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어사 : 물고양이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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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톳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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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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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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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해삼의 긍지

DUMMY

#콰아아아앙!-

거대한 빛이 한 번 더 번쩍거렸다.

진짜 서울역을 날려버릴 기세로 뿜어져 나오는 영성술이 열차 플랫폼을 뒤흔들었다

저 멀리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영성의 향기.

핫스파이시 불꽃 마법의 파동이 KTX 열차를 뒤흔들었다.

마치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인 것처럼.

미치광이 마법사 단 한 명의 영성술이 만들어 내는 불난리였다.

그 몰상식한 것이 내 두려움 세포를 자극하는 것이었다.


“ㅁ, 미친 거야?!”

유현이 대경실색하여 쭈뼛 선 까까머리를 두 손으로 감쌌다.


‘원칙주의자 놈들. 우리 좀 내버려두면 안 되나? 이제 좀 조용히 살고 싶은데.’

웨폴리가 내 내면에서부터 작게 중얼거렸다.


“잠깐만! 이, 일단, 나가자. 너는 원본 속에 잘 숨어있어.”

유현이 자신의 가방 안 가장 깊숙한 곳에 [물고양이] 원본을 숨겨 넣으며 말했다.

이제 다시는 영성술을 부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거다···.

.

.

.

#1시간 후


현주 : [그래서 어떻게 됐어?]


유현 : [몇십 분 동안 몸수색 받고. 기차는 역시 안 될 것 같아서 버스 타고 가는 중이야.]


현주 : [히히. 좋은 경험 하셨네. 몸수색도 다 당해보고.]


현주 : [뭔가 특이한 건 없었어?]


유현 : [아. 그게 내가 동화책을 하나 주웠거든? 근데 그게 극비문서였나 봐.]


현주 : [극.비. 우와~. 신기하다. 그래서 그래서?]


유현 : [빼앗겼어. 전부 다~. 표지 하나, 페이지 하나 못 챙기고 전부. 하물며 거기 붙어있던 코딱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현주 : [아하핳. 동화를 사랑하는 조사원이었나 보다. 책 이름이 뭐였어?]


유현 : [잘 기억이 안 나. ‘물고양이 자서전’이라고 적혀 있었어. 어릴 적에 헌책방에서 한 번 본 적이 있긴 한데···. 이제는 추억이지 뭐. 내용도 진부하고 재미도 없었어.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은 허접해서, 주인공도 w도 안 멋있는데 가오만 부리고. 팅팅 늘어져서 출렁거리는 게 옆 상가 늙은 길고양이 보는 것 같아서 마음도 불편하고···.]


현주 : [잘 기억 안 난다면서 다 알려주네ㅋ.]


유현 : [그냥 한풀이 같은 거야. 흘려들어.]


현주 : [물고양이라···. 제목이 특이하네. 작가 필명인가? 어쨌든 뭐, 그래. [장화 신은 고양이] 짝퉁 버전 같은 건가 봐. 그러니까 내용도 그 모양 그 꼴이겠지.]


유현 : [그나저나 기분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야.]


현주 : [고마워. 아직은 온전하진 않지만···. 너가 거리낌 없이 와준다면, 나도 최선을 다해서 맞이해줄게.]


유현 : [그래, 나머지는 가서 이야기 하자. 아무래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현주 : [언제 도착해? 마중 나갈게.]


유현 : [10분 뒤 도착할 것 같아. 터미널로 올래?]


현주 : [그럼~. 당연히 가야지. 누나 동생이 온다는데. 그, 근데 차는 없어. 걸어가야 해. 혹시 모를까 봐···.]


유현 : [리무진에 레드카펫 기대하고 있을게.]


현주 : [아, 야, 잠ㄲ···!]


띠릭-

유현이 다급하게 전화를 끊는다.

그는 애써 밝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장난으로 어색함을 무마한다.

아직은 이 사태의 울림이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유현은 버스 터미널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 하나를 잡았다.

그가 탄 버스는 그렇게 B-232동으로 향한다.

머지않아 도착할 것이다. 어째서인지 또다시 무임승차한 웨폴리와 함께.


지이잉-

그의 바짓가랑이 속에서 진동이 울렸다.

[이게 진짜 되는 거라고?]

[니 폰 방수 잘되냐?]

[이게 왜 되지?]

[유심칩이 수속성인가?]

유현의 스마트폰 속 무언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것은 인공지능 비서의 목소리였다.

터무니없는 억측과 호들갑에, 불안이 조금은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

.

.

#몇 시간 전.


"미친! 저, 저기 저 새끼 저거 맞으면 바로 미디움&웰던이다!"


저 멀리에서 불꽃 기둥을 이쑤시개 다루듯 휘두르는 몽상 어사가 맹렬하게 돌진해 오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말이 기관에서 공인된 몽상 어사지.

