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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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시최
작품등록일 :
2024.09.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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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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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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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DUMMY

—케···케륵! 케륵!


심연의 어둠이 감도는 동굴.

주변 경관은 1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가시의 영역에서도 이번에는 당당히 정면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예상대로 시야가 선명하게 펼쳐졌다.


—케륵! 케륵! —케륵! 케륵!


원거리에서 활시위를 당기는 고블린 네 마리.

예상된 전개다.

던전 2층은 고블린 중에서도 상급 고블린의 영역.


활 고블린과 방패 고블린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활 고블린 넷이 동시에 공격하면 어떡하라는 걸까.

나 같은 초보 각성자들에겐 참 불친절한 던전이다.


—케륵! 케륵! 케륵! 케륵!


나를 향해 집중되는 화살 세례.


“미니 브레스.”


네 개의 화살이 정확히 수렴하는 지점에 마법을 발현했다.

바로 내 목전에서.


—케륵?

—후우우우우우우우!


미니 브레스는 고블린의 화살을 양분삼아 더 힘차게 쏘아졌다.


—구오후우우우우우우우!


쭈욱 뻗어나간 미니 브레스가 활 고블린 하나를 정확히 직격했다.


—케르르륵···.


남은 활 고블린은 셋.


“마력이 아깝네.”

“삐약?”


지속 시간이 짧은 미니 브레스는 다수를 공격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활 고블린들은 마치 전술이라도 짠 듯 분산되어 있었다.


“뛰자.”


나는 브레스가 그들을 일직선으로 동시에 관통시킬 수 있는 위치로 질주했다.

최소의 마력으로 최대의 피해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신속히 움직이자, 활 고블린들도 표적 조준에 애를 먹는 듯했다.

그때.


“삐야아아아악!”


병아리가 내게 경고 신호를 보냈다.

전방의 바위 뒤에 누군가 숨을 죽인 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것도 가능한가?”


나는 전력 질주하며 손바닥에 마력진(魔力陣)을 전개했다.

이윽고, 미니 브레스는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바위를 정확하게 강타했다.


—케르르르르륵!


바위 뒤에 숨어있던 고블린은 형체도 없이 분진으로 화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적절한 위치의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오른팔에서 열기가 후끈거린다.


“후. 남은 브레스는 단 세 번. 이번에 반드시 활 고블린 셋을 단번에 제거해야 해.”


나는 바위 뒤에서 고개만 내민 채 각도를 조정했다.

그리고.


“지금.”

“삐약.”


현재 그들과 나는 완벽한 일직선상에 위치해 있었다.

주저 없이 마법을 발현했다.


“미니 브레스.”


—후우우우우우우우!


고블린 셋이 불길에 숨을 거두었다.

압도적인 위엄과 파괴적인 위력.

그것을 동시에 갖춘 브레스 마법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나는 새삼 EX 등급과 병아리의 위대함을 느꼈다.


“삐야아악?”


그때, 허공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 소환수 레벨이 상승합니다. ]

[ Lv 8 → Lv 9 ]


“삐야아아아악!”

“오. 벌써 9레벨이구나.”


하지만 승리를 자축하기엔 아직 이르다.

예포는 좀 이따 터뜨리자.


—케륵···!


고블린의 나직한 울음이 동굴 내부를 메웠다.

남은 마력을 단 20.

나는 병아리의 도움으로 고블린들의 위치를 순식간에 파악했다.


정면에서 달려오는 방패 고블린 둘.

뒤에서 사격 자세를 취한 활 고블린 하나.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 보이지 않았음에도,

병아리의 신호에 맞춰 두 번의 마법을 연이어 발현했다.

정면에 발현, 그 동시에 후면에 발현.


—케,케륵!

—케르르르륵···.


고블린의 단말마가 이어졌다.

나는 오른팔의 긴장을 풀며 전투의 종료 알림을 기다렸다.


“왜 클리어 시스템이 안 뜨지?”


그때였다.


“삐약!”

—케륵!


바위틈에 숨어 있던 방패 고블린이 내 후방에서 기습을 노리고 있었다.

왠지 이상하더라.

분명 병아리는 내게 세 마리의 고블린을 알렸는데.


‘신음 소리가 두 번밖에 들리지 않더니.’


나는 급하게 뒤로 넘어지듯 구르며, 고블린이 무겁게 내려찍은 도끼를 간신히 회피했다.

그리고 즉시 브레스를 발현하려 했으나,


‘살짝 늦었다.’


도끼 공격을 실패한 고블린.

