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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해은
작품등록일 :
2024.09.14 15:04
최근연재일 :
2024.09.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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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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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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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고백

DUMMY

한별과 수현이 숙소 앞 벤치에서 담소를 나눈다.


한별은 수현이 먼저 보자고 해서 때가 때인지라, 장소도 장소인지라, 그동안 받지 못했던 고백 같은 것을 상상하며 설레어 한다. 그러니 얼굴은 다소 상기되어 있었다.


“수현아, 무슨 일이야 네가 먼저 보자 고를 다하고.”

“....”

“편하게 말해.”

“한별아...”


고백하는 사람치곤 말도 그렇고 얼굴도 무거워 보이는데 한별은 눈치 못 채고 어린아이의 표정을 하고 있다.


‘어서 선물 주세요. 어제 안 준 선물 주세요.’

“얘기해.”

“내일이면 돌아가는데 올라가면 아버님, 어머님 찾아뵐게.”


한별은 별생각 없었다.


“누구? 누구? 아버님, 어머님?”


수현이 아무 말 없이 계속 응시하자


“나?”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찔러대면 한 번 더 확인한다.


“울, 엄마 아빠?”

“어.”


수현이 힘없이 대답했다. 무슨 영문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뭐, 엄마야 수현이랑 워낙 친하게 지내니 수학여행 갔다 왔다고 찾아뵐 수도 있겠지만 아빠는? 아빠랑 수현이랑 본지도 꽤 됐는데 그래서 인사차? 근데 왜 이때지? 명절이면 모를까? 게다가 두 분을 다, 한꺼번에? 한별은 수현을 빤히 쳐다본다.


“무슨 일로? 어? 무슨 일로?”


수현은 차분했지만 암울해 했다. 그러니 낮은 목소리로


“무슨 일은, 나 구하려다 네가 이렇게 다쳤는데 찾아뵙고 용서 구해야지.”

“지금 무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생각도 못 한 소리에 눈은 부엉이가 되고 말까지 어버버한다.


“요요, 용서라니, 그게 용서받아야 하는 일이야? 그냥 고마워하면 그만인 일이야. 절대 네가 용서를 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봐 나는 남자야. 반 친구가 위기에 처했는데 그럼 안 도와줘? 그것도 여자를? 엄마는 잘했다고 하실 걸.”

“도와줘서 감사해하는 건 당연한 거야. 도와주다가 나 때문에 다친 게 문제인 거지. 과연 어떤 부모가 자기 자식이 남 때문에 다쳤는데 잘했다고 하실까? 그리고 내가 그냥 반 친구야?”


수현은 차분하게 사실관계만 나열하는 반면에 한별은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을 막고자 이성적이 아닌 본능적으로 흥분한다.


“그런 뜻이 아닌 거 알잖아. 당연히 내가 도와야 하는 상황이었고 안 나섰으면 정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상황이었잖아. 안 나설 수가 없었다고.”

“아니, 어떤 일이 벌어졌어. 네 손을 봐. 나 때문이라고.’

“아니야, 아무 일도 아냐. 그깟 손 한 짝이 너보다 중요해?


그깟 손 한 짝이라는 말이 수현의 가슴을 울려 뭉클하게 만든다.


‘한별아....’


한별의 마음이 자신에게 전달되는 것 같아 심장이 따뜻하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 차갑다.


“그럼, 그때 내가 아니었어도 과연 네가 그렇게까지 했을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야. 그리고 너희 부모님은 그깟 손 한 짝이라고 생각 하실까?”


순간 한별의 숨이 턱 막힌다.


“아니... 그건.”

“거봐, 나이니까 그렇게까지 한 거잖아. 몸을 던져서... 그래도 다행히 그만하게 마무리돼서 이렇게 앉아서 얘기할 수 있었던 거지. 돌이켜보면 정말 큰일 날뻔했어.”


수현은 그 일을 머릿속에 다시 상기시키며 아직 죄책감에 시달리는 듯했다.


