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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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8 13:10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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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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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DUMMY

이상했다.


그저 하얀 방이었다.


천장에 전등도 없는데, 방 안이 환하게 모든 방향에서 빛을 비추는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출입한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흰 벽만 있을 뿐.


“뭐야? 무슨 일이야···.”


“그것은 짠~. 당신은 이세계에 초대되어 전생하게 되었습니다! 짝짝짝짝!”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르테 팀장이 방 중앙에 서 있었다.


이세계?


너무나 엉뚱한 아르테 팀장의 말에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이세계요?”


“네, 이세계입니다!”


지금까지 모든 게 이상하다.


알록달록한 머리색을 가진 컴퓨터도 없이 책상에 앉아있는 외국인들이라던가, 계약서에 미리 금액이 적혀 있다던가···.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다.


모든 게 비현실적이고 불가능한 일들만이 일어나고 있었다.


“불가능한건 없어요? 가능하니까 이렇게 되었을 뿐.”


“······. 아까부터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생각도 읽을 수 있나요?”


“알 수 있어요? 음, 아니요. 신이냐구요? 그건 개인의 관념에 따라 다르니까 뭐라고 정의할지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죠?”


어느새 검은색 오피스룩이 아닌 금색 자수가 들어간 긴 드레스로 옷이 바뀐 아르테 팀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싱글싱글 웃었다.


“옷이 바꼈다. 하아······. 이 공간은 뭐하는 곳입니까?”


“쉽게 말해서 전이를 위한 방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계약서에 적으셨죠? 이세계에 가는 것에 동의하신다고. 제6항 66조에 적혀 있었어요. 보시겠어요?”


그녀가 손가락을 빙글 휘두르자 눈앞에 흰 종이가 나타났다.


이번엔 물건을 텔레포트? 전이? 마술? 잘 모르겠지만 허공에 물건이 나타나 떠올라 있었다.


이어지는 이상 현상에 놀랄 힘도 사라져 나는 그저 담담히 종이에 적힌 내용을 천천히 읽어 나갔다.


“6항 66조 계약에 동의한 자는 이세계에 전이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며, 현재 소유 자산, 신체를 포기하는 것으로 취급한다. 본 계약을 체결한 인물이 소실한 뒤, 잉여 자산은 조정을 통해 해당 국가와 트랜센던스사의 논의 또는 임의로 분배될 수 있다···. 혹시 이거 신체 포기 각서 같은 건가요?”


“네. 신체 포기 각서라고 보시는 것도 타당하네요.”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세계에 갑니다.”


“가서 뭘 하면 좋나요?”


“12항 특별수칙 0번. 즉, 다시 말하면 던전 마스터가 되어 필수 목표를 달성하시면, 그 후는 자유롭게.”


“집에 갈 수 있나요?”


“네. 이세계에 마련한 거주지에 보내드리겠습니다.”


“······. 혹시 꿈···.”


“현실입니다.”


웹소설이나 라이트노벨, 판타지 게임, 영화 다양한 콘텐츠를 즐겨왔기에 이세계 전이 자체는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가 아니기에.


공상 세계이기에 판타지인 것이다.


이젠 투자금이고 뭐고 다 상관없어질 정도였다.


이런 비현실적인 일이 갑자기 일어나면 당연히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의심하지 않겠는가?


“괜찮아요. 당연한 반응인걸요. 사람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듣더라도 자신의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일어나면 그것은 거짓이고 가짜라고 부정한답니다. 종교를 믿나요? 신을 보았다는 사람은 이야기를 지어낸 걸까요? 무당의 빙의는? 외계인이나 UAP는? 화성에 생물이 살아있다면 믿겠나요? 결국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존재에요. 그것은 아주 당연하답니다. 신도 외계인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있다고 믿을 뿐인지도 몰라요.”


아르테 팀장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다가왔다.


“그러니 지현공 씨. 괜찮아요. 지금 당신이 보는 이 공상과 같은 현실을 자신 나름대로 받아들이면 좋을 뿐이랍니다. 자! 어려운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 집에 가실 준비는 되었나요?”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후각, 청각, 시각, 촉각 모든 것이 이것은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슬슬 진짜로 이세계에 가는 것을 믿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울산 둔산리 둔산로 36 트리베리움 103동 201호로 보내주세요.”


“이미 타임 오버입니다~! 이미 짐 정리는 끝났어요. 여기 보이시죠?”


그녀 앞에 떠오른 정사각형 디스플레이에는 눈에 익숙한 방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내 방이었다.


다만 이미 모든 가구를 빼앗겨 헐벗고 앙상한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이미 집주인에게 계약 해지 통보도 완료되었으니 걱정 마세요.”


“뭐, 그건 감사합니다. 감사해야 하나? 그럼 보증금은?”


