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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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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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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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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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훔쳤다(19)

DUMMY

아지트로 돌아가기 위해 로뎅백화점 앞을 걷는다.

밤의 아성을 표현하듯 거리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길거리 음식을 팔기 위한 가판대가 줄을 이루고 있다.

비교적 쌀쌀한 날씨 때문에 어묵과 떡볶이를 파는 곳에 사람이 유난히도 많다.

잠깐서서 그 광경을 바라본다.

음식이 맛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걸 먹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부럽다고 느낀다.

세상을 몰랐던 고등학교 시절엔 나도 저렇게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았던 적이 있다.

그땐 무얼 먹어도 맛있다고 느꼈다.

그때가 그리운 것인가?

'훗. 웃기는 군.'

이제와서 그런건 나에게 사치다.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눈앞에 보이는 가로수 길을 지나 커브를 돌면 곧장 아지트로 들어가는 철문이 보일 것이다.

행여라도, 빌어먹을 감성이라는 것에 젖을 것 같아 발걸음을 빨리한다.

‘응?’

등 뒤에서 서늘함을 가져오는 미행을 느끼며 옮기던 발걸음을 멈췄다.

조금 전, 웃으면서 어묵을 먹던 사내 두 명이 나를 따라붙은 것이다.

예정에 없는 일이 발생했다.

그간 나의 행동방향이 틀려졌다 해도 지금처럼 급변하는 미래는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그대로 아지트를 지나, 인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놀이터가 있고 지금처럼 야심한 밤이면 배회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휙.

가로등이 없는 곳을 지날 때 쯤, 어둠을 틈타고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어슬렁거리며 따라오던 놈들이 부리나케 뛰어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헉헉. 젠장. 어디로 사라진 거야?”

“샹.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보였다고.”

“과장님. 어떻게 하죠? 지시 사항을 위반하게 생겼는데요?”

“별 것도 없어 보이는 놈을, 근거지 확보하고 돌아오라는 지시가 가당키나 하는 소린가? 나 참. 우리가 놀고먹는 사람도 아니고 말이지.”

“그러게 말입니다. 이렇게 몸이 힘들어서야... 우리도 늙으면 원장님처럼 갱생을 받을 수나 있겠어요?”

“샹. 당연하지. 좋은 것은 나눠서 하는 거라고.”

“하하. 역시 내가 줄 하나는 잘 탔다니까! 그나저나 이 새끼를 어떻게 찾지? 설마 어묵 먹고 있을 때 우리쪽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눈치를 채고 일부러 그러고 있었던 것 아닐까요?”

"미친... 임마, 그 것이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눈빛이지 자기를 미행하는 사람을 바라보던 눈빛이든?"

"하기야......"

두 사내 중,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사내가 다부진 체격의 사내에게 과장이라 부르며 투덜거린다.

말하는 투와, 움직임 하나하나가 디테일한 것으로 보아, 일반 직장인이 상급자를 부르는 호칭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이 되었건 지금의 나의 상대가 될 수는 없다.

갱생수술을 입에 담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살 가치가 없는 부류.

‘그렇다면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나서려던 찰나...

‘이런......’

한 놈이 더 있다.

모습을 드러내는 마지막 한 놈은 기도 자체가 다른 두 놈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놈이었다.

움직이려던 동작을 멈추고 몸을 더욱 깊숙이 숨겼다.

“하아, 놀라운 새끼들. 견장 띠어라. 어린놈하나 추적하는데 그것도 제대로 못하는 놈들이 무슨 나랏밥을 먹는 다는 거냐?”

“언제 오셨습니까? 팀장님?”

“니들, 오뎅 처먹고 있을 때.”

“아무리 회사 지시사항이라 해도 이건 원장님 개인적인 일 아닙니까? 어진캐피탈의 그... 누구죠?”

호리호리한 사내가 말을 하다 말고 과장에게 묻는다.

“한광수 임마,”

“맞어. 우리가 무슨 한광수 대표이산가 그 새끼 따까리도 아니고. 시팔 자존심 상해서......”

