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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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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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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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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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DUMMY

칠흑 같은 어둠 속. 멍하니 의식이 흘러간다.


시간도, 공간도 느껴지지 않는 검고 어두울 뿐이다.


신체도, 호흡도, 바람도 느껴지지 않는다.


[<라비린스 : 심연의 던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비린스.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단어였다.


우연히 투자할 기회가 생겨 게임사에 갔었고···.


[캐릭터 생성을 시작합니다]


아르테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에게 마치 마법과 같은··· 아니 마법일지도 모른다.


산채로 불태우는 악랄한 고문 마법으로 이세계로 보내졌다.


그리고 정면에 전신 거울이 나타났다.


[지구의 신체를 복원하시겠습니까? 새롭게 신체를 구성하시겠습니까?]


거울에 나타난 두 개의 실루엣.


좌측에 떠오른 헐벗은 신체는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었으니까.


뭔가 개운치 않은 얼굴과 군살 없는 신체.


자신의 신체를 품평하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안구 테러이다.


그 여자가 무엇을 원해 나를 이세계로 보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부자유한 이 상황을 끝내고 싶었다.


옛날의 나와 새로운 나.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세계에서 새롭게 태어나기로 좋지 않을까?


[신규 생성을 선택하셨습니다. 새롭게 구축할 신체와 외형을 떠올려주세요]


생각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얼굴은 연예인이나 아이돌을 떠올리며 가장 이상적인 얼굴을 생각했다.


[불가합니다. 해당 기능은 미리 선택된 외형으로 생성이 진행됩니다]


왜 물어본 걸까?


나의 의문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듯 띠링 소리와 함께 눈앞에 문자가 떠올랐다.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역시 이 모습이 제일 어울리는 것 같아~ 귀여운 모습으로 인생 리스타트야! 지현공 씨. 아니, 역시 새로운 인생이니 만큼, 이름도 새로운 게 좋으려나? 음··· 음···. 그래! 타미엘. 타미엘 어때요? 타미엘 군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응원하고 있으니까요! 파이팅!]


일부러 화를 돋우고 있는 거라고 확신한다.


[외형 생성 완료. 전면에 표시된 외형을 확인하신 후, 확정을 누르시면 곧바로 지정된 장소에 전이하게 됩니다]


안내와 동시에 거울이 빛났다.


흰 바탕의 도화지 위에 검은 잉크가 스며들듯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대단히 괴상한 꼴의 외형이 생성될지도 모른다.


내심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본다.


이윽고 완전히 거울에 드러난 모습은···.


상정 외였다.


좋은 의미에서 말이다.


열에 아홉은 호감을 나타낼 만큼 좋은 모습이지 않을까?


귀여운 얼굴은 중성적인 매력을 띠고,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였다.


은발은 실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빛났으며,


자수정을 박아놓은 듯 투명한 보랏빛 눈동자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귀티가 나는 외모는 고결해 보이면서도 무구함을 품은 것 같았다.


중, 고등학생 정도의 연령으로 보이는 외형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이것은···.


내가 원하던 모습이 아니다.


나는 좀 더 잔 근육이 있고, 남자다운 모습을 원했다.


그럼에도 말이다.


단지, 하나만 말하자.


동생이 나이치고는 발육이 좋았다고 말이다.


[확정하시겠습니까? Y / N(선택불가) ]


나는 체념하고 이 모습 그대로 전생하기로 마음먹었다.


——————◇——————


쨍한 햇빛이 눈시울 아래까지 파고들어 무심코 찡그리고 만다.


나뭇잎이 부산스럽게 흔들리는 소리와 은은한 풀향.


잔잔한 바람이 살랑살랑 머리칼을 간지럽힌다.


언제 이래일까? 이렇게 누워서 햇볕을 쬐는 것은.


살짝 눈시울 열자 따끔거릴 만큼 햇볕이 강렬해 눈을 꼭 다문다.


그랬다.

망할 여자.

이세계 전이.

캐릭터 생성.


기억이 점차 소생했다.


“우음···. 여기는······.”


자신의 목에서 나온 목소리라고는 생각지 못할 만큼 앳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래도 아르테가 정한 대로의 외형으로 태어난 것 같다.


만약 이 목소리에 본래의 20대 후반 외형이면 나는 눈물을 흘리며 아르테를 저주하리라.


상체를 세운 나는 두 눈을 비빈 후, 천천히 눈시울을 열었다.


풀밭 위에 내뻗은 두 다리와 두꺼운 모직물인 린넨 재질의 갈색 반바지 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전형적인 판타지 초심자의 복장이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신체 구석구석 확인해 보았다.


티끌이나 얼룩진 반점 하나 없이 피부는 매끄러웠다.


손금도 지문도 선명하게 존재했고, 동생도 제대로 장착되어 있었다.


볼을 손으로 잡아당겨보니 확실히 통증이 느껴진다.


“아팟! 나, 진짜 이세계에 왔구나.”


이렇게 숲 한가운데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세계가 이세계임을 자각시켜주고 있었다.


