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장남이 이혼 후 효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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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슬라
작품등록일 :
2024.09.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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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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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나한테 명령하지 마!

DUMMY

지이이잉!

지이이이잉!


고향집으로 내려가는 길.


아까부터 전화기에서 미친듯이 불이 나고 있었다.

운전을 하면서 부재중 전화번호를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이미연.’

‘그년 밖에 없지.’


아니나 다를까. 액정 화면에 뜬 이름은을 힐끔 보니.


[ㄱㅌㄴ] 이었다.


간통년!

바람을 핀 사실을 알고 난 이후.

‘이 구역의 미친개’에서, ’ㄱㅌㄴ‘로 저장했었다.


“왜?”


잠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을 때, 집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야아아아아아!”


화통을 삶아 먹었는지. 귀청이 다 나갈 것 같은 샤우팅이 터져 나왔다.


’그럴 줄 알고, 스피커폰으로 받았지.‘


“너어어어! 어디야!!!!! 어디인데. 차를 끌고 가 사라진 거야? 야. 이 미친놈아! 어디냐고!”


이미연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직 기운이 남아 있나 보다.

지금쯤 감독과 술을 진탕 마시고, 인사불성이 돼 있을 줄 알았는데.


’이야기가 잘 안되었나 보지?‘

’아니면, 반대로 너무 쉽게 넘어왔던가.‘


“너. 당장 튀어와. 차 가지고 오라고오오오오!!!!!”

“.....음. 싫은데.”

“뭣?”

“싫다고.”

“..........”


전화기 너머에서 잠깐 침묵이 찾아왔다.

아무래도 내 대답에 잠시 할말을 잊은 것 같았다.


’왜 그동안은 그렇게 눈치를 보며 살았는지 몰라.‘


6년이 넘도록 갑과 을.

배우와 매니저로 일하다 보니.

당연히 집사람을 평등한 부부 사이가 아닌.

비즈니스적인 상하관계로 대하고 있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이제부터라도 내 할말은 하고 살아야지.‘


어차피 이제 이혼할 것이다.

더는 사정을 봐주고 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연보다는 내 부모님이 더 중요해.‘

’눈치를 보며, 부모님 임플란트 하나 해주지 못한다면. 그런 무능한 장남이 어디 있어!‘


이제 유능한 장남이 되어보려고 했다.


“너 뭐 잘 못 먹었어?”

“아니. 아까 특급 한우로 배 빵빵하게 채웠어. 역시 삼원가든 갈빗살 맛있더라.”

“이 미친놈이!”

“야. 말 가려가면서 해. 내가 지금 통화하는 거 녹음이라도 해서, 언론에 흘리면 어쩌려고.”

“뭐? 말 다 했어?”

“아니. 아직 반도 못했다. 나 지금 우리 부모님댁 내려가는 길이니까. 계속 전화하지 마. 오늘 안 들어갈 테니까. 집에는 알아서 들어가고.”

“이 미친. 지금 제정신이야! 담당 배우를 놔두고. 매니저가 차를 가지고 집엘 가?”

“야. 네 로드는 따로 있잖아? 민식이보고 택시 불러서 둘이 타고 가든지 알아서 해라. 아! 아니면. 밤도 깊었으니. 태성기업 이근호 사장이라도 불러서 놀던지.”

“........너, 알고 있었어?”


놀라고,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몰랐겠냐? 다 알고 있었지. 아무튼. 나 바쁘다. 너 알아서 집에 가든. 이근호 그놈이랑 떡을 치든 알아서 하고. 이제 빠이빠이 하자.”


더 이야기를 들을 것도 없어, 전화를 뚝 끊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렸다가, 부모님 좋아하시는 간식을 사고 집으로 갔다.

거의 일 년 만에 가는 거였다.


**


“왜 나와 있어. 아직 밤에는 추운데.”


고향집에 도착하자.

1층 주차장까지 내려와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언제나 아들이 제일 먼저이신 분들이지.‘


그걸 너무 오래 잊고 잊었다.


’차 타고, 두 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인데.‘

’오는 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자주 찾아뵙지를 못했다.


’아버지. 어머니. 이제 자주 올게요.‘

’앞으로 효도도 많이 하고요.‘


속으로 다짐을 하고, 차에서 두 분 줄 간식거리를 꺼냈다.


“엄마. 좋아하는 호두과자야. 받아.”

“얘는. 뭘 이런 걸 사와. 밤에 단 거 먹으면 안 좋은데.”

