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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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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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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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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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마스터, 메이드는 힘든 일이야

DUMMY

“자, 아침이야. 아르케, 이리스 일어나실 시간이야.”


손뼉을 치며 새근새근 잠든 쌍둥이를 깨운다.


이전 플리나 씨가 사소한 오해를 하는 사건이 있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무죄방면으로 풀려났다.


그리고 쌍둥이 침대 참사에서 하나 알게 된 것이 있었다.


나는 인간 충전기···같다.


이 세계의 인간은 마력을 품고 있다.


아니, 모든 생물이 미약하게나마 마력을 품고 있다.


이 세계의 마력은 생명을 유지하는 에너지원이다.


모을 수 있는 마력량을 늘리고 저장해 이것을 물질적인 힘으로 변환해 사용하는 것이 마법사이다.


마력을 사용하면 축적된 마력은 소모한다.


소모된 마력은 자연의 마나를 흡수하고 변환해 다시 저장한다.


이것이 생물의 마나-마력 기전이다.


엘프들에게 배운 내용이며, 비밀 시설내의 마법에 관한 서적에서도 짧지만 이러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었다.


즉,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다.


호문쿨루스는 마나를 마력으로 스스로 전환하지 못한다는 것.


아르케와 이리스뿐만이 아니다.


다른 호문쿨루스도 마나를 스스로 전환시킬 수 없다.


다만, 음식을 섭취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것으로 보인다.


추측일 뿐이지만 말이다.


지성이 발달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 또한 추측이지만, 마력으로 변환이 불가능한 호문쿨루스는 결함이나 결핍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 양 뺨을 주무르면서 깨우고 있지만, 전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아르케나 이리스는 왜 지성이 발달한 것일까?


모른다.


추측의 추측이지만, 다른 호문쿨루스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나의 마력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그 전까지 가사 상태로 잠들어 있던 이유도 마력이 방전되어 있었다고 생각하면 얼추 들어 맞는다.


“아~르케에~. 이리스으~!”


양 손바닥을 쌍둥이의 이마에 대고 마력을 활성화 시켜 전송한다.


마력이 활성화되자 충성의 증표에서 뻗어나온 마력에 의해 통증과 함께 노이즈같은 환청이 들려온다.


“크읏.”


“우음··· 타미엘?” ”졸려···.”


멍한 표정으로 눈을 열은 두 명을 바라보며 나는 마력 전송을 멈추고 쓴웃음을 지었다.


“플리나 씨가 기다리고 있어. 씻고 밥 먹어야지. 오늘부터 메이드 일 배우는 날이잖아?”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두 명의 뺨을 어루만져준다.


마치 잘 따르는 강아지마냥 내 손을 잡고 뺨을 비비는 쌍둥이의 모습에 헤실 표정이 풀어지지만, 이대로 느긋하게 있을 시간은 없다.


서둘러 두 명을 일으켜 플리나 씨에게 맡긴 나는 시설의 2층에 준비된 다과회실로 향한다.


다과회실.


이름 자체는 다과회실이지만, 호문쿨루스가 메이드에게 기본적인 명령을 받아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실험실과 같은 것이다.


벽 쪽에 놓인 기재함에서 테이블보나 식기류, 찻잔 등 필요한 물품을 꺼내 세팅을 시작한다.


쌍둥이가 식사 후 메이드복을 갈아입고 올 때까지 준비를 마쳐야하기 때문에 바쁘게 움직인다.


“오늘은 간단히 쟁반에 그릇이나 찻잔을 들고 움직이는 정도로 훈련을 시작해볼까?”


간단한 일부터 가르치고자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



콩. 콩. 챙그랑.


쪼르르르륵.


나는 양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워낙 이해력도 높고 기억력도 좋으니 쌍둥이가 메이드 교습에 잘 따라오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나는 어째서 간과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직 이 아이들은 태어난 지 한 달이 안 된 아이 같은 거잖아.”


그렇다.


나와 만난 직 후 처음으로 눈을 뜬 소녀들은 그 전의 기억이나 기본적인 생물로서 본능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쟁반을 든 이리스가 벽에 부딪친 후, 뒤로 물러다 다시 벽에 부딪친다.


이제는 텅텅 비어버려 물방울이 뚝 뚝 흐르는 주전자를 들고, 찻잔에서 넘친 물에 치마가 흠뻑 젖어버린 아르케가 나를 바라본다.


“후우우······.”


어디부터 잘못한 것일까?


이리스에게 쟁반에 물건을 실은 뒤 바른 자세로 앞으로 걸어가 보라고 말했고,


아르케에게 주전자를 기울여 찻잔에 물을 따라 보라고 말한 것이 패착의 요인이다.


“자, 이리스 이쪽으로 오···. 아니, 내 앞으로 와. 아르케도 주전자를 테이블 위에 놓고 내 앞으로 와줘.”


