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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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8 13:10
최근연재일 :
2024.09.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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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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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의심과 오해의 해소는 어렵다

DUMMY

선혈이 흩뿌려졌다.


““우아아아!””


온 몸을 회전하며 맹렬하게 타오르는 마력.


두 손으로 강하게 쥔 대검을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는 인간을 향해 휘둘렀다.


서걱! 그대로 검과 함께 네 명이 두동강으로 나뉜다.


“저기 있다! 죽여라!”


““와아아아!””


단순히 네 명을 베었다 할지라도 아직 적은 많다.


힐끔 등 뒤를 살피자, 그곳에는 복부를 감싼 채 아이를 감싼 여성이 보였다.


지켜야 한다는 그 일념은 힘이 되어 주었다.


이미 텅텅 비어버린 마력을 쥐어짠다.


스겅. 캉! 밀려드는 적. 이제 얼마나 베어 냈는지 모르겠다.


허리 높이까지 쌓인 적의 시체 때문에 검을 휘두르기가 어렵다.


적이 시체를 타고 넘어 온다.


쉬이익. 푸욱.


“크윽···.”


어깨에 박힌 화살. 멀리 성벽에 검은색 로브 차림의 사람이 활을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검을 크게 휘둘러 한 번 적을 정리한 뒤,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이제 대검으로 싸울 공간은 없다.


적이 들이닥치기전에 대검을 한 손으로 잡고 그대로 투척한다.


쿠구구궁.


성벽에 피어오르는 먼지 구름.


그 로브차림의 사림이 어떻게 된지는 모른다.


멈춰있을 시간은 없다.


이제부터는 이 손톱만으로 적을 타도해야한다.


어깨의 화살을 뽑아내자 쥬왁 소리와함께 피가 흘러 내린다.


“검을 버렸다! 지금이다! 공격해라!”


수십 명의 갑옷으로 둘러싼 중장갑을 입은 사람들이 은빛으로 빛나는 검을 들어올리고 다가온다.


발치에 걸리는 무엇인가.


그렇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힐끔 뒤를 돌아본다.


이미···. 그녀는 눈을 조용히 감은 채 잠들어 있었다.


영원한 잠에 빠져들어 있었다.


“플···리나스.”


그제서야. 마력이 고갈되어 생명력까지 불태워 싸웠던 신체가 삐걱거린다.


푹! 푸욱! 스겅.


은색의 비.


은색의 비가 온 몸으로 떨어져 내렸다.


오픈 팔이 허공을 가르고, 왼쪽 발이 땅을 굴렀다.


기우뚱, 시야가 무너져 내린다.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


무엇을 지키려 했는가.


모든 것이 종막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 속, 나는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하고.



——————◇——————



‘타미엘. 너는 누구야?’


리차드만 씨의 말이 뇌리에 반추한다.


“저는 일개 고아입니다. 아드리아 자작님의 소개에 의해 헤르드만 백작님의 종복이 되기 위해 왔을 뿐입니다.”


나는 리차드만을 바라보며 담담히 그렇게 고했다.


진검과 같은 그의 눈동자는 마치 한 치의 거짓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매서롭고 날카로웠다.


“타미엘. 아드리아 자작이란 사람은 정말 있는가?”


“에?···.”


알리가 없지 않은가.


순간 뻐끔 입을 벌린 나는 리차드만 씨의 말에 어떻게 답변해야할지 해매었다.


리차드만 씨는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일까.


아드리아 자작의 뒷조사라도 한 건가?


전혀 모르겠다.


어떤 변명을 해야 할까 말을 고르는 사이, 리차드만의 입에서는 뜻밖의 말이 나왔다.


“며칠 전에 꿈을 꾸었는데 말이지···. 뭔가··· 뭔가······.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시선을 거둔 리차드만 씨는 마치 허공에 있는 무엇인가를 잡으려는 듯, 손바닥을 펼쳤다 주먹을 쥐었다를 반복한다.


“그리고, 쌍둥이들도, 아드리아 자작도 만나기 전부터 이름을 알고 있었는데 너만은 만난 적은 없지. 내가 모르는 이름을 알게 된 건, 너 밖에 없는데 말야. 이상해. 이상한가? 잘 모르겠군.”


나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무언가를 말해야할지 고민한다.


내가 내가 아니다? 모르는 존재는 나밖에 없다?


이해의 범주를 넘는 발언이다.


여기는 가상공간. 현실. 무엇이 맞을까?


아니, 답은 나왔다.


적어도 이변 시련 만큼은.


나는 입을 열었다.


“저는 저입니다. 그때 성에서 처음 만났으니 모르는게 당연하죠.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꾸셨나요?”


“후우··· 그런가···. 그런가. 요즘 조금 예민해진 기분이군. 신경쓰게 만들어서 미안하다.”


그는 다시 한 번 내 머리를 헝클고는 대검을 짊어지며 떠나갔다.


