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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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8 13:10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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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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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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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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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DUMMY

“안녕하세요. 트랜센던스사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투자 문의를 했던 그 날.


나는 바로 예약을 잡고 이렇게 트랜센던스사에 찾아 왔다.


“아, 음. 라비린스라는 게임 투자 관련해서 오후 2시에 예약을 잡았는데···. 아! 지현공이라고 합니다. 혹시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리셉션의 안내인은 보통 미인이나 미남이 많다지만 외국계 미인이라니.


더군다나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에 내심 놀랐다.


“지현공님이시네요. 오늘 오후 2시 예약자 명단에··· 아, 여기 있네요. 혹시 로비에서 받은 방문증 있으신가요?”


“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따라와 주세요.”


안내된 공간은 테이블과 소파가 간소하게 배치된 방이었다.


소파에 몇 분 정도 앉아 있었을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곳에 서 있던 여성은 굉장히 미인이었다.


황금색 눈동자는 반짝였고 금빛으로 웨이브진 머리칼은 햇빛을 부드럽게 받아들여 은은한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


투명한 피부는 매끄러워 보였고, 갸름한 얼굴은 뚜렷한 이목구비를 강조하듯 조형미가 아름다웠다.


검은색 오피스룩의 모습조차 신비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리셉션에 있던 여자도, 이 여자도 모두 한국인의 외형이 아니다. 외국계 사람이 분명했다.


트렌센던스사는 외국계 회사였던 걸까?


“환영합니다. 투자자님이시죠?”


“···안녕하세요. 지현공이라고 합니다.”


“아참, 자기소개가 먼저였죠. 저는 던전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아르테리스라고 합니다. 아르테라고 불러주세요. 아, 그렇네요! 역시나, 역시나···. 그렇군요. 자자, 그럼 서 있는 것도 힘드니 자리에 앉을까요?”


시원스럽게 맞은편 소파에 앉은 그녀는 테이블의 구석에 쌓여 있던 파일 중 몇 개인가를 열어 내 앞에 펼쳤다.


거기에는 라비린스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가 담겨 있었다 .


내가 정보를 살펴보기 시작하자 그녀는 게임에 대한 개요와 시스템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이죠. 저쪽 용사팀에서 하고 있는 것과 같이 AI 생성··· 비슷한 게 들어갑니다. 플레이어들은 모두 개별적인 캐릭터, 우리는 서번트라 부르는 존재를 소환하는 것이 가능해요. 우리 회사가 자랑하는 소울 매칭 시스템이라고 할까요. 아, 그냥 그런 이름이라고 이해해주세요. 더군다나 이번 펀딩에서 투자 자체는 받고 있지만 그렇게 많은 인원을 받고 있는 건 또 아니라서요. 원래 자금도 넉넉해서 투자 자체는 필요하지 않지만 이번엔 던전팀 내부적으로 받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진행한 것인데 어쩜 이렇게도 적절하게 잘 되었을까 저도 의문이 들어요. 아, 별 일 아니에요. 결론은 말이죠. 우리 게임을 즐겨주시는 유저 분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게임이다! 이게 핵심이란 말이죠~.”


왠지 수다스러운 아줌마 같다고 떠올렸을 때, 그녀가 말을 멈추고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혹시 들린 걸까? 아니면 분위기?


나는 헛기침을 하고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 이 게임이 다 연결되어 있는거에요. 용사팀이나 마왕팀은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있고··· 우리 팀 자체는 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애초에 기획한 게 내가 해도 저것보단 낫겠다 싶어서였고. 그보다 무례하신 지현공 씨는 게임에 얼마를 투자하실 생각이신가요?”


“네?”


“지현공 씨는 얼마를 투자하실 생각이신가요?”


무언가 무례하다고 들은 것 같지만 그녀의 새침한 표정을 보니 기분탓이리라.


지금까지 이것저것 설명 받았지만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알아들은 것은 얼마와 투자라는 단어뿐.


“저기··· 천만 원쯤은 괜찮나요?”


“네.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이 지표를 봐주세요. 저희 게임사에서 개발한 게임들의 당기 순매출과 순이익입니다. 여타 다른 게임사의 게임과 다르게 매우 높은 순이익이 발생하고 있으며···.”


분명 그녀가 제시하는 자료에 나온 그래프에는 타사대비 매우 높은 순이익과 성장세가 그려지고 있었다.


“또한 이번 투자는 투자금에 따라 원금을 보장해 드리며, 게임이 런칭 되었을 때 다른 유저보다 투자자 혜택가로서 조금 더 할인된 가격으로 게임 내 재화를 구매하실 수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또한 ···.”