저건 그냥 광인이다 광인.

눈 까뒤집고 달려드는 모습이 가히 충격적이라서 요실금이 도질 것 같았다.

도망치지 않으면 두툼하게 잘 구워질 것만 같은 열기라.


"어떡하면···."


진퇴양난. 사면초가.

모자를 쓰면 몽상 어사의 눈에 띄어서 들키고.

벗고 돌아다녀도 물고양이 원본의 기운이 강한 탓에 들키고 말 거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참신한 생각.

박살 난 지능 탓에 박살 난 묘수를 떠올린 나는 천천히 심호흡했다.


후우우-


후우-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손은 눈보다 빠르다."

자연스럽게 원본을 꺼내.

마음을 가다듬고.

밑에서부터 한 권을 던지는 거다.


휙-


탁-

바닥에 모서리부터 떨어지는 [물고양이] 모태 신화의 원본.

이내 중심을 잃고 표지 쪽으로 털썩 쓰러지는 것이었다.

나는 그 두꺼운 마법서를 대리석 바닥에 내팽개쳐버렸다.

냅다 던져 버리고는 자연스레 행인의 틈에 섞여 혼비백산을 연기한다.


“으아아악! 이대로 죽을 순 없어!”


되었다.

자, 이제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는 거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나의 옛 추억은 이제 구세계에 맞기느 ㄱ···.


'너 지금 실수한 듯.'


"뭐가."


'외부 장기 떨어뜨렸어. 니 고추보다 더 중요한 거 말이야.'


"나한테 고추보다 중요한 건 없어."


'미친놈이. 내 집 도로 줏어 와!!!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보다 오래된 전통가옥이라고!!'


"웨폴리 너. 해삼이 야생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알아?"


'뭘 살아남아! 해삼은 그냥 술안주여, 이놈아!'


"해삼은 위기가 들이닥치면···, 장기 매매를 해."


나는 결연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일단 물고양이 연구를 위해 대충 필사 해놓은 디지털 문서가 전체 화면에 드러났다.

나는 무지성으로 내 스마트폰에 물고양이 영성을 끄집어 넣기 시작했다.

마치 원터치 텐트를 다시 집 안에 쑤셔 넣는 느낌으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꾸겨 넣는 것이었다.


후우우웅-

내 단전에서부터 모든 마력을 끌어모았다.


후우우웅-

실패는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당연하다는 듯 힘을 쏟는다.


[기록마도]

기록마도는 마법의 길을 기록해 놓은 몽상물의 총집합이라 배웠다.

기록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으뜸은 글로서 기록하는 것이라.

과연 저 작은 액정 너머로 보이는 글은 물고양이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부분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저 전자의 영역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지금 내 손 위에는 몽상 연합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웨폴리가 지금도 내 옆에서 떠들어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기록마도의 재창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이잉-

디스플레이는 ‘주의 : 미확인 문서 발견’이라는 경고 문구와 함께 번쩍거렸다.

저 편협한 현대 문물은 액정 너머에서 새어 들어오는 미확인 물체를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누구도 [0과 1의 문서] 속에 영성을 잠재우는 방식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웨폴리는 유현의 기지에 은근히 감탄했다.

거의 들킬 뻔했으나, 그의 순발력이 빛을 발한 것이었다.


‘나도 여간 당황한 게 아니었나 보네.’

웨폴리가 안도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는 분명 책방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이러고 있었다.

눈깔을 빙빙 돌리면서 말이다.


후우웅-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가던 웨폴리의 영성이 이제는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표상으로 전환된 수증기는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이제는 한결 단조로워진 모습의 민간인만이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줄 건 줘야지."


그리고 잠시 후.

유현이 빠져나간 현장에서 뒤늦게 기록마도를 발견한 김새반.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그것은 빈 책일 수밖에.

영성이 깃들지 않은 빈 껍데기.

이냥 저냥 잊고 살아가도 지장 없을 평범한 것.


‘미친 불빠따’의 코 앞에서 성공적으로 일어난 기습 도루의 한 장면이었다.

저 육중한 몸의 사내가.

190 이상의 거포가.

꾸역꾸역 진루하며 몽상 연합의 망나니를 압박한다.


"허허허··· 하아, 하하하하핰! 아~ 진짜 요즘 또라이들이 X나 많구나~?!"

김새반이 고개를 치켜세우고 천천히 미소 짓기 시작했다.

책이 비어있음을 직감적으로 눈치챈 것이었다.

10년 전에 느꼈던 그 묵직함이 없었다.

경외감이 없었다.

그저 그랬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아하! 또 야근이네! 큽ㅋㅋ!"

