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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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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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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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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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DUMMY

나는 능력 향상을 위해 정말 여러 가지 도전해본 것이다.


그러나 마법적인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근력도, 지구력도, 그 어떠한 신체 능력도 오르지 않는다.


스니킹, 투척, 달리기, 물속에서 숨 참기, 무기 휘두르기 등···.


이 세계는 반복 행동으로 스킬이나 능력을 얻는 세계가 아닌 듯 했다.


스킬을 얻기 위한 시행횟수가 말도 안 되게 높을 가능성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결국 포기한 나는 새로운 무기인 베어 그릴을 챙겨 토끼 사냥에 나섰다.


신체 능력 자체는 향상되지 않았지만, 요철이 심한 숲 돌파하는 요령은 생겼다.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나아가며 열매를 채취해 나간다.


앵두같이 작고 빨간 열매.


신 맛이 강하지만 달콤하고 맛있다.


토끼를 발견하고 사냥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실패다.


쥐나 새는 봐주기로 했다.


절대 너무 빠르고 작아서 잡을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주변을 탐색하며 얼마나 나아갔을까?


간간히 석판을 소환해 나무에 흠집을 내던 중 촘촘한 나무 사이로 흰 무엇인가가 보인 것 같았다.


토끼이리라.


조심스럽게 덤불에 숨은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베어 그릴을 꽉 쥐었다.


사냥감이 시야에 들어오도록 몸을 조금씩 기울이던 찰나.


나는 그만, 크게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드, 드디어 찾았다! 반짝아아아아~!!”


베어 그릴을 내팽개치고 저 멀리 공중에 떠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물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동안 온기가 그리웠다.


밤이면 차가운 습기를 머금은 한기가 바다에서 밀려 들어와, 살을 에는 추위와 사투를 벌이던 나날.


나는 몸을 던져 반짝이를 끌어안았다.


반짝이.


전해져오는 온기에 한 줄기 땀방울이 눈가에서 흘러내렸다.


“흐윽, 흑···. 이젠 잃어버리지 않을 게. 떨어지지 않도록 잘 보살펴 줄게.”


깨지지 않도록 조심스러운 손길로 어루만진다.


구체 중앙에 박힌 붉은 보석을 다 헤진 옷깃으로 열심히 닦은 나는 소중히 끌어안으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구나. 반짝이는 좀 그렇지. 뭐가 좋을까···. 자세히 보면 이렇게 예쁜데, 적당한 이름으로 참을 수 없으니까.”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 생각하던 찰나, 순간 머릿속에서 팟! 하는 소리가 터져 나온 것만 같았다.


확신에 찬 나는 하늘 높이 손가락을 내걸고 당당히 반짝이를 바라보았다.


“너의 이름은 지금부터 넬슨. 넬슨이다!”


그렇게 빛의 구체는 반짝이가 되었고, 반짝이는 넬슨이 되었다.



——————◇——————



다음 날.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넬슨의 따뜻한 온기가 밤 동안 불어 닥치는 비도한 냉기를 막아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나의 고민도 한 가지 해결되었다.


이제는 서번트만 얻으면 진정한 던전마스터가 되는 것이다.


예정 시기보다는 조금 이르지만, 더는 성장할 방법도 시험할 능력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단 머리가 깨지더라도 도전해 보는 것이 답이 될지도 몰랐다.


현재 남은 크리스탈은 8900개.


몇 번 10연차를 돌려도 충분히 여력이 남는다.


마법기사 엘리나가 너무 난이도가 높았을 확률도 있으니, 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도 필요경비로 생각하고 도전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석판을 소환한 나는 그대로 기동시켜 서번트 소환 탭을 열었다.


최대한 감정을 죽인다. 그저 무덤덤하게 10연차 버튼을 누른다.


이윽고 석판 위에 떠오른 12개의 검게 칠해진 프로필 박스.


천천히 한 개, 한 개 확인해 나간다.


그리고 7번을 확인하는 순간.


황금색 빛이 석판에서 퍼져 나왔다.


“왔다! 황금 카드으으으!”


환희의 외침과 함께 황금빛은 점차 사라지고 그곳에 남은 황금색 테두리의 프로필 카드.


“오오오! 마녀다. 마녀!


특징적인 고깔모자를 쓴 흉부가 대단한 미녀였다!


이름은 무려···.


“마녀 비르기스.”


꿀꺽. 침을 삼킨 나는 신중하고 자세히 카드를 바라본다.


이번에도 엘리나 때처럼 어이없게 죽을 순 없다.


분명 이번 시련도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녀 비르기스의 시련 개요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나는 비르기스 초상화 아래에 적힌 내용을 천천히 읽어 내렸다.


“[마녀 비르기스 4속성 논의와 마나 기원설에 대해 담론을 나누고 승리하기]? 뭐야, 개껌이잖아.”


이번 시련은 너무 쉽지 않은가?


함정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쉬운 내용이었다.


