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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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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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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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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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DUMMY

남은 크리스탈 4,900개.


최소 10연차 4번을 돌릴 수 있다.


10연차를 누른다.


수속되는 빛.


석판 위에 떠오른 12개의 검은색 카드.


천천히 하나씩 누른다.


“이럴 순 없어···.”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했다.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는 거야?”


쥐고 있는 석판이 부들부들 떨렸다.


12개의 카드 중에 그 어느 것도 황금색 테두리가 없다.


나는 조용히 나가기 버튼을 눌렀다.


[어떠한 서번트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500 크리스탈이 환불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Y / N]


Y를 선택하자 다시 서번트 소환 화면이 떠오른다.


10연차 버튼을 눌렀다.


“이럴 순 없어······.”


믿을 수 없었다.


몇 번이나 눈을 깜박거리며 화면을 다시 보았지만···.


이번에도 황금색 테두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떠한 서번트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500 크리스탈이 환불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Y / N]


다시 10연차 버튼을 눌렀다.


“이럴···순···.”


다시 10연차를 눌렀다.


“이······ 이익!!”


10연차를 누른다.


“개똥망겜!!”


석판을 내동댕이치고 드러누워 버렸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눈물이 난다.


“어째서야···.”


도저히 모르겠다.


지금까지 운이 좋았던 것일지도 몰랐다.


소환을 할 때마다 황금색 카드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나도 한두 번쯤은 황금색 카드가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챠란 그런 것이니까.


“하늘은 나를 버렸다···. 이미 버려서 이곳에 온 것인가?”


눈물을 훔친 나는 내동댕이쳐진 석판이 있는 곳까지 굴러갔다.


혹시 모른다.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황금색 테두리가 아니어도 좋은 카드가 있을지도 모른다.


“요루 늪지의 리자루도, 요들 초원의 메이양, 인간사냥꾼 옹골리아드···. 어째서 이젠 인간형조차 아니냐고?!”


프로필 카드에는 리자드맨, 양, 거대한 거미 등 정말 영문을 모르는 종족이 넘쳐났다.


“그럴 순 없어.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


떨려오는 손가락으로 어떻게든 나가기를 누른다.


다시 돌아 온 서번트 소환 화면을 바라보던 나는 골똘히 생각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그렇다. 간과하고 있던 것이다.


무릎을 꿇고 두 손바닥을 겹쳐 기도했다.


“하느님. 천지신명님. 부처님. 부디 저에게 황금색 테두리를 가진 서번트를 내려 주세요.”


영험한 신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특정 시간, 특정 장소, 특정 신에 빌면 가챠가 잘 나온다는 이야기를.


실질 무교이지만 가챠만 잘 뜬다면 악마에게 빌어도 뭐가 대수일까?


나는 여러 신의 이름을 읊조리며 10연차 버튼을 눌렀다.


석판 위로 모이는 빛의 무리.


하나, 하나, 하나 검게 물든 카드를 뒤집어 확인해 나간다.


그때마다 나의 표정은 아직 미개봉 카드처럼 어둡게 물들어갔다.


“빌어먹을 신 따위. 신은 이 세계에 없어. 다 뒤졌어.”


[축하합니다. <환불 재소환 5회>를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2,500 크리스탈을 지급합니다.]


“신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부처님, 하느님, 천지신명님!”


단숨에 크리스탈이 늘어나 4,900개가 되었다.


기쁨에 취해 하늘을 향해 큰 절을 올린다.


오늘의 가챠는 이것으로 마무리하자.


분명 날과 장소가 좋지 못해 가챠가 폭망한 것이리라.


그러니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 날.


나는 영기가 넘치는 장소를 방문했다.


“넬슨. 너도 온 적 있겠지. 여기가 태초의 해변이다.”


아기도 세례를 받을 때면 성수에 몸을 정갈히 씻는다고 한다.


나 또한 이세계에 와서 세례를 받은 장소가 있다.


바로 이 곳.


모래사장이 드넓게 펼쳐진 바다이다.


이미 폭삭 무너져 자연의 거름이 되어버린 움막의 옆에서 걸음을 멈춘다.


“예로부터 이러한 장소는 신성한 장소로 명망 있는 법이야. 자! 봐봐. 넬슨! 느껴지지 않아? 이 강력하게 깃든 영험함이!”


끌어안고 있던 넬슨을 머리 높이 내걸고 한 바퀴 회전했다.


나는 넬슨을 움막 옆의 야자수 아래에 두고 말했다.


“넬슨.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갈 때는 한 명이지만, 올 때는 두 명일 테니까!”


해변가 뛰어간 나는 석판을 소환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어제는 마음에 열이 식은 상태로 가챠를 진행했던 탓에 결과가 좋지 못했으리라.


영험이 있는 장소, 좋은 기분, 뜨거운 열의.


이제 나를 막을 장애물은 없다.


