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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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최근연재일 :
20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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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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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훔쳤다(31)

DUMMY

횡단보도 앞에서 건너편 로뎅백화점을 바라본다.

쇼윈도에서 흘러나오는 불빛과 주변의 네온사인으로 인해 거리가 다소 붉게 보인다.

그 붉음은 그 안에서 밤을 즐기는 사람들 때문에, 게스트하우스가 피로 물든 붉음과는 너무도 대조적이게 느껴진다.

띠디디디.

신호음이 울리고 나란히 서서 대기하던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넌다.

전화통화를 하면서 걷는 여자, 동료들끼리 술 취한 목소리로 수다를 떨며 건너는 남·여, 슬리퍼를 끌고 동네 편의점에 담배 한 갑 사러 나온 것처럼 보이는 백수.

밤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오늘따라 유독 그들의 미세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찬다.

나의 육체에 내포된 감각 하나하나가 의지가 있는 것처럼 날이 서고, 그 감각들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느끼며 위험하다고 속삭인다.

‘......?’

역시.

가로수 길을 지나 아지트가 있는 건물의 모서리를 지나려다 걸음을 멈췄다.

스윽.

외벽에 몸을 밀착시켰다.

아지트로 통하는 입구 인근에 검정 스타렉스 두 대와 그 앞으로 경찰차 세 대가 줄지어 서있다.

검정 스타렉스는 나에게 죽음을 당한 국정원 직원들을 찾으러 나온 자들일 것이고 정복을 입은 경찰들은 인근 파출소 직원들일 것이다.

정장 차림의 남자 하나가 한쪽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 부산을 떨며 달려온다.

그의 나이는 아무리 높게 보아도 20대 중·후반처럼 보이는 것이 신입인 티가 난다.

신입 국정원 직원이 상관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를 한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공원으로 가보셔야겠는데요?”

“노 팀장의 마지막 동선 파악이 이곳에서 끝났는데. 공원?”

“동백나무 잎사귀 몇 개에 혈흔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게 혈흔인지 아닌지 자네가 어떻게 알아? 맛이라도 봤어? 그 잎사귀 채취 해가지고 여기 경찰한테 줘. 국과수에 넘기라고.”

상관의 말에, 이를 지켜보는 경찰의 얼굴이 귀찮은 티가 역력하다.

신입이 인상을 찡그린다.

“그게 아니구요. 비린 냄새가 확실하게 납니다.”

김무진과 정창이 낭자 된 피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으리라.

“으음...”

신입의 말에 상관은 침음성을 흘리며 골몰히 생각에 잠긴다. 그리곤 판단을 내린다.

혈흔을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공원으로 가지 않고 오히려 주변의 건물들을 훑어보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상당히 침착하고 신중한 놈이다.

아무리 신입이라 할지라도 국정원 직원인데 동백나무 잎사귀에 묻어 있는 것이 피 인지 아닌지 쯤은 확실히 구별했으리라.

그러한 점을 간파하고 불필요한 움직임을 선택하지 않는다.

대신 나에게 죽음을 당한 노 팀장이라는 놈의 마지막 동선 보고가 이루어진 저 자리에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보통은 넘는 수준이라는 것을 대변하는 행동이다.

당장 가서 폴딩나이프 소지 여부를 확인을 하고 싶다.

저 놈이 만약 그들의 라인에 있는 놈이라면 앞으로 많이 귀찮아 질 것이었다.

지금의 내 능력으로 저들을 처리하는데 오랜 시간은 필요치 않다. 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주변에 지켜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철렁... 철렁... 텅.

상관인 놈이 아지트가 있는 건물의 철문을 흔들어보다가 발로 한 번 건드리곤 경찰과 얘기를 나눈다.

잠시 후, 어디론가 전화통화를 시도한다.

‘아지트를 옮겨야겠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일이면 인근 건물을 탐색 수사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아지트가 들어나 버릴 공산이 크다.

오늘 밤 안으로 아지트 안에 있는 특수분장에 관한 모든 것을 치워버려야 할 터지만......

파지직.

순간적으로 손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놈들이 특수분장에 관한 것을 알아내버려도 상관없다.

얼굴과 인피와의 일체감을 더욱 증폭 시킬 수만 있다면 손으로 만져본들 진짜 얼굴인지, 가짜 얼굴을 착용한 것인지 진위 여부를 알 수 없을 테니까.

그것은 고로 내가 국정원을 침투했을 시, 특수분장을 한 나의 얼굴을 놈들에게 의심을 사서 만지게 되더라도 오히려 그것 때문에 그들은 나를 더욱 믿게 될 것이다.

놈들의 의심을 역으로 이용할 심산인 것이다.

“간만 인가?”

