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새글

mot
작품등록일 :
2024.09.08 13:10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2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80
추천수 :
0
글자수 :
115,012

작성
24.09.12 03:45
조회
8
추천
0
글자
13쪽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DUMMY

이자벨 대공녀는 좌우에 서 있던 기사들에게 제압당해 짓눌려 무릎을 꿇었다.


“들어라! 황제의 명이다! 간악한 무리와 야합하여 프릴류드 왕국에 반기를 들었다는 그 증거는 이미 온 천하에 명명백백하다! 그들을 끌고 와라!”


단상 위로 포승줄에 엮인 사람들이 줄줄이 끌려 나온다.


하나같이 허름한 복장에 이미 험한꼴을 보았는지 절뚝거리거나 눈에 붕대를 감고 있는 등 심한 모양이었다.


“이들은 앙그리타 대공가의 비호아래 수도에 잠입한 반역자 무리이다! 여성을 겁탈하고, 상점을 약탈하며 아이를 유괴한 극악무도인이기도 하다. 이것은 일신교의 입회아래 증명된 사실이다!”


신관복을 입은 후덥한 인상의 남성이 힘겹게 단상 위로 올라섰다.


“우리 일신교는 이들의 죄를 입증합니다. 그들은 중대한 범죄자입니다!”


“”죽여라!, 죽여러벼!””


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광장에 다시금 울려 퍼졌다.


제일 앞서 죄목을 읽어 내려갔던 남성이 손짓하자, 병사들은 범죄자로 낙인찍힌 한 사람을 억류해 서슬퍼런 날이 고정된 단두대 아래까지 연행했다.


“사형을 집행하라!”


“”우와아아아!””


“사, 살려줘! 나는 그런 적 없어!”


우왕자왕 주위를 바라보며 단두대 아래까지 연행된 남자가 울부짖었다. 그러나 병사들은 검집째로 그의 다리를 두드려 무릎꿇게 만들고, 단두대 아래에 목을 강제로 집어넣었다.


“정말 아니라고! 제발! 아, 아프라님이시여 제발 구원···.”


쉬이이익. 캉. 머리가 하늘위에서 빙글빙글 춘춘다.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울상을 지은 남자의 눈과 순간 시선이 겹친것만 같았다.


등골아 다시금 한기가 기어올라왔다.


이럴때가 아니었다.


너무나 큰 충격에 얼어붙은 자신의 다리를 채찍질하지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덜덜 이빨은 금방이라도 부서질것만같이 느껴진다.


“어, 어서···. 이자벨 대공녀를······.”


아직 기사들에게 구류된 채 이자벨 대공녀의 눈가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마도 그녀의 지인이였으리라. 얼마나 세게 입술을 악물었는지 입가에서도 한 줄기 피가 흘러 내린다.


이렇게 우물쭈물할 시간은 없다.


지금도 순서대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머리가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머리를 잃은 몸통은 단상의 옆에 쌓아놓은 장작 더미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처형인의 두건을 쓴 사람은 점액질의 무엇인가를 치덕치덕 시체에 발라간다.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가진 힘은 너무나도 미약하다.


높아진 재생력?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인벤토리? 석판을 소환하려했지만 소환되질 않았다.


무기도 없다.


시련에 도전하며 새로 입게 된, 주변 사람들과 같은 서민의 복장만이 내가 가진 유일한 것이다.


“다음!”


“시, 싫어어어엇! 오라버니! 공녀님 살려주세요!”


넝마를 입은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치자 병사는 주먹으로 배를 가격해 기절시켰다.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나에겐 힘도, 지식도 없다.


인파를 해치며 단상으로 나아갔다.


힘도, 지식도, 마법도 없다. 배울 환경이 되지 않았다.


분명 변명은 차고 넘친다.


어느새 두 주먹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단상에 서 있는 이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앙그리타 이자벨 대공녀와 대공가가 범죄자이고 정당한 법의 집행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나에게 도덕적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인가?


윤리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인가?


모르겠다.


모르지만, 하나 확실한 건 있었다.


“내 시련은 이자벨 대공녀를 구하라고 말하고 있어.”


그렇다. 내가 구해야 할 것은 모두의 정의와 도덕 윤리가 아니다.


당장이라도 처형당할 위기에 처한 이자벨 대공녀다. 수 많은 군중의 무리가 광기에 젖어 저들을 죽이라고 외칠 때,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어느새 슬픔, 역겨움, 공포보다 분노, 억울함, 불합리함에 나의 의지는 강해졌다.


“나는···.”


그리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모두가 손을 치켜 올리고 그들을 죽이라며 끝없는 합창을 하고 있었다. 병사들 또한 목이 잘려나가는 이들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좋은 상황이었다.


다른 이들보다 신장이 작고, 인파에 숨기 최적의 조건이었다.


그리고 나의 눈에 띈 것은···.


병사들이 목 없는 시체를 단상 아래로 굴러 떨어트린다.


장작이 쌓여 있는 위치에 처형인은 부지런히도 점액질을 바른다.


하나 명 또 떨어져 내리고 처형인이 뒤를 돌아 보았을 때.


