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어사 : 물고양이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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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톳찜
작품등록일 :
2024.09.12 00:02
최근연재일 :
2024.09.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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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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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거인의 학살 현장

DUMMY

.

.

.

.

타아앙!-


슈우웅-


콰직!-

골목 구석구석까지 총구의 파동이 울려 퍼졌다.

빠르고 경쾌한 총알은 눈 깜짝할 새에 취객 아저씨의 몇 없는 머릿결을 스쳐 담벼락에 내리꽂혔다.


털썩-

총알 소리에 다리 힘이 풀려버린 관중은 그대로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관객 모두가 총알이 날아든 담벼락을 바라보았다.

담벼락에 박힌 탄환은 마법처럼 녹아 자취를 감췄다.


“나 지금 단군 신화 이래로 제일 화났다! 다 도망가라!”


“너! 이 새끼 그거 어디서 났어! 간첩이냐?!”


“간첩? 근데 이 주정뱅이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맥락 상 마법사가 훨씬 자연스럽잖아!”


타아앙!-

이참에 마법을 한 번 더 발사했다.

경쾌한 총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위협적인 해산 명령이 구경꾼의 뇌리에 스쳤다.

원숭이가 들어도 위협적인 그것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공포인 경고 수단.

연합 고유의 한방 마법.

그 효과는 만점이었다.


권총과 마법사라니.

어색하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나는 애초에 처음부터 경고했다.

우리 연합은 마법을 ‘곁들었을’ 뿐인 특수 요원들이라고.


삐용삐용-

순찰차 소리.

경찰이 오고 있다.

주민들의 농성과 총소리가 방아쇠가 된 모양이었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타이어 마찰음이 내 섬세한 청각을 통해 느껴졌다.


“할머니! 2분 안에 정리하자!”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내 시선 끝에는 태산보다 거대해진 할머니가 홀연히 서 있었다.


스윽-

그 거대한 발바닥을 드러낸 채.

아래 깔릴 괴물들을 차갑게 응시하는 것이었다.


"씨앗 호떡으로 만들어주마···."

.

.

.

후우웅-!


콰가가가가광!!-

거인의 발길질이 천지를 뒤틀었다.


드두득-

갈라지는 아스팔트 지면.


콰직-

우람한 발자국.


[거대 괴수]라는 제목이 어울리는 영화의 한 장면.

정 여사의 팔다리는 순식간에 거대해져 전봇대의 길이를 훌쩍 넘겼다.

또한, 발바닥의 크기는 집 한 채를 짓밟아버릴 정도가 되었다.


“몽란아, 시민들을 끌고 나와!”


불호령이 떨어지자마자, 스트록의 무리를 다시 헤집고 들어가는 몽란.

하나하나가 위협적인 괴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용맹하게 뛰어드는 모습이다.

전장에 던질 게 몸밖에 없는 나이니까, 뭐.

몸을 불사르는 젊음이란 가히 가공할 만한 것이다.


끄어어억-

스트록이 나의 목덜미를 잡아채려 드는 순간.

전에 미리 준비해 놓았던 [출산 임박 거미집 작전]은 내게 해법을 선사했다.

언제나 그래왔듯,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아백교를 상대한다.

그건 내가 구상한 작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작전명 : 출산 임박 거미집]

마법 따위가 아닌 기술이 내 눈앞에서 빛을 발한다.


팅-

괴물 사이에 나타난 얇고 뻣뻣한 와이어 하나.

나는 재빠르게 눈앞에 있던 와이어 하나를 잡아당겼다.


슥-

전봇대에 걸린 선이 당겨지자, 볼록거울에 걸려있던 선이 움직였다.

볼록거울의 선은 나무에 걸린 선을.

나무에 걸린 선은 표지판을.

표지판은 다시 전봇대를.


그렇게 얽히고설킨 선은 재빠르게 쪼그라든다.

쪼그라드는 와이어 사이에서는 괴물의 손가락이 끼어 있었고.

썩어 문드러진 그것은 피클 단면과 같이 매끈하게 잘려 나갔다.


크아앙!-

귀가 녹아내릴 것만 같은 괴성.

분수처럼 쏟아지는 썩은 피.


팅-

괴물의 검붉은 피가 선 위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가느다란 핏방울은 선을 타고 활주하다 떨어져 내렸다.


괜히 농땡이 피우다 늦게 전화한 게 아니야.

나도 나름 비전이 있고.

계획도 있고.

무엇보다 행동력이 있다.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다.

어느새 그 괴물들 사이에 자리 잡은 와이어 트랩이 바로 그것이었다.

연합의 특수 금속으로 제작된 거미줄이 촘촘하게 걸려 있다.

무아지경의 경지로 설계한 광기의 와이어 트랩.

나는 처음부터 진심이었다.


“이거 출산이 임박한 어미 거미의 마음으로 만들었어~.”


“또라이 같은 년. 너는 대체 누굴 닮아서···."


"나 왜 욕먹어? 질투?"


"스트록이 출현하면 바로 보고해! 쓰잘데기없는 거 만들다가 일이 늦어졌잖아.”


