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어사 : 물고양이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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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톳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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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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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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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용의주도

DUMMY

#

A-159 구역에 모여드는 몽상 연합의 차사들을 보아라.

그들은 아마 빌딩 사이로 뛰어오르는 물고양이를 본 것일 터.

하지만, 그들의 예상 밖으로 움직이는 것은 유현에게 있어서 식은 죽 먹기다.

인간은 시각적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이라.

이는 마술이 인간의 눈을 속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지.


1. 고도의 변화.


2. 색깔의 변화


3. 형태의 변화


물고양이는 물을 조종해 위의 것들을 할 수 있었다.

물과 영성으로 연성한 뒷발 관성을 이용해 순식간에 튀어오르기.

건물 외벽, 유리창, 풀숲 등 다양한 구조물에 투명한 몸을 기대 색깔 숨기기.

출렁거리는 몸을 이용해 형태를 조절하기.

주변 구조물과 날씨 그리고 물방울을 이용한 변칙적인 변장까지.


“역시, 예상대로 159동에 일각마패진이 펼쳐졌어.”

나는 역의 창 너머로 보이는 159동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일각마패는 몽상 연합의 마도구다.

그것은 간단히 말해 ‘결계’

한 마을 전체에 거대한 원형 돔을 두르는 마법이 담겨있었다.


이교도의 괴물과 전투를 벌일 때 정보 누출을 막기 위해 이용되는 마법진.

기록마도가 없거나 마법 저항력이 약한 민간인의 기억은 결계의 투명막이 회수됨과 동시에 전부 흡수되어 버리니까 주의해야 했다.

그들은 아마 정보 누출을 막기 위해 저 진을 펼친 걸 거다.

내가 하늘 높게 튀어올라 방출한 섬광을 본 것이 분명했다.


‘와~ 일각마패진, 오랜만에 보니까 진짜 크네. 전쟁 이후로 8년만인가?’


웨폴리가 싱글벙글 웃으며 소리쳤다.

싱글벙글한 녀석과 상반되는 나의 표정.

나는 열차가 들어오길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 다리를 뻗었다.

웨폴리의 성깔에 내 기분을 맞춰주기에는 내가 너무 지쳤다.

그저 빨리 내려가 현주와 이야기하고 싶었다.

‘여태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고.

.

.

.

#한편


“나도 저기로 지원 가야 하나.”

그때, 한참을 고민 중이던 신입 대원이 있었다.

그는 159동에 펼쳐진 마패진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물고양이의 도주를 막기 위해 역무원으로 변장까지 해 가며 기차역에 잠복 중이었으나,

별다른 소식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뚜벅-

그때, 저 멀리 서울역 입구에서부터 오 부사령관이 걸어 들어왔다.

오지균 부사령관은 신 사령관과 다르게 발로 직접 뛰기를 선호했으며 지원 요청을 받으면 항상 달려가는 열혈 사내였다.

국내 몽상 연합의 2 인자인 그는 언제나 털털했다.

하지만, 그 또한 반대 세력이 적지 않았다.

일 처리가 헤프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냥 여기 있게. 내 생각에는 여기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다.”


“예? 그게 무슨···.”


“저건 누가 봐도 눈속임이잖냐. 10년을 연합 몰래 살아온 민간 영성술사가 연합의 방식을 모를 리가 없지. 사건이 터지면 득달같이 달려들어서 마법을 뿜어대는 방식 말이야.”


“눈속임···.”


“그래, 나라면 굳이 빌딩 꼭대기까지 튀어 오르는 만행을 벌이지 않을 거야. 저 행위는, 어사들의 눈길을 끄는 것밖에는 안 되니까."


"그럼 물고양이가 드디어 미친 건가요?"


"어허, 그냥 편하게 생각하라고~. 십중팔구 튀어 오른 방향으로 쏜살같이 직진 중일 거다. 그리고 그 끝에는···.”


터벅-


터벅-

그때, 누군가가 한참 대화 중이던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검은 제복을 걸친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부사령관을 바라보았다.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오 부사령관과 역무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남자는 무심하게 서울역의 상황을 살피는가 싶더니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이곳이 생각 있는 젠틀맨들의 모임 장소입니까?”


“자네는···.”


“젠틀한 유배자입니다.”

김새반은 그렇게 오 부사령관을 지나쳐 갔다.

그는 재빠르게 역무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기차는 멈출 수 있습니까?”


“예?”


“서울역을 통째로 멈추는 편이 수월할 것 같습니다.”


“방법이 있다면,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아무리 위장이라지만, 말단 역무원 신분인데 기차역 전체를 멈춰 세우라니요. 시골도 아니고 사람이 떼로 북적이는 서울역입니다.”