현대인으로써 게임, 소설, 영화, 만화 등 여러 컨텐츠를 즐기며 단련된 나에겐 너무 쉬운 내용이었다.


“후후후··· 후하하핫! 자, 시련에 도전하겠다! 넬슨! 다녀올게! 집 잘 보고 있어!”


[마녀 비르기스의 시련을 시작합니다. 100크리스탈이 소모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Y / N]


“하하하하! 예스다!”


확인 버튼을 강하게 누르자 즉시 나의 의식은 어둠에 물들었다.



——————◇——————



“하아아? 어째서? 왜 타오르는 거야?!”


“꺄아아악! 비르기스가 사람을 불 질렀어~!”


매캐한 연기가 시야를 어지럽히고, 고통에 흘러내린 눈물조차 말라 앞이 보이질 않는다.


두 번 다시 맡고 싶지 않았던 살이 짓무르고 고기가 타들어가는 냄새도 후각 신경이 타버렸는지 이제는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그저 괴롭고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러대던 기도조차 타들어가, 이젠 헐떡거리던 숨도 나오질 않는다.


차라리 이세계에 전송 당하던 그때가 좋았을 정도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링에 몸이 불태워졌을 때가 인도적인 시술 이였다고 느껴졌다.


“물이여! 모, 모여···. 아앗! 시, 실패했어!”


“꺄앗! 비르기스 너, 울지만 말고 어떻게 좀 해봐?!”


“거기! 빨리 양동이에 물이라도 퍼 와!”


어수선하게 사방에서 들리는 목소리와 발소리.


이렇게 되리라 생각하고 행한 일은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처음은 단순히 어떻게라도 마녀 비르기스와 연결점을 만들고 싶었던 내가 억지를 부린 일부터 시작되었다.


메인 퀘스트에 따라 끈질기게 비르기스에게 말을 걸고 참견해 마법에 대해 논의를 나누고 싶다 전했고, 그녀는 나의 설득에 포기했는지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그것은 자신의 마법 실험에 어울려 줄 것.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마녀나 마법사를 양성하는 학원인 만큼 큰 연습장이 있었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비르기스는 마법으로 푸른 불꽃을 소환해 자신의 몸이 타오르게 만들었다.


곧바로 해제한 그녀는 이것을 나에게도 해봐도 좋을지 물어보았다.


나는 다시 한 번 흔쾌히 동의했다.


분명 비르기스는 내가 겁을 먹고 도망가리라 생각했을 터였다.


그 결과 진짜로 절찬리 불타는 중이지만 말이다.


“······. 지워버려라! <워터 클리닝>!”


뭉클뭉클 화마에 이리저리 느껴지던 압력이 사라졌다.


눈, 코, 입 그 어느 하나 감각이 느껴지지 않지만, 운 좋게 청각만큼은 살아남은 모양이다.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연로한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묵직한 무엇인가가 머리 위에서부터 쏟아져 몸을 빙글빙글 회전한 후 사라졌다는 것 뿐.


아마 그녀의 말을 유추하면 마법의 물로 화염을 제거한 것이리라.


“비르기스! 무슨 짓을 한 게냐!”


“저, 저는···. 여, <영혼의 불꽃>을 흐윽··· 사, 사용해 본 건데···.”


“영혼의 불꽃? 그건 영체에게나 강력한 효과가 있는 마법이 왜···. 루앤! 어서 회복약을 가져와라!”


난잡하게 여기저기서 허둥거리는 소음이 들려온다.


그리고 누군가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미, 미안해! 흐윽···. 내, 내가 어떻게 하면···.”


땅바닥을 구르며 쓰려져 있던 몸이 누군가에 의해 일으켜졌다.


눈은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비르기스임을 목소리로 알 수 있었다.


‘아아, 또 실패인가.’


입이 움직이질 않는다.


아마 근육이 타버린 탓이리라.


어차피 이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빨이 부서질 만큼 악물고 힘을 쥐어짜,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녀가 흐느끼는 방향으로 천천히 팔을 움직였다.


촉감은 없다.


없지만, 분명 지금 이 손아래에는 비르기스의 머리가 위치해 있으리라.


나의 움직임은 그것이 다였다.


쓰다듬거나 때리거나 그럴 힘은 남아있지 않다.


‘네 잘못이 아니야. 내가 또 자만해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을 뿐.’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비르기스의 소리 높여 우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우뚱. 몸이 뒤로 쏠리는 느낌과 함께 가벼운 충격과 묵직함이 전해졌다.


아마 비르기스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으리라.


‘이번에는 그래도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


일방적으로 말을 걸은 것은 나였지만, 간만에 사람과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의식은 점차 멀어져갔다.


[메인 퀘스트 : 마녀 비르기스 4속성 논의와 마나 기원설에 대해 담론을 나누고 승리하기]


[시련에 실패하였습니다. 마녀 비르기스의 시련에 더 이상 도전할 수 없습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나의 의식은 그렇게···.


또 다시 암흑에 물들었다.



