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장남이 이혼 후 효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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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슬라
작품등록일 :
2024.09.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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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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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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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화 엄마! 지금 내려가요.

DUMMY

“어머니. 죄송해요. 요새 집사람 회사 사정도 좋지가 않아서요. 임플란트는 다음에 제가 여유가 생기면 해드릴게요.”

“아니다. 나는 괜찮다. 그냥, 옆집 진석 엄마가 싸게 했다고 해서, 말이나 해본 거야. 아직 엄마 이빨 쌩쌩해. 불편하지 않아.”

“.....네. 알겠어요. 다음 달이 추석이니. 한번 내려갈게요.”

“그래. 밥 잘 챙겨 먹고.”

“네. 어머니도요.”


나는 전화를 끊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모님의 자랑이자.

자긍심이었던 아들이 어쩌다가 이렇게 불효막심한 놈이 되었는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깟 임플란트 얼마나 한다고.’


돈 500만원이면 떡을 칠 것이다.

하지만.


“여보. 어머니가 이가 좀 안 좋으시다고 하시네.”

“그래서 당신이 내려가 보게?”

“아니! 내가 당신 중요한 스케줄 있는데. 자리 비울 순 없지. 그냥 요새 임플란트도 많이 싸져서, 어머니 해주면 어떨까 싶은 거지. 돈 500정도면 아픈 이 다 할 수 있다네.”

“하아~.”


아내에게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었다.

나와 집사람은 매니저와 여배우로 만나서, 밑바닥부터 함께 뒹굴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산전수전 다 겪은 사이였다.


내가 막 해외 유학을 마치고, 한참 뮤지컬과 연극, 영화에 빠져 충무로와 상암동을 기웃거릴 때.

지금의 집사람이 소속되어 있는 회사의 대표를 만났었고.

거기서 너는 연기에는 재능이 없으니.

한번 매니저 일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었다.


사실 나도, 직접 무대에 서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고 배우를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열연을 펼치는 걸 지켜보고, 그들이 더욱 빛날 수 있게 서포트해주고 관리 해주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다.

소속사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고.

처음 배정받은 연예인이 지금의 집사람이었다.


‘그때 내가 눈이 삐었지.’

‘저 얼굴이 뭐가 이쁘다고.’

‘너무 붙어다니보니. 정이 사랑인 줄 알고 착각을 한 것이야.’


장장 3년 동안 단역을 함께 전전했고.

어렵게 조연 자리를 따내고, 그 드라마가 준수한 시청률을 거두고 뜨면서 집사람도 빛을 보게 되었다.


이후에는 조연 자리에 얼굴을 비추며 필모를 쌓고, 인맥을 다졌고.

나도 발이 땀이 나도록 상암이고, 충무로고, 여의도고, 목동이고.

가리지 않고 뛰어다니며 배역을 따내 뒷바라지했다.


그렇게 지금은 메인 주인공까지는 못 돼도, 그럴저럴 주연 정도는 이름 올리는 여배우가 되어있었다.


“당신 지금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몰라서 그래?”

“알고 있지. 하지만-.”

“아! 진짜! 오늘도 장춘석 감독님과 저녁에 약속 있는 거 몰라? 모레는 정해일 감독님 만나야 하고.”

“그래. 아는데.”

“그걸 잘 아는 사람이 그렇게 한가한 소리를 해? 감독님 만나서 그냥 저녁만 먹고 헤어질 거야? 그래서 주인공 자리 따 나겠어!!?”


애매한 배우들은 주인공을 따내기 위해 감독을 찾아 로비를 하기도 했다.

그게 저녁 식사 자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술과 함께 고가의 선물을 안겨 줄 수도 있었다.

지금 아내는 후자 이야기를 하는 거였다.


‘너는 연기가 딸려서 단독 여주인공은 못해.’


라고 시원하게 질러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입속에 맴도는 그 말을 내뱉지는 못했다.


‘내가 장장 6년을 함께하며 키운 내 배우인데.’


결혼을 하고, 온갖 정이 다 떨어지고.

매일 이리 무시당하며, 부모님 임플란트 하나 해주지 못하고. 이렇게 타박을 받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일말의 정이 남아 있었다.


‘하아~. 그게 뭐라고.’

‘빙신.’


자조 섞인 한탄이 입안을 맴돌았다.


“알았으면. 저녁 미팅이나 준비해. 백화점 들려 감독님 줄 선물 사야 하니까.”

“.....그래.”

“그리고 좀! 어머니 이가 안 좋으시면. 밥 말고 죽 드시라고 해. 나이 많은 사람들은 밥보다는 소화도 잘되는 죽이 좋데. 그리고 질긴 고기 노인에게 안 좋아.”