“감사하세요. 계약서에 명시한대로 이세계에서 지급될테니까요. 그럼 전송 개시합니다.”


짝 소리를 내며 손뼉을 두드린 그녀는 이윽고 양손을 펼쳐 나에게 향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몸이 서서히 떠올랐다.


놀라움과 당혹이 섞인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여전히 미소 짓는 그녀에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물었다.


“어째서 나인가요?”


“글쎄요. 이것도 인연이겠죠? 선택한것은 제가 아니에요. 저도 이유는 몰라요.”


“나는 그다지 똑똑하거나, 강한 것도 아닌데.”


“그런 것은 상관없어요. 준비되었는지 아닌지, 인연이 있는지 없는지, 원하는지 아닌지 그 모든 게 이유가 될 수 있어요. 분명 현공씨도 이세계에 가게 된 이유를 언젠가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런가요···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겨서 당혹스럽네요. 조금 무섭기도 하고.”


“자동차 사고는 예고하고 일어나나요? 지병으로 갑자기 죽는 사람은? 로또는 구매했다고 모두가 당첨될까요? 나쁜 일도, 좋은 일도, 모든 것은 갑자기 일어나는 법이에요. 그러니 현공 씨도 갑자기 일어난 지금의 일 다음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시면 좋지 않을까요?”


너무나도 초연한 말이었다.


“그리고 말이죠. 내가 강제로 이렇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아이가 있어서. 후훗.”


“그건 또 누굽니까?”


“비밀.”


빠직하고 이마에 혈관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자, 전송 시작할게요. 전송진 전개.”


그녀가 눈을 감으며 중얼거리자, 내 손끝과 발끝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빛의 고리가 나타났다.


역시 외형만 뜨거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점차 열을 발하기 시작했다.


“저기··· 손끝, 발끝이 좀 뜨거운데···.”


“앨리스링 그래비티 워프 시스템 개시. 모나스 차원 자표 특정 완료···. 개체 식별 완료. 리베르타티스 지평좌표계 위치 고정. 전송 개시.”


“저, 저기! 이거 뜨거운데요?! 아아악!”


불안한 예감은 왜 틀리지 않은 걸까?


황금색 링이 신체 말단 부분을 통과한 직후, 타들어 가는 고통이 엄습했다.


뿌옇게 발생하는 흰 연기와 함께 고기집 불판에 기름진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


매캐하면서도 도저히 자신의 살을 태운 냄새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고기를 굽는 냄새가 방 안에 퍼져나갔다.


“끄아아악! 죄송합니다! 제발, 제발 멈춰! 으아악! 멈추라고! 멈춰!”


“조금만 참으면 되니까요! 이세계 가시면 수령하실 물품은 준비되어 있어요! 자 그럼 새로운 인생에 축복을! 음? 행복? 아무튼 즐겨주세요!”


이건 살아있는 인간이 받을만한 고통이 아니었다.


사이비 종교 광신자인지, 신인지 악마인지 그딴 건 중요치 않았다.


지금 내 팔과 다리에서 끔찍하게 전해지는 고통을 없애주길 바랄 뿐이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눈물과 콧물이 흘러 떨어진다.


나는 덜덜 떨리는 이빨을 악물며 버텨보지만, 식도에서 철 맛이 나는 질척거리는 것이 역류하기 시작했다.


“이, 아··· 악마! 망할 신! 악마아아아아악!”


“전송 30% 진행 중. 던전 코어 시스템 가동. 아스트랄 스피릿 형성···. 완료. 소울 싱크 커넥트···. 완료.”


귀에서 윙윙거리는 이명만이 들린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도저히 모르겠다.


머릿속까지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니, 통증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팔꿈치와 무릎까지 도착한 황금색 링은 어깨를 향해 오고 있는데 말이다.


순간적으로 나는 이 현상을 이해하고 말았다.


전쟁영화에서 죽음에 직면한 병사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죽어가던 모습.


아드레날린인가 뭔가 뇌에서 분비되어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던가?


서서히 줄어드는 고통에 나는 입 안에 고인 핏덩이를 뱉어내고 중얼중얼 무언가를 읊고 있는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하아···하아··· 망할. 이거 진짜 죽는다고.”


“전송 50% 진행 중. 사실 이렇게 중얼거리지 않아도 좋지만, 보내는데 쓸데없이 시간도 걸리고 무언으로 있기도 서로 뻘쭘하겠죠? 에헷.”


“에헷은 미성년 이후에 말하면 범죄야. 할, 끄아아악!”


“그 말은 상처받아요? 여신 같다느니 아름답다느니 결혼하고 싶다느니, 그렇게 칭찬하고 나중에는 아줌마? 뭐~? 할? 하알? 더 이상은 말하게 놔두지 않겠어요! 이래봬도 현공 씨 편의를 매우매우 많이 봐주고 있는데!”


