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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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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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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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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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DUMMY

창공이 드넓게 펼쳐진 푸르른 바다에 구름이 유유자적 흐른다.


솨아아아. 포말을 일으키며 다가온 파도가 종아리까지 차오르자 기분 좋은 차가움이 달렸다.


석판 위의 화면을 바라보며 미간을 모았다.


기회는 세 번. 남은 크리스탈은 3,000개.


이전에 연속으로 5회나 황금 테두리 카드가 등장하지 않았었다.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 거란 법은 없었다.


몇 가지 크리스탈을 획득할 수 있을만한 실험을 해봤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몬스터 잡으면 크리스탈 좀 얻으려나···?”


그러나 아무리 내가 강해졌다 하더라도 무리이다.


소형차 정도의 고릴라같이 근육 빵빵한 늑대라니.


날카로운 송곳니, 발톱은 물론이요. 민첩한 각력까지 더해진 흉악무도한 존재이다.


미래의 서번트가 해결해 줄 것이다.


“아니, 그러면 몬스터를 잡아서 크리스탈을 얻고 가챠를 돌릴 수가 없잖아?”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딜레마와 같은 걸까?


석판에 10연차 버튼을 띄운 채로 넬슨에게 걸어간 나는 말했다.


“넬슨, 저번에 엘프 아저씨 시련 하고 왔을 때 기억나? 이거 시련 말야.”


넬슨의 붉은 외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꿀꺽. 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시련 안에서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시간이 흐르지 않아. 만약 시련동안 내 몸이 여기에 남아있었다고 생각하면···.”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렇지 않은가. 만약 일주일간 식물인간 상태로 이 바닷가에서 방치됐었다면, 분명 저체온증이나 바닷물에 휩쓸려 죽었을지도 모른다.


“뭐, 시련을 진행하는 동안 다른 차원에 갇혀있었다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지. 아무튼,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때 시련을 실패하고 왔을 때 내 모래사장에 찍혀있던 내 발자국이라던가, 거점에 온기가 남아있는 모닥불 같은 증거들을 보면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게 분명해. 넬슨. 동의하지?”


넬슨의 붉은 눈이 반짝하고 빛난 것만 같았다.


“그때도 이야기했지만 이번에야 말로다. 넬슨. 한 명이 두 명이 되어 나타나는 마술을 보여줄 테니깐 말야! 그럼 간다!”


석판을 모래사장에 내려놓고 힘차게 석판 위 표시되어 있는 10연차 버튼을 누른다.


총 12개의 미개봉 상태의 프로필 카드.


하나씩 신중히 개봉한다.


한 개, 두 개··· 열 개, 열한 개, 열두 개······.


“망할.”


[어떠한 서번트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500 크리스탈이 환불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Y / N]


남은 기회는 단 2번.


“크리스탈 충전 메뉴는 왜 없는 거야?”


충전할 자산은 지구에 있는 어떤 도둑에게 모두 빼앗겼지만 말이다.


나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양 손을 맞잡아 기도하는 형상을 취했다.


“천지신명님, 비슈누님, 하느님, 부처님, 제우스님, 오딘님 그 어떤 신님이든 제발! 부디! 저에게 최고 카드를 한 장만···. 아, 그러면 너무 어려워서 시련을 못 깰 텐데···.”


머리를 긁적인 후,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부디, 부디, 이 번 만큼은 내가 죽거나 서번트가 죽지 않도록. 깰 수 있는 범위에서 좋은 카드를 부디 부탁드리겠사옵니다!”


다시 한 번 10연차 버튼을 누른다.


12개의 프로필 카드.


연다. 연다. 6번째 연다. 12번째까지 모두 열었다.


“신 따윈 존재하지 않아.”


구루 늪의 초록 슬라무, 허니 버터비 비비퀸, 악덕 고리대금업자 갸르무, 해적 견습 나하르툴.


딱 봐도 폐기 처분할 대상들뿐이다.


유일 허니 버터비는 단 말을 위해 뽑을 가치는 있어 보였지만···.


“몬스터 뽑았다가 공격이라도 당하면 그때는 끝이다.”


[어떠한 서번트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500 크리스탈이 환불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Y / N]


깔끔히 포기하기로 했다.


이로써 남은 크리스탈은 두 번의 서번트 미선택으로 500크리스탈을 두 번 환불받았으니 2,000 크리스탈이 남았다.


“이번엔 무념무상 메타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물욕을 버리고 가챠를 돌려야만 비로소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다.


덤덤히.


나는 10연차 버튼을 눌렀다.


12개의 프로필.


한 개, 두 개, 세 개.


그리고 열한 개 째.


모두 꽝이다.


마지막 하나 남았지만, 이번에도 얻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


환불 받고 마지막 한 번 돌리면 그만인 것을.


무념무상.


열 두번째 프로필 카드를 눌렀다.


검게 칠해졌던 카드는 무지갯빛으로 빛났다.


“오오오?!”


새로운 등급이 등장하려 하고 있었다.