“수현아, 잊어버려! 이렇게 우리 둘이 아무렇지 않게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정말 나 아무렇지 않다고.”

“아무렇지 않지 않대도, 네 손은 다쳐서 이렇게 붕대에 싸여 있고 너는 아픈데도 나 걱정할까 봐 아프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하는 거 나 알아. 그래서 더 미안해. 그냥 아프면, 많이 아프다고 하면 좋으련만....”


수현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한별이 말로는 계속 하나도 안 아프다고 했지만, 통증 때문에 순간순간 찡그리는 표정은 본능적으로 감출 수가 없었다.


자신은 자기 얼굴을 볼 수 없으니 몰랐지만, 한별을 계속 주시하고 있는 수현의 눈에는 가시처럼 들어와 마치 자신이 아픈 것처럼 쿡쿡 찔려 아려왔다.


그래서 괴로웠다. 그래서 죄책감에 시달렸다. 정작 자신의 감정을 타인이 모르게 숨겼던 것은 수현이었다. 자신 때문에 한별의 수학여행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수현아, 알고 있었구나! 아파하는걸....’

“너와 나는 18년을 같이 커왔어. 그러니 아버님과 어머님께서 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어떻게 키워 왔는지 뻔히 아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 나 때문에, 나 때문에.... 귀한 자식이 다쳤는데.”

“....”

“나 때문에 다친 걸 모른척하고 숨긴다는 건 그동안 날 친자식처럼 예뻐해 주셨던 어머님께도 도리가 아니라 생각해.”


한별은 아니라고, 네가 잘못 생각하는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수현이 뼈 때리는 사실을 차분하고 올곧게 말하고 있었기에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러니 수현의 의지를 꺾을 방법이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생떼라고 욕해도 좋다. 꺾을 수만 있다면, 막을 수만 있다면. 그냥 무조건 이번 일로 수현이 죄인처럼 자기 부모 앞에서 추궁당하는 상황은 절대 만들고 싶지 않은 한별이었다.


어떤 방법이든 무슨 희생을 치르던 회피하고 싶었다. 여기서 물러서면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상황을 목도할 수밖에 없기에,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다시 설득에 나선다.


“알았어. 너 말뜻은 알았다고. 그럼 너는 나서지 말고 내가 알아서 잘 말씀드릴게. 그러면 되는 거지? 그러니 너는 나서지 마.”


한별이 어떻게 얘기할지 뻔히 보이는데 그걸 수현이 모르겠나. 그러니 수긍할 수 없다.


“네가 설명하면 나 구하려다 그렇게 됐다고 얘기 안 할거잖아.”


순간 한별이 소리친다.


“나한테 맡겨달라니깐!”


그리곤 간절히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 아빠가 너 미워하는 거 싫고 내 눈앞에서 네가 굴욕당하는 거는 정말 보기 싫다고. 내가 싫어하는 걸 보여주겠다는 게 너의 의도야? 너의 마음이냐고. 다친 당사자인 내가 싫다잖아. 내 아빤데 내가 그 성격을 모르겠어? 울 아빠, 성격 너도 알잖아. 어떤 수모를 당할지 모른다고.”

“....”

“무슨 험한 꼴을 당하려고 그래. 그러니 나한테 맡겨줘. 수현아, 제발 만일 그런 모습을 보게 된다면 나 엄청 힘들 거야 그러니 부탁할게.”

“한별아....”

“널 위해서가 아니라 날 위해서, 날 위해서 그렇게 해줘 어?”

“....”


한별은 호소하고 있었다. 수현의 결심을 어떻게든 꺾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 그리고 아, 너는 아저씨는 생각 안 해?”

“울 아빠? 아빠가 왜?”


구구절절하게 애원하는 한별에게 흔들리고 있던 수현이 갑자기 자기의 아빠를 끌어드리자, 당황한다.