“바로 보고하려고 했는디요···. 저것이 취객인지 괴물인지 천지 분간이 안 됐셩. 아직도 헷갈리네. 눈이 흐린 것이 백내장인감:;”


“아가리 여물고 있어."


누군가의 매서운 처리 방식 덕분에,

스트록이 몰려있는 공터 입구를 손쉽게 가로막을 수 있었다.

괴물을 위해 마련된 거미줄이 괴물들을 점점 몰아세웠다.

전봇대와 공터 철근 구조물을 도르레 삼아 부드럽게 접힌 선들은 잡아당기면 잡아당길수록 그 범위를 좁혔다.


“우선 진입합니다!”


와이어 간격에 비하면 체구가 작았던 몽란.

그녀가 쓰러진 시민들을 업고 아슬아슬하게 빠져나왔다.

시민들은 스트록 엑기스가 뿜어져 나오는 공터에서 벗어나자 간신히 숨을 쉬기 시작했다.

연기가 상당히 깊게 스며들었지만 이 정도면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일각마패의 기억 소거 마법으로 충분히 정화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으···. 저게 뭐에요···.”

정신을 차린 부상자가 자신을 부축하여 도주하는 나에게 나지막하게 물었다.


“알 거 없어요. 어차피 나중 가면 기억 못 하실 테니까.”


“이게 대체···.”


“아 맞다. 검은 거 너무 많이 마시지 마세요. 그거 많이 마시면 밤에 악몽 꿔요.”


나는 다친 사람을 한곳에 모아 담벼락 뒤에 숨겼다.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구경꾼들은 일제히 부상자들을 구조물 뒤로 숨겼다.

불철주야의 우리가 본인들의 편임을 인지한 모양이었다.

술기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주정뱅이 아저씨는 본인의 넥타이를 풀어 상처 입은 남자의 어깨를 지혈하기 시작했다.


“할머니! 이제 찍어버려!”

내가 전봇대보다 커진 정 여사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정 여사는 어느새 3층 상가와 견주어 볼 수 있을 만큼의 크기로 커져 있었다.


탁!-

이제는 수류탄을 피하듯 전속력으로 달려야 한다.

나는 공터 밖으로 미친 듯이 질주했고.

간발의 차로 미끄러지듯 슬라이딩했다.

마지막 순간. 나는 성심성의껏 기도를 올리며 뒷통수를 보호했다.


“머리 보호해!”


그녀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머리를 보하라는 어느 거인의 호령.

몽란 뿐 아니라 구경꾼 모두가 머리를 보호하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콰아앙!-


쿠르르르릉!-


정 여사가 스트록이 몰려있던 공터에 발을 한번 구르자,

대지가 뒤틀리는 듯한 굉음이 주변을 뒤흔들었다.

발 크기는 마치 덤프트럭 두 대와 맞먹었다.

그 크기만큼 위력도 엄청난지라, 땅이 뒤틀려 갈라지고 공터 옆 지반 공사를 위해 박아 놓은 철근이 우후죽순으로 솟아났다.

내가 힘들게 설치해 놓은 와이어 거미줄은 정 여사의 발길질 한 번에 허무하게 헝클어졌다.

솟아난 철근과 함께 섞여 공터 바닥에 나뒹구는 것이었다.


“끼이이이아! 카아앙!”


개미 떼 같은 스트록이 정 여사의 공격 한 번에 속수무책으로 찌그러졌다.

버텨 봐야 별수 없는 것.

마고신의 발길질을 버티기에는 너무나 하찮은 덩치였다.


쿠우우-

땅은 넓은 범위에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깊숙하게 파였다.

웅덩이 속에서는 몸부림치던 스트록이 검붉은 연기를 뿜어내며 소멸해 가고 있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로 돌아가고 있었다.


사건은 일사천리로 마무리되었다.

폐허가 된 공터에 남은 것은 깊은 구덩이, 구경꾼, 몽란과 정 여사 뿐.

정 여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거대한 손을 이용해 부상자들을 쓸어 담은 뒤, 정차 중이던 응급차 옆에 내려놓았다.


“일각마패는 제가 회수할게요.”

사건이 마무리되자, 나는 허공에 떠 있던 일각마패를 향해 손을 뻗었다.


쭈욱-

마을 전체를 덮을 만큼 커져 있던 돔이 공기 빠진 풍선처럼 그 부피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상가도,

민가도,

자동차도,

방금 막 도착한 경찰도,

하나둘 돔의 범위 바깥으로 빠져나갔으며.

범위에서 빠져나간 사람들의 반응은 모두 일관되어 있었다.

취한 듯 눈동자의 초점을 잃고 멍하게 서 있다가 잠시 빈혈이 생긴 듯 주저앉는다.


스륵-

이내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마치 포맷된 컴퓨터와 같았다.

하나같이 사건의 진상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 여기 무슨 일 있었습니까!?”

취객 아저씨가 두 눈을 부라리며 망가진 공터를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몰라!"

나는 그의 손가락을 탁 쳐서 떨구었다.

은근 밉상인 아저씨는 뭐가 잘못 되었는지도 모른 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래서 문제라니깐.