——————◇——————



“빌어먹을 망겜이네.”


비르기스의 머리에 올렸던 손바닥의 감촉을 떠올리듯, 손바닥을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한다.


매우 내성적이고, 말을 걸면 서둘러 피하던 비르기스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있던 것처럼 선명히 각인되어 있었다.


“하아아···. 마음이 꺾인다.”


두 번째 죽음.


아니 죽음 체험이라고 말해야 할까.


전이 당시의 고문까지 생각하면 세 번째이다.


이대로 다 던져버리고 시련 따위 어떻게 되든 알바냐고 무시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다만 간만에 접할 수 있었던 타인과의 접촉은 나의 건조하게 굳어가던 마음에 촉촉한 이슬비가 되어 스며들었다.


그것이 무기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채찍질 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움막에서 코코넛을 꺼내 마셨다.


벌컥벌컥 들이켜도 화상 자국이 지워지지 않는 것처럼 갈증은 없어지지 않았다.


세 개째 들이키고 나서야 모든 것을 토해내듯 큰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하아아아······. 매번 이런 식이면 진짜 못해먹을 것 같아. 솔직히 근성 하나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아?”


나의 옆에서 두둥실 떠있는 빛의 구체.


넬슨은 역시나 아무 말이 없었다.


모래사장에 포말을 남기며 넘실넘실 아름답게 에메랄드빛 바다가 반짝였다.


멍하니 그 바다 넘어 지평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역시 단련을 좀 더 해보는 게 맞을까? 아니, 이번 같은 경우는 단련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의 문제였고···. 시련은 각자 종류가 다양하다는 건 알았어. 세피로에서도 각각의 캐릭터들은 스토리가 달랐잖아. 전투나 연금술, 아카데미, 무기 제작 이것저것 종류도 많았고 말야.”


그렇다.


세피로에서 캐릭터별 스토리는 제각각이었다.


어떤 캐릭터는 전쟁을 하는 스토리,

어떤 캐릭터는 학원을 다니는 스토리.

어떤 캐릭터는 그저 낚시만 하는 스토리도 있었다.


이번엔 정말 운이 좋지 못했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일단은 며칠 더 생각해보자. 그리고··· 거점, 옮겨야겠지?”


움막 천장의 야자수 잎이 말라비틀어지면서 듬성듬성 구멍을 열고 있었다.


딱히 여기에 계속 거주해도 좋지만 새로운 지역을 조사하기에는 조금 위치상 부적절했다.


“그보다 몬스터라던가 맹수 같은 건 없는 걸까? 아니, 없는 거겠지.”


벌써 이곳에 도착하고 일주일이 넘게 지났지만 작은 초식동물과 새, 물고기 외엔 나에게 해를 끼칠만한 존재는 만나지 못했다.


지금까지 신중하게 움직이던 동선을 조금 더 과감하게 변경시켜도 좋을지 모른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고! 자, 준비다 준비!”


정신이 번쩍 들만큼 양볼을 세개 치며 일어섰다.


넬슨을 넝쿨로 엉성하게 엮어 등에 메고, 코코넛 열매도 두 개 엮어서 허리춤에 달았다.


한 손에는 무기 제 2호인 베어 그릴을, 아쉽지만 제 1호 실버 팽은 이곳에 남겨 둬 추후에 필요하면 가지러 오자.


인벤토리에 수납하고 싶었지만, 석판에서 얻은 아이템이 아닌 경우는 수납이 불가능 했기에 아쉬운 대로 고육지책을 생각해낸 것이다.


준비를 마친 후, 나는 지금까지 신세를 진 마이 홈을 잠시 바라본 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새로운 안식처를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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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고요한 평화는 비탄의 외침에 깨진다 24.09.17 1 0 14쪽
19 18. 마스터, 메이드는 힘든 일이야 24.09.17 2 0 12쪽
18 17. 의심과 오해의 해소는 어렵다 24.09.16 5 0 12쪽
17 16. 따스한 봄볕에 황혼은 춤춘다 24.09.15 6 0 12쪽
16 15. 잠자는 숲속의 메이드x2 24.09.14 6 0 12쪽
15 14. 공격적인 입사 면접에 대하여 24.09.13 9 0 13쪽
14 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24.09.13 10 0 12쪽
13 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24.09.12 11 0 11쪽
12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24.09.12 8 0 13쪽
11 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24.09.11 7 0 12쪽
10 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24.09.11 7 0 12쪽
9 8. 메딕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24.09.10 9 0 11쪽
8 7. 고도의 고고한 고고학자 24.09.10 9 0 14쪽
» 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24.09.09 11 0 12쪽
6 5. 첫 가챠는 보라색맛이 났어 24.09.09 9 0 13쪽
5 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24.09.09 9 0 11쪽
4 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24.09.09 10 0 13쪽
3 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24.09.08 12 0 12쪽
2 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24.09.08 13 0 12쪽
1 空. 과거의 기억과 라비린스 24.09.08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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