벤치에서 몸을 떼자 축축하게 젖은 등이 바람에 마르며 차갑게 식었다.


[서브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으로 미미하게 <마력량 증가>을 얻었습니다]


나는 서브 퀘스트를 완료했음에도 그다지 기쁜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른 시련과는 달라.”


지금의 시련.


분명히 지금까지와 다르다.


아직 가설 단계이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시설로 발길을 옮기면서 나는 누구에도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네가 분명히 관여하고 있겠지? 아르테. 아니, 아르테리스.”


역시나 답은 없었다.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지금은 춤추어 주도록 하자.


아르테와 이리스를 위해서라도.



——————◇——————



저녁 식사를 먹은 뒤, 목욕을 하고 좁은 방에 돌아왔다.


침대와 작은 책상만 있는 간소한 방이다.


애초에 이곳에 올 때 짐이란 것은 없었고 말이다.


침대에 누운 나는 팔개배를 한 채 중얼거렸다.


“호문쿨루스란 뭘까.”


호문쿨루스.


인조 생명체로 파르시프라는 노마법사가 만들어 낸 생명체.


파르시프가 악인인지 선인인지는 모른다.


표면적인 모습만 알고 있고, 무엇을 생각해 호문쿨루스를 만들어냈는지 알 수 없으니까.


다만, 쌍둥이가 아닌 다른 호문쿨루스는 정기적으로 이곳에 보내져 일주일 정도 백작의 사용인들에게 교육을 받은 뒤 어디론가 보내진다는 것이다.


며칠 후면 또 새로운 호문쿨루스가 도착할 것이다.


그때 나에게도 임무가 있다.


쌍둥이를 깨웠던 것처럼 그들의 신체에 손을 대어 각성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


뭐, 지금까지 실험해 본 결과 아무런 각성 효과나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았으니 헛걸음일 것이다.


“아르케나 이리스도 내가 마력을 쏟은 게 아니라 가져갔으니까.”


내 마력은 현재 실질적으로 봉인 중이다.


마력을 활성화 시키면 목에 걸린 목걸이가 마치 신체를 조이듯 고통을 주기 때문에.


그럴 때면 귓가에 울리는 이상한 소리가 신경쓰이지만 지금은 놓아두기로 하자.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움직이냐는 건데···.”


처음 이 시련을 시작 했을 때, 분명 서브 퀘스트라는 이름으로 떠오른 메시지가 있었다.


[메인 퀘스트 : 비밀 시설에서 쌍둥이를 메이드로 교육시켜라]

[서브 퀘스트 (1/2) : 쌍둥이를 정식 메이드 수준으로 교육시킨다]

[서브 퀘스트 (2/2) : 배후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쌍둥이를 보호하라]


메이드 교육이야 문제 없다.


쌍둥이의 머리는 꽤 좋았기 때문에. 아니··· 나보다 좋을지도 모른다.


배후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보호하라.


이것이 문제였다.


“배후라고하면 노마법사 타르시프, 헤르드만 백작 정도인데.”


리차드만은 벡터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잘 설명할 수 없지만 리차드만은 마치 꿈에서 깬 사람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신경써야 할 배후는 그 두 명으로 좁혀도 좋을 것이다.


“내 생명줄을 잡은 헤르드만 백작. 쌍둥이의 생명줄을 잡은 타르시프.”


내가 죽어도 시련을 실패하고, 쌍둥이가 죽어도 시련은 실패한다.


호문쿨루스 조사와 쌍둥이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지상 1명제로 머릿속에 각인한다.


침대에서 일어선 나는 요정에게 배운 <도둑 걸음>으로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통로를 살폈다.


적막만이 감도는 통로.


그대로 맞은편에 위치한 문에 귀를 기울인다.


따로 이상한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쌍둥이의 안전이 확보되었다는 걸 확인한 나는 그대로 몸을 돌린 그때.


끼익. 소리와 함께 쌍둥이가 머무는 방의 문이 열렸다.


“타미엘. 놀아?”


아르케가 러프한 원피스 차림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엣? 밖에 있던거 어떻게 알았어?”


“타미엘이 오면 알아.” “타미엘 같이 잠할거야?”


이리스도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나를 올려다본다.


“아니, 잠은 따로 자야 해.”


“그럼 궁금해 놀이해? 책 플리나가 줬어.”


“타미엘 놀자.”


쌍둥이는 내 양쪽 손을 이끌고 방으로 끌어들였다.


통로에 서서 버티려고 했지만, 쌍둥이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서 이대로 걸리는 것도 모양새가 나쁠 것 같았기에 어쩔 수 없이 따라들어간다.


침대에 쌍둥이에 이끌려 내 침대보다 큰 트윈침대에 앉자 쌍둥이가 양 옆에 따라 앉았다.


“타미엘 걱정?””타미엘은 무슨 생각해?”


“표정에 드러나나?”


