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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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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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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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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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DUMMY

“보아라! 간악한 앙그리타 가문의 첩자가 침입했다! 그들은 결국 모두 포박되었으며, 이를 주도한 이자벨 대공녀와 그 협력자를 여기서 즉결 처형하겠다!”


수많은 사람이 호응하듯, 죽이라며 외쳐댔다.


기사에게 양 팔이 잘려나가, 더는 무엇도 시도해볼 수 없는 상황.


이자벨 대공녀는 다시 포박당해 처형대가 있던 그곳으로 끌려가면서도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


미안해요.


군중의 소리에 파묻혀 들리지 않았지만, 입 모양은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저 나 또한 미소 지으며 괜찮다고 말해줄 뿐.


시련은 잔혹하다.


굳이 캐릭터를 얻기 위해 시련이 필요한 일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 시련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련이 있기에 시련을 통과해야만 진정으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시련의 밖. 원형의 섬은 내가 실존하는 현실이었고, 지금 존재하는 이 장소도 가상이며 현실이었다.


그렇다면 가챠 게임이라고 생각하던 단순한 오락이 그들의 입장. 그 안의 캐릭터들 입장에서는 현실이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복잡하고 모르겠다.


단지, 단두대가 치워진 그 자리에 이자벨 대공녀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자벨! 대공녀!”


흠칫. 이자벨 대공녀는 나의 큰 목소리에 어깨를 떨었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렇다. 그녀는 이 장소에 오기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리라.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몰아붙였는지, 그녀의 기적과 같은 힘을 왜 왕이 원했는지, 이렇게 앙그리타 가문 모두를 멸할 만큼 큰 죄가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알 수 있는 시간도, 지식도 없기에.


무지하고 무력했기에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삼각두의 처형인 모자를 쓴 남성이 큰 도끼를 가지고 이자벨 대공녀에게 걸어갔다.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시선을 돌렸지만, 그 남자가··· 지금까지 이 처형을 주도하던 남자가 나의 턱을 강제로 고정하고 억지로 시선을 이자벨 대공녀에게 맞추었다.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네놈이 어디의 암살자 길드인지 비밀 조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자벨 대공녀의 힘을 쓰게 만든 것 자체가 네 놈과 저 년의 운이 달리한 것이다. 그것만 아니었으면 이자벨 대공녀는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비열하고 추악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에 등골에 한기가 달렸지만, 나는 묻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가족은 어떻게 되지?”


“흠. 그렇지. 끝까지 <리트로티스의 빛>을 사용하길 거부한다면 그녀를 제외하고 모두 처형되었을 게다. 그렇기에 여기에 동반한 것인데, 네 놈이 다 망쳤군.”


그리고 내 그는 가학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직이 읊조렸다.


“그녀의 목을 친 후, 내가 먼저 맛을 보지. 그리고 기사들에게 몸이 따뜻한 동안 은상으로 내려 함께 기쁨을 맛보도록 하겠다. 아, 물론 병사들에게까지 말이다. 그 후엔 돼지의 먹이로써 잘게 잘라 던져버리면 내 기분이 한결 편해지겠군. 네놈은 어떻게 생각하지?”


그의 말에 나는 지금까지 솟아오르던 용기나, 강단 따위가 연기가 흩어지는 것처럼 사라지고 처음 처형장을 보았을 때 느껴졌던 그 추위와 떨림이 찾아왔다.


“그, 그런 것은···.”


“하하하! 네 놈도 곧 머리가 잘려나갈 테니 볼 수 없는 건 유감이지만 박제로 만들어 팔아도 몇 푼 건질 수 있겠군. 아깝다. 아까워. 그대로 살려두어 남색가나 부인들의 애완동물로 팔면 그 수십 배는 벌 수 있었을 텐데. 자! 똑바로 보아라.”


그는 기사들에게 나를 억류하라 지시하고 이자벨 대공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환호 소리와 함께 그가 올렸던 팔을 내리자, 처형인은 그것을 따라하듯 잔뜩 녹슨 도끼를 이자벨 대공녀에게 내리쳤다.


——————————


사람이란 이렇게 악독해질 수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자벨 대공녀의 시련이 끝난 후, 나는 거점에 간신히 돌아왔다.


그 후로 지금까지 그다지 이 섬에서 건강하지 못한 생활을 해왔지만 건강하던 몸이 고열을 내며 며칠 간 쓰러져 있었다.


나는 지금도 누워서 생각한다.


시련이란 무엇일까?


