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어사 : 물고양이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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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톳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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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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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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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물고양이와 유현

DUMMY

“물고양이를 신경 쓸 때가 아니야···! 아백교단이 몰려온다···!”


모두가 서 있던 구령대의 정반대.

서울시 뉴런 광장 부근에서 일어난 폭발이었다. 광장의 전선은 우리가 수도권에 집결하자마자 무너지고 말았다.

마치 억지로 버티고 있다가 터뜨리기라도 한 것처럼.

오염체가 몰려온다.

스트록이 몰려온다.

흑마법사들이 온다.

몽괴가 온다···.


“사령관님! 뉴런 광장이 뚫렸습니다! 이제 시간이 없습니다! 아백교단이 대거 몰려올 겁니다!”


물 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적군.

거짓말 같았다.

딱 딱 맞아 떨어지는 전황.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것처럼.


"몽괴다!!! 놈들이 몽괴를 소환했다!!!"


쿠구구궁!-

수도권 전선을 뚫고 올라오는 존재.

이교도의 최종 병기, 몽괴.


녀석이 스멀스멀 악몽을 뿜어낸다.

내가 간신히 제압했던 우리 동네의 몽괴보다 훨씬 거대한 녀석이었다.

너무, 너무 거대해서.

감히 그 높이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피융-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마법사들의 공방전이 오고 갔다. 서울시 뉴런 광장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유리 조각에 핏빛이 굴곡 되어 빛나고. 이따금 뿜어져 나오는 흑영은 나를 위협했다.

공간 전이 마법으로 막아 봐도.

불꽃 마법으로 녹여 봐도.

결계 마법을 강화한다고 한들.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끄아악!-

목숨을 바쳐 싸우고 있는 다른 소대의 소름 끼치는 비명이 들린다.

그 비명이 나를 미치게 한다.

챔피언의 영성을 끓어오르게 하는 것이었다.


“어서 일각마패진을 펼쳐라! 수도군단에 연락해! 지금 징집한 지원부대를 그쪽으로 보내겠다!”


우리는 옹졸하고 형식적인 함정에 걸려들고 말았다.

분명, 중앙 도서관이 이교도에게 공격받았다는 말은 과장되었을 터.

중앙 도서관 최하층에서 잠자던 4대 전설 물고양이 기록마도.

그것은 분명, 불투명한 경로를 통해 일부로 풀어줬을 거다.

수도권 방위를 위한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톡- 토독-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잠시 미간을 구기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에 빗물이 스며드는 데도 두 눈을 부릅뜨고.

[화광충천]의 영성술을 활활 불태우며.

같잖은 수작에 분노를 느끼면서.


"수형아 가자. 강제 야근이다."


"챔피언이 말하는데, 만년 2위는 잠자코 따라야지 뭐."


2010년 3월 30일.

아백교의 대규모 공세 시작.

수도권 전쟁 발발

.

.

.

#한편.

.

.

.

질퍽!-

한 마리의 고양이는 어디로 향하나.

무엇을 하러, 이리도 방정맞게 빗길 속을 기어가는가.

거대한 폭발음을 뒤로 한 채.

광신도의 괴물을 나몰라라 한 채.

고대의 기록마도는 과연 어디로 향하는가.


"낭만~."


"자유~."


"그리고 생선~."


"등 푸른 생선~."


그가 짐승의 눈깔을 부라리며.

길쭉한 수염을 들썩이며.

물 고양이 뱃살을 이리저리 출렁거리면서.

그렇게 걸어갔다.

꽤나 천하 태평한 모습이다.

본인의 탈출 때문에 발칵 뒤집힌 몽상 연합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뭐, 애초에 그쪽에서 먼저 탈출할 빌미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물고양이는 그런 연합 수뇌부의 대응력에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기득권 세력이 득실득실한 수도권을 지키겠다고 전국의 몽상 연합 지부를 위험에 빠뜨리다니 말이다.


콰아아앙!-


콰강!-


저 멀리 수도권 전선에서 몽괴의 일렁임이 느껴졌다.

분명, 뉴런 광장 부근에서 일어난 폭발일 터.

지긋지긋한 악마의 향기가 폭발을 타고 흘러나왔다.

이교도가 만들어낸 냄새.

영성이 썩는 냄새가 말이다.


하지만 물고양이는 일말의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지금은 자유가 우선.

생선이 우선이었다.


몇십 년 만의 탈출이니까.

구태여 영성술사의 편에 서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저 현재를 만끽할 뿐.

같잖은 기사도는 이미 버린 지 오래였으므로.


"후훗."

녀석은 씰룩거리는 입술을 애써 감추며 웃어 보였다.

검은 모자를 눌러 쓴 유령 고양이. 그가 모자를 빙빙 돌리다 말고 광장 쪽으로 크게 외쳤다.


"X뺑이 쳐라-!"

