는 한 번 본 얼굴을 절대 놓치지 않는 기억력을 갖고 있었다.


“데미안 씨도 계셨네요?”


그리고 그녀는 각성자들에게 수차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게 마족의 짓이라고 생각해요?”


혹은


“이건 인간의 짓일 수도 있어요. 정부의 실수가 분명해요. 이번 사건을 너무 편협하게 접근하기엔 아직 증거불충분······”


하지만 그들의 대답 역시 한결같았다.


“만약 이게 각성자의 짓이라면, 왜 그가 모습을 숨기겠습니까? 이 정도의 위력을 가진 자인데.”


혹은.


“자네 안목 뛰어난 건 알겠는데, 이번 일은 자네가 관여할 일이 아닐세.”


···.


“바쁘니까, 꺼져라.”


윤향해는 그들의 냉담한 반응에 혀를 찼다.


“쳇, 재미없는 것들.”


잠시 후, 그녀는 스마트폰을 켰다.

문제의 영상을 재생했다.


“여기구나.”


윤향해는 고블린이 얼음장이 되었던 그 장소를 정확히 찾아냈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눈앞의 풍경과 영상 속 장면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한다.


“여기쯤에서···.”


그녀는 카메라 밖의 풍경에 대해 상상했다.


“카메라 밖에서 이쪽으로 불길이 치솟았으니······대충 이 근처겠네.”


그녀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바닥을 세밀히 조사했다.

미세한 흔적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녀의 시선은 바닥을 훑고 또 훑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던전 특유의 울퉁불퉁한 지형 때문에 오히려 정상적인 평평한 바닥 면을 찾는 게 더 힘들었다.


“어?”


그때, 윤향해의 시야에 무언가 들어왔다.


“발자국?”


그것은 사람의 발자국이었다.

아니, 모래사장도 아니고 딱딱한 바위 땅에 이렇게 선명한 발자국이?

그녀의 두뇌가 빠르게 돌아갔다.


“말도 안 돼.”


순간 그녀는 치명적인 모순을 발견했다.

······!

발자국이 단 하나뿐이었던 것.

아니, 이런 땅에 자국을 남길 정도면 보통 각성자가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발자국이 한 곳밖에 없는 거지?’


윤향해는 그 자리에 서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한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여러 차례의 시뮬레이션 끝에.


“설마?”


의미심장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번졌다.


“각성자가 서 있는 채로 마법을 발현했다······.”


그녀의 상상력이 그 순간을 생생히 그려냈다.


“그런데 자신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마법이 발현됐고······.”


그녀는 천천히 바닥 면을 쓰다듬는다.


“그 충격에 바닥 면에 자국이 생겼다······. 그래.”


수상한 자국에 대한 확신.

그녀의 의미심장한 미소가 확신에 찬 소성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래도 각성자의 짓이 아니라고?”


그녀는 결정적인 증거인 발자국을 카메라에 담았다.


“누굴까. 궁금해 죽겠네.”


***


“후. 드디어 도착했네.”


나는 동네에 오는 동안 그녀에 대해 검색해 봤다.

화이트실드 스카우트, 윤향해.


“안 믿겨.”


다시 생각해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화이트실드라니.”

“삐약?”


막연히 동경만 하던 길드의 일원을 실제로 만난 소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나름 대수롭지 않은 척 연기는 했다만.


‘티 나진 않았겠지?’


그보다 그녀가 내게 던진 질문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정말 농담이 맞았을까?’


화이트실드의 스카우트라고 생각하니, 그녀의 괜한 직감도 무서워졌다.


‘뭔가 눈치채고 있는 거 아니야?’


가령, 그 당시 내 주변에 있었을 수도 있다.


“흠······.”

“삐야···.”


아니지.

화이트실드 길드원이 왜 클레이더슨 던전에 있었겠어.

클레이더슨 던전을 순수 공략하는 각성자들은 주로 C급 아래의 등급이다.


‘아마도 그 자리에 있진 않았겠지.’


아마도 그녀의 예리한 직감으로 찔러본 것 같다.

거 참, 직감이 예리해도 너무 예리하다.

괜히 대한민국 최상급 길드의 스카우트가 아닌 모양이다.

나는 병아리에게 질문했다.


“그만 생각하자. 윤향해 스카우트가 알 리가 없어. 그치?”

“삐야······?”


그런데 병아리가 좀 이상하다.


“어? 왜 그래?”


병아리는 어느새 기운이 쫙 빠진 모습으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니, 방금까지만 해도 사람들 관심에 좋다고 여기저기 치근덕거리더니.

언제 이렇게 축 처진 거야?

아무래도 던전도 처음 다녀왔고, 사람들의 관심까지 한 몸에 받은 터라 기력이 남아나질 않는 모양이다.


“너 초월급 맞아? 체력이 왜 이렇게 없는거야.”


어쩔 수 없다.

나는 흐물거리는 병아리를 머리에 올려놓았다.


“삐아아?”


다행히 별명답게 병아리만 한 드래곤에게 딱 맞는 보금자리였다.


“날갯짓하는 것보단 이게 편하지?”

“삐야아아···.”


맥 빠진 목소리로 슬피 우는 병아리.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앞으로는 사람들을 좀 피해 다녀야 하나.

애가 잔뜩 피곤해 보인다.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것만은 아닌가 보다.

하긴······유독 오늘따라 사람이 더 몰리긴 했어.

공용 사냥터에 들리지 말걸.

후회된다.


“이것만 해결하고 금방 집에 가자. 머리카락 잘 잡고 있어.”