한쪽 뺨을 문지르면서 어색하게 미소짓자, 아르케가 말했다.


“얼굴이 이상해.”


“아니, 얼굴이 이상하다는 건 안 좋은 말이니까.”


아르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이리스가 내 가슴에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었다.


이리스도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내가 있는 걸 안거야?”


“여기가 지잉 하는 걸.”


“플리나는 없어. 왜 일까?”


“어, 어이! 아르케 옷을 벗지 마!”


자신의 가슴을 누르던 손으로 옷을 들어올리는 아르케에게서 황급히 시선을 뗀다.


“이리스꺼 보여줄게.”


“아니! 안 보여줘도 되니까!”


이리스는 그대로 일어서 원피스의 치마를 흰색 팬티와 배꼽이 드러나도록 들어 올렸다.


나는 황급히 침대에 드러 누우면서 양 손으로 눈을 막았다.


“잡혀갈 뻔했어! 이대로는 잡혀가서 5년 감빵에 썩는닷!”


“잡혀가는 거야?” “감빵이 뭐야? 왜 썩어?”


풀썩. 동시에 느껴지는 침대가 꺼지는 느낌과 양 옆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나는 절체 절명일지도 모른다.


아니다. 생각해보자.


머릿속에 음란 마귀가 있으니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냥 친구와 노는 정도로 생각하면 별로 이상하지 않은게 아닌가?


천천히 눈을 가렸던 손을 치우고 정자세로 되돌리자 이리스가 팔을 꼭 껴안는다.


그리고 느껴지는 마력이 빠져나가는 감각.


“어? 이리스 마력을 가져가는 건 어떻게 하는거야?”


“마력? 마력이 뭐야?”


“아니··· 그 마력이라는 건. 이 세상에 마나라는 게 가득차 있는데, 마나는······.”


말하는 와중에 아르케도 내 팔을 껴안고 이리스와 같이 마력을 흡수한다.


갑자기 시작된 마법 강의이지만 쌍둥이는 어째서 자신들이 내 마력을 흡수하는지는 모르는 것 같다.


마력이 전자 제품을 움직이는 배터리와 같은 역할이라면 정상적으로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경우 쌍둥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왜 다른 호문쿨루스들은 내 마력을 흡수하지 못하고, 음식만을 섭취하고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일까?


계속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무는 것을 보면 나도 이리스화 되어 가는 것 같다.


그렇게 쌍둥이에게 마법에 대한 교육부터 시작해 끝에는 왠지 모르게 하늘을 나는 새를 닮은 철 덩어리라던가, 마차를 닮은 바퀴가 달린 철 덩어리, 하늘 높이 솟은 하나의 벽돌 집 같은 것들을 말하는 지경이 되었다.


뭐, 풀어 말하자면 지구 문명의 이동 수단과 건축물의 형태를 말한거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떠들었을까?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더니 잠들었습니다.


눈을 떳다고 생각했더니 양 옆에서 조용한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일어나려 했더니 방 문이 열렸습니다.


“망했다···.”


“어머.”


네. 망한 것 같습니다.


“오해입니다.”


“혹시 이상한 짓 한 건 아니겠지?”


“안했습니다.”


“분명···. 충성의 증표로 헤르드만 백작님과 관련된 이에게 신체적 해를 입히지 않도록 명령되어 있을 거지만···. 진짜야?”


식은 눈으로 플리나 씨가 내려다 본다.


“정말입니다.”


“그런데, 왜 아르케와 이리스가 양 옆에서 껴안고 있는 걸까?”


“이건 매우 장대한 이유가 있어서 말이죠. 제가 어젯 밤···.”


“우우응··· 타미엘.” “우음···. 더 해줘.”


이리스의 말은 더 이야기해 달라는 것이다.


“오해입니다.”


나는 이 날 세 시간 가량 플리나 씨와 리차드만 씨에게 시달리며 억울함을 호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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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따스한 봄볕에 황혼은 춤춘다 24.09.15 7 0 12쪽
16 15. 잠자는 숲속의 메이드x2 24.09.14 6 0 12쪽
15 14. 공격적인 입사 면접에 대하여 24.09.13 10 0 13쪽
14 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24.09.13 10 0 12쪽
13 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24.09.12 11 0 11쪽
12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24.09.12 9 0 13쪽
11 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24.09.11 8 0 12쪽
10 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24.09.11 7 0 12쪽
9 8. 메딕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24.09.10 9 0 11쪽
8 7. 고도의 고고한 고고학자 24.09.10 10 0 14쪽
7 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24.09.09 11 0 12쪽
6 5. 첫 가챠는 보라색맛이 났어 24.09.09 10 0 13쪽
5 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24.09.09 9 0 11쪽
4 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24.09.09 11 0 13쪽
3 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24.09.08 13 0 12쪽
2 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24.09.08 13 0 12쪽
1 空. 과거의 기억과 라비린스 24.09.08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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