점차 기대감이 부풀어 입가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카드는 이윽고 개요, 이름, 사진 순으로 형태를 표시해 나간다.


카드가 무지갯빛으로 변한 그 순간.


“핫? 뭐야.”


다시 검게 칠해지고, 무지갯빛으로 돌아오길 반복한다.


마치 점멸하듯 요란하게 색이 바뀌던 카드에 당황하는 한중간, 거기에 표시된 인물 사진과 이름을 보며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두 명이잖아?”


호문쿨루스 아르케, 이리스.


마치 프랑스 인형처럼 목재 의자에 나란히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두 명의 소녀의 모습에 당황했다.


“버그라도 난건가? 넬슨 어떻게 하지?”


아직도 요란하게 카드는 점멸을 반복한다. 원래 한 명만 등장해야하는 카드에 두 명이 출현했기에 버그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나는 잠시 고민한 뒤, 석판을 소환 해제했다.


다시 소환한 석판을 기동시키고 서번트 소환탭을 열자, 여전히 같은 상태였다.


“어쩌지···.”


일단 + 버튼을 누르고 확인부터 해보기로 했다.


+버튼을 누르자, 전체 화면으로 바뀌고 정상적으로 정보가 표시되었다.


“휴우··· 십년감수했네. 어디보자···. 호문쿨루스는 그거지? 병에서 태어나는 인공 생명체였나?”


유명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플라스크 속에서 살아가는 검은 공 같은 것이 떠오르긴 했으나, 판타지 세계라면 인간형이 주류이다.


나는 두 명의 소녀의 사진을 자세히 보았다.


석판에 표시되어 있는 사진은 단색에 흑백 명암을 이용한 사진처럼 표시되기에 머리색이라던가, 눈동자색 같은 것을 알 순 없지만, 얼굴 형태라던가 신체 상태··· 특히 흉부장갑은 슬픈 것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소녀들의 얼굴은 차이를 알 수 없을 만큼 똑같았으며 장래에 대단한 미녀가 될법한 귀여운 얼굴이었다.


나는 절벽 속 성장하는 꽃 상태인 두 명을 응원하며 능력을 살펴보았다.


“하? 뭐야 왜 이렇게 낮아.”


일반 몬스터형 서번트보다 낮다.


아니, 악성 고리업자의 배불뚝이 심술 난 수염 아저씨보다 능력치가 낮았다.


비교해보자.


엘프 아저씨가 100이면, 비르기스가 70, 엘리나가 55, 이자벨이 30, 고리업자가 10 수준이다.


이 쌍둥이는···.


감히 말하자.


“1 수준이잖아.”


정확히 수치로 따지자면 조금 더 높거나 낮은 분야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략적으로 비교하자면 정말로 1 수준이었다.


“버그난건가?”


역시 버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임무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빠를지도 모른다.


시련 목표 : [비밀 시설에서 쌍둥이를 메이드로 교육시켜라].

추천 스킬 : <교양서 초급>, <사용인 초급>, <초급 전투 기술 전반> 또는 <초급 마법 기술 전반>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갑자기 메이드?”


머리에 무수히 물음표가 떠올랐다.


비밀 시설은 둘째 치고, 어째서 메이드를 교육시켜야 한단 말인가.


추천 스킬은 지금 당장이라도 시련에 도전해도 지장 없을 수준이다.


나는 긴 침묵의 시간에 빠졌다.


그리고 상세 설명 화면에서 나와 샵을 열었다.


<교양서 초급> 10 크리스탈.


<사용인 초급> 200 크리스탈.


“어째서 사용인 초급이 더 비싼 거야.”


입을 삐쭉 내밀고 구매 버튼을 누른다.


검술서나 마법서 같은 물건들은 구매할 수 없었지만, 몬스터를 만난 그 날. 물약을 구매하며 교양서를 팔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인벤토리에서 두 권의 서적을 꺼낸 나는 조금 흥분하면서 넬슨에게 말했다.


“저기, 알고 있어? 넬슨. 판타지 세계에서는 말야. 책을 펼치면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건 마치 슬라임이 저렙 몬스터이거나 고블린이 여자의 적인 것과 같은 정도로 세계의 이치이지 않을까?”


서적은 그다지 화려하거나 특별한 디자인이 아닌, 가죽 재질의 표지에 책의 제목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나는 교양서 초급을 들어 올렸다.


“단숨에 지식을 배우는 건 어떤 기분일까?”


책의 중반부를 펼쳤다.


“······.”


약 10분이 흘렀다.


“이상해··· 아무것도 이해되지 않아.”


펼쳐진 페이지에 똑똑히 적혀있는 소제목.


제 7장 :대화와 논쟁에서의 귀족적 태도.


나는 교양서의 페이지를 한 장 넘겼다.


