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장남이 이혼 후 효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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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슬라
작품등록일 :
2024.09.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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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거장과의 미팅

DUMMY

식당 직원의 안내를 따라 들어간 룸 안.

진판석 실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 옆에 제작 팀장으로 보이는 여자와 자스민 대표가 앉아 있었다.

진판석 실장이 나를 보고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고, 나도 간단히 그의 인사를 받고 시선을 돌려 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청화엔터의 김현수 실장입니다.”

“예. 자스민 엔터 대표 명일성입니다.”

“콘텐츠 제작 총괄 채지현입니다.”

“매니지먼트 4팀 진판석 실장입니다.”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했고, 나는 한쪽에 앉아 언짢은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고 팔짱을 끼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가 바로 충무로의 거장 조재희 감독이었다.

호리호리한 체형에 길게 웨이브를 준 머리.

그래서 조금 더 머리가 커 보이는 인상을 주었다.


‘큼큼.’


아무튼 대두형 체형에 호남형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반듯한 눈매와 오똑 솟은 콧날이 소싯적에 영화배우도 하였다는 게 허언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었다.


‘그래서 배우들 캐스팅에 더 까다롭다고 했지.’


J대 연극영화과에서 알아주는 호랑이 선배로 후배들 군기 잡는데 장난이 아니었다는 연예계 소문이 있었다.

그래도 워낙에 연기도 잘하고, 연출력은 더 좋아서.

따르는 후배들도 많았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거장 조재희 감독이 탄생한 거지.’


외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지고, 영화제에서 상도 여러 번 타서.

오죽하면 조재희 감독의 신작이 만들어지면. 일단 무조건 칸, 베니스, 베를린 3대 영화제 중 하나는 초청받고 들어간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그러니 곽예지나 도윤서 같은 탑 중에 탑인 배우들도 서로 하려고 안달이 나 있는 거지만.’


“안녕하세요. 감독님. 작년에 영화제에서 저희 봤었죠? 그때, 저 보고 드레스가 참 이쁘다고 칭찬하셨었는데. 이 드레스 기억나세요?”


‘아하!’

‘시상식 가는 것도 아닌데, 뭔 저런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나왔나 싶었더니. 이런 인연이 있었군.’


나는 잠깐 오해할 뻔했었다.


“그래요.”

“!”

“!”

“!”


그러나.

조재희 감독은 상냥한 신연아의 인사에도 표정 변화 없이 짤막하게 한마디 하고 입을 다물었다.

온몸으로 이 자리에 불려 나온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걸 표현하고 있었다.


‘이거 오늘 미팅 더럽게 어렵겠네.’


함께 자리한 자스민 대표와 제작 총괄, 그리로 진판석도 설마 이 정도까지 찬 바람 부는 반응을 보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하였는지.

다들 당황한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이 얼어붙은 분위기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하는 게 그대로 얼굴에 드러났다.


“하하. 우리 감독님은 워낙에 아름다움 배우들하고 작업을 많이 하셔서. 오늘 힘을 빡 주고 온 우리 신연아 씨는 눈에 별로 안 들어오나 봅니다.”

“이씨! 실장님. 지금 누구 편을 드는거예요? 실장님은 내 매니저니까. 무조건 내가 제일 예쁘다고 해야죠.”

“미안해요. 연아 씨. 차마 오늘 드레스코드는 좀.....밥 먹는 이 식당과 어울린다고 하진 못하겠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나는 억지로 더 너스레를 떨며, 농담을 하였다.

이런 내 의도를 알고 신연아도 뾰로통하게 입술을 쭉 내밀고, 장단을 맞춰주었다.


“왜요? 나는 신연아 씨 오늘 너무 이쁜데.”

“맞아요. 장소가 중요하나? 신연아 씨가 드레스를 이리 잘 소화했다는 게 중요하지.”

“매니저님. 은근히 원리원칙주의자셨네. 연아 씨. 여기 김 실장님과 일하다가 힘들면. 우리 자스민으로 와요. 언제든지 연아 씨가 온다면 내가 두 팔 벌려 환영하니까요. 하하하.”

“대표님! 지금 담당 매니저 앞에서 우리 신 배우 스카우트하시려는 거예요?”