솔깃한 내용들이다. 경제나 투자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듣기에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들이었고, 내가 투자한 금액만큼 원금이 보장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지금 다른 팀에서 개발한 게임들 전부 대박 나서 잘 나가는 거 알고 계시죠? 모바일 게임 1위, PC게임 매출 4천억 돌파. 이미 펀딩 페이지에 올라온 저희 게임 개요나 설명도 충분히 보셨을 테니 더는 말하지 않아도 이 상품이 얼마나 혜택이 큰지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 그렇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자, 지현공 씨. 투자 하시겠습니까?”


아르테 팀장이 당당한 표정으로 가슴을 폈다.


꽤 큰··· 아니, 서둘러 시선을 돌린 나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크다···. 큰 것이다. 아니, 천만원. 분명히 큰돈이다.


그럼에도 이것은 분명 큰 기회였다.


한 번에 들어온 퇴직금이나 지금까지 쌓아 온 저축.


주식에 전재산을 올인하는 사람도 있는데, 게임 회사 투자 정도면 매우 양호한 투자가 아닐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투자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계약서부터 작성하도록 하죠. 어디보자··· 자, 이 계약서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이번이 처음 하는 투자 계약이다.


사회 초년생은 아니지만, 이런 것은 전문가···.


개발사 팀장이 계약 전문가?


뭐, 이미 몇 번이나 투자 계약을 진행했으리라 짐작하며 그녀가 건넨 펜으로 계약서에 서명을 시작했다.


“거기에 사인하시고. 다음 페이지 여기요. 네. 자 다음 여기. 여기. 여기. 형광펜으로 표시한 곳에 네네. 자. 자. 자. 자. 네 완성됐습니다. 투자금액은 66,000,000원 맞으시죠?”


“네. 맞···. 아, 아니요! 잠깐, 아니아니아니아니!”


“네. 이미 합의되었습니다. 사인하신 계약서에는 이미 육천육백만 원 투자하신다고 적혀 있어요?”


눈알이 굴러 떨어질 만큼 크게 떠져 그녀가 눈앞에 내걸은 계약서를 바라보았다.


가부도 없이 계약서에는 66,000,000원이라는 숫자가 이미 프린팅 되어 있었다.


“나는 그만큼 투자한다고 한 적 없습니다!”


“그럼 사용하실 곳이 있으신지? 없으시네. 아뇨아뇨. 사기는 아니에요. 다만, 그만큼 지불해야 공정성에 맞으니까요.”


“무, 뭐야! 저기요. 이건 이상하지 않아요? 저는 그런 돈 투자한다고 아직 말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순간적으로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나는 사기에 당한 것인가?


보이스 피싱과 같은 것인가?


사이비 단체의 협작질인가?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히며 여우에 홀리기라도 한 듯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았다.


“자자, 저도 어쩔 수 없다고요? 이미 계약된 것이니까. 그럼 계약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수령하실 것이 있으시니까 그것만 받고 자택으로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싱글거리며 계약서를 챙긴 채 경쾌하게 일어서 ‘따라오세요’라고 말한 후 문 밖으로 사라졌다.


나는 삿대질하는 자세 그대로 굳어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분명 나는 트랜센던스사의 위치를 사이트에서 확인하고, 핸드폰 네비게이션 어플로 정확히 찾아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기 단체 따위가 아닌, 여기가 트랜센던스사인 것을 나는 장담할 수 있었다.


세피로도 흥행 중이고 라비린스라는 이 게임도 전망이 밝아 보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로써 오랫동안 플레이할 각오도 하고 있었다.


그래, 아니, 최대한 좋게 생각해 나는 투자를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투자를 제멋대로 진행하다니?


이 사실을 인터넷에 퍼트려 공론화하면 사람들에게 뭇매를 맞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 불합리한 투자 강매는 이상하다.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계약 후에 수령할 것이 있다고?


그것은 옥매트인가?


1톤 차량에 가득 담지 못할 만큼 대량의 옥매트가 있는 창고에 데려가려는 것인가?


여기서 멍하니 서 있어봤자 변하는 것은 없다.


그녀의 말에 따라 일단 사인하고 본 것부터 잘못되었던 것이다.


금융 거래에 대해 무지하게 살아 온 것이 후회되었다.


왠지 현기증이 났다.


한 순간 머릿속에서 옥매트를 팔지 못하고 새우 잡이 배에서 응우옌 아저씨와 로브스키 아저씨의 보조를 맞추며 그물을 건져 올리는 미래가 아른거렸다.