김새반은 다크서클이 짙게 깔린 얼굴을 박박 문지르며 새하얀 이빨을 드러냈다.

보기와 다르게 꽤나 유쾌해 보이는 모습이다.

용케 도망쳐 버린 유현을 향해 거의 애정의 시그널을 보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웃음을 멈추는 김새반.

그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잡히면 가중 처벌이다. 무허가 민간 술사 새끼들···!"


.

.

.


#한편.

어두컴컴한 감옥.

면회실 안.


끼익-


터벅-


터벅-


터벅-


털썩-

독수리 가면을 쓴 누군가가 죄수를 향해 앉았다.

그는 능숙하게 흑영술을 흘려보내 교도관을 기절시킨 뒤, 죄수를 노려보았다.


"설명해."

독수리 가면을 쓴 남자가 말했다.


"연합 새끼들이 냄새를 맡았어."

죄수는 태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틀렸어."


"뭐가."


"연합이 아니지. 네놈 장난감이 문제라며."


"아~. 그년은 원래 그래. 눈치가 없거든. 힘을 갈망한다기보다도~ 현재의 삶에 안주하는 걸 좋아하지. 목축지의 양 떼 같은 걸 상상해 보라고. 발가벗겨진 것조차 모른 채 뛰어놀다가 주인이 만든 울타리까지 넘어버린 거지. 속도 없이."


"그년 확실히 짓눌러 놔. 다음은 없다."


"이미 했어. 그냥 포섭하려고 했는데, 영~ 말을 못 알아 처먹어서 기를 쪼끔~ 눌렀지."


"음?"


"사회적으로 죽여 놨다고. 이제 다시는-. 나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도록."


"흠···."


"아~ 그나저나 내가 궁금한 건 그거야. 마~법 말이야. 그거 이제 나도 쓸 수 있는 거냐? 시키는 대로 하긴 했잖아."


"넌 아직 일개 깡패 새끼에 불과하다는 걸 잊지 마라. 교단은 훨씬 강한 욕망을 원한다. 너는 왜 흑영술을 갈망하지?"


"들어봐, 내가···. 별짓을 다 해도 꺾을 수 없는 놈이 있었거든."

덜컥-

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두 눈에 불을 켰다.

눈에서 상당한 광기가 새어 나왔다.


"그 미친 곰탱이 새끼가···."

스윽-

죄수가 천천히 자신을 향해 손을 돌렸다.


"매형 대우를 너무 좆같이 하잖아···."

죄수는 애써 이글거리는 두 눈을 진정시킨 뒤 해맑게 웃어 보였다.


슥-

그가 돌연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다가 죄수복을 들쳐 보였다.

그의 어깨에는 거대한 손톱자국 3줄이 거칠게 그어져 있었다.

마법인지 아닌지가 애매모호한 손톱자국.

짐승의 짓일까.

혹은 인간의 짓일까.


죄수는 열등감을 타계할 마법을 원하는 듯했다.

자신의 자존심을 꺾어버린 상대의 죽음을 갈망하며···.


“그래서 그런 건가.”


“···.”


“그래서 B구역으로 내려오길 택한 건가.”


“···.”


“권력이든 사회적 지위든 전부 서울에 남겨둔 채. 복수만을 위해서.”


“···.”


“침묵, 강한 긍정으로 알겠네.”


“그나저나 배고프다. 밥이나 좀 내와 주면 안 되나?”

침묵을 끊고 돌연 본능에 충실해지는 죄수.


“기다려.”

독수리 가면의 남자가 그런 죄수에게 말했다.


“음? 진짜 주려고?”


“네녀석은 출소하자마자 아백교단의 치하에서 일한다. 그때까지 기다려.”

독수리 가면의 남자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다.

이내 창 너머 죄수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남기는 것이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 오늘 반가운 것들이 많네.”

죄수는 독수리의 위압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긋방긋 웃었다.

이내 쓰러진 교도관을 발로 끌어 먼저 퇴장하기에 이르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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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스트록을 조우하다 24.09.18 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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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해삼의 긍지 24.09.12 14 0 12쪽
10 10화. 용의주도 24.09.12 14 0 13쪽
9 9화. 터져버린 호환 24.09.12 14 0 12쪽
8 8화. 긴급 소집의 이유고 나발이고 24.09.12 12 0 15쪽
7 7화. 강산도 변해버린 세월 24.09.12 16 0 12쪽
6 6화. 유현의 철면피&몽란의 김칫국 24.09.12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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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불모지 위의 챔피언 24.09.12 12 0 14쪽
3 3화. 민간인, 마법 전장에 합류하라. 24.09.12 13 0 12쪽
2 2화. 물고양이와 유현 24.09.12 16 0 13쪽
1 1화. 긴급 소집의 이유 +1 24.09.12 18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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