“아쿠! 옆에 있는 걸 깜빡했네. 워낙에 우리 신 배우가 아름다워서 순간 혼이 쏙 달아났지 뭐야. 으하하하!”


내 농담으로 얼어붙었던 분위기는 풀어졌고, 곧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는 먹는 것으로 옮겨졌다.

황태구이가 잘 되었네.

부침이 느끼하지 않고 맛이네.

미역국도 성게가 들어가서 개운하고 시원하네. 등등.


화기애애하게 밥을 먹으며 자리를 이어갔고.

어느 정도 배도 채우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쯤.

후식으로 나온 수정과와 식혜를 마시며, 오늘 만난 목적을 꺼냈다.


“감독님. 이번에 들어가는 신작 너무 기대하고 있어요.”

“그래요.”


‘저 양반이 진짜!’


신연아와 내 노력에도 조재희 감독은 아직 얼굴을 펴지 않았다.

시종일관 시크한 표정을 짓고는, 그래요만 반복하고 있었다.


“하하. 우리 감독님이 워낙에 말수가 없으셔서요. 오해하지 마세요.”

“예. 시나리오 작업 들어가면. 아예 말도 안 하세요. 그래서 제가 수화라도 배워볼까, 고민을 다 했잖아요? 하도 질문을 해도 대답을 안 해주셔서.”

“와하하하하!”


다시 얼어붙을 뻔한 분위기를 이번엔 자스민 대표와 제작 총괄 디렉터가 나서서 풀었다.


‘다행히 에스핏 도운 게 효과를 발휘하네.’


에스핏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 이런 분위기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조재희 감독뿐 아니라.

대표와 저기 콘텐츠 제작 총괄이라고 한 여자도 차가운 반응이었겠지.


‘예지몽이 내겐 효자네. 역시.’


더욱 부모님에게 잘 하기로 속으로 생각하고, 대화에 집중했다.


“감독님. 이번 작품도 비언어적 표현으로 사랑에 대해 연출하시는 거잖아요. 특히 저는 여주인공 A와 그 친구 사이의 사랑과 우정을 오가는 미묘한 감정선이 너무 좋더라고요.”


맞다.

조재희 감독 신작에는 반전이 나오는데, 여자 A와 친구 사이에도 비밀이 있었다.

경찰이 밝힌 한 남자를 두고 벌어진 치정 싸움은 사실.

여자 A를 친구가 좋아하면서 벌어진 다툼이었고.

친구는 여전히 여자 A를 좋아하면서 자기 마음을 알아줄 것을 강요하고 압박하다가.

결국 빌딩 타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거였다.


여자 A는 이런 친구의 비밀과 사생활을 지켜주기 위해서 여러 오해와 비판을 감수하고서 끝까지 밝히지 않았던 것이고.

영화 후반부는 이 사실을 남주 변호사가 알면서 둘 사이에 쌓여갔던 오해와 진실이 한순간에 녹아내리고 사랑의 감정이 쌓트이게 된다.


‘하지만 다시 영화는 한 번 더 반전이 일어나지.’


“흔히, 사랑을 하면 보통 그 사람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그런 감정과 생각들은 모두 우리의 착각이며.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감독님 영화에서는 매번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죠?”


‘오! 드디어 반응이 오는구나.’


조재희 감독이 신연아의 말에 팔짱을 풀고, 처음으로 대화다운 말을 했다.


“감독님 작품들을 보면, 항상 마지막에 반전이 있고. 그 반전이 또 여러 각도에서 보기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게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신작도 제 나름대로 반전을 분석을 한번 해 보았어요.”


나는 신연아의 말에 고개를 홱 돌려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이것 봐라.’

‘그걸 용케 또, 캐치해냈네.’


내가 예지몽에서 조재희 감독 대본을 모두 보고, 신연아게 건네주었지만.

마지막 결말까지 다 준 것은 아니었다.


‘조재희 감독이 아직 대본을 완성하였다고 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괜히 오해를 살 수 있으니.

마지막 부분은 잘라내고, 약간의 암시를 하고 충분히 생각을 하면 유추해 볼 수 있는 힌트들만을 남겨 놓았다.


그런데 그걸 용케 아주 잘.

우리 신연아 배우가 찾아내고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거 연기만 잘하는 게 아니라. 머리도 좋잖아.’