“잊었어? 아저씨. 아빠 회사 다니시잖아. 네가 말하면 울 아빠가 직장 대표인데 얼마나 입장 곤란하고 불편하시겠어.”

“아... 빠.”

“영향이 없을 거라 생각해? 우리 아빠 성격에 몇 달은 시달리고 들들 볶을 텐데. 좌불안석일 텐데. 그래도, 그래도 상관없어? 너는.”

“그그.... 그래도....”

‘아저씨 죄송합니다. 수현이를 위한 거니 이해해 주실 거라 믿어요.’


한별이 정곡을 찔렀다. 수현의 약점 아빠. 수현이 아저씨를 얼마나 끔찍이 생각하는지 알기에 아저씨에게는 죄송스럽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오직 수현의 의지만 꺾어야 한다는 목표뿐.


예상대로 수현의 눈빛은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자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 생각한 한별은 지금의 문제를 종결시키고자 더 밀어붙인다.


“아저씨가 뭔 죄야 그래도 괜찮아? 괜히 아무 일도 아닌 일을 키워서 부모님들의 근심거리를 만들 필요가 없잖아. 옛말에도 있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고. 상처는 지나면 아물어서 없어질 거고 그러니 내가 정말 알아서 할게. 나 못 믿어?”


수현은 아빠가 언급된 이후부터 결심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불쌍한 우리 아빠, 평생을 나 때문에 고생만 하는 우리 아빠....’

“믿지.... 하지만.”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하자. 나한테 맡기는 걸로 알았지? 그렇게 하는 거다 어? 끝. 디앤.”


한별은 제대로 된 수현의 답변이 없었음에도 서둘러 자신이 결정짓고는 황급히 말의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린다.


“네가 그래서 오후 내내 얼굴빛이 어두웠구나. 하~ 고, 내가 또 그러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수현아, 좀 있다 5시에 정문 앞으로 나와.”

“....”


아직 좀 전 얘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듯 말이 없었다. 그러니 더 적극적으로 말의 주제를 돌린다.


“6시에 밥 먹지 말고 5시에 나오라고. 꼭, 꼭 같이 갈 데가 있어.”

“.... 어딜 가려고?”


드디어 반응이 있다. 성공!


“너랑 둘만 가려고 검색해 둔 곳이 있어. 7시까지는 자유시간이잖아. 그러니 꼭 나와야 돼. ”

“....”


또 말이 없다. 수현은 심란하여 망설이고 있었다.


“아~ 앙 앙앙, 가자, 내가 정말 힘들게 찾아낸 곳이란 말이야. 너랑 둘만 가려고 추리고 추려서 어렵게 결정한 곳이라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수학여행 마지막 밤이잖아.”

“....”

“어~ 엉 나 다쳤는데 내 부탁 하나 못 들어줘? 너무행.”

“..... 아.... 알았어.”


어렵게 대답을 얻어내자, 한별은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놀이공원 승낙을 얻어냈을 때처럼 총총 뛰어다니며 좋아한다.


“오케이이~ 그럼 5시, 5시야 늦지 마 알았지? 늦거나 안 나오면 내가 들어가서 안고 나올 거야. 창피해하든 말던.”

“푸흐, 알았어.”


그제야 수현도 엄마의 미소를 지어준다.


30분 전부터 나와 서성인다. 한별은 몇 번의 시간을 확인하며 30분의 시간이 3시간처럼 느껴진다. 이건 초조함이라기보다는 소풍 가기 전의 즐거움, 설레임, 수현이 보이자 마치 결혼식장의 신랑이 신부를 맞이하는 듯하다.


맞다 신부였다. 가까워져 눈에 들어온 수현은 눈부셨다. 나름 화장까지 게다가 처음 보는 원피스 패션까지, 꾸미지 않아도 이쁜데 환장하겠다. 이뻐서.


자신도 한별의 붙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던지


“왜, 왜 그래, 빤히 쳐다보고, 너무 대 놓고 쳐다보는 거 아냐.”

“화.... 나, 나 청혼할 뻔 너무 이뻐서.”