“엄마. 좋아했잖아. 천안에서 사서, 맛있을 거야.”

“호호. 그래도 아들밖에 없네.”


엄마는 싫다고 하면서도, 얼굴에 함박웃음이 그려졌다.


“아빠. 이거 구운 감자. 아직 따듯해.”

“고맙다. 아들.”

“이이는. 감자 그거 내가 구워준다니깐. 그거는 싫다하고. 꼭, 돈 주고 사 먹는 걸 좋아하지.”


구운 감자가 가득 든 박스를 보고, 엄마가 한소리 핀잔을 하였다.

집에서도 얼마든지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걸 돈 주고 사 먹는다고.

맨날 한 소리를 했었다.


’그래도. 어머니. 휴게소 감자가 왠지 더 맛있는걸요.‘


아버지도 그 맛을 알기에 어디 놀러 가거나 휴게소에 들를 때면. 꼭 감자와 버터 오징어구이를 사주시곤 하셨다.


“밥 먹어야지.”

“응?”


현관에 들어서며, 엄마가 말했다.

지금 시간이 저녁 12시가 넘었다.

시계를 힐끔 보니, 12시 20분이 지나고 있었다.


“그럼! 안 그래도 일한다고 저녁도 대충 때웠더니. 배고프네.”


아까 1인분에 9만 원이 넘는 특급 한우 고기로 배를 먹었지만.

엄마 밥은 또 들어갈 대가 따로 있었다.

나는 밝은 얼굴로 엄마 밥을 한 공기 뚝딱 비웠다.


**


다음 날 아침.


“아이고! 정말, 애는. 엄마는 괜찮다니까.”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옆 동 사는 엄마 친구가 엄마에게 이야기를 들었는지, 집 앞에 와 있었다.


“진석 엄마. 우리 현수 좀 말려봐. 나는 계속 괜찮다는데. 굳이 치과에 가서. 그 비싼 임플란트를 싹 해주겠다네. 정말, 엄마는 괜찮은데...”

“어머! 어머! 우리 현수가 효자네. 엄마, 이 아픈 거 알고, 이리 내려와서 치과도 데려가 주고. 현수 엄마. 이참에 해. 거기 병원 싸게 잘 한다니깐.”

“그래도 한두 푼이 하는 것도 아니고. 애들 부담스럽게.”


엄마는 이미 병원에 갈 채비를 다 하고서, 옆집 아줌마에게 괜찮다면서 말을 하며 은근히 자랑했다.

지금도 아고 됐다고 말은 하면서도, 걸음 방향은 병원을 향하고 있었다.


“엄마. 이번에 회사에서 보너스 받아서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아. 나 일 잘한다고 대표님이 직접 챙겨주셨어.”

“그래?”

“어머! 현수가 어렸을 때부터 똑똑하더니. 회사에서도 인정을 제대로 받나 보네. 대표님에게 보너스도 다 받고.”

“우리 현수가 K대 나왔잖아.”


엄마 어깨가 한없이 올라가고.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폈다.

그 모습을 보자.

10년은 젊어 보이시는 것 같았다.


’앞으로 더 많이 웃게 해드릴게요.‘


엄마는 만나는 동네 아줌마다 붙잡고, 실컷 자랑을 하시고는.

동네 치과로 이동했다.

지방 병원이라서 의료 장비가 좀 낙후되었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다.


’요새는 어디 치과라도 다 시설이 좋네.‘


인테리어도 강남 못지않게 잘해놓았다.


“임플란트 시술 받으려고요.”

“예. 여기 성함하고 주민번호 앞자리만 써주세요.”


나는 접수를 하고, 진료를 기다렸다.


“다음. 최광남 진료실로 모실게요.”


간호사의 안내를 따라 진료실에 들어갔다.


“최광남 님.”

“네. 여기는 우리 아들이에요. 괜찮은데도, 굳이 내려와서 엄마 임플란트 시켜주겠다네요.”

“네. 효자시네요. 좋으시겠어요.”

“에이 좋기는요. 괜히 저 때문에 큰돈 쓰는 거 아닌지 걱정이죠. 의사 선생님. 싸게 잘 해주세요.”

“예. 잘 봐 드릴게요. 먼저 차트 보고 설명해 드릴게요.”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과 치아 사진을 모니터에 띄우고.

임플란트를 어디 어디 할 것이고.

어떻게 할 건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 나가서 간호사 따라 대기해 주세요. 안내해 주실 거예요.”

“예.”