“응? 여기는 꼬맹이가 구경할 곳이 아니다. 어, 어이! 머, 멈춰!”


꼬맹이로 불린 존재. 타미엘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은색의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처형인의 두건을 쓴 남자에게 달려간 타미엘은 그대로 그가 바르던 점액질 항아를 들어올려 자신에게 쏟아 부었다.


너무나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할 말을 잃은 처형인은 입만 벙긋거리며 엉거주춤 서 있을 뿐이었다.


그 사이 타미엘은 두 개의 항아리를 옆구리에 끼고 달려 나갔다.


그렇다. 타미엘이 달려 나간 곳은 그곳이었다.


“절대로 이렇게 끝낼 순 없다아아아!”


“그, 그만둬!”


모든 처형이 완료되면 장작에 불을 지르기 위해 켜 두었던 횃불. 그것을 몸통으로 들이받아 버린 것이다.


횃불이 쓰러지며 작은 불꽃이 반딧불처럼 휘날렸다.


그리고.


크게 타오르는 불길이 그곳에 현현했다.


“크아아아아앗!”


아직 아이의 높은 비명 소리가 울려퍼지자, 앞 줄에 있던 군중 무리에서도 단상 위에서 시체를 굴리던 몇몇의 병사들도 두 눈을 크게 뜨고 비명이 울린 장소를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그럴 때, 타미엘은 움직였다. 단상의 계단을 오르자, 그곳을 지키던 병사들이 허겁지겁 도망가기 시작했다.


타미엘은 달렸다.


단두대까지 달려나가 들고 있던 불타는 항아리를 하나 단두대에 던졌다.


화르륵. 불꽃이 오르자 사람들은 마치 쇼를 구경하듯 함성을 울렸다.


그제서야 기사들도 검을 발도하고 이상사태가 벌어진 것을 알아차리고 타미엘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타미엘은 그대로 달려나가 앙그리타 대공가의 앞에 서 기사들을 향해 항아리를 던졌다. 멈칫. 그들이 자리에 멈추었을때, 이자벨 대공녀를 억류하던 두 기사를 향해 타미엘은 달리며 외쳤다.


“도망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이자벨 대공녀는 크게 눈을 열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잡혀왔던 모두가 이 혼란을 이용해 도망가거나 그들을 쫒고 일신교의 사제는 기사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리에서 피하는 등, 아수라장이 연출되었다.


“크으으윽···. 대공녀! 참아라!”


“무, 무엇을··· 꺄아앗!”


그녀를 손을 묶고 있던 줄을 손으로 잡고 팔뚝에서 타오르는 불꽃으로 태우자, 이자벨 대공녀도 고통에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바동거리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아!”


그때, 한 기사가 타미엘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타미엘은 피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검에 어깨를 베이고 크게 자세를 잃었지만, 그대로 기사를 돌아보며 이자벨 대공녀를 묶던 끊에서 손을 놓진 않았다.


이미 모든 옷은 타오르고 너무나 형설로 설명할 수 없는 모습이 되어버린 타미엘의 모습에 두 기사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선다.


타미엘에 붙었던 불이 꺼지며 흰 연기가 올라올 즈음, 드디어 줄이 끊어졋다.


“이자··· 벨 도망쳐.”


망연히 타미엘을 바라보던 이자벨 대공녀는 잠시간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다가, 이내 의연히 허리를 펴며 말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타미엘은 간신히 뜬 한쪽 눈으로 타미엘 공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의 덕분에 도망칠 필요는 없어졌습니다. 부디 이름을 가르쳐주실 수 있으신가요?”


“······타미엘.”


“타미엘님이시군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자벨 공녀는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무엇인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흰 빛이 타미엘의 몸을 감싸고 끔찍히 변해버렸던 타미엘의 모습은 점차 역재생을 하듯, 재생해 나간다. 피부, 머리카락, 눈 모든게 돌아왔다.


이자벨 대공녀는 크게 눈을 뜨고 타미엘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타미엘 님은 그런 모습이셨군요. 아름다운 모습이셨군요 마치, 전설속의 용신님과 같은 모습···.”


“어,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상처가···.”


“평생의 한 번. 신 님께 받은 힘. 기적의 힘입니다. 모두가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신 타미엘 님에게 드리는 작별 선물이에요. 부디 도망쳐 주세요. 그들을 제가 막는동안.”


귓가에 속삭이듯 이자벨 대공녀의 맑은 작게 흘러들어온다.


어째서 자신이 시간을 벌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돌진했는데, 구해질 상대가 역으로 구하겠다 하다니.


“같이 도망치자. 이자벨 대공녀.”


이자벨 대공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살아날 방법이 없는걸요. 타미엘 님. 제 힘을 원한 국왕님께 죄송한 일이지만 저는 이제 이용가치가 없어졌습니다.”


그제서야, 모든 정황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러면 네 힘을 얻기 위해 가족을?”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하지만 이 힘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으니까요. 부디 빨리 도망을. 타미엘 님.”