“크윽, 장난 그만해, 그만하고 가자.”

“어어, 딱 맞게 나왔네. 저기 택시 온다. 내가 불러 놨거든.”

“택시까지 타고? 자유시간 2시간뿐이야.”

“알지. 오늘 그 2시간 나에게 줘.”


수현은 한별의 말에 해사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여기여, 여기여!”


둘은 택시에 오른다. 택시는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뒤로 하곤 달린다. 한 15분 남짓 지나자, 해안가가 눈에 띈다.


해안가 도로를 5분 정도 더 달리니 바닷가 바로 앞. 한 눈에도 전체가 푸른색으로 색칠된 고급진 카페가 눈에 들어왔고 한별이 고심한 곳에서 둘은 내린다.


푸른색이다 보니 카페인지 바다 물속인지 혼동될 정도로 아름다웠다. 카페는 현무암이 바다를 막고 있고 바로 그 위에 자리 잡고 있어 연이은 바도 소리가 선명해 실제 파도가 귀 안에 들어와 있는 듯 명징했다.


아직 해지기 전의 파도라 파란 물결이 선명하고 수평선이 보이는 풍경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상쾌함을 느낀다. 게다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코를 파고들어 와 허파까지 개운하게 해준다.


수현은 경치에 흠뻑 젖어 잠깐이나마 근심은 잊어버린다.


“카페 너무 이쁘다.”

“어때 괜찮지? 내가 얼마나 고민, 고민해서 고른지 몰라. 어서 들어가자.”


한별은 미소가 떠나지 않는 수현의 얼굴에서 뿌듯함으로 아침 숙소에서부터 버스 안에서까지 내내 핸드폰을 집중해서 봐 눈알이 빠질 것 같은 고통은 모두 잊어버린다.


둘은 밖이 이렇게 이쁘니 안은 어떻겠나, 한껏 기대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화~ 아!”


수현의 의도치 않은 감탄사, 처음 보는 화려한 실내, 태어나 이런 곳은 처음 접해 보니. 그런데 그 놀람도 잠시뿐, 기대와는 달리 이미 카페 안은 손님들로 꽉 차 빈자리가 없었다.


수현의 눈이 카페 실내를 쭉 훑다가 실망의 눈으로 바뀐다.


“자리가 없는 것 같은데....”


수현의 실망 눈빛과는 달리 한별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들떠 있다.


“걱정 마.”

‘나, 최 한별이야.’


한별은 당당히 카운터 앞으로 걸어 나간다.


“저, 오전에 예약했는데요.”

“아, 네 성함이?”

“최 한별, 최 한 별입니다.”

“네, 최 한별 고객님 확인해 드릴게요.”


직원은 잠시 모니터를 확인하더니


“네, 최 한별, 고객님 확인되셨습니다. 자리로 모실게요.”


고급져서 그런지 직원은 미소를 잃지 않으며 상냥했다. 직원의 안내로 간 자리는 통창으로 바닷가 뷰가 한눈에 보이는 메인 자리.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 비싸지 않아?”


말은 부담스러운 듯 내뱉고 있었지만 얼굴은 아름다운 뷰에 매혹되어 웃음이 입가에서 가시질 않는다. 그런 수현을 보고 있으니, 자신도 마냥 즐겁다.


“뭘, 이 정도 가지고. 매일 있는 기회도 아닌데.”

“고마워.”


수현이 마음에 들어 하니 너무 흡족하다. 뭐 적지 않은 돈 들어갈 듯하지만 수현과의 데이트에 이 정도는 뭐 아무튼 분위기 너무 좋다, 카페 분위기도 수현하고도.


모든 게 너무 좋은 완벽한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이다.