연기력도 딸리고, 머리도 나쁜 누구하고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미연은 다 분석해 주고 떠다 먹여줘도 소화를 못 했는데.’

‘신연아는 그냥 살짝 암시만 한 걸 가지고, 이를 분석을 다 해내네.’


조금 많이 놀랐다.


“저는 남자 주인공 변호사가 사건을 조사하고, 진실에 다가가면서 여주를 이해하고 꽁꽁 숨겨둔 비밀까지 아는 아주 사랑하는 연인 사이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다 남주가 착각하고 혼자 지나친 망상을 한 것 같더라고요.”

“왜 그렇게 생각했죠?”

“음. 친구가 여주를 좋아하고 쫓아다녔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 둘이 정말 친구 이상의 감정을 품었다는 걸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아서요. 약간의 상징들은 있었지만, 진짜 친구가 여주를 사랑하였는지. 어떤지는 확실하게 나오지 않았잖아하요? 오히려 제 생각에는 그 반대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보았어요.”

“반대라....”

“그러니까 여주가 친구를 사랑했던 거고. 친구와 연인 사이에 끼어들어 방해하고.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친구를 결국 방송을 핑계로 국내에서 제일 높은 빌딩 타워로 불러 사고사로 떨어트린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던 거죠.”

“흥미로운 분석이네요.”

“감독님. 결국 어느 방향이든 남주가 여주를 제대로 이해하고 모든 걸. 여기서 범죄 사실까지도요. 알고 있다는 건, 다 남주의 오만이자 착각이라는 거죠. 사랑의 감정이 상대방에 대해 모든 걸 이해하고 품을 수 있다고들 하지만. 사실 그 모든 게 허상이라는 걸 말하려고 한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조금 어려운 영화 이야기가 끝나고, 룸 안에는 잠깐 정적이 찾아왔다.

하지만 누구 하나 아까처럼 이 분위기를 바꾸어보려고 농담을 꺼내거나, 억지로 깨려고 하진 않았다.


“좋네요.”


그리고 잠시 잠깐 찾아온 침묵을 깨고, 조재희 감독이 한마디를 툭 뱉었다.


“감독님....!!”


신연아의 목소리가 약하게 떨렸다.


“신연아 씨가 여태 맡아온 배역들이 주로 로맨스 코미디물이라서, 내 영화엔 어울릴까, 의문을 품었었어요. 그런데 오늘 대화를 나눠보니. 작품 분석 능력도 탁월하시고. 캐릭터 이해도도 남다르네요.”

“저! 열심히 할 자신 있습니다! 감독님!”

“하하. 그래요. 마무리 대본 집필 곧 끝나니. 겨울에 스케줄 비워두세요.”

“!!!”


신연아는 조재희 감독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눈가에 눈물을 맺혔다.


“네! 스케줄 싹 비우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감독님.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성공적으로 미팅을 마치고, 우리 두 사람은 말없이 주차장으로 걸었다.

또각! 또각!

발소리만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울렸고.

다른 말은 없었다.


아직 미팅에서 나눴던 이야기와 흥분, 감정들을 곱씹듯 차량 앞까지 아무 말 없이 걸어가다가.

주차된 차량 앞에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를 마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찰싹!

경쾌한 소리를 내며 우리 두 사람은 하이 파이브를 했다.


“오늘 연기 멋졌어요.”

“김 실장님이 준비를 완벽하게 해주셔서 제 연기가 빛이 날 수 있었죠.”

“그러면 저 합격인가요?”

“저도 합격이죠?”


우리 두 사람은 신뢰 가득한 눈빛을 교환했고.

다시 한번 누가 먼저랄 거도 없이 손을 번쩍 들어 경쾌하게 마주쳤다.


찰싹!

가장 짜릿한 하이 파이브였다.


작가의말

오늘부터 연휴 시작이네요.

추석 연휴 동안에도 정상 연재하겠습니다.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여유 시간에 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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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바둑 함께 할래요? 24.09.14 1,056 39 11쪽
» 9화 거장과의 미팅 +1 24.09.13 1,127 35 11쪽
8 8화 나도 아무나하고 일하는 매니저는 아니라서요 +1 24.09.12 1,271 38 12쪽
7 7화 내가 다시 기회를 줄지도 모르잖아요? +1 24.09.12 1,455 3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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