맹수 한 마리가 철야의 구도심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 간다.

마메르틴 지하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탈출한듯한 비주얼.

그에 못지 않는 천박함까지.


길을 가던 행인들은 하나같이 물고양이의 천박함에 혀를 찼다.

하지만 그러나 그들은 모를 것이다.

본인들이 욕하고 있는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 마법 역사의 산물인지.


질퍽!-


질퍽!-


"마실 좀 나가 볼까."

물고양이가 광기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내 하늘 높이 뛰어오르는 것이었다.

.

.

.

#


질퍽!-


물고양이는 세상에서 몇 없는 자율 영성이다.

마법을 봉인한 마법서 그 자체가 인간 행세를 하며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지.

아니나 다를까 여태껏 사람인 양 횡행하던 물고양이는 지금, 서울의 골목 속에 숨어들었다.


끼이익-


촤아아아-


굵은 빗줄기가 열린 문 사이로 새어 들어왔다.

가게 안쪽은 금세 젖어 축축해지고 말았다.


“에~헤이, 누가 이 날씨에 문을 열어둔 거야?!”


비교적 한적한 서울 구도심 상가의 헌책방. 드나드는 사람이 현저히 적은 그곳은 동네 주민들의 숨은 쉼터였다.

그들의 향수를 저격하는 중고 서적이 한가득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쉼터에 수상한 손님이 찾아왔다.


스르륵-

손님은 책방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다.

그의 몸에서 다량의 습기가 뿜어져 나온다.


“부인, 책 좀 고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고양이가 낡은 책 한 권을 내밀며 중얼거렸다.


“책이 걸레가 됐네요. 우산 대신 쓰고 오셨나?”


“급하게 나오느라 차마 관리하지 못했네요. 면목이 없습니다, 부인.”


“어머머, 참 특이한 청년이네. 21세기에 부인 타령이라니~.”

아주머니는 그가 내민 책을 가지고 카운터 구석으로 모습을 감췄다.


"타령까지는 하지 않았소."

의문의 방랑자가 아주머니에게 속삭였다.

방긋 웃으면서, 소심하게 반박하는 것이었다.

몇천 년간 본인의 집이 되어준 '기록마도'에 대한 걸레 발언이 그닥 달갑진 않은 모양이었다.


'타령은 무슨 타령. 평민 주제에 감히 '캡틴 웨폴리'님을 능멸하는구나.'

물고양이가 남몰래 속삭였다.

자연스레 본명을 밝히면서 말이다.


"농담이 지나쳐요, 웨폴리 고객님~."

아주머니가 카운터 구석에서 되받아치며 소리쳤다.

속삭인다고 속삭였는데, 다 들어버린 모양이다.

분명 그를 이상한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지.

확실히 이상한 손님이긴 했다.

이상한 모자.

이상한 형태.

미지의 생명체.

고고한 방랑자여.


스윽-

낯선 손님은 책이 마를 동안 가게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 전부 얼이 빠졌군.”

그는 돌연히 비열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책장 전체를 비웃기 시작했다.

기록마도가 아닌 일반 서적들.

몹쓸 선민 의식이라도 생긴 모양이다.


그때였다.


“야, 함부로 만지지 마. 전부 젖잖아.”


구석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아이 하나.

덩치가 남다르게 큰 사내아이가 낯선 이를 위협하며 표정을 구겼다.

아이는 미지의 존재에게 조금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 아이는 과거의 나다.

10년 전, 7세의 유현.


“유치원생이 반말이네? 어린 놈의 새끼가.”


나를 내려다보는 물고양이.

투명한 송곳니가 반짝 빛났다.

그는 내 가슴팍에 꽂힌 유치원 명찰을 보며 잇몸을 들썩였다.


“반말해도 돼. 너, 사람이 아니잖아.”

나는 시큰둥하게 커다란 고양이를 훑어본 뒤, 다시 읽고 있던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몽상 어사의 모자를 썼는데, 본모습이 보이는 거야? 환각 마법에 내성이 있는 모양이네~?"


"보이지 그러면. 천박하게 생겼네."


"너 이 새끼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X나 신기하다.”

고양이가 대경하며 나에게 말했다.


“요새 너 같은 모자 쓴 사람 많이 돌아다녀. 전부 마법사들이잖아. 근데 너는···.”


“나는?”


“너는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이 아니면 뭐.”


“사람이 아니니까. 마법사 따까리겠지.”


나는 잠시 고민했던 결과를 작게 중얼거렸다.

저 출렁거리는 녀석은 분명, 마법사를 보조하는 마법 도구의 일부임이 틀림없다.


마도서에 봉인당한 사념 덩어리.


대충 이런 거겠지.

마법사들이 흘리고 간 마도구 파편을 자주 봐 왔기 때문에 예측할 수 있었다.

나를 공격할까 봐 여태 아는 척은 안 했지만, 뱃살 고양이 저 녀석은 뭔가 멍청해 보이니까 말해도 될 것 같았다.