“딱히 계획이 없으시면, 제가 맡겠습니다.”


남자는 곤란해하는 역무원에게 중얼거린 뒤,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오 부사령관은 갑작스레 나타난 남자의 모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김새반···.’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새반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아까 초이고 인근에서 보았던 망나니의 이름.

분명 10년 전 징계위원회에서 봤던 사람의 이름이 맞았다.


띠리링-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꽉 찬 서울역 한가운데에서 울려 퍼졌다.


딸깍-

이내,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다.


상담원 : [여보세요? 112 신고센터 입니···]


김새반 : [서울역 기차 안에 폭탄을 설치했다.]


띡-


역무원이 미간을 찡그린 채 정색하며 묻는다.

저따위의 사람이 같은 몽상 어사라는 사실이 부끄러웠는지, 김새반의 멱살을 잡고서는 얼굴까지 붉히는 것이었다.

"지금 뭐하시는 거죠?"


"퇴근하고 싶어서요."

김새반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역무원은 몽상 어사의 품위를 저버린 김새반을 보며 치를 떨었다.

과거 챔피언의 모습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망나니 그 자체의 모습.

오로지 분노가 침전되면서 생긴 광기만이 그의 모습을 대변해 주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말단 승무원과 오 부사령관.

멍하게 남자를 바라보며 바라보다 침을 꿀떡 삼킨다.

그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눈으로는 이해했지만, 사고회로가 먹통이었다.

그 정도로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감탄 혹은 황당함, 둘 중 하나의 감정선이 그의 마음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이럽니까? 누가 봐도 장난 전화로 알텐···.”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겁니까. 진짜 터뜨릴 겁니다.”


“진심입니까? 정신 차리세요. 부사령관 앞입니다.”


말단 대원은 사색이 되어 몸서리치듯 뒤로 물러났다.

그는 김새반의 표정에서 진심을 읽었다.

김새반이라는 작자에게서 진심을 느끼고 만 것이었다.


징계를 먹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김새반 또한 그러할 터.

아니나 다를까, 김새반에게 융통성을 위한 브레이크는 존재하지 않았다.


“물고양이 포획에 주변 시민들이 신경 쓰이신다면, 그들을 잠시 치워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오히려 위험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10년입니다. 물고양이가 적으로서 우리를 벗어났는지, 아군으로서 우리를 벗어났는지 확인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흑심을 품고 이교도들에게 넘어간 것이라면, 분명 훨씬 격렬한 전투가 일어나겠죠.”


김새반은 나지막하게 말 한마디를 강조했다.

“그 전에 막으려는 겁니다.”


김새반은 그들의 반응에는 딱히 관심이 없다는 듯,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내 손을 모아 합장하며 기합을 넣는 것이었다.

합장이 끝나고, 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가 싶더니 손가락을 튕기기 시작했다.


촤르륵-

빛바랜 챔피언의 영성술을 발휘할 작정이었다.


역무원이 그런 그를 의아하게 보며 물었다.

“상당히 무모한 작전인 것 같은데···. 어중간하게 눈길을 끌면 의심받을 겁니다.”


“저의 영성술은 다행스럽게도, 상당히 화려한 편입니다. 눈속임용으로는 차고 넘칠 정도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를 기세군요.”


“오해십니다. 자신감은 잘 모르겠고, 겸손과 객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저는 젠틀맨이니까.”


“혹시 말입니다만···. 그쪽은 영성이 무엇입니까?”


“문파도 어중간한 영성술이라 이름은 없고. 불꽃 기둥이 하늘을 찌른다하여···.”


“화광충천··!”

또 다른 내막이 숨겨져 있음을 알아챈 역무원.

그는 떡 벌어진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저의 영성을 [화광충천]이라고 부르더군요.”

김새반이 마지막으로 크게 손가락을 튕겼다.

대답은 항상 친절했지만, 다소 과묵해 보이는 김새반.

그는 이 말을 끝으로 잠시 입을 꾹 다문 채 옷소매를 걷어 올렸다.

소매가 완전히 걷히자, 김새반의 팔뚝에 새겨진 4개의 불꽃 문양이 드러났다.

그을려 있어서 얼핏 보면 문신인 듯 보이는 문양.

자세히 보면, 검게 물든 상처가 입체적인 불꽃 문양을 이루고 있었다.


파앙!-

그의 팔뚝의 불꽃 문양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엔진이 가열되는 듯한 열기와 진동이 주변 바닥을 미묘하게 뒤틀었다.

그의 엔진 소리는 팔뚝의 불꽃 문양이 붉게 차오를수록 폭발적인 파동을 만들어 냈다.