원장이라 함은 국정원장을 뜻하는 것일 것이고, 한광수 대표이사가 같이 거론 되는 거라면, 갱생수술을 맡겨 놓고 나의 근거지를 파악한 다음에, 여차하면 제거하겠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리라.

“시끄러 썅. 까라면 까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개선공단으로 파견가고 싶냐?”

“하하, 그건 팀장님이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새끼가 까고 있네. 웃음이 나오나?”

나의 눈이 ‘부릅’뜨인다.

‘팀장? 새끼가 까고 있네. 웃음이 나오나......라고?’

내가 죽던 그날 밤.

잠잠하던 하늘이 폭우를 쏟아내며 울부짖던 바로 그날 밤.

폴딩나이프가 나의 가슴을 가르며 심장을 헤집던 그날... 밤.

칼날 같은 눈과 두툼한 입술, 그리고 역도 선수처럼 굵은 목.

각인되어 있는 사내의 이목구비가 파노라마처럼 기억을 헤집는다.

놈의 말투를 듣는 순간 얼굴을 확인했고, 얼굴을 확인한 순간 나는 이성의 끈을 놓아 버렸다.

타타타탁. 타앗.

“크아아앗.”

하늘로 솟구쳐 오른 나의 몸이 허공에서 급속히 회전하며 하늘로 치켜든 오른 발이 공간을 찢어버릴 듯 떨어져 내린다.

콰앙.

콰작.

“크헉.”

굉음과 함께, 놈이 막아 올린 오른 팔 뼈의 으스러지는 소리가, 적막하던 놀이터를 울린 것은 동시에 일어난 일이다.

“이, 이런 미친 새끼가......”

놈의 팔이 기형적으로 꺾여 덜렁거린다.

“크아아.”

퍼퍼퍼퍼퍽.

사방을 점하며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나의 공격에, 놈의 전신이 폭풍우에 나부끼는 갈대처럼 흔들린다.

“그, 그마아안. 푸웁.”

놈의 입에서 피분수가 품어져 나오고 그와 동시에 나의 옆구리가 화끈거린다.

“컥.”

나도 모르게 짧은 비명을 토한다.

불같이 뜨거운 느낌에 옆구리를 쳐다보니 호리호리한 사내가 내지른 칼날이 파고들고 있다.

그 칼날이 폴딩나이프라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주체할 수 없는 증오가 피어오른다.

국정원장의 사조직들은 모두 같은 종류의 칼을 증표로 가지고 다니는 것인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끝났다는 안도감에 그러는 것인지 미소와 함께 눈이 반달 모양이다.

“그 손... 가져가마.”

“뭐라......?”

칼날과 함께 놈의 손을 움켜쥐었다.

파지직.

나의 손에 스파크가 인다.

“크아앗.”

집중하며 기운을 끌어올리자, 스파크의 강열함이 손목까지 타고 오르며 더 없이 강열해 진다.

그리고는 이내, 수십 가닥으로 나뉘며 굵기를 더한다.

파지지지직.

우지직. 뿌악.

“으아아악. 내손. 내소오온.”

놈의 손을 비틀며 급속히 잡아 채버리자, 그의 팔목 언저리까지 뽑혀 나와 버린다.

휘익.

뽑혀 나온 손에 폴딩나이프가 들려있는 것을 확인하곤 옆으로 던져 버렸다.

"꾸웨엑."

한웅큼의 피를 토해내고 있는 팀장을 바라보았다.

나의 입에서 분노한 괴물의 쉰 소리가 비집고 흘러나온다.

“크릉. 내 놈이 딛고 선 그 땅이 바로 지옥이다. 죽여 버리겠다. 사지를 찢어버리겠다.”

“꼬, 꼼짝마랏. 움직이면 쏴버리겠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과장이라 불리던 놈이 소음기 달린 권총을 빼들어 나를 겨누고 있었다.

“오늘 밤... 살기를 바라지 마라. 죽어서 가는 곳이 천국이라는 개 같은 상상도 하지마라. 지옥으로 먼저 가 있어라. 내가 다시 네 놈들을 찾아 갈 때까지.”

“미, 미친 새끼.”