햇살에 적응한 눈이 점차 뚜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공?”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붉은색 보석이 박혀있는 공이 공중에 떠 있었다.


아니, 좀 더 적당하게 말하자면 은은히 빛을 발하는 구체이다.


“무엇일까?”


은은하게 빛을 발산하는 구체를 유심히 바라보았지만 그저 둥실둥실 떠 있을 뿐.


“··· 어떻게 하라고?”


머리가 절로 갸우뚱 기운다.


애초에 이세계에 와서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그렇게 강압적인 계약이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아직 못해본 게임도 있는데··· 또, 못 먹어본 음식이나 해외여행조차 아직 못해봤다고. 그리고··· 그리고······.”


망할 여자에게 아직 지구에서 못해본 것들이 많다고 불평하고자싶지만···


······.


나에게 정말 아쉬운 일이 있었던가?


“하아···. 진짜 무난하게 살았네. 취미도 없고, 음식은 배를 채우면 좋았고, 여행이나 쇼핑 따위는 힘들어서 가고 싶지 않았고. 딱히 만날 사람도 없고. 부인은커녕 애인조차 없었어···!”


털썩. 다시 쓰러져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찌 이토록 청빈하고 검소하고도 무욕으로 살아왔단 말인가.


띠링.


[메세지와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있자, 팬시한 소리와 함께 시야 구석에 편지 모양 아이콘이 떠올랐다.


역시 이세계라 느끼며 아이콘에 의식을 집중하자, 허공에 글이 펼쳐지는 동시에 쿵 소리를 내며 사각형 석판이 머리 옆에 떨어져 내렸다.


“으아아?! 뭐야?!”


[이세계에 잘 도착했을까요. 타미엘 군? 사실 이런 방법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나도 조금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과정이야 어쨌든, 타미엘 군은 이세계에 갔을거에요. 100%확률로. 가지 않는 미래는 없는 걸요. 그렇다면 빨리 가는 게 좋겠지요? 흠흠, 그건 그렇고. 앞으로 던전을 발전시키기 위해 재화가 필요하겠죠? 가챠용 크리스탈 10,000개 적립해뒀으니 잘 활용하길 바래요! 그 외에도 계약서라든지 피규어나 다른 아이템도 넉넉히 넣어 줬다구요?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것이 한계니까요~ 아쉽지만 막 퍼주고 싶어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타미엘 군은 잘 해낼테니 난이도가 높은 장소에 던전을 구축해서 그곳에 전이 시켰어요! 파이팅! 파이팅! 아, 그리고 말이야. 망할 여신이라고 말할 때마다 저주할 테니까! 바른 말! 고운 말! PS. 앞으로 연락은 이것으로 종료! 부디 잘 살아남길 바랍니다!!!]


망··· 여신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멋대로 여신을 참칭하지 말길 바란다.


“원래 이렇게 보내는 게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었던 건가? 그 전송법 진짜 미친 방법이잖아. 잔인한 고문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는데 뭐라는 거야. 이 여자.”


이러나저러나 이세계에 갈 수 있다고 누군가 권유한다면 나는 거절할지 생각해보면···.


가는 것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가.


그 여자도 미래시나 미래 같은 것을 읽을 수 있던 모양이고, 이것에 대해서는 믿을 수밖에 없다.


그것보다 적립해준 크리스탈 너무 적지 않을까?


단순 계산으로 6천 6백만 원이나 투자했으면 수십만 개의 크리스탈 값어치이지 않은가!


“이익! 나쁜 년 속였구나!”


어째서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지구의 게임사 발전에 투자하지 않으면 안 돼는 걸까.


그 투자를 담보로 더 좋은 조건으로 이세계에 혜택을 주어도 모자를 판에.


띠링.


[새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투자한 금액만큼 값어치로 돌려주었어요? 그 몸. 20만 크리스탈 정도 값어치는 있어요? 더군다나 타미엘 군이 살아남는데 중요한 요소는 가챠 뿐만이 아니니까 내가 알아서 잘 조절해서 넣어줬는데, 섭섭하네요! 매우 섭섭합니다! 엄청엄청 안전한 장소에 보내줬는데! 그리고그리고, 나쁜 년도 금지야! 또 말하면 크리스탈 전량 회수하겠음!]


분명 앞으로 연락은 없다고 말했던 주제에. 기분 나쁘면 나오고 자빠졌다.


길게 한 숨을 내쉰 나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실시했다.


생각보다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원래 몸보다 말이다.


혹시 특수 능력이나 스킬 같은 것이 잠들어 있는 것일까? 이왕이면 내가 직접 선택하고 싶었다.


“후우. 일단은 이 돌덩어리랑 반짝 구슬부터 조사합시다.”


나는 발치에 떨어져 있던 석판을 주워들었다.


이세계답게 생각보다 가볍거나 하진 않았고 생각대로 묵직했다.


사용하는 설명서라도 동봉해주었으면 좋았겠지만, 두드려도 보고 손가락으로 훑어보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흠···. 아! 혹시 디스켓이나 USB같은 종류인가?”


환짝. 밝아진 얼굴로 반짝 구슬에 다가가 석판은 조심스레 맞대어 보았다.