왜 이런 잔인한 시련들이 나오는 걸까?


아르테의 취향인가?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만약 그러한 취향이었다면, 절대로 이렇게 상냥한 외딴 섬에 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해로운 독충도 독사도 독초도 없고, 신체에 위협이 될 만한 맹수도 없다.


이제야 깨달은 나는 분명 이 섬에 전생당한 것과 시련, 석판, 넬슨, 산에 존재하는 유적 그 모든 것에 어떠한 의미가 있어 배치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당장 유적으로 전이한 장소에는 무서운 몬스터가 있지 않은가.


석판을 소환하면 샵에서 물건을 살 수 있고, 기능을 얻으면 썩지 않고 음식을 보관할 수도 있다.


넬슨은 따뜻하고 빛이 흘러나와 밤에도 무섭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아도 좋았다.


나는 생각을 차곡차곡 쌓아 정리했다.


나 스스로 각오를 다졌다.


그것은 후회를 양분삼아 싹 튼 각오였다.


—————————


나는 며칠 후 새로운 가챠를 진행했다.


다행히 금빛 테두리의 프로필 카드가 소환되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조건을 가진 근위 마법궁사라는 직위의 엘프 남성을 돕는 시련.


요약해서 말하면 나는 거대한 세계수를 보았고, 정령이나 움직이는 나무, 요정, 엘프를 보았다. 동화처럼 환상적인 세계였다.


그곳에서 나는 일주일간 머물렀다.


자연을 숭배하는 엘프들의 환대도 받았다. 아무래도 그들에게 나는 정령과 닮은 존재로 느껴지는 듯 했다.


엘프 남성에 대해 말하자면, 나 따위보다 아득하게 강하고 정령 마법이나 검술, 궁술 그 어느 하나 일류의 실력을 가진 존재였다.


청렴결백하고 부하에게 존경받으며 정령과의 메신저 역할을 맡는 고위직의 존재. 그러나 부인에게는 잡혀 살고 딸에게는 바보가 되는 지극히 사람 냄새나는 존재였다.


일주일 째. 대규모 침공이 있었다.


인간종. 그들은 평범한 인종을 인간종이라 칭했다. 그 인간종은 세계수가 자리한 숲 속을 불태우고 촌락의 엘프들을 살육해 노예로 잡아들였다.


나는 엘프 남성을 따라 전장에 참여해 처음으로 이 손에 피를 묻혔다.


모든 것이 잘 되어갔고, 엘프들은 서서히 그들에 대항해 나갔다.


잘 풀리고 있었다.


그리고 화려한 갑옷을 입은 무리와 대치했을 때, 엘프 남성은 모두를 후퇴하도록 명령을 내리고, 그들과 동귀어진했다.


내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다.


이후 당연하게 시련은 실패로 돌아갔다.


아니, 실패로 돌아가기 전에 후퇴하는 척 엘프 남성에게 돌아가 그 마지막을 지켜보며 막대한 마력을 모은 엘프 남성의 자폭에 휘말려 죽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실패는 실패다.


그러나 이자벨 대공녀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얻을 수 있었다.


며칠뿐이지만 그에게 직접 사사받은 검술과 궁술.


정령들의 호의에 의해 마력을 다루는 법도 배우고,


요정들에게 숲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방법도 배웠다.


움직이는 나무. 그들은 두이르라고 한다. 그들에게서 왠지 모를 귀갑묶기 같은 것을 배우긴 했지만 말이다.


적을 처치한 보상으로 힘과 민첩 따위가 소량 오른 것도 소소하게 기뻤다.


나는 차근차근 강해지고 있다.


세계수 아래, 엘프의 성지이자 최대 도시 <엘븐헤임>은 나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언젠가.


이 던전을 벗어나 세계를 둘러볼 수 있을 무렵이 되면, 세계수를 찾아보자.


그리고 세계수가 있고 진짜로 엘븐헤임이 그곳에 존재한다면 그곳에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흣!···.”


쉬익. 목검이 일자로 빠르게 바람을 갈랐다.


아직 익숙지 못한 실력이고, 검근도 흔들흔들 헛됨이 많이 보인다.


이것은 그의 말대로 오로지 지속적으로 단련할 수밖에 없을 듯했다.


목검을 직선으로 들어 찌른다. 반 보 후퇴하며 그대로 횡으로 긋는다.


이는 엘프에게 전해지는 전통 검술로 숲과 같이 시야나 이동 범위에 제한되는 곳에서 유용한 검술이다.