이번에는 방패로 내 머리통을 내려찍을 심산이다.

순간, 당황했다.

그러나 지체 없이 재빠르게 허리춤으로 손을 뻗었다.

너튜브로 연마한 똥폼 단검술.

급박하게 자세를 잡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타이밍.

너튜브에서 배운 대로.


“하나,”


하나에 기를 모으고.


“둘.”


둘에 몸을 던진다.


—촤아아악!


물 흐르듯 전개된 일련의 과정.

찰나의 순간이었다.

내 예리한 단검은 고블린의 양안을 정확히 관통했다.


—케르르륽!


고블린의 처절한 비명과 함께 허공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 축하합니다! 클레이던슨 2층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탈출구로 이동하세요. ]


나는 주체하기 힘든 떨림이 도는 팔을 천천히 붙잡았다.

내가 직접 단검으로 적을 처치했다니.

뭔가 초현실적인 개사기 마법으로 적을 몰살할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야말로 내가 직접 마수를 잡았다는 실감이 들었다.


“삐야아아아악!”


병아리도 옆에서 우렁차게 울어댄다.


“별거 없구만.”


이제 근접전도 어느 정도 자신 있다.

원거리는 말할 것도 없고.


“삐야?”


그래도 이번 공략은 지난번만큼 순탄치 않았다.

아마, 명예의 전당 상위권 진입은 힘들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탈출구에 손을 올렸다.


[ 크레이더슨 던전, 명예의 전당 ]

[ 각성자의 공략 점수가 명예의 전당에 새겨집니다. ]

[ 명예의 전당에 오른 각성자들은 자신에게 유효한 능력이 임시적으로 오르는 효과를 부여받습니다. ]

[ 김진솔 님의 공략 점수 : ······Loading ]


3층부터는 빡세게 진행해 보자.

자신감이 팍 붙었다.


“그냥 오늘 3층도 공략해버려?”

“삐야악?”


하지만, 마력이 부족하다.


— 마력 : (2/270)


이럴 줄 알았으면 약간의 마력 좀 남겨둘걸.

괜히 무리해서 먹이를 주는 바람에 마력이 부족하다.


“단검으로만 적을 처치하는 건······.”


X랄.

자만 하지 말자.

내가 무슨 로그도 아니고.


‘그 정도 실력은 아니야.’


아직도 한참 연습해야 할 수준이다.

고작 고블린 하나 잡아놓고 너무 신났다.


“삐야?”


그때, 허공에 공략 점수 결괏값이 떠올랐다.


[ 김진솔 님의 공략 점수 : S급, 1933점 ]


[ 축하합니다. 크레이더슨 던전 2층, 명예의 전당 1위에 오르셨습니다. ]


[ 1위 : 김진솔 / 1933점 ]

[ 2위 : 문도은 / 1932점 ]

[ 3위 : 현화 / 1844점 ]

[ 4위 : 민혁강 / 1802점 ]


[ 명예의 전당에 오르실 별명을 적어주세요. ]

[ 본명으로 진행하겠습니까? ]


“예······?”


나는 마른 세수도 하고, 눈도 여럿 비비고, 뺨도 연달아 때려보았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바라봤다.


[ 1위 : 김진솔 / 1933점 ]

[ 2위 : 문도은 / 1932점 ]


이게 말이 돼···?

나는 이번에도 공략 점수가 1등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도 문도은과 1점 차이야.’


누가 보면 내가 의도적으로 이런 점수를 맞춘다고 오해하겠네.

벌써부터 후환이 두려워진다.

문도은한테 암살이라도 당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왜 내가 1등일까.”

“삐야?”


분명 여유롭게 클리어한 것도 아니었다.

1층 때처럼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클리어한 것도 아니었고.

이번엔 적은 마력으로 한 번에 소탕하려다 보니, 위치 선정에도 시간이 꽤 소요됐을 텐데.

어떻게 1등이냔 말이다.


“너는 알고 있냐?”

“삐야?”


병아리가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안다는 거야. 모른다는 거야.”

“삐야앙?”


왠지 모르는 척하는 것 같긴 한데.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던전을 누비는 병아리다.


[ 명예의 전당에 오르실 별명을 적어주세요. ]

[ 본명으로 진행하겠습니까? ]


나는 이번에도 별명을 드래곤으로 결정했다.


[ 드래곤 님, 명예의 전당 1위에 등단을 축하합니다! ]

[ 1위 : 드래곤 / 1933점 ]

[ 각성자님의 임의의 능력이 순위를 유지 기간 동안 상승합니다. ]

[ 각성자 데이터, Loading······. ]


그래, 좋게 생각하자.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 하는 1등을 하게 해준다는데.

