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 어사 : 물고양이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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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졸한톳찜
작품등록일 :
2024.09.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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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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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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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전장 위의 자연재해

DUMMY

#

푸른 눈동자.

흐물거리는 몸.

괴상한 형태.

우렁찬 울음 소리.

숨 막히는 공기.

넘쳐흐르는 모태 신화의 표상.


스륵-

상공 200m에서 뛰어 내려오는 미친 작자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듣도 보도 못한 영성술사가 내 위에 서 있었다.


촤르르륵-

엄청난 양의 종이 마찰음에 창공 위에서 메아리쳤다.


쏴아아아아-


쿠릉!-


쿠르릉!-


콰아아아아아!-

나는 순간적으로 눈앞이 온통 검붉은 흙탕물로 물드는 진풍경을 목격했다.

마치 바다 같았다.

갑자기 내 눈앞에 바다가 드리웠다.


‘자연재해였다.’

‘한낱 사람이 당해낼 수 없는 영성술.’

‘사람의 것이 맞는지도 불분명한 것이 내 눈앞에 드리웠다.’


“그래, 신선놀음이로구나.”

유현의 몸에 빙의한 웨폴리가 호기롭게 중얼거렸다.


출렁!-

빌딩 숲 사이로 차오르는 핏물 쓰나미가 엎어져서 코 닿을 곳에서 넘실거린다.

역풍에 철썩거리는 자연재해가 휘몰아친다.

그것이 강습부대의 시체 더미 바로 위를 훑고 지나간다.

너무나도 섬뜩한 진풍경이었다.


“···?!”

내가 뭘 본 거지.

내 눈앞에 이것은 물인가. 파도인가. 혹은 바다인가.


쏴아아아아!-

강한 폭포수가 빌딩 옥상에서 쏟아져 내렸다.

피칠갑을 한 무언가가 붉은 폭포수를 쏟아낸다.

누구인가. 이 미친 영성술의 소유자는 누구냔 말이다.


콰가가가강!-


콰직!-

힘없이 뽑혀 버린 전봇대.

휩쓸려 가는 적군.

휩쓸려 가는 오염체.

휩쓸려 가는 아군. 정확히는 아군이었던 괴물들.

흑영의 기운이 모조리 휩쓸려 간다.


전선이 뒤로 밀리기 시작한다.

적군이 거세게 밀리기 시작한다.


“전선이 복구됐어···!”

나는 싸늘하게 식어 버린 신나성을 업고 육교 위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전장을 내려다보며 깨달은 사실은 가히 놀라웠다.


흙탕물 차르봄바.

10차선 도로를 훑고 지나간 영성술.

매우 험한 것이 지나갔다.

그것은 어느새 5km 떨어진 몽괴의 중심부에 닿았다.

몽괴까지 향하는 전선을 시원하게 뚫어버린 것이었다.

막기에도 벅찼던 곳이.

되려 나를 조여 오던 전선이.

이제는 내가 홀로 서서.


터벅-


터벅-


터벅-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점차 앞으로 나아갔다.

밀린 곳을 홀로 걸었다.

오지 않은 지원군을 기다리기보다도.

지금 와준 지원군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나는 챔피언의 마지막 면모를 보이기로 다짐했다.


불타오르는 [화광충천].

이름 모를 영성 가문의 마지막 핏줄.

지금 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으므로.

이 순간까지는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못난이를 보러 가야 하니...”

후퇴는 없었다.

사나이 가오 빼면 시체인 거다.

직진남의 인생에 후진 따위는 없는 것이었다.

잠시동안 알츠하이머의 저주라도 걸렸던 걸까.

내가 왜 그걸 까먹고 있었을까.


나는 민간인이 아니다.

그래. 일반인의 시선에서는 이냥저냥 살아가는 동네 사람 그 어딘가겠지.

하지만 나는 연합의 일등 영성술사다.

마법의 정점에 선 사내.

그게 바로 김새반이라는 남자의 비밀이었다.


.

.

.

[세상에는 끝없이 이어져 온 마법 연합이 있다.]

[그런 연합의 정점에 선 영성술사의 존재.]

[우리는 그들을 ‘챔피언’이라 불렀다.]

.

.

.