‘캉’하는 경질음과 함께 구슬이 살짝 밀려난다.


“역시 볼트와 너트 같은 구조는 아니네. 그렇다면 이 구슬이 답일지도 모른다.”


조심스레 구슬 위에 손을 대자 따뜻한 온기가 손바닥에 퍼졌다. 이건 이거대로 밤에 끌어안고 자면 딱 좋을지도 모르겠다.


1분··· 2분··· 10분이 지나도 문자가 떠오른다든가 음성 안내가 들린다든가 그 어떤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


“도저히 모르겠어.”


이후로도 수 시간에 걸쳐 차거나, 핥거나, 던져 보거나, 석판에 갈아보거나 수만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그렇게 아무런 결실도 없이 이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좌우도 모르는 채, 첫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



“의외로 인간은 극한 상황에서 배고프지 않구나.”


심야에 혹시나 모를 야생동물의 습격을 피해 움푹 파인 풀숲에 숨어 반짝 구슬을 끌어안은 채 잠들었었다.


그 덕분인지 매우 따뜻한 잠자리가 되었지만 바닥이 나빴던 탓인지 온 몸이 찌뿌둥했다.


덜컥거리는 관절을 스트레칭으로 풀어주며 생각했다.


“아니지, 이것도 게임 사양인가? 시뮬레이션게임 종류라면 스태미나가 없는 것도 당연해.”


그렇다면 검증이다.


전력 질주를 통해 지치지 않으면 스태미나가 없는 것이고, 지치면 다른 이유 때문이다.


나는 그대로 나무 사이로 달려 나갔다.


쌀 한 포대를 등에서 내린 것처럼 몸이 가볍다.


수십만 크리스탈이 소모될 정도로 퀄리티가 좋은 신체라고 말했던 것에 납득이 갔다.


볼에 타고 흐르는 시원한 바람.


지치지 않는 힘!


이대로 어디까지나 달려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효능감이 차올랐다.


“헥헥헥···.”


효능감은 5분도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나무 기둥에 몸을 기댄 채 축축히 젖어버린 셔츠를 팔랑거리며 바람을 불어넣고 있자 무언가 특유의 향이 느껴졌다.


“땀 냄새? 아니··· 다른데, 조금 비릿한···. 혹시!”


황급히 비틀비틀 일어나 바람에 섞인 특유의 향취를 따라 촘촘히 솟아오른 나무숲을 빠져 나갔다.


이윽고 조금 기대하고 있었고, 예상하던 있었던 풍경이 환하게 드러났다.


“바다다!”


푸른 에메랄드의 물결이 지평선까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운 향기.


직접 바다에 가본 것은 고등학교시절이 마지막이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그대로 은사와 같이 은은히 빛나는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자연스레 나는 신발을 벗고 바스락거리는 젖은 모래를 밟는다.


시원하면서도 꺼끌거리는 작은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가 느껴진다.


파도가 치는 곳에 다다라 발목까지 차오른 바닷물을 손끝으로 찍어 혀에 대본다.


역시나 짜다.


바다가 있다면 조개나 물고기도 있을 것이다.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 불안했던 마음도 조금은 해소되었다.


“후우. 조개나 물고기를 찾을까, 석판 조사인가? 아니지. 주거구역을 만드는 게 우선일지도 모르겠네. 그럼 일단 돌아갈까.”


앞으로 무엇을 우선적으로 할지 뇌내로 스케쥴을 작성하며 나무가 우거진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한 걸음 발을 떼는 것과 동시에 몸이 경직되고 말았다.


나는 한 가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서 왔더라?···.”


그렇다. 나는 미아가 되었다.


앞으로 이세계에서의 생존이 매우 험난한 길이 될 것만 같은 예감적인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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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고요한 평화는 비탄의 외침에 깨진다 24.09.17 1 0 14쪽
19 18. 마스터, 메이드는 힘든 일이야 24.09.17 3 0 12쪽
18 17. 의심과 오해의 해소는 어렵다 24.09.16 5 0 12쪽
17 16. 따스한 봄볕에 황혼은 춤춘다 24.09.15 7 0 12쪽
16 15. 잠자는 숲속의 메이드x2 24.09.14 6 0 12쪽
15 14. 공격적인 입사 면접에 대하여 24.09.13 10 0 13쪽
14 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24.09.13 10 0 12쪽
13 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24.09.12 11 0 11쪽
12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24.09.12 9 0 13쪽
11 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24.09.11 8 0 12쪽
10 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24.09.11 7 0 12쪽
9 8. 메딕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24.09.10 9 0 11쪽
8 7. 고도의 고고한 고고학자 24.09.10 9 0 14쪽
7 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24.09.09 11 0 12쪽
6 5. 첫 가챠는 보라색맛이 났어 24.09.09 10 0 13쪽
5 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24.09.09 9 0 11쪽
» 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24.09.09 11 0 13쪽
3 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24.09.08 13 0 12쪽
2 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24.09.08 13 0 12쪽
1 空. 과거의 기억과 라비린스 24.09.08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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