지금까지 장엄한 분위기는 연출이라는 듯 표변한 아르테는 허리에 손을 올린 채 볼을 부풀리며 노려보았다.


절대 성격 이상하고 나사 빠진 이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 따위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악담을 퍼부어주고 싶은 심경이다.


그녀는 나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 비열한 표정으로 입 꼬리를 올리며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렇게 말하는 현공 씨는 어떤가요? 연애 경험도 없잖아? 그.래.서 특별한 스킬도 줄 예정이에요?”


“어, 어떻게?!”


“잘 알고 있다구요~ 그보다도 스킬이에요. 스킬.”


“스, 스킬?”


잘 돌지 않는 머리로 생각했다.


그렇다.


소설에서는 용사부터 한낱 농사꾼까지 이세계에 갈 때면 신으로부터 스킬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과 같았다.


“네, 담배나 술을 즐기진 않지요? 그렇다면 아시겠네요? 중독이란 자신의 의지만으로 끊기가 힘들다는 걸. 그러니 현공 씨도 연애에 대해 알지 못한 지금 그 감정을 억제하는 스킬을 드릴게요. 음··· 이름은 <명경지수>. 물처럼 잔잔한 마음. 앞으로 연애 따윈 하지 않아도 좋네요?”


“좋지 않아?! 망할년! 악마년! 으아아악! 아파! 너 일부러 괴롭도록 통각 조절하고 있는 거 아냐?!”


“그래도 앞으로 귀여운 아이들과 우우후후 살아갈 거잖아요? 명색의 가챠 게임이고 이제는 현공 씨에게는 현실이 된다구요. 동서고금 모두가 원하는 하렘 생활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렇게 나쁜 말은 좋지 않답니다! 다만, 라비린스는 15세 등급 게임으로 출시할 생각이니까 조금 형편성 문제랄까··· 그런 것이 있어서 한국 서비스는 그런 것이니까! 아무튼 그런 것이에요! 계약서 제8항1조에도 정확하게 기재해 놨으니 문제는 없는데··· 보실래요?”


“집어 쳐! 제기랄···.”


어째서 이세계에 가서까지 모태 솔로가 되어야 하는 걸까.


나는 모태신앙 같은 거 가지고 있지 않은데 말이다.


아무래도 이 여자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아득바득 이를 갈며 그녀를 노려보지만, 그녀는 후련한 표정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뒷짐을 지고 몸은 흔들거리고 있었다.


대화를 하는 사이 황금색 빛의 고리는 서로 겹쳐져 목 아래까지 진행되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이해하고 말았다.


신기하게도 이미 심장의 위치를 지났지만 살아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머리만 공중에 떠 있는 것일까?


조금 그로테스크한 상황이다.


“흠흠. 그럼 잠시간 의식을 동조하는 동안은 잠에 든 것처럼 평온할거에요. 그리고 캐릭터 생성창이 눈앞에 떠오르면 그때부터 시작이니 부디 노력하길 바랍니다! 지현공 씨! 행운을 빌어요~ 나는 지구에서 열심히 게임을 개발할 테니까!”


“망할. 불합리해···.”


나는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의식은 통째로 어둠에 삼켜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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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그대의 희생은 숭고했느니라 NEW 2시간 전 0 0 12쪽
20 19. 고요한 평화는 비탄의 외침에 깨진다 24.09.17 1 0 14쪽
19 18. 마스터, 메이드는 힘든 일이야 24.09.17 2 0 12쪽
18 17. 의심과 오해의 해소는 어렵다 24.09.16 5 0 12쪽
17 16. 따스한 봄볕에 황혼은 춤춘다 24.09.15 7 0 12쪽
16 15. 잠자는 숲속의 메이드x2 24.09.14 6 0 12쪽
15 14. 공격적인 입사 면접에 대하여 24.09.13 10 0 13쪽
14 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24.09.13 10 0 12쪽
13 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24.09.12 11 0 11쪽
12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24.09.12 8 0 13쪽
11 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24.09.11 7 0 12쪽
10 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24.09.11 7 0 12쪽
9 8. 메딕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24.09.10 9 0 11쪽
8 7. 고도의 고고한 고고학자 24.09.10 9 0 14쪽
7 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24.09.09 11 0 12쪽
6 5. 첫 가챠는 보라색맛이 났어 24.09.09 9 0 13쪽
5 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24.09.09 9 0 11쪽
4 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24.09.09 10 0 13쪽
» 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24.09.08 13 0 12쪽
2 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24.09.08 13 0 12쪽
1 空. 과거의 기억과 라비린스 24.09.08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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