“........”


‘아. 진짜. 미연아. 밑바닥 끝까지 다 보여주는구나.’


나는 더 대꾸하기도 싫어서, 한숨을 삼키고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

이제 정말 꼴도 보기 싫은 원수 사이가 되었다.


**


“감독님. 우리 미연이 잘 좀 부탁드립니다. 애가 속은 안 그런데. 워낙에 이미지가 차가운 도시 여자라서. 그런 배역만 또 주로 하다 보니. 쌀쌀맞은 줄 알더라고요. 그런데 진짜, 아니거든요.”

“호호. 그래요. 감독님. 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역할도 잘해요. 예전에 제가 출연한 드라마도 대박이 났었잖아요. 이번에 들어가는 감독님 작품. 저 좀 뽑아주세요. 저 많이 준비했어요.”

“그래?”


감독은 내 말에는 별 반응이 안 보이다가. 집사람이 술잔에 술을 따라주고.

살짝 애교를 부리며 바싹 몸을 붙이자.

눈을 게슴츠레 뜨며, 집사람의 훤히 드러난 가슴골을 훑었다.


‘저 변태 자식.’


당장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더욱 그 모습에 간드러지게 웃으며 비위를 맞추는 집사람을 보자.

그럴 마음도 싹 사라졌다.


‘쇼윈도 부부 된 지 오래인데. 뭐.’

‘내가 진짜, 단독 주인공까지 올라가면. 그만두고 만다.’


더 이상은 이런 더러운 꼴을 봐야 하는 아내의 매니저 일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적당히 눈치를 봐서, 담배와 마실 거리를 좀 사 오겠다고 하고. 술집에서 나왔다.


“실장님. 어떻게 됐어요? 분위기 괜찮아요?”

“어. 나쁘지 않아.”

“아. 이번에 미연이 누나 진짜, 단독 주인공 한번 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못 하면 이제 진짜. 나이 때문에 주연 자리도 위태위태하잖아요.”


중요한 시기는 맞았다.

여배우 나이 35이면.

기로에 서긴 했다.


“네가 들어가서 비위 좀 맞춰져라. 이건 편의점 가서, 담배하고 아이스크림 몇 개 사 가지고 들어가고.”

“알겠습니다. 실장님.”


나는 로드 매니저에게 돈 만 원을 건네주고, 차량으로 이동했다.

술자리가 길어질 것이 뻔히 보였기에. 부족한 잠이나 한숨 자려고 했다.


**


‘으음. 여기는 우리 집인데....’


내가 일이 끝나고, 부모님 집에 내려왔었나?


나는 익숙한 풍경과 물품을 보고.

이내 내 방안이라는 걸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새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이렇게 가끔 깜빡깜빡하며.

기억에 혼돈을 겪을 때가 있었다.


“아들. 밥 다 되었어. 나와서 먹어.”

“네. 엄마.”


‘저번에 전화를 받고, 걱정이 되어서 내려왔었나 보네.’


‘휴. 다행이야. 엄마 얼굴을 보니.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었던 것 같아.’


말짱한 엄마 모습을 보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고추 농사 직접 해서 만든 제육볶음이야. 우리 현수 이거 하나면 밥 두 공기는 뚝딱 했잖아.”

“엄마. 세 공기도 먹을 수 있어.”

“호호. 그래? 그럼, 오늘 배불리 먹어봐. 밥도 너 온다고 올해 도정한 백미로만 지었어. 이거 김 올라오는 거 봐라. 윤기도 잘잘 흐르지?”

“그러네. 그냥 밥만 먹어도 맛있겠다.”


나는 흰쌀밥에 제육볶음 한 점을 올려 크게 떠서 먹었다.

엄마표 된장과 두부, 멸칫국물로 육수를 낸 된장찌개도 함께 했다.


‘역시, 엄마 밥이 최고네.’

‘미연이 그년은 밥 한번을 안 차려줬지.’


신혼 때 아주 잠깐.

유부초밥이라며, 너무 식초를 많이 넣어서 도저히 먹을 수 없는 밥을 딱 한 번 해준 적이 있었다.


“어?”


잠깐 밥을 먹다가.망할 여편네 생각을 하는 사이.

순식간에 주변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머, 뭐야? 엄마! 엄마! 어디 갔어?”


눈앞에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만 보이고.

복도에는 누구 장례식인지 화환이 가득 놓여 있었다.


“최광.....남???”


저건 어머니 이름인데.

외할아버지가 내리 딸만 둘이나 낳았다고.