수십 분간 뇌리에 각인된 그의 검을 다루는 모습을 상기시키며, 좌선을 하고 복기한다.


가슴의 정중앙에 뜨거운 흐름을 느낀다.


이것이 마력이었다.


이 세계에는 마나가 가득차 있어, 그것을 생물이 몸에 축적하면 마력이 되어 물리적 현상으로 발현시키는 것을 말한다.


마력이 신체에 골고루 퍼져나가도록 순환에 집중한다.


송골송골 땀이 맺히지만, 10회가 넘어갈 동안 순환은 계속되었다.


천재지변의 돌풍을 일으키거나, 거목과 같은 얼음창 따위를 만들어낼 순 없지만 이전에 나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리라.


그 후 샘에서 목욕을 마친 나는 흙을 굳혀 만든 아궁이에 나뭇조각을 넣고 빌었다.


“리샤바나이시여. 저에게 정령의 힘이 깃들어 사용할 허가를. 아지나이시여. 불의 힘을 내려주소서.”


이것은 그들에게 배운 정령 마법이다.


마치 종교인처럼 정령에게 빌어 마법을 발현하는 방법이었지만, 실제로 리샤바나라는 정령 여왕이나 아지나라는 4대 속성을 가진 대정령이 힘을 빌려주는 모양이었다.


신체에서 마력이 빠져나가 눈앞에 불꽃으로 현현했다. 이 불꽃을 나뭇가지가 모여 있는 곳으로 보내자 불이 옮겨 붙는다.


둥글게 구멍이 뚫린 아궁이 위에 석판을 올리고 토끼 고기를 올렸다.


자글자글 익어가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피어올라 노릇하게 잘 구워진 고기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이 토끼도 엘프들에게 궁술을 전수받고 엉성하게 제작한 활로 간신히 잡은 것이었다.


그래도 장족의 발전인 것은 틀림없다.


“맛있어! 넬슨!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크흣···.”


둥실둥실 떠 있는 넬슨에게 감격에 젖어 이 고기가 어떤 부분이 훌륭하고 어떤 맛인지 정신없이 설명하며 나는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토끼고기를 완식해 버렸다.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있는 토끼육을 상기시키며 입맛을 다셨다.


코코넛 물통으로 목을 적신 후, 잠시간 휴식을 취한 나는 넬슨에게 말했다.


“넬슨. 이제 또 슬슬 시작하는 게 좋을까?”


이제 정신적으로도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검술이나 궁술, 도둑걸음, 마법 등 많은 전투 기술도 배웠다.


신체 능력도 소폭이지만 올랐고 베인 상처도 금방 낫는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


“정말로 이번에야말로 둘이서 돌아 올 수 있을 테니까 말야. 넬슨 너도 새 친구가 생기면 기쁘잖아. 그치?”


나의 말에 넬슨은 붉은 보석이 반짝 빛내며 수긍한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럴 것이다.


“자, 그러면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가챠의 시간입니다. 현재 가진 크리스탈은 3,000개! 3번 도전할 수 있습니다.”


석판을 재소환해 서번트 소환 탭을 열었다.


잠시간 엘프 근위 기사를 바라보던 나는 뒤로 가기 버튼을 눌렀다.


“그러면 넬슨. 우리들의 성지이자 영험한 장소. 초기 거점으로 가자고.”


무장을 마친 나는 넬슨과 함께 샘의 거점에서 출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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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 의심과 오해의 해소는 어렵다 24.09.16 5 0 12쪽
17 16. 따스한 봄볕에 황혼은 춤춘다 24.09.15 6 0 12쪽
16 15. 잠자는 숲속의 메이드x2 24.09.14 5 0 12쪽
15 14. 공격적인 입사 면접에 대하여 24.09.13 9 0 13쪽
14 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24.09.13 10 0 12쪽
» 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24.09.12 10 0 11쪽
12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24.09.12 8 0 13쪽
11 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24.09.11 7 0 12쪽
10 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24.09.11 7 0 12쪽
9 8. 메딕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24.09.10 9 0 11쪽
8 7. 고도의 고고한 고고학자 24.09.10 9 0 14쪽
7 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24.09.09 10 0 12쪽
6 5. 첫 가챠는 보라색맛이 났어 24.09.09 9 0 13쪽
5 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24.09.09 8 0 11쪽
4 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24.09.09 10 0 13쪽
3 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24.09.08 12 0 12쪽
2 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24.09.08 13 0 12쪽
1 空. 과거의 기억과 라비린스 24.09.08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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