이자벨 대공녀는 주위로 눈동자를 돌리며 종용하듯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이자벨 대공녀와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단 한 번 기회가 있어서 말야. 평생의 한 번 만큼. 근데, 이자벨 대공녀가 가질 않으면 어쩔 수 없네. 아! 실패했다!”


그대로 자리에 앉자 그녀는 크게 당황했다. 그러나 이렇게 된 이상 도망치기는 글렀다.


이번 시련도 실패한 것이리라.


[서브 퀘스트 : 앙그리타 가문을 보호하라. (10/39)를 달성하셨습니다.]


눈 앞에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에 나는 씨익 웃고 말았다.


“이자벨 대공녀.”


“히엣, 넷.”


그녀의 귓가에 조금 상체를 일으켜 입술을 가져다대자 자신이 나에게 했을때와는 정반대의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나는 순간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고 말했다.


“열 명. 열 명은 도망쳤어. 앙그리타 가문은 살아남을 수 있을거야.”


“어째서 그것을?”


“자? 나는 신 님이 보낸 사자일지도 몰라?”


“이야기는 끝났나? 앙그리타 대공녀. 결국 힘을 사용한 모양이로군.”


마감 시간이 된 것 같다.


이미 주변은 원형으로 기사나 병사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단지, 회장이 정리되는 동안 상부의 지시를 기다리며 경계를 하고 있었을 뿐. 수 명의 기사를 거느리고 단상에서 연설하던 남성이 다가왔다.


“시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이야기할 것이 있었으므로.”


“원숭이처럼 알몸차림으로도 입이 잘 돌아가는 군. 그래서 그대는 누구냐?”


“신의 사도? 아니 시련이라는 불합리한 것에 도전하지 않으면 안돼는 던전마스터?”


“단존마스터? 잘 모르겠지만, 그대가 신의 사도가 아닌 것은 명명백백 알 수 있겠군.”


그가 턱짓을 하자 두명의 기사가 다가와 나의 팔을 강제로 잡아 끌었다.


“마르콤 경! 부디 타미엘 님에게 자비를! 그는 단순히 저를 불쌍히 여겨 도와주신 분입니다!”


“흥, 대공녀 각하. 네 년이 그 힘을 사용한 것으로 이제 다 부질없어진 것이다. 해라.”


앞으로 쭈욱 내밀어진 팔을 향해 한 명의 기사가 검을 내리쳤다.


“크으읏······.”


엄청난 고통이 밀려닥쳐 왔지만, 이번 만큼은 고통의 신음 소리를 눌러 참는다.


“강단있군. 그렇지만 네놈이 저지른 만행으로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아직은 죽이지 않겠다. 네놈이 살리고자 그토록 애쓴 대공녀의 죽음을 볼 때까진 말이다.”


—————————


[시련 목표 : 앙그리타 이자벨 대공녀를 처형대에서 대피시키고 함께 도망쳐라.]


[시련에 실패하였습니다. 앙그리타 이자벨 대공녀의 시련에 더 이상 도전할 수 없습니다]


[서브 퀘스트를 일부 완료하셨습니다. 소량의 <마력량 증가>를 얻었습니다]

[앙그리타 이자벨 대공녀의 호감도 보정에 의해 소량의 <재생력 상승>을 얻었습니다]


그 이후는 결국 이자벨 대공녀의 최후와 함께 시련이 종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긁적였다.


“하아아···.”


찝찝했다.


매우 찝찝하다.


“이번엔 시련 대상이 죽어버렸네.”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이만큼 찝찝하진 않았을 것이다.


석판 위에 표시된 [시련 재도전 불가]의 붉은 글씨. 이번으로 세 번째 보는 광경이다.


“전혀 적응될 것 같지않은 광경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하늘 높은 곳을 올려다 보았다.


마치 무언가를 참듯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20. 그대의 희생은 숭고했느니라 NEW 2시간 전 0 0 12쪽
20 19. 고요한 평화는 비탄의 외침에 깨진다 24.09.17 1 0 14쪽
19 18. 마스터, 메이드는 힘든 일이야 24.09.17 2 0 12쪽
18 17. 의심과 오해의 해소는 어렵다 24.09.16 5 0 12쪽
17 16. 따스한 봄볕에 황혼은 춤춘다 24.09.15 7 0 12쪽
16 15. 잠자는 숲속의 메이드x2 24.09.14 6 0 12쪽
15 14. 공격적인 입사 면접에 대하여 24.09.13 10 0 13쪽
14 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24.09.13 10 0 12쪽
13 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24.09.12 11 0 11쪽
»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24.09.12 9 0 13쪽
11 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24.09.11 8 0 12쪽
10 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24.09.11 7 0 12쪽
9 8. 메딕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24.09.10 9 0 11쪽
8 7. 고도의 고고한 고고학자 24.09.10 9 0 14쪽
7 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24.09.09 11 0 12쪽
6 5. 첫 가챠는 보라색맛이 났어 24.09.09 10 0 13쪽
5 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24.09.09 9 0 11쪽
4 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24.09.09 10 0 13쪽
3 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24.09.08 13 0 12쪽
2 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24.09.08 13 0 12쪽
1 空. 과거의 기억과 라비린스 24.09.08 21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