다음엔 아들을 꼭 낳아야 한다고 저렇게 남자 이름으로 지었다고 했었다.

그런데 왜 엄마 이름이 화환에?


나는 뭐에 홀린 듯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와 슬퍼하고 있었고.

특히 상주복을 입고 있는 여자.

내 여동생이 서럽게 주저앉아 어머니 영정 사진 앞에서 통곡하고 있었다.


“어...엄마.”


나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영정 사진 앞으로 갔고.


“오빠. 왜 그랬어? 왜 그랬어! 그깟 임플란트 얼마나 한다고.”

“어?”

“차라리 내게라도 말하지. 오빠가 힘들면 나라도 말하지!”


**


“.....허억!!!”


나는 여동생의 통곡 섞인 하소연에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고, 내가 차 안에서 밤을 새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는.

그제서야 방금 꿈을 꿨다는 걸 알아차렸다.


“허어. 허어.”


나는 너무 놀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정장 셔츠를 보니.

이미 땀으로 등이 다 축축했다.


“무슨 이런 생생한 꿈을....”


아무래도 며칠 전 받은 엄마 전화가 내내 마음에 걸렸던 것 같았다.

결혼을 하고.

제대로 찾아가지도 못하고.

연락도 자주 못 했다.

또, 어렵게 꺼냈을 게 분명한 임플란트 이야기에 힘들다고만 말했다.


“멍청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안다더니.

내가 딱 그짝이었다.


“이미연 그년이 뭐라고!”


이미 알고 있었다.

아내에게 내연남도 있다는 것을.

모 중견기업 사장 아들로.

뒤로 광고와 후원을 받는 조건으로 잠자리를 가진다는 걸 확인했었다.


“현수야. 이번 영화 출연만 하면. 그때는 내가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해줄게. 이혼이든. 각각 갈라서든. 알아서 해.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이혼 스캔들 기사 터지면. 모두 나가리야! 지금 찍고 있는 광고부터, 드라마까지 다 엎어지는 거야. 위약금만 수억 물어줘야 해.

너, 그러길 원해? 그래도 네가 신인 시절부터 함께 동고동락하며 키우고, 결혼까지 한 사이 아니냐? 잠깐만. 그래 딱 반년만 눈감아줘라. 그냥 일만 생각해라. 응?”


아내가 외간 남자와 붙어먹었다는 걸 안 순간.

바로 대표를 찾아가서. 당장 저년 바람핀 거 언론에 다 까발리고. 이혼할 거라고 노발대발 성을 냈었다.

그때, 제발 반년만.

딱 반년만 참아 달라고 통사정했었다.


‘위자료.’

‘재산 분할.’


니미!

그것만 아니면. 참지도 않았는데.


“엄마. 나 현수.”

“으음. 그래. 밤늦게 무슨 일이니? 집에 무슨 일 생겼니? 새아기 어디 아프거니?”

“아니. 그런 거 아니야. 그냥, 며칠 전에 엄마 이야기한 거 생각나서. 치과 갔던 거.”

“아구! 그건 잊어. 그냥 진석이네가 싸다고 해서. 한번 이야기나 한 거야. 엄마, 아직 멀쩡해.”

“아니. 엄마.”


나는 괜찮다는 엄마의 말을 믿지 않았다.

엄마 이가 안 좋다는 건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저번 내 생일 때, 질긴 오징어하고, 고기는 거의 드시지도 못했지.’


“엄마. 지금 나 내려가. 지금 가니까! 내일 아침. 함께 치과 가자. 임플란트 다 하자. 이 새로 다 해서. 맛있는 고기도 실컷 먹고. 엄마 좋아하는 마른오징어도 구워 먹자.”


‘시팔!’

‘위자료고 재산 분할이고. 뭐고!’

‘이제 다 필요없다.’

‘다 나중에 일이고.’

‘당장. 우리 엄마 임플란트부터 해줘야겠다.’


“오늘부로 이미연 그년하고 이혼하고. 우리 부모님께 효도한다! 시팔!”


나는 자동차 시동을 걸고, 바로 부모님 댁으로 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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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배우와 매니저 관계 24.09.17 864 35 11쪽
12 12화 금전 보상이 최고지 24.09.16 932 37 12쪽
11 11화 나 좀 살려줘라 +2 24.09.15 1,042 35 14쪽
10 10화 바둑 함께 할래요? 24.09.14 1,056 39 11쪽
9 9화 거장과의 미팅 +1 24.09.13 1,128 3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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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나한테 명령하지 마! +1 24.09.08 1,740 47 11쪽
» 1화 엄마! 지금 내려가요. 24.09.08 1,813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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