발목에 차오르는 파도마저도 시원한 감미를 마시는 것처럼 청량감을 더해주고 있다.


세팅은 끝났다.


이제 행하면 좋은 것이다.


“자, 신이시여! 저에게 황금 카드를!”


10연차 버튼을 누르고 침착하게 카드를 눌러 나간다.


1개, 2개··· 6개, 7개··· 12개.


털썩.


무릎이 무너져 내린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 어제의 악한 기운이 잔류해있던 것일지도 몰라.”


짧게 기도를 마치고 다시 처음 화면으로 돌아왔다.


남은 크리스탈은 4,400개. 여유롭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키고 10연차를 누른다.


12개의 카드.


뒤집는다.


한개.


둑···!


“두 개! 황금 카드다! 황금 카드야! 넬슨! 난 성공했어!!”


석판을 들고 껑충껑충 뛰어오르자, 찰박찰박 소리가 나며 물이 튀어 올랐다.


환희로 가득 차 프로필 카드를 확인한다.


그곳엔 아름다운 미녀의 모습이 나타나 있었다.


“앙그리타 이자벨 대공녀라... 미인이잖아?!”


적갈색 머리칼이 물결치듯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중세 귀족풍의 화려한 드레스와 반짝이는 보석들로 치장한 그녀는 그야말로 그림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미인이었다.


둥근 눈매 속 청록색 눈동자는 마치 모든 진실을 꿰뚫어볼 것만 같은 강렬함을 지니고 있었고, 갸름한 특선은 그 자체로 절제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껏 치장한 그 모습에 왠지 초연한 듯 하면서도 어딘가 따스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한 발짝 떨어져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동시에 곁에 있는 이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드는... 그야말로 이중적인 매력을 지닌 그녀였다.


나이로 치면 지금의 나와 비슷한 나이대일 것이다.


“아, 초연해 보이는 이유가 이건가···.”


나는 잠시 숙연한 기분으로 내 가슴을 바라본다.


다시 이자벨 대공녀의 사진을 바라본 후 끄덕하고 수긍하고 말았다.


“이럴 때가 아니지.”


이자벨 대공녀의 시련 개요를 살펴보자.


“[이자벨 대공녀를 도와 도망쳐라]? 무엇에서?”


갸우뚱 고개를 기울이며 카드를 살피자 특이한 버튼이 눈에 들어왔다.


“+버튼이 있었나?”


사진의 우측 하단에 노란색 +버튼이 있었다.


아무리 떠올려도 이런 버튼은 기억에 없었다.


업적으로 생겨난 버튼이라면 메시지가 뜨기에 알아차렸을 터인데 말이다.


일단 모르면 눌러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전환되고 석판 위에 이자벨 대공녀에 대한 상세 정보가 표시되었다.


이렇게 자세히 정보가 나오는 기능이 있었으면 엘리나와 비르기스때도 좀 더 나은 결과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닐 수도 있다.


상세 정보에는 대략적인 해당 인물의 강점이 육각형 도형 안에 그래프로 표시 되거나 조금 더 자세하게 개요가 표시 되는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중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추천 스킬? <중급 전투 기술 전반> 또는 <중급 마법 기술 전반>?”


샵에 있었던 기분이 든다. 단지 [구매 불가] 상품이기에 지금 당장 얻는 것이란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다른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며 표시된 기능들을 살펴보던 중, [시련 이력]을 누르자 반가운 얼굴인 엘리나와 비르기스가 보였다.


따끔하고 가슴에 작은 물결이 일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그녀들의 상제 정보를 열어 바라보던 중 나는 생각했다.


“능력치로 따지자면 비르기스가 마법적으로 매우 뛰어나고, 엘리나는 검술 쪽이 뛰어나. 이자벨은 그다지 특별한 능력은 없네?”


비르기스가 100이면, 엘리나는 85, 이자벨은 40정도의 능력치다.


편차치가 너무 커 무엇을 기준으로 황금색 카드가 되는지 이해할 순 없지만, 보통 이런 스테이터스를 가졌다면 두뇌파일 가능성이 높다.


이자벨은 두뇌파가 아닐까?


그렇다 쳐도 지금 굳이 두뇌파 서번트를 얻을 필요가 있을까?


나에게 필요한 것은 강한 힘, 강한 마법, 강한 전투력이다.


이 소환을 포기하면 결과적으로 500 크리스탈을 아낄 수 있다.


시련에 도전해 실패한다?


“도전비 100 크리스탈을 합쳐서 600 크리스탈 날리네. 어쩌지···.”


힐끔 야자수 나무 아래에 둥실둥실 떠있는 넬슨을 바라본 뒤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이미 넬슨에게 큰소리치고 온 직후이리라.


“어차피 검증해봐야 할 건 많아. 시련 내부에서 업적을 얻는 것이 가능한지, 하루 넘게 있을 수 있는지, 메인 퀘스트 분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좋아! 일단 강행 돌파다!”