“이로써 기사도란 이상을 중시하며 세 가지의 항목에 대해 명심하여야 한다. 1번 명예. 2번 용기. 3번 충성 . 아래에 그 해설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서술하고 있으며. 이를 실생활과 충의를 바치는 주군과 그 직계 자손. 나아가 가문에 적용하여 진실 강건한 기사로써 나아가야함을 알리는 바이다.”


나는 책을 덮었다.


“진짜 교양서잖아.”


제대로 된 중세 기사로서 마음가짐을 이세계에 와서 공부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 공부하고 싶지 않다. 단순히 시련을 통과하고 싶을 뿐.


“빌어먹을···.”


왜 무엇 하나 쉽게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는 것일까?


나는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눈가 주변이 조금 습해졌지만, 바닷가이기 때문이리라.


————————


“다녀오셨습니까. 넬슨 님. 지금 바로 홍차를 내오겠습니다.”


통나무 의자에 넬슨님을 앉혀 드리고 나는 허리 높이 정도의 통나무를 세 개 나란히 두어 높이를 맞춘 테이블에 다가갔다.


“오늘은 많이 힘드셨겠군요. 평소보다 홍차를 연하게 우리고 설탕의 양을 조절하겠습니다.”


진흙으로 빗은 컵에 코코넛 열매 주전자로 물을 붓는다. 낙엽을 잘게 빻은 차를 넣고 잠시간 기다린 후, 사각형으로 빗은 각설탕 같은 것을 세 개 넣고 나뭇가지 티스푼으로 저었다.


목판 쟁반에 새 티스푼과 홍차를 올리고 등골을 뻗은 채 넬슨님에게 다가가 앞의 테이블에 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놓아둔다.


“부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불러 주시길.”


그리고 몇 걸음 물러나 이미 옷으로써 효용가치가 사라진 넝마를 팔에 걸고 직립 자세로 기다린다.


“그렇습니까? 상냥하신 넬슨님이시기에 영민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닐련지요···. 이참에 기사단에 제가 언질을 주···. 핫! 죄송합니다. 넬슨 님.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인 나는 다시금 허리를 꼿꼿이 펴고 전방을 바라본다.


그렇게 10분.


드디어 나는 힐끔 넬슨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때? 넬슨. 이정도면 된 것 같아?”


역시 넬슨은 너무나 칭찬이 과도한 편이다.


“하아···. 이것으로 집사 역할도 어느 정도는 몸에 익었네.”


지난 열흘간 주독야독으로 책이 헐만큼 공부했다. 실제로 헐진 않았지만 말이다.


교양서의 귀족의 작법, 교양 등을 익히고, 사용인으로써 매너와 주군을 모시는 방법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책의 내용은 내 기준에서도 꽤나 어렵고 난해했다.


이런 것을 공부했을 중세 문명 정도의 귀족과 그 주변인들을 얕보거나 할 수 없을 만큼 말이다.


한 치의 움직임도 없이 직립한 탓에 조금 베어 나온 땀을 넝마로 닦으며 눈을 빛냈다.


그렇다.


나는 인생 최대의 기회이자 최초의 무대에 발을 디디는 것이다.


내일 나는 시련에 도전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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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마스터. 일어나실 시간이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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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그대의 희생은 숭고했느니라 NEW 2시간 전 0 0 12쪽
20 19. 고요한 평화는 비탄의 외침에 깨진다 24.09.17 1 0 14쪽
19 18. 마스터, 메이드는 힘든 일이야 24.09.17 3 0 12쪽
18 17. 의심과 오해의 해소는 어렵다 24.09.16 6 0 12쪽
17 16. 따스한 봄볕에 황혼은 춤춘다 24.09.15 7 0 12쪽
16 15. 잠자는 숲속의 메이드x2 24.09.14 6 0 12쪽
15 14. 공격적인 입사 면접에 대하여 24.09.13 10 0 13쪽
» 13. 어미새 또한 아기새였다 24.09.13 11 0 12쪽
13 12. 후회에서 비롯된 각오 24.09.12 11 0 11쪽
12 11. 세번째 맛. 공(空)의 맛 24.09.12 9 0 13쪽
11 10. 파멸의 가챠는 심연으로 향한다 24.09.11 8 0 12쪽
10 9. 진화하는 능력, 퇴화하는 지능 24.09.11 8 0 12쪽
9 8. 메딕은 언제나 옆에 있었다 24.09.10 10 0 11쪽
8 7. 고도의 고고한 고고학자 24.09.10 10 0 14쪽
7 6. 두 번째. 고통과 슬픔의 맛 24.09.09 11 0 12쪽
6 5. 첫 가챠는 보라색맛이 났어 24.09.09 10 0 13쪽
5 4. 알고 있는가? 석판은 도구다 24.09.09 9 0 11쪽
4 3. 이세계에 유기당해 버렸다 24.09.09 11 0 13쪽
3 2. 안녕히 지구, 어서와 이세계 24.09.08 13 0 12쪽
2 1. 투자 제안은 사기일 수 있다 24.09.08 13 0 12쪽
1 空. 과거의 기억과 라비린스 24.09.08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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