한별은 수현과 함께한 시간 동안 이렇다 할 데이트라는 걸 해본 적이 없다. 수현이 잠꾸러기라 휴일과 공휴일에는 자느라 움직이지 않으려 하니 장장 18년이란 시간 동안 단둘이 여행을 다녀 본적도 놀러 다닌 적도 없다. 그 흔한 영화 구경도 쉽지 않았다. 같이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한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1학년 때 소풍으로 놀이공원에는 가보기는 했지만 그건 다 공식적인 학교 행사 아닌가. 그동안 사적으로 둘만의 여행을 얼마나 꿈꿔왔는지 모른다.


이번 수학여행이 단둘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 이 시간만큼은 둘이 아닌가. 그러니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흥분된다. 지금의 1분 1초를 헛되이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수현이가 이렇게 좋아한 적이 있나? 택시에 내릴 때부터 수현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미소, 주위를 돌아보며 좋아하는 표정을 얼굴에서 감추질 못하니 한별의 기쁨은 두 배다.


직원이 건넨 메뉴판을 보며 메뉴를 고르던 중 카운터 쪽이 시끄러워 자연스럽게 한별의 눈이 그쪽으로 향한다.


“고객님, 만석입니다. 나가서 순서를 기다려 주세요.”

“그러지 말고 자리 하나만 만들어 주세요.”

“죄송합니다. 자리가 없으니, 밖에서 대기 순서를 기다려 주세요.”

“2시간을 넘게 어떻게 기다리겠습니까? 제가 여행와서 내일은 돌아가요. 그러니 오늘뿐이 시간이 없어서 그래요.”


그 남자는 자리가 없자 직원에게 매달리며 애걸복걸하고 있었다.


“제발, 제~ 발 응? 누나. 김태희보다 이쁜 누나.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딱 한 번만, 따~ 악 한 번만.”


두 손을 모아 검지를 들어 보이며 너무나 간절한 눈빛을 발산하고 있으니, 인간적으로 직원도 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보는 눈들이 매섭다.


이렇게 대 놓고 떠들었으니, 중간에 끼워준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혹시라도 해줄 수 있는 1%의 가능성도 스스로 잘라 먹은 격이었다.


없는 자리를 만들어서 줄 재량도 없고 그렇다고 앉아 있는 손님 끌어내고 자리를 만들어 줄 수는 더더욱 없지 않은가?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도 해드리고 싶지만 보시다시피 만석에, 밖에 먼저 오셔서 대기하는 분들만 15팀이 대기 중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 실랑이 때문에 카운터가 시끄러웠고 그 소란 때문에 한별이 자연스럽게 뭔 일인가? 하고 쳐다보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 손님은 혹시나 빈자리가 아니면 여유 공간에 테이블 만들어서 자리를 해주면 어떠냐고 제안하려 실내를 쭉 둘러보는데 한별과 눈이 딱 마주친다.


순간 한별은 범죄자가 경찰이라도 본 마냥 갑자기 메뉴판으로 얼굴을 급히 가린다. 수현도 하도 시끄러워 무의식적으로 뒤를 보려고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얼굴 돌리지 마! 가만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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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수를 사랑하옵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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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 NEW 8시간 전 3 0 16쪽
15 너가 설레이면 나도 설레어여 하는 거야 NEW 14시간 전 3 0 13쪽
14 남자들은 다 똑같다 NEW 20시간 전 6 0 12쪽
13 둘만의 몽상 24.09.19 9 0 11쪽
12 첫 키스 24.09.18 9 0 11쪽
11 뽀족한 수 24.09.18 12 0 12쪽
10 내시 24.09.18 13 0 17쪽
9 발차기 24.09.17 13 0 11쪽
8 윙크 24.09.17 12 0 16쪽
7 개만도 못한 인간 24.09.17 12 0 14쪽
6 병날 24.09.16 14 0 12쪽
5 너랑 하고 싶어 24.09.16 16 0 14쪽
4 클럽 24.09.16 17 0 10쪽
3 환상의 콤비 24.09.15 14 0 13쪽
2 ‘ㅈ됐다!!’ 24.09.15 17 0 13쪽
1 수학여행 24.09.15 28 0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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