“조금 있다 수술실에서 뵙겠습니다.”

“예.”


진료실을 나와 간호사에게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더 듣고, 엄마는 수술실로.

나는 접수대로 갔다.


“최광남님은 전체 임플란트 하실 거고, 10퍼센트 DC해서 535만 원 나오셨습니다.”

“예. 여기요.”

“몇 개월로 해드릴까요?”

“음. 3개월로 해주세요.”


무이자 3개월까지 되어서, 시원하게 535만원 3개월 할부로 긁었다.


’후우.‘


영수증을 들고,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제야 어제 꾼 뒤숭숭한 꿈에서 조금 기분이 풀어진 것 같았다.


’진작 해드릴걸.‘


기분이 몹시 좋았다.


**


“현수야. 너, 어쩌자고 다 터트렸어? 내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 거 잊었어?”“대표님에게는 죄송합니다.”

“아니. 네가 너 뭐라고 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어제 갑자기 접대 자리에서 차 가지고 사라졌다며? 장춘석 감독 만나 자리에서 무슨 일 있었던 거냐?”


그새 이미연이 회사로 쪼르르 달려가 모두 일러바쳤는지.

엄마가 시술받는 동안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니요. 별일 없었습니다. 그냥, 제가 더는 못 참겠어서요. 이제 그만 참으려고요. 이러다가 제가 먼저 화병 나서 죽을 것 같더라고요. 부모님에게도 못 할 짓이고요.”

“........”


전화기 너머에서 긴 침묵이 찾아왔다.


“후우~.”


한참만에 김원민 대표가 한숨을 토해냈다.


“더는 못 기다리겠어?”

“예. 죄송해요.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이혼하려고요. 어느 정도 정리되었으니. 나머지 회사 손해 부분은. 일정 금액 저희 부부가 책임을 질게요.”


물론 귀책 사유가 와이프에게 확실하게 있으니.

모두 이미연이 질 것이다.


’대신 내 위자료와 재산분할 금액도 그만큼 줄겠지만.‘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 정도는 깔끔하게 포기해야지.


“알았다. 지금 부모님 댁이라고?”

“예. 어머니 이가 안 좋으셔서. 임플란트 해드리려고 왔습니다.”

“그래. 어머니 건강 잘 챙겨 드리고. 내일 회사에서 이야기하자.”

“알겠습니다.”


나는 전화 통화를 마치고, 엄마 시술 끝나는 걸 기다렸다.

잠깐 기다리면서, 오늘 치료를 받으면 당장 밥을 먹기 힘들 테니.

근처 죽집으로 가서 소고기죽도 하나 사 왔다.


**


엄마는 조금 아픈지, 치료를 받고 와서는 말이 줄었다.

별말 없이 우리 밥을 차려주고는. 자신은 나중에 죽을 먹겠다고 하고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너희 엄마 많이 아픈가 보다.”

“아빠가. 진통제 잘 챙겨 드리세요. 그거 시간 놓치면. 진짜 아파요.”

“알지. 치통. 그거 아픈 거. 알았다. 걱정 말고, 너는 일 있으면 올라가 봐.”

“아니요. 오늘 밤까지는 자고 내일 갈게요.”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해라.”

“예.”

“아들. 고맙다.”


아버지는 밥숟가락을 뜨며, 무심하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했다.

그 말에.

그 무심한 인사말에.

순간. 울컥하면서.

여태 쌓였던 스트레스와 이미연의 불륜 소식을 안 이후 받은 고통들이.

한순간 눈 녹듯 사라지는 기분을 느꼈다.


’효도가 좋구나.‘


나는 더 자주, 더 많이 효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밤까지 잠을 자고 내일 떠날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날 밤.

막 침대에 누워 잠에 들려는데.

이상한 메시지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정확하게 말해서는 잠결과 꿈속 사이, 그 어느 중간쯤에서 보는 것 같았다.


[부모님의 마음을 잘 헤아려 효도를 실천하였습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김현수 님의 효도에 매우 만족하였습니다.]

[’포사이트 드림‘ 시스템 사용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시스템이 개방됩니다.]

[효도 실천 수행 보상, 효도코인 10코인이 지급됩니다.]


그날 포사이트 드림!

예지몽 시스템이 개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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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오늘은 아들이 요리사 24.09.08 1,698 42 11쪽
» 2화 나한테 명령하지 마! +1 24.09.08 1,740 47 11쪽
1 1화 엄마! 지금 내려가요. 24.09.08 1,812 4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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