총총 걸음으로 다가온 쌍둥이.


나는 천천히 쌍둥이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르케. 찻잔의 이 정도까지 물을 따르면 멈춰야 해. 찻잔에 물이 넘치면 다음부터는 멈춰?”


“응. 알았어. 타미엘.”


“이리스. 앞에 벽이 있는데 왜 멈추지 않았어?”


“타미엘이 가라고 했어.”


“으음···. 다른 사람이 가라고 하면?”


“안 가. 타미엘은 이리스가 가라고 하면 가?”


“보통 벽이 있으면 멈추겠지···?”


“왜?”


“으음···. 그러니까 이리스 앞으로는 말야······.”


나는 이리스에게 내 말이더라도 벽이 있으면 일단 멈춰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아르케는 이미 내 무릎위에 앉아 젖은 치마를 팔랑 거리며 말리고 있는 중이다.


이후로 이리스는 제대로 벽이 있어도 멈추었지만 멈출 때마다 달려와 머리를 들이밀었다.


나는 이리스가 원하는 대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게 되었다.


물론, 아르케도 무언가 할 때마다 달려왔기에 같이 쓰다듬어 주었다.


처음에는 이런 사고도 있었지만 며칠간 쌍둥이는 나와 플리나 씨, 다른 메이드들의 투절한 교육 덕분에 메이드력이 나날이 성장해나갔다.


“마스터. 차는 어떻습니까?”


“음··· 꽤 좋아졌군. 아르케.”


아르케가 조신하게 머리를 숙이고 세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마스터. 말씀하신 자료를 가져왔어. 봐?”


“아직 존대가 익숙하지 않구나···. 일단, 줘.”


이리스는 쟁반 위에 놓여 있는 평소 마음에 들어 하던 동물 사전을 들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책을 대략적으로 중간 지점을 펼치고 말했다.


“어제는 열 명 정도 새로운 사람이 들어 왔군. 그래서 너희들은 만나 보았나?”


“아르케는 관심이 없었습··· 없어.”


“이리스는 대화를 나누어 보았지만, 그 사람들 말을 안 해.”


“아르케. 어째서 이리스를 따라하는거야.”


“이리스랑 나는 같으니까?”


갸우뚱. 고개를 기울인 아르케에게 나는 훈계를 해야 할지, 천천히 이리스부터 교정해야할지 고민하면서도 방금 언급한 비밀 시설에 신규로 들어 온 호문쿨루스들을 떠올렸다.


“특히 너희가 보기에 다른 점은 없었어?”


“아르케는 관심 없어.”


“이리스가 만져보았는데 여기가 딱딱했어.”


이리스는 자신의 팔을 누르며 말했다.


내 예측대로 새로 이곳에 온 호문쿨루스들은 지금까지와 달랐다.


“역시나 전투 사양인가.”


“전투 사양? 그게 뭐야? 타미엘 가르쳐 줘.”


이미 마스터와 메이드 놀이는 끝났는지, 의자를 옆에 놓고 앉은 이리스가 달라붙었다.


“전투 사양이라는 것은 리차드만 씨가 검을 휘두르는 걸 본 적 있지?”


“응.”


“창을 든 사람들이 벽을 지키고 있는가도 보았지?”


“응.”


“무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싸움이 일어나면 자신의 몸이나 우리들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해. 그게 전투야. 그리고 몸이 딱딱한 새로 온 사람들은 전투를 할 때 몸이 딱딱하니까 잘 버티겠지? 그래서 전투 사양인거야.”


“아르케도 무기 배우고 싶어.”


이번엔 아르케가 의자를 가져와 옆에 앉았다.


“으음··· 배우긴 해야 하는데, 빠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헤르더만 백작님 명령은 일단 메이드 교육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까지 내려진 명령은 쌍둥이의 메이드 교육뿐이다.


교육에 대한 경과는 플리나 씨가 정기적으로 편지로 백작에게 보고하고 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아직 쌍둥이에게 무기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너무 무난하게 흘러간다.


그것이 제일 큰 불안과 걱정이었다.


첫 번째 시련은 시작하자마자 정체도 알 수 없는 무리가 화살을 날려댔고,


두 번째 시련은 뭐, 자업자득으로 타 죽었지만···. 시련 당일 일어난 일이다.


세 번째 시련은 일주일이란 시간이 있었지만, 그 일주일이 지났을 때.


나는 깨달았다.


평온한 날이 지날수록 매우 가혹하고 처절한 싸움이 기다린다는 것을.


그렇다면 이번은 어떻겠는가?


벌써 시련을 시작한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시련을 주기 위해 이렇게나 오랜 시간 메인 퀘스트 갱신도 없이 평화롭게 시간이 흐른단 말인가.


“타미엘. 불안해?” “타미엘. 힘내.”