그대로 나는 이자벨 대공녀의 사진을 눌렀다.


[앙그리타 이자벨 대공녀의 시련을 시작합니다. 100 크리스탈이 소모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Y / N]


나는 Y를 강하게 눌렀다.



——————◇——————



우와아아아!!!


순간 귀청을 때리는 큰 소리에 놀라 귀를 막았다.


““죽여라!! 죽여!””


“돼지 같은 앙그리타 가문은 새끼들! 죽여라!”


“나라를 좀먹는 악덕 귀족이다!”


“”죽여라! 모두 죽여!””


전후좌우에서 사람의 무리가 서로를 밀어낸다.


죽이라는 외침이 메아리친다.


애초에 성인보다 몸집이 작은 탓에 사람들의 발치에 치이며 어떻게든 견디고 있는 시말이다.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자 사람들의 옷을 잡아끌면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먼 곳에서부터 큰 소리가 울려 퍼져 몸을 진동시켰다.


중후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는데, 마치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것처럼 귀에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지금부터 국왕 폐하의 명에 의해 앙그리타 가문의 당주와 그 아내, 그리고 형제자매를 포함한 그 일가에 대한 처단을 실시한다! 죄목은 프릴류드 왕국의 전복을 시도한 죄이다!”


““우와아아아!!! 죽여라!””


순식간에 함성이 울려 퍼졌다.


잠깐, 분명 말하지 않았던가.


앙그리타 가문이라고.


두 눈이 흘러 넘칠 만큼 크게 떠졌다.


그리고 사람들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썰물이 빠지듯 이동해 움직일 공간이 생겨났다.


나는 군중이 향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급조한 단상.


줄줄이 엮인 허름한 넝마를 입은 수십 명의 사람들과···.


[앙그리타 이자벨 대공녀의 시련을 시작합니다]

[시련 목표 : 앙그리타 이자벨 대공녀를 처형대에서 대피시키고 함께 도망쳐라.]


[메인 퀘스트 : 앙그리타 이자벨 대공녀의 보호]

[서브 퀘스트 : 앙그리타 가문을 보호하라.]


단두대의 위에 떠 오른 글씨.


그랬다.


이번 시련의 목표.


손발이 차갑게 굳어간다.


단두대를 지키듯 할버드를 정연히 세우고 경계하는 병사들.


열 명, 스무 명···. 아니 적어도 병사는 오십 명이 넘었다.


단상에 올라서 양피지를 쥐고 읽어나가는 남성의 주변에 일렬로 서 있는 자들은 무장 상태로 보건데 기사들이었다.


금속제 갑옷과 투구를 착용한 자들이 단상 위에서 군중을 바라본다.


그리고 인파가 모인 광장의 외곽에 기마를 탄 기사도 있었다.


“절대 불가능하잖아.”


이내 얼굴에서도 핏기가 사라져 창백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시련을 돌파하라는 것일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혼란 속에 점점 공황 상태에 빠져들던 그때, 광장에 한 여성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는 정당합니다! 앙그리트 가문은 프릴류드 왕국에 헌신하고 이 생명을 걸어 영지와 영민을 지키는 것이 죄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왕가에 충성을 맹세한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다고 하십?! 꺄아앗!”


나는 똑똑히 보았다.


포승줄에 엮여 불편한 거동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한 발 앞으로 나와 당당히 외치는 여성의 모습을.


알고 있다.


적갈색 머리칼과 초연한 분위기를 가진 이 여성을···.


그녀가 앙그리타 이자벨 대공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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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그대의 희생은 숭고했느니라 NEW 2시간 전 0 0 12쪽
20 19. 고요한 평화는 비탄의 외침에 깨진다 24.09.17 1 0 14쪽
19 18. 마스터, 메이드는 힘든 일이야 24.09.17 2 0 12쪽
18 17. 의심과 오해의 해소는 어렵다 24.09.16 5 0 12쪽
17 16. 따스한 봄볕에 황혼은 춤춘다 24.09.15 7 0 12쪽
16 15. 잠자는 숲속의 메이드x2 24.09.14 6 0 12쪽
15 14. 공격적인 입사 면접에 대하여 24.09.13 10 0 13쪽
14 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24.09.13 10 0 12쪽
13 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24.09.12 11 0 11쪽
12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24.09.12 8 0 13쪽
» 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24.09.11 7 0 12쪽
10 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24.09.11 7 0 12쪽
9 8. 메딕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24.09.10 9 0 11쪽
8 7. 고도의 고고한 고고학자 24.09.10 9 0 14쪽
7 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24.09.09 11 0 12쪽
6 5. 첫 가챠는 보라색맛이 났어 24.09.09 9 0 13쪽
5 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24.09.09 9 0 11쪽
4 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24.09.09 10 0 13쪽
3 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24.09.08 13 0 12쪽
2 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24.09.08 13 0 12쪽
1 空. 과거의 기억과 라비린스 24.09.08 2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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