몸 전체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때까지.


뚝-

불꽃문양이 2개까지 붉게 물든 바로 그 순간, 뚝 소리와 함께 파동이 공명했다.

그 신호를 느낀 김새반은 팔에 힘을 불끈 쥐었다.


콰앙!-

그의 힘줄에서부터 용광로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섬광탄 같은 빛줄기가 단숨에 쏟아져 나왔다.

격렬히 펄럭이는 형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기둥의 표상.

나무만 한 불꽃 줄기가 우직하게 솟아나는 모습이다.


땅에서 천장으로 솟아나는 거대한 불길, 마치 불방망이를 보는 듯했다.

크기에서부터 느껴지는 위압감은 영락없는 불도깨비의 모습이었다.

바닥에서.

천장에서.

혹은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에서부터.

마법을 발휘하는 곳이 어디든지 간에 동그란 스포트라이트가 생겨났다.

그 위를 화려한 불기둥이 솟구쳐 지나갔다.

스포트라이트가 붉게 달아오르면 어김없이 불길이 솟아났다.

쉴 새 없이 빠르고 정확하고 곧게 뻗어 나가는 불꽃.

마치 굵은 레이저 같았다.


치이익-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불기둥은 순식간에 주변을 화려하게 감쌌고, 뜨거운 열기는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켰다.


치이이이-


촤악!-

불길과 뿜어져 나오는 물방울이 만나 격렬하게 증기를 뿜어냈다.


“꺄악! 불이야!”

평화롭게 로비를 오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일제히 역의 바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역 안은 순식간에 혼비백산이 되었다.

혼비백산, 혹은 아수라장.

뭐가 되었던 이 상황에 수식어로 붙기에 심히 적절했다.


“물고양이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김새반이 옅게 웃으며 역무원에게 말했다.

이 모든 게 지극히 감으로 벌인 행동이었던 걸까.

김새반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은 그런 그가 성난 미치광이로 보였다.


“당신···. 미쳐 있어 지금···.”

역무원이 실실 웃고 있는 김새반을 개탄스러운 눈빛으로 보며 중얼거렸다.

.

.

.

#한편, B동으로 향하는 서울역의 기차 안.

유현이 누군가와 침울한 표정으로 통화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어. 어. 음. 나 지금 출발해. 어. 그래. 역에서 보자.]


[어~? 아~. 아니야. 왜 그것 가지고 그래···. 그냥 내가 나온 거야. 내가 나온 거지 뭐···. 기죽지 마, 누나.]


나는 한껏 우울해진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은 싸늘한 서울의 모습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매일 같이 찾아가서 취미를 즐겼던 헌책방이 생각났다.

그 헌책방에서 보내던 하루 또한, 이제 신기루가 되어 마음속에나 남았다.

아직 못 읽은 도서들이 너무 많아 한이 서렸다.


“건승하고. 다신 보지 말자.”

유현이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빠져나간 영혼이 차창에 김으로 서려 반짝거렸다.

그는 차창에 맺힌 성애를 괜히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씁쓸함을 달랬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한가한 오후.

유현은 연거푸 한숨을 남발했다.

이내 비참한 자신의 모습이 보기 싫어 창가로부터 얼굴을 떼어놓았다.

조용히 두 눈을 감는다.

그렇게 1분, 2분, 3분이 지나고.

열차가 빗물 사이를 뚫고 출발하려던 바로 그때였다.


콰아아아앙!-


띵동-

[안내 말씀드립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열차 어딘가에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고로, 저희 열차는 지금 긴급 정차할 예정입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침착하게 열차 바깥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이 안내방송과 함께, 기차 칸의 승객들은 크게 동요되어 혼비백산이 되고 말았다.

등산복을 입은 사내들이 분주하게 가방을 끌어안았다.

바람막이 차림을 한 동호회 아주머니들은 일제히 일어나 와글거리기 시작하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신혼 커플은 서로를 감싸 안으며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


‘이럴 수가.’

크게 동요한 것은 승객만이 아니었다.

유현과 웨폴리가 꿀렁거리다시피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열차의 대피 안내방송은 자신을 겨냥한 ‘공습경보’라는 사실을 말이다.

보호 욕구가 조금 격한 불철주야의 저승사자들이 본인의 소유물을 되찾으러 온 것이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빛이 한 번 더 번쩍거렸다.

진짜 서울역을 날려버릴 기세로 뿜어져 나오는 영성술이 열차 플랫폼을 뒤흔들었다.


"와. X발. 다 뒤지겠네."

유현이 경악하며 비명을 질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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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터져버린 호환 24.09.12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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