“사기야. 많아도 2천만원 투자할 생각이었는데, 어째서 자기 마음대로 투자 금액을 정하는거야.”


그녀가 사라진 이상 따질 사람도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서둘러 문 밖으로 나서자 이미 아르테 팀장은 멀찌감치 걸어가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뒤쫓는 도중 투명한 유리로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장소를 무심코 바라보았다.


유리에 큼지막하게 적힌 <던전팀>은 여기가 라비린스의 개발실임을 말하는 것이리라.


“···뭐야? 이거?”


그러나 개발실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이질적이었기 때문이다.


책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아니, IT기업에 외국인이 있는 것은 그렇게 특이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이렇게 모두가 미남미녀라는 것도 특별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머리가 반짝반짝 빛나거나, 머리 위에 빛나는 링이 있거나, 귀가 긴 인간이 있거나···. 머리색이 염색과는 차원이 다르게 형형색색으로 물든 이 사람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광경은 또 있었다.


나는 다급히 그녀에게 외쳤다.


“저, 저기! 이상하지 않아요?! 게임 개발사에 컴퓨터가 없는 게 말이 안 돼!”


“자자, 신경 쓰지 마시고 이쪽이에요.”


“그리고 저기 있는 건 아이잖아?! 아이가 왜 일을 하고 있는 건데?!”


책상 위에 난잡하게 얽힌 종이 뭉치를 바라보며 머리를 싸매고 펜을 끄적이는 심록색과 노란색이 그라데이션 된 머리색을 가진 아이.


노란 모자와 옷을 입고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어도 전혀 이상해보이지 않는 나이로 보였다.


의자 크기가 맞지 않아 무릎을 꿇고 책상에 달라붙고 있는 모습을 보니 틀림없다.


매우 괴로운 듯, 미간을 힘껏 모은 채 종이를 바라보며 낑낑거리는 모습에 무심코 아르테 팀장을 불렀지만, 그녀는 무시하듯 마이페이스로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이윽고 통로 끝에 위치한 문 앞까지 도착한 아르테 팀장은 문을 열고 뒤돌아 나에게 말했다.


“자, 여기에서 물건 수령하실 게요. 입장해 주세요.”


“그보다 아이가···.”


“엄연한 성인이에요?”


“그, 그런가요···? 일단 알겠습니다···. 혹시, 수령할 물건이 옥매트나 그런 건 아니죠?”


“후훗. 농담도 잘하시네요. 옥매트 같은 건 팔지 않아요. 자자, 걱정 마시고 부디.”


열린 문 앞은 밝게 빛나고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의심의 눈초리로 아르테 팀장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웃고 있을 뿐.


한 숨을 크게 내쉬고 어깨를 떨어트렸다.


여기서 멱살잡이를 해도 해결되지 않을 뿐더러,


무슨 질문을 해도 제대로 답해 주지 않을 것 같았다.


터덜터덜. 방 안으로 들어서자 생각보다 너무 밝아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팔로 가리고 있던 눈이 적응된 느낌에 살며시 눈을 열었다.


그리고 내가 바라 본 방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정사각형 방이 빛나고 있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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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그대의 희생은 숭고했느니라 NEW 2시간 전 0 0 12쪽
20 19. 고요한 평화는 비탄의 외침에 깨진다 24.09.17 1 0 14쪽
19 18. 마스터, 메이드는 힘든 일이야 24.09.17 3 0 12쪽
18 17. 의심과 오해의 해소는 어렵다 24.09.16 6 0 12쪽
17 16. 따스한 봄볕에 황혼은 춤춘다 24.09.15 7 0 12쪽
16 15. 잠자는 숲속의 메이드x2 24.09.14 6 0 12쪽
15 14. 공격적인 입사 면접에 대하여 24.09.13 10 0 13쪽
14 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24.09.13 11 0 12쪽
13 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24.09.12 11 0 11쪽
12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24.09.12 9 0 13쪽
11 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24.09.11 8 0 12쪽
10 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24.09.11 8 0 12쪽
9 8. 메딕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24.09.10 10 0 11쪽
8 7. 고도의 고고한 고고학자 24.09.10 10 0 14쪽
7 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24.09.09 11 0 12쪽
6 5. 첫 가챠는 보라색맛이 났어 24.09.09 10 0 13쪽
5 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24.09.09 9 0 11쪽
4 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24.09.09 11 0 13쪽
3 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24.09.08 13 0 12쪽
» 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24.09.08 14 0 12쪽
1 空. 과거의 기억과 라비린스 24.09.08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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