뭐가 이리 불만스러울까.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상을 기다렸다.


[ 명예의 전당 특수 효과로 각성자님의 최대 마력이 50% 상승합니다. ]

[ 기존의 효과에 중첩되어 각성자님의 최대 마력이 100% 상승합니다. ]

[ 270 → 360 ]


「 정보창 」

— 각성자 : 김진솔

— 등급 : F

— 마법 계열 : 소환

— 마력 : (2/360)

(최대 마력 180, 명예의 전당 100% 효과 적용)


“와우.”


벌써 최대 마력이 360이다.

이 정도 추세라면 드래곤 먹이 걱정은 한시름 놓을 수 있겠다.

아직 정형화된 먹이 배분은 정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체계화해야겠다.

마법사의 주력이 마력인 만큼 효율적인 배분이 중요하다.


“삐야아아아아!”


참, 이럴 때는 초월급 반응 속도다.

내 정보창의 마력을 확인하고는 더욱 활기차게 하늘을 비행한다.


“그런 곳에 마력 소모하지 말라고.”

“삐야아아아앙!”

“안 귀여워, 이 녀석아.”

“삐야아아···.”


사실 귀엽긴한데, 사람들이 너무 추켜세우는 바람에 나라도 채찍질해야 했다.

당근만 주면 제아무리 초월급 드래곤이라도 버릇이 나빠질 테니까.


“삐야?”


문제는 이 녀석이 내 속마음도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쳇.”


우리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드디어 2층 공략에 대한 보상이 들어왔다.


[ 각성자님의 크레이더슨 던전 2층, S급 공략 보상이 주어집니다. ]


「 보상 」

— S급, 단검 주문서 (계열 : 도박)

— A급, 달콤한 사탕

— C급 마석 3개


뭐야?

이번에는 지난번과 사뭇 다른 보상이 주어졌다.


“삐야···!”


이 녀석은 분명 지난번처럼 S급이 아닌, A급 달콤한 사탕에 실망했을 터이고.

C급 마석 역시 반가운 보상이다.

벌써 8개나 쌓였다.

그러나 우리의 이목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S급 단검 주문서.


“하필이면 나와도 단검 주문서냐.”


단검이 유용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S급 주문서를 사용할 정도는 아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본말이 전도된 격이다.

아쉽지만 주문서도 팔아야겠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문서를 클릭했다.

도박이란 계열이 궁금하기도 했고.


“······에?”


그러나 나는 주문서를 확인하곤 심장이 격렬하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 단검 주문서 (계열 : 도박) 」

— 등급 : S급

— 분류 : 주문서, 단검

— 설명 :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그 손에 운명의 단검을 쥐리라.


— 효과

1. 대상 단검의 모든 기존 효과 및 능력치를 완전히 제거합니다.

2. 새로운 도박형 효과를 부여합니다. (매 공격 시 1~777 사이의 무작위 공격력 적용.)


— 주의사항

1. 한 번 사용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거래 및 교환 불가)

2. 운이 좋으면 천상의 일격을, 운이 나쁘면 속절없는 일격을 선사할 것입니다.

3. 본 주문서는 C급 이상의 단검에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미친 도파민······!”

"삐야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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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급 드래곤을 병아리로 착각당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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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 차원 게이트 NEW 11시간 전 16 1 11쪽
15 (2) 바보 병아리 24.09.17 32 2 11쪽
14 (1) 바보 병아리 24.09.16 38 4 12쪽
13 (2)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1 24.09.15 44 6 11쪽
12 (1) 누가 제 던전을 건든 것 같아요. 24.09.14 56 4 11쪽
11 (2) Lv10 병아리 +1 24.09.13 67 5 12쪽
10 (1) Lv10 병아리 24.09.12 63 5 11쪽
9 (2)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1 63 6 11쪽
» (1) 운명의 주사위를 굴리는 자 24.09.10 73 4 11쪽
7 (1) 먹이(Nourishment) 24.09.09 81 6 12쪽
6 (2) 각성자 스카우터, 윤향해 24.09.08 85 6 11쪽
5 (1) 각성자 스카우트, 윤향해 24.09.07 91 7 11쪽
4 (3) 드래곤 맞아? 24.09.06 104 6 11쪽
3 (2) 드래곤 맞아? 24.09.05 148 6 11쪽
2 (1) 드래곤 맞아? 24.09.04 197 7 12쪽
1 프롤로그 24.09.04 199 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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