푸슉. 푸슉. 푸슉.

놈이 나를 향해 소음 총을 쏘아댄다.

어깨에 하나.

다리를 스쳐지나 가는 탄알 하 나.

쏘아진 마지막 한 발은 손을 들어 막았다.

파지직.

탄알로 인해 구멍나버린 손이, 스파크가 일어나며 아물어가는 것이 보인다.

사사삭

푸욱.

“......? 쿠악.”

몸을 숙이고, 튕겨지듯 다가가며 쏘아진 나의 손이, 놈의 가슴을 꿰뚫고 들어간다.

쑤욱.

뽑혀나온 심장이 나의 손에 들려 펄떡거린다.

콰작.

움켜쥐며 터트려 버렸다.

스르륵... 쿠웅.

가슴에 구멍이 뚫려버린 놈의 육신이 무너져 내린다.

뚜벅뚜벅.

나는 발길을 돌려, 사라져 버린 자신의 팔목을 붙들며 사지를 떨고 있는 과장이라는 놈에게 다가갔다.

“아, 안돼.”

파지직.

쑤욱.

푸악.

몸을 비집고 들어간 나의 손이 그의 심장을 터트려버리고 빠져 나온다.

뚝... 뚝... 뚝...

붉은 선혈이 손가락 끝으로 몰리며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린다.

부들부들... 딱딱딱...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팀장이라는 놈이 두려움에 이를 부딪치며 바지에 오줌을 지린다.

쩌어억.

턱에서 부터 긁어올려 얼굴에 씌워져 있던 인피를 벗겨냈다.

"보이는가? 죽어서도 잊지마라."

“흐헉. 으허헝.”

급기야, 극심한 공포로 인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다.

“그렇게는 안 되지.”

팀장에게 다가간 나는 그의 뺨을 좌우로 갈겼다.

쫘악. 쫘악. 쫘악.

“큭큭큭.”

놈이 흰자위를 드러내며 실성한 듯 웃는다.

“안 돼. 네 놈은 그렇게 죽어서는 안 돼.”

목을 움켜쥐며 절규했다.

파지지지직.

“......?”

놈의 목에서부터 흘러나온 기운이 스파크를 타고 유입되는 것이 느껴진다.

그 기운은 수 천 마리의 개미가 할퀴고 지나가듯 타고 들어와 나의 목에 안착한다.

우직.

놈의 목을 기억자로 꺾어 버렸다.

“크흐흐흑.”

목소리는 분명 울고 있지만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히든피스인 눈물을 잃어버린 대신에 그토록 증오하던 한 짐승의 목소리를 얻었다.


손이 피로 물든 오늘 밤.

나를 괴롭히던 악몽하나가 세상에서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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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신의 손을 훔쳤다(30) +6 16.05.03 813 14 9쪽
29 신의 손을 훔쳤다(29) +8 16.05.02 819 13 8쪽
28 신의 손을 훔쳤다(28) +5 16.05.01 835 17 11쪽
27 신의 손을 훔쳤다(27) +3 16.04.30 752 19 14쪽
26 신의 손을 훔쳤다(26) +4 16.04.29 945 23 11쪽
25 신의 손을 훔쳤다(25) +6 16.04.28 812 23 10쪽
24 신의 손을 훔쳤다(24) +5 16.04.27 903 22 10쪽
23 신의 손을 훔쳤다(23) +3 16.04.26 792 22 9쪽
22 신의 손을 훔쳤다(22) +5 16.04.25 834 24 14쪽
21 신의 손을 훔쳤다(21) +9 16.04.23 841 25 7쪽
20 신의 손을 훔쳤다(20) +6 16.04.22 864 23 11쪽
» 신의 손을 훔쳤다(19) +10 16.04.21 844 28 10쪽
18 신의 손을 훔쳤다(18) +10 16.04.20 892 29 8쪽
17 신의 손을 훔쳤다(17) +4 16.04.19 1,123 32 9쪽
16 신의 손을 훔쳤다(16) +4 16.04.18 1,011 30 9쪽
15 신의 손을 훔쳤다(15) +9 16.04.15 1,052 3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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