빼꼼. 몸을 내밀어 나를 바라보는 아르케와 이리스.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후우우우···. 그래 아르케 전투든 뭐든 무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자. 플리나 씨에게 말할 테니까. 그동안은 조용히 있어야 해?”


“응.” “타미엘. 나도 배우고 싶어요.”


“그래그래. 이리스도.”


물론, 나도 좀 더 몸을 지킬만한 기술을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



캉!캉!


부딪치는 금속의 마찰에 의해 불똥이 허공에 튄다.


“느려! 상대보다 약하다면 검으로 막을 생각을 하지 말고 흘려라!”


“넷!”


캉! 크드드득!


팔에 감각이 점점 사라진다.


최대한 유효타가 될 만한 공격은 흘려보내려고 하지만 신체 능력이 큰 탓으로 데미지가 누적된다.


카앙! 정면에서 오는 검격을 흘려보내려 했지만, 그대로 검등으로 받아내 버렸다.


비틀. 손목을 타고 찌릿한 통증이 퍼진다.


충격에 몇 걸음 뒤로 물러서자, 리차드만 씨는 눈을 빛내며 몸을 숙이고 빠르게 접근해 그대로 대검 날을 세워 내 목에 들이댔다.


“항복?”


“저의 패배입니다.”


그대로 주저앉은 나는 폐에 부족한 공기를 채우려 헐떡였다.


“그나저나 타미엘 너. 그 검은 어디에서 배웠어?”


“그··· 헤엑··· 지인이···. 하악··· 가르쳐···. 줬습···니다.”


“흠. 특이한 검술이군. 찌르기와 횡격, 발도에 집중되어 있고 일점 집중으로 공격하는 검술이야. 이런 검술은 본 적 없지만···. 암살자의 검술인가?”


찌릿. 나를 노려보는 리차드만 씨의 시선에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좁은 숲에서 살아가는 엘프의 검술이라고는 절대 말하지 못한다.


이미 이 시나리오에서는 엘프가 멸망한지 천 년은 지난 상태였으니까.


리차드만 씨는 그대로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아니지··· 내가 모르는 무언가···. 무언가 다른 검술일지도 몰라. 아니, 모든 걸 알고 있는 것이 이상한건가? 아니면······.”


요즘 들어 부쩍 혼잣말이 많아진 리차드만 씨다.


뭐, 이해 못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게임 속의 NPC라고 NPC자신이 깨달으면 당연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당장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실을 말해줘도 어떤 결말이 될지 알 수 없다.


“리차드만 씨. 오늘은 끝인가요?”


“응? 아, 그래. 오늘은 그만하지. 나는 이후에 경비 업무가 있으니 쌍둥이는 네가 주워서 잘 보살피라고.”


리차드만 씨는 성큼성큼 떠나가며 손을 팔랑팔랑 흔들었다.


나는 그대로 비틀비틀 일어나, 애벌레처럼 땅을 구르고 있는 아르케와 이리스에게 다가갔다.


“어이, 쌍둥이님. 돌아갈 시간이야.”


“타···미엘. 몸이 아파.”


“나··· 죽어? 죽는 게···. 뭘까?”


평소에 무표정한 아르케와 이리스는 리차드만 씨의 훈련을 받은 뒤로 찡그리는 표정이라는 것을 배웠다.


한 걸음 큰 전진이리라.


“메이드는 힘···든 일야···.”


아르케의 혀가 꼬인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쌍둥이를 부축해 숙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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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그대의 희생은 숭고했느니라 NEW 2시간 전 0 0 12쪽
20 19. 고요한 평화는 비탄의 외침에 깨진다 24.09.17 1 0 14쪽
» 18. 마스터, 메이드는 힘든 일이야 24.09.17 3 0 12쪽
18 17. 의심과 오해의 해소는 어렵다 24.09.16 5 0 12쪽
17 16. 따스한 봄볕에 황혼은 춤춘다 24.09.15 7 0 12쪽
16 15. 잠자는 숲속의 메이드x2 24.09.14 6 0 12쪽
15 14. 공격적인 입사 면접에 대하여 24.09.13 10 0 13쪽
14 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24.09.13 10 0 12쪽
13 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24.09.12 11 0 11쪽
12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24.09.12 9 0 13쪽
11 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24.09.11 8 0 12쪽
10 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24.09.11 7 0 12쪽
9 8. 메딕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24.09.10 9 0 11쪽
8 7. 고도의 고고한 고고학자 24.09.10 9 0 14쪽
7 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24.09.09 11 0 12쪽
6 5. 첫 가챠는 보라색맛이 났어 24.09.09 10 0 13쪽
5 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24.09.09 9 0 11쪽
4 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24.09.09 10 0 13쪽
3 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24.09.08 13 0 12쪽
2 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24.09.08 13 0 12쪽
1 空. 과거의 기억과 라비린스 24.09.08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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