아지트에서 내일 병원에서 쓰일 인피 2장을 제작해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오늘 밤은 급한 대로 J대학 실습실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놈들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리는데...

“대성아.”

진소연이 앞에서 나를 부른다.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라 당혹스러워 변명의 기회를 놓쳤다.

어떻게 알아 낸 거지?

진소연의 눈이 나의 손에 들린 상자를 향하고 있다.

'그렇군.'

둘 사이에 잠시의 침묵이 흐른다.

지금 하고 있는 김 상무의 얼굴로 아니라고 말하면 그뿐인데 어쩐지 통할 것 같지 않다.

이유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표정에 ‘확신’이라 쓰여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았지?”

나의 질문에 대답대신 눈물을 보인다.

“그냥... 한 번쯤 만나고 싶다고 기도를 하니까 네가 있는 장소를 가르쳐 줬어."

“나는 말장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

“곽도산이군.”

“그는 잘못이 없어. 내가 경찰서 앞에서 전화를 걸어 그를 협박했거든. 닭곰탕집을 들먹이면서.”

“나를 만나려 한 이유는?”

추궁하듯 묻는 나의 질문에 진소연이 머뭇거린다.

“넌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꼭 이유가 있어야 만나니?”

“인피 속의 내 얼굴을 다시 보여줄까?”

“내가 대성이 너한테 화나게 한 거라도 있어? 난 그냥... 흑흑.”

“가라. 난 너에게 관심 없다.”

“거짓말 하지 마.”

“정말이다. 사람의 감정 따위는 나에게 사치니까.”

“그래? 정말로 그런지 볼까?”

눈물로 얼룩진 진소연의 표정이 비장함을 보인다.

“지금 저 곳에 있는 사람들 널 찾고 있는 거지?”

진소연이 핸드백에서 캡슐 곽을 꺼내든다.

“그건?”

놈들에게 가기위해 코너를 돌려한다.

콱.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

“저 사람들에게 이것을 보여 주면서, 내가 지금 이걸 들고 방송국이나 신문사로 가려 한다고 말하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커다란 눈이 반쯤 감기고, 말하는 입가에 힘을 주어 보조개가 파이는 것이 진심이다.

“죽는다.”

“관심 없다면서... 감정 따위는 사치라면서......”

그녀의 팔을 놓아 버렸다.

“난 진부한 소모전을 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어리광을 부리는 거라면 엄니국밥집으로 돌아가서 어머니한테 해라.”

나의 말에 진소연이 입을 앙다물며 눈물을 훔쳐낸다.

진소연은 유대성이 차갑게 나올수록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좋아. 지금은 저 사람들 때문에 대성이 네가 집으로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보여. 그럼 어디로 갈 작정이지?”

“학교로 갈 것이다. 실습실에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그래? 그럼. 어차피 내가 있어야 해. 야간 실습을 할 수 있도록 물품은 전부 과 동아리에 옮겨 뒀으니까.”

“......?”

“놀랄 필요 없어. 졸업반이잖아?! 물론 동아리방 키도 과대인 나한테 있고 말이야.”

찰랑 찰랑.

진소연이 확인이라도 하라는 듯, 키를 손에 들고 흔들어 댄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지금 여행중이라 늦었어요~ ^^;;

어젯밤에 가족이 잠든 틈을 타서 열라게 썼지용~ ㅋ

모두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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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신의 손을 훔쳤다(33) +4 16.05.09 843 12 7쪽
32 신의 손을 훔쳤다(32) +6 16.05.08 951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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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신의 손을 훔쳤다(30) +6 16.05.03 813 14 9쪽
29 신의 손을 훔쳤다(29) +8 16.05.02 818 13 8쪽
28 신의 손을 훔쳤다(28) +5 16.05.01 835 17 11쪽
27 신의 손을 훔쳤다(27) +3 16.04.30 750 19 14쪽
26 신의 손을 훔쳤다(26) +4 16.04.29 944 23 11쪽
25 신의 손을 훔쳤다(25) +6 16.04.28 811 23 10쪽
24 신의 손을 훔쳤다(24) +5 16.04.27 902 22 10쪽
23 신의 손을 훔쳤다(23) +3 16.04.26 792 22 9쪽
22 신의 손을 훔쳤다(22) +5 16.04.25 833 24 14쪽
21 신의 손을 훔쳤다(21) +9 16.04.23 840 25 7쪽
20 신의 손을 훔쳤다(20) +6 16.04.22 863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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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신의 손을 훔쳤다(18) +10 16.04.20 892 29 8쪽
17 신의 손을 훔쳤다(17) +4 16.04.19 1,121 32 9쪽
16 신의 손을 훔쳤다(16) +4 16.04.18 1,011 30 9쪽
15 신의 손을 훔쳤다(15) +9 16.04.15 1,051 3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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