“삐야···!”


그래도 자기 나름 힘을 실어 대답하는 병아리를 보니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우선, 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헌터 관리청에 도착했다.

정부 기관인 헌터 관리청은 각성자와 관련된 거의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


각성 신청.

승급 신청.

길드 개설.

거래소 이용 등등.


그리고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거래소 때문이다.


— A급, 푸른 숲의 단검


아까 1층 S급 공략 보상으로 얻은 ‘푸른 숲의 단검’을 팔기 위해서다.


“아깝긴 해.”


원거리에 특화된 마법사에게 단검은 언제나 비장의 수가 될 수 있는 무기이다.

그래서 그냥 쓸까도 고민했지만.



[ 각성자 커뮤니티 ]

[ 제목 : 푸른 숲의 단검 떴는데, 얼마임? ]

— 오늘 단검 랜덤 박스에서 0.000003% 확률 뚫고 푸른숲의 단검 나온 E급 헌터인데. 종결급임? 이거 시세 어느 정도 하냐? 집 근처에 관리청이 없어서 거래소까지 가기 귀찮. 쓸까 말까 고민중임.


ㄴ 와 확률 레전드네. 운 미쳤다. 지금 시세 한화로 약 팔천 정도. 도박 성공했네.

ㄴ X발! 운 보소. 근데 네가 쓰기엔 별로일 듯. 차라리 팔고 낮은 등급 단검을 사셈.

ㄴ 비틱이냐? 걍 바닥에 버리셈. 지나가던 똥개도 안 주음.

ㄴ 님 걍 존버하셈. 요즘 각성자 많아지고 있다는데, 무기 떡상하는 거 아님? 나 같음 존버할듯.


팔아라.

다른 걸 사라.

버려라.

존버해라.

게시글엔 다양한 의견들이 난무했지만,

나는 이 글을 보자마자 단번에 결심했다.


“80,000,000?”


평균 시세가 팔천만 원이라니.

이걸 안 팔고 배길 수 있다고?

C급 마석 하나가 40만 원 정도니까,

약 200배의 가치다.

그렇다면 당장 필요 없는 단검을 처분하고, 마석으로는 포션에 제조해서 마력 성장에 기여한다.

금전도 해결, 포션도 해결.


‘미니 브레스가 있는데 무슨 단검 타령이야. 장난하나.’


그렇게 스스로 결론지으며 관리청 5층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각성자가 분주히 거래 중이었다.


“어머, 머리에 그건 뭐예요?”

“헐! 병아리잖아! 귀엽다!”

“귀여워! 만져봐도 돼요?”


이 병아리, 무슨 페로몬 향수라도 뿌렸나?

인파가 몰린 곳이면 어김없이 주목받았다.


“하여튼.”


나는 머리의 드래곤을 꽉 붙잡고 인파를 뚫어 거래소 시스템 앞에 섰다.

지문 인식 시스템에 손을 대자 허공에 거래소가 펼쳐졌다.


‘꽤 떨리네.’


이렇게 큰돈을 거래하는 건 처음이라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기대에 부푼 채 거래소 창에 ‘푸른 숲의 단검’을 검색했다.


‘어?’


거래소엔 단 5개의 단검만 등록돼 있었다.

평균 시세는 8200만 원.


‘음······!’


내 인벤토리에서 ‘푸른 숲의 단검’을 꺼냈다.

떨리는 손을 꽉 붙잡은 채로.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거래소에 등록했다.


“최고가로 하자.”


수중에 돈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딱히 큰돈이 급하게 필요한 건 아니라 가장 최고가로 등록해 놓았다.


[ A급, 푸른숲의 단검 / 87,000,000 ]

[ 거래소에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


“됐다.”


등록을 마치자 뿌듯함이 밀려왔다.


‘각성하니까 좋네.’


이런 드래곤도 만나고, 덕분에 던전도 S급으로 공략하고.

그 보상으로 일확천금의 기회까지.


“오늘 푹 쉬고, 내일 다음 층도 공략하자.”

“삐아아······.”


힘찬 발걸음으로 관리청에서 나가려는 순간.

누군가가 나를 붙잡았다.


“마법사님? 김진솔 씨 맞으신가요?”

“예. 그런데요?”


앳된 티가 남은 그녀는 척 보니 관리청 안내원이었다.

가슴팍엔 [ 안내원 : 유이 ] 명찰이 달려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다른 각성자분께서 교환 신청을 거셨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나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교환 신청?’


나는 상대방의 물건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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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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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 차원 게이트 NEW 11시간 전 16 1 11쪽
15 (2) 바보 병아리 24.09.17 32 2 11쪽
14 (1) 바보 병아리 24.09.16 38 4 12쪽
13 (2)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1 24.09.15 44 6 11쪽
12 (1)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24.09.14 56 4 11쪽
11 (2) Lv10 병아리 +1 24.09.13 67 5 12쪽
10 (1) Lv10 병아리 24.09.12 63 5 11쪽
9 (2)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1 63 6 11쪽
8 (1)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0 73 4 11쪽
7 (1) 먹이(Nourishment) 24.09.09 81 6 12쪽
» (2) 각성자 스카우터, 윤향해 24.09.08 86 6 11쪽
5 (1) 각성자 스카우트, 윤향해 24.09.07 91 7 11쪽
4 (3) 드래곤 맞아? 24.09.06 105 6 11쪽
3 (2) 드래곤 맞아? 24.09.05 148 6 11쪽
2 (1) 드래곤 맞아? 24.09.04 197 7 12쪽
1 프롤로그 24.09.04 199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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