내 심적 문제에 대한 손해배상은 누구에게 청구해야 하느냔 말이야.


"얼른 마누라 보러 가버려! 주물러 댄 건 고소 때릴 거니까 각오하시라고.”

난 쥐고 있던 핸드건을 재빠르게 허리춤에 숨기곤, 퉁명스럽게 말했다.


“돼지주물럭? 안주는 기, 김치찌객, 개 억··. 우웨엑@#$!”

아저씨는 상황이 끝나도 어김없이 토사물을 내뱉었다.


“꺄아약! 제발···ㅠㅠ!”


“에이~. 비 오면 씻겨 내려가겠지.”


그는 아까의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듯 태평하게 망언을 내뱉었다.

발언의 정도와 태도를 보아하니 내가 신비해지는 권총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깡그리 잊은 모양이었다.

안 잊었으면 저런 반응이 나올 리가 없지.


한편. 어리둥절한 건 취객뿐만이 아니었다.

“뭐지? 우리 왜 출동했더라?”

“어라? 선배님, 신고 떨어진 적 없다는데요?”


막 출동한 경찰은 갈팡질팡하며 주변을 살폈다.

그들은 다른 구경꾼들이 산산이 흩어지는 순간에도 끝까지 남아 자신들의 출동 사유를 찾기 위해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뭐, 대충 취객 아저씨랑 엮어서 경찰서로 돌려보냈다.

성추행으로 민사 소송까지 가면 복잡하니까.

그냥 노상 뱡뇨로 벌금이나 먹여줬다.


“이 정도면 잘 처리했네.”


몽란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다소 어리숙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초짜인 그녀가 이룬 업적은 대단히 장한 것이다.

단지 스트록 군집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는 용맹함을 보였기 때문은 아니다.


'도시에 나타난 괴수가 보기 좋게 넓은 공터에 몰려있을 확률은 극히 드물다.'


무전으로 통화하기 직전까지 단순히 피해 다닌 것은 아니었다는 뜻.

미로같이 깊숙한 골목에서 날뛰고 있던 스트록을 유인하는 것은 어렵다.

와이어로 그들을 두르는 짓는 건은 완전히 난제 그 자체였다.

하지만 어찌저찌 잘 해낸 모양이다.


문제 되는 점이 있다면.

이 모든 업적이 단독 행동에서 이루어졌다는 것.

한마디 보고도 없이 임의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말단 대원이 할만한 짓이 아니다.

그건 가장 멍청한 짓이다.


관심종자나 가진 버릇.

몽란은 아직도 그걸 버리지 못했다.

언젠가 본인을 갉아먹을지도 모를 악습이었다.


“단독행동이 잦군.”


“그건 모르겠고. 이만한 스트록이 어째서 한 번에 우리 동네에 왔을까.”


“반년에 한 마리 나올까 말까인 스트록이 떼로 몰려들다니···. 있을 수가 없는 일이야.”


“저도 10년을 이 짓거리 하면서 이렇게 많은 스트록은 처음 봤어요.”


“10년 동안 이 일에 몸담은 척하지 마라. 네가 김새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진 것만 8년째였잖아. 실제 경력은 겨우 2년밖에···.”


“우으.. 빈정 상하네.”


후우우-

정 여사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표정을 구겼다.

저런 대원을 거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것 같았다.


“우리 동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야. 오늘은 야근이구나. 어서 도서관으로 가자.”


“야근이야? 아직 밥도 못 먹었는데.”


“뭐, 정 배가 고프다면야. 내가 끼니 정도는 해결해 줄 수 있지.”


“할머니 집에 재료 없잖아. 내가 전부 뽀렸는데?”


“혹시, 카레 좋아하나?”

정 여사는 나를 이끌고서 구덩이가 파인 공터를 뒤로 했다.

저녁 식사 겸 친절한 이웃의 집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그나마 일을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잘만 하면 식지 않은 카레를 맛볼 수 있을 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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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거인의 학살 현장 24.09.18 4 0 12쪽
14 14화. 스트록을 조우하다 24.09.18 6 0 13쪽
13 13화. 신기한 의인 24.09.18 5 0 12쪽
12 12화. 출렁이는 다짐 24.09.18 5 0 13쪽
11 11화. 해삼의 긍지 24.09.12 14 0 12쪽
10 10화. 용의주도 24.09.12 15 0 13쪽
9 9화. 터져버린 호환 24.09.12 15 0 12쪽
8 8화. 긴급 소집의 이유고 나발이고 24.09.12 12 0 15쪽
7 7화. 강산도 변해버린 세월 24.09.12 17 0 12쪽
6 6화. 유현의 철면피&몽란의 김칫국 24.09.12 15 0 12쪽
5 5화. 전장 위의 자연재해 24.09.12 14 0 10쪽
4 4화. 불모지 위의 챔피언 24.09.12 13 0 14쪽
3 3화. 민간인, 마법 전장에 합류하라. 24.09.12 14 0 12쪽
2 2화. 물고양이와 유현 24.09.12 17 0 13쪽
1 1화. 긴급 소집의 이유 +1 24.09.12 2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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