화르륵!-

나는 집채만 한 불꽃 기둥을 두 손 가득 쥐었다.

내면의 영성만으로 뽑아낸 불꽃 표상은 가히 위협적이었다.

단 한 번의 휘두름 만으로 63빌딩을 31.5빌딩으로 만들어 버릴 것만 같은 위력을 뽐내는 것이었다.


‘지금의 마력 출력을 유지해야 해.’


10분.


20분.


30분.


그리고 점점 흘러 1시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챔피언의 영성술이 불타올랐다.

챔피언의 기록마도가 불을 뿜었다.

온몸에 마력이 흘러넘쳤다.


“아군··· 이었다고···? 아까 그 자식이···? 물고양이가···? 도대체 왜···?”

의심을 멈출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행동을 멈추지는 않았다.

물을 조종하는 미친 맹수 한 마리와 함께.

김새반 차사는 빠른 속도로 진군했다.


크르릉!-


“저거···! 나를 엄호하고 있잖아···!”

챔피언의 화광과 맹수의 물길은 서로 맞닿아 일진광풍을 일으켰다.

교과서적 묘사에 비해 100배는 거친 수증기가 한가득 피어올랐다.

그래, 일진광풍이라는 단어로는 그 거친 정도를 표현하기에 어려웠다.

비유를 해 보자.

멀리서 본 두 사내의 합동 강습.

그것은 마치 ‘한 눈마저 부릅뜬 태풍’ 같았다.


타닥!-


타닥!-


.

.

.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새 몽괴의 코앞까지 다가갔던 김새반.

그가 마지막 발을 내디뎠다.


"새반이 형! 미안해! 설득이 늦었어!"

그는 뒤늦게 현장에 복귀한 후배 구수형 차사와 함께, 아백교의 빅-스트로크 사태를 제압하기에 이르렀다.


"설득이 늦은 수준이 아니잖아."


"···?"


"너. 전선이 복구되기 전에 올 생각은 없었냐?"


"···ㅋ."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거대했던 몽괴는 지원군의 공세 아래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크어어어···

정예부대 출신의 지원군 무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본인의 공로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신 사령관 정예 지원군의 활약이라며 깃발을 드높였다.

‘이 부질없는 것들.’

그들은 바닥에 피칠갑을 한 채 쓰러져 있던 새싹들에게는 일절 관심 주지 않았다.

그들의 영혼을 달래는 것은 오로지 말단 수습 대원의 몫이었지.

그리고 챔피언 영성술사의 몫 또한 일부 있었다.

김새반은 처참하게 무너져버린 옹골동 10차선 도로 일대를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형님, 도대체가 정체가 뭡니까? 이 많은 적을 어떻게 혼자서 무찔렀지?"


'혼자...?'


“아 맞다! 물고양이는···!”


휙-

내가 급하게 뒤를 돌아봤을 땐,

무지막지한 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현장에 물고양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흔적조차 존재하지 아니했다.

애초에 지원군이 도착한 시점에서부터 나의 시야에서 사라진 후였다.

그날 녀석의 모습을 본 것은 나 하나뿐.

내 등 뒤에서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만이 고요히 들려올 뿐이었다.


“피로 이룬 성과로구나. 피로 이룬···. 동료들의···. 몽상 어사들의··· 크르릉!”


이내 그 작은 울림마저 산산이 부서져 갔다.

동료들의 시체를 물의 표상으로 축축하게 적셔버린 채.

물고양이의 울림은 더 이상 맴돌지 않았다.


휙-


“잠깐만.”

녀석이 흔적을 남기진 않았을까.

육교 끝에 걸린 김새반 차사의 시선.

그곳에서 발견한 혹자의 소지품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분명 아까 전까진 없었다.

정체불명의 쓰나미가 전선을 쓸어 버리기 전까진 없었다.


'그렇다면 저게 증거가 된다.'

하지만 저것이 정녕 아까 그자의 물건이란 말인가.

설마 아무래 그래도 그렇지.

선 넘지 말라.

그럴 리가 없잖아.

저 물건이 어떻게 그의 물건이라는 거야.


슥-

나는 급하게 뛰어가 소지품을 집어 들었다.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킨 뒤 물건의 상태를 확인했다.


“2004년 출생이면···. 7살···!”