“하! 맞췄어! 아~주 전설적인 따까리란다.”


"주인은 어디 있어?"


"너가 한 번 맞춰 볼래?"


"음~, 역질문은 내 질문에 대답이 될 수 없어."


"어쩌라고."

무척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는 녀석.

그 녀석은 내가 처음 만난 기록마도.

4대 전설, 물고양이였다.


"어때? 전설을 만난 소감이? 벅차올라?"


“전설이고 자시고. 모자나 벗어. 실내에서는 모자 쓰는 거 아니랬어.”

내가 읽고 있던 책 모서리로 물고양이를 가리켰다.

일단 책 모서리로 녀석이 쓰고 있던 모자를 천천히 벗겨 내렸다.

모자 속에 감춰진 본모습을 확인하고 싶었다.


스륵-

책 모서리로 벗겨낸 모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고양이는 본인의 모자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촐싹거리길 반복했다.

내가 읽고 있던 [장화 신은 고양이] 책표지가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녀석은 책에 대해 딴지를 걸어 왔다.


“야, 그런 허접한 영성은 섬기지 마. 계는 머리만 영악하지, 줏대가 없어. 나처럼 멋진 고양이가 진짜 영웅이 되는 거란다.”


“너처럼 출렁거리는 뱃살 고양이가 어떻게 영웅이야. 장화 신은 고양이가 훨씬 멋진데."


“이야~. 건방진 놈.”


휘릭-

도발에 넘어간 물고양이가 본모습을 드러내며 앞발을 들어 올렸다.

그의 출렁거리는 앞발이 전등에 반사되며 반짝거렸다.

본보기로 겁을 줄 생각 같았다.


후우웅-

기괴한 공기가 책방 전체에 스며든다.

녀석이 염력을 부리며 수증기를 모은다.

투명한 송곳니.

출렁이는 앞발.

뿜어져 나오는 영성.


#그때였다.


띠링-

녀석이 위협적인 마법을 뿜으려는 그 순간.

책방의 문이 흔들렸다.


“아주머니~. 현이 데려갈게요~.”


교복을 입은 누군가가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며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물고양이는 밖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급히 숨어들었다.

책상 아래 스르륵 스며들어 몸을 숨기는 것이었다.


“유현~? 이제 집에 가자.”


나의 보호자가 나를 찾으러 왔다.

나랑 가장 친하게 지내는 보육원 누나.

그녀는 축축하게 젖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교복에는 ‘이현주’라는 명찰이 단출하게 달려있었다.


검고 단정한 단발 머리.

둥근 뿔테 안경에 갈색 눈동자.

완전 모범생.

더불어 아름다운 그녀.

성격 좋고 마음씨 착한 나의 보호자다.

물론 진짜 가족이 아니라 마음으로 맺은 혈육이라지만.

누가 뭐라 해도 그녀는 나의 우상이었다.


“형은 언제 온대?”


“오늘은 늦게 끝난다네. 오늘은 우리끼리 돌아가자.”

현주가 내 까까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자리에서 스르륵 내려오며 말했다.


콰직-

의자에서 내려오는 와중.

책상 아래에 조용히 숨어있던 녀석을 무릎으로 찍어 눌러 보았다.


물고양이는 ‘뽀각’ 소리를 내뿜으며 바닥에 떨어졌다.

이건 고의성 다분한 니킥.


'꼬시다.'

솔직히 처음 만났을 때부터 때리고 싶긴 했다.

이건 나름의 복수라고 할 수 있겠다.

저 경박하고 멍청한 녀석 때문에 마법사에 대한 환상이 식어 버렸거든.


몰래 숨어서 마법사들의 일상을 구경하는 재미도 팍 식어 버렸다.

그냥 전부 식어 버린 느낌.

마치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말이다.


'잘 있어라. 뱃살 고양이.'

내가 눈빛으로 조소하며 뒤돌아섰다.


'벌써 가냐? 바깥은 완전 난리던데ㅋ?'

책상 아래에 숨어있던 웨폴리가 내게 속삭였다.


'결계만 피해서 가면 돼.'

나는 그런 웨폴리를 뿌리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띠링-

유현과 이현주, 두 사람이 나가고.

책방은 다시 정적이 흘렀다.


스르륵-

숨어있던 물고양이가 책상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어딘가 공허한 표정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던 모자를 집어 들었다.


"아아~. 건방진 놈!”


물고양이가 흐느끼다시피 고개를 털었다.

그의 머리에서 수많은 물방울이 흩날렸다.

의외로 서운한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저 아이···.’

웨폴리가 유리문 너머로 멀어져 가는 유현을 보며 중얼거린다.


씨익-

돌연 입가에 드리우는 광기.


‘민간인이 연합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어···!’

그는 돌연히 사나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강한 호기심을 분출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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