빛바랜 명찰 하나만 덩그러니.

이름은 물에 젖어 흐려져 버린 유치원 명찰 하나.


“몽란하고 동갑내기라고···?!”


허업-

순간적으로 막혀오는 숨이 나의 사념을 어지럽힌다.

나도 모르게 자기 코와 입을 손으로 막은 채로 굳어버린 것이었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미치지 않고서야.

정말이지 미치지 않고서야.


“그래. 내가 아직 덜 미쳐 있었지.”

“내가 조금 더 미쳤어야 했나.”

"허허허."


연합의 챔피언은 그날, 명령 불복종으로 긴급 체포당했다.

김새반은 실없는 코웃음을 피식 내뿜으며 원리원칙주의자들에게 제압되었다.

겉모습만 원리원칙주의자들인 녀석들에게 비굴하게 제압되었다.

'진짜' 원리원칙주의자가 말이다.


‘잘못은 잘못이므로.’

이 페널티는 달게 받을 것이다.

그러나 싫은 티는 팍팍 내겠지.

적어도 있는 꼬장 없는 꼬장 전부 부리면서 살 거다.

연합의 상층부는 내가 마지막까지 불타오르고 있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거다.

내 억울함을 나만의 방식으로 증명 해주마.

나를 망나니로 만든 것은 너네들이라는 사실을.

나는 끝까지 품고 살겠다.


"물고양이를 찾아야 해."

내가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다 말고 중얼거렸다.


.

.

.

#한편

옹골동 안전 구역 내부.

헌책방의 뒷골목.


훅-


후욱-


후우우-


"우욱!"

한심해 정말. 너무 한심해.

초장부터 가오 부리겠다고 영성술을 너무 남발하고 말았다.

가뜩이나 애새끼의 몸을 잠깐 빌린 건데.

전성기에나 뿜어낼 법할 영성을 한 번에 방출하다니.

이 나라의 몽상 연합이 뭐가 좋다고 이렇게까지 해준 걸까.

나를 몇십 년 동안 가둬 놓은 녀석들인데.


"도대체 뭐가 좋다고."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자유는."


"낭만은."


"전부 고사하고."


"이놈의 기사 본능이 또···."


크르릉!-


크르르!-


"이제 한계인 것인가."


스륵-

물고양이가 검은 모자를 벗어 던졌다.

이내 헌책방의 뒷골목으로 숨어들었다.

가오 빼면 시체인 것은 아무래도 김새반 뿐만이 아닌 듯했다.

그 비합리적인 족속 중에는 인간이 아닌 고대 마도 또한 포함되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웨폴리 장군이었다.


“야, 유현 일어나. 반동으로 뒈진 거 아니지? 너 뒈지면 곤란해.”


“야.”


“야?”


“왐마, X벌 X됐다.”


꾸르륵-


‘푸헠! 아직 안 죽었어! 이 미친 뱃살 고양이야!’


“오. 살아있구나? 이거 완전 물건이네. 난 니가 자랑스럽다.”


‘너어어···! 지금 내 몸으로 무슨 짓을 벌인 거야! 이건 계약 위반이야! 이게 무슨 마법이야! 이건 그냥 자연재해라고!’


아무튼 술자가 죽진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유현이 죽었으면 진작에 표상 마법이 풀렸을 터.

계약 위반 따위는 애시당초 저지르지 않았다.


‘하아아···. 내가 지금 뭘 한 거야···?! 이게 지금 맞는 거야···?’


돌팔이 영성술사 유현은 잠시 고민 중이었다.

본인과 웨폴리와의 합작으로 일으킨 사단이 영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솔직히 충격을 먹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늘상 궁금해하던 연합 사람들이 죽은 걸 봐버렸으니 말이다.

방금 막 계약을 체결한 민간 마법사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일 수밖에.


“이걸 어떡하면 좋을까나···.”

웨폴리는 패닉에 빠져버린 술사 유현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과거의 촐싹거림은 온데간데없이.

한 마리의 맹수만이 유현이라는 아이를 관조하고 있을 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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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불모지 위의 챔피언 24.09.12 12 0 14쪽
3 3화. 민간인, 마법 전장에 합류하라. 24.09.12 13 0 12쪽
2 2화. 물고양이와 유현 24.09.12 1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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