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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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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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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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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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훔쳤다(20)

DUMMY

풍덩... 풍덩...

“하아, 니미럴. 우리가 왜 또 이걸 해야 함까?”

“안하면 죽으니까.”

“자다가 일어나서 꼭두새벽에 놀이터 바닥 피 닦느라고 팔이 빠지는 줄 알았씀다. 하아, 이거 진짜 넘한 거 아님까?”

“안하면 죽는다.”

“냅두고요. 그러려면 염산 값이랑 락스 값이라도 주던지. 다섯 박스면 돈이 얼만데.”

“어지간히 해라. 진짜 죽는다.”


인천 공해상에 떠있는 선상위에서 김무진이 시체가 들어있는 드럼통을 바다 속으로 던져 버리며 투덜거린다. 그 모습에 곽도산이 핀잔을 주며 인상을 긁고 있다.

정창이 하나 남은 드럼통을 발로 마저 밀어 넣으며 동조한다.

“힘 하나는 무쟈게 좋구만. 하마 너는 배우 지망생 한다고 깝치지 말고 그냥 유도나 하라니까?! 그나저나 앞으로도 이런 일 생기면 우리가 또 해야 합니까? 우리가 무슨 장의사 개업하는 것도 아니고......”

“시키는 대로 해. 죽기 싫으면.”

“유대성이 닮아 감까? 말 할 때마다 죽는다. 죽는다.... 가만 보면 도산이 형님도 똘기가 있씀다?”

“이 새끼들이 근데...... 니들은 두 당 오백씩. 돈이라도 받았지.”

곽도산의 역정에 김무진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히히. 나는 장만호 역할 하느라 고생했다고 백만 원 더 받았는데.”

“뭐라고?”

곽도산의 분노한 음성에 그의 뒤에서 김무진을 바라보던 정창이 무음으로 욕을 퍼붓는다.

“아침에 국밥은 니가 쏴. 새끼야.”

“으휴. 미련한 하마 새끼.”

정창의 푸념에 곽도산이 그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초딩. 너도 받았냐?”

“빨리 갑시다. 열라 배고프네.”

정창이 서두르며 뱃머리를 뭍을 향해 돌린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몰고 국밥집에 들어 선 셋은 국밥 세 그릇을 주문하며 원형 탁자에 둘러앉았다.

“할머니. 여기 국밥 주시면서 쐬주도 하나 추가요.”

“그래. 알았어. 조금 기다려 준비를 해야 하니까.”

“네에~”

정창과 김무진이 이구동성으로 힘차게 대답한다.

이른 시간이라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할머니가 옷매무새를 만지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정창이 조용한 목소리로 곽도산에게 묻는다.

“형님. 유대성이 무슨 초인 그런 거 같죠?”

“네가 그런 소리나 하니까 초딩이라고 그러는 거야. 쨔샤.”

“생각을 해 보세요. 카니발 조수석 뒤에 보셨잖아요. 어디 그게 인간의 주먹으로 가당키나 합니까? 어우, 끔찍한 새끼.”

“맞슴다. 저 그날 갈비뼈가 전부 다 어작 나는 줄 알았잖씀까!”

김무진이 대뜸 끼어들며 다소 흥분된 목소리를 낸다.

“허기야. 보통의 인간은 그럴 수 없지. 무진이 얼굴을 장만호 그 새끼 얼굴로 특수분장 할 때도 그렇고.”

“그렇죠? 거기에 다가 맨 손으로 가슴을 뚫어버리고, 심장 꺼내버리고, 목을 꺾어버리고......”

정창은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오는 할머니 때문에 말을 끊었다.

탁. 탁. 탁.

“속을 많이 넣었으니까 배부르게들 드세요.”

“......;;”

한동안 정적이 흐른다.

셋 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내장국밥을 앞에 두고도 숟가락을 들지 않는다.

“왜? 얼른 먹어.”

곽도산이 재촉한다.

“갑자기 입맛이 별로......”

“허허. 참 나. 하마 네가 입맛이 없을 때도 있냐? 그건 그렇다 치고. 초딩 너는 안 처먹고 뭐해?”

“그렇게 말하는 형님은 왜 안 먹습니까? 가슴에 구멍 뚫린 그 놈들 내장 생각에 그러십니까?”

“우웩.”

정창의 말에 참다못한 김무진이 속을 게워내 버린다.

청승을 떨고 있는 셋을 지금껏 지켜보던 국밥집 할머니가 국자를 들고 다가왔다.

“염병들 하고 자빠졌네. 안 처먹으려면 나가. 이 육실할 놈들아. 새벽부터 일어나서 첫 손님이라고 어제 잡은 돼지 배 갈라서 놔둔 놈으로 다가 내장이랑 간이랑 듬뿍 줬더니 뭐하는......?”

“우웩.”

“지랄을 해라. 지랄을...”

참다못한 곽도산이 할머니의 말에 속을 말끔히 비워냈다.


#

연이어 이틀을 내리 굶은 곽도산이, 퀭한 눈으로 오카미 마사토가 있는 남부지점을 찾은 것은 해가 저물어갈 무렵이다.

집무실 안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자는 마사토와 장 팀장이라 불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황만이 온다고 안온다고?”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금방 도착할 껍니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놈은 목을 따버려야 돼.”

곽도산은 지금 30분이 넘도록 마사토의 욕설을 참아가며 고역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지금 내 기분이 어떤 줄 알아? 황만 그 작자가 날 이렇게 뒤통수치면 곤란하지. 초기 자금으로 10억이 갔는데 손자를 한광수 대표한테 보냈다는 것은 날 물 먹이는 것 아니냐고? 당신 말대로 모든 것이 장만호 작품이라 하더라도 황만의 손자가 개입된 것은 맞잖아?”

“글쎄, 그게 아니라니까요. 그건......?”

딸깍.

끼이익.

“그게 불만인가?”

문을 열고 들어 선 나의 물음에 마사토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는 것이지 그가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개인적으로 투자해 버린 10억이라는 돈이 자신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마사토의 뒤에 서있는 사내가, 얼굴에 나있는 기다란 칼자국을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다가온다.

마사토의 제지가 있지 않으면 놈은 나의 목에 칼을 들이밀 것이다.

그건 내가 더 없이 바라는 바다.

“장 팀장.”

마사토가 장 팀장을 부르며 손가락을 ‘까딱’이자 그가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험험.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럼, 곽도산이 말대로 정말로 어르신께서는 손자를 한광수 대표이사에게 보낸 것이 아니란 말씀이시죠?”

“아니다.”

퍽.

“크윽.”

나의 부정하는 말에 마사토가 장 팀장이라 불리는 사내의 정강이를 앉아있는 채로 걷어 차버린다.

“아니라 시잖아 이 새끼야. 이번 달 채권추심 실적이 저조한 이유도 자네가 지금처럼 눈치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퍽퍽.

“크윽.”

마사토의 행태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격.

바로 너 같은 타입이 강자에게는 한 없이 작아지는 부류지.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어 공포심을 유도하고, 그 공포심을 이용해 대화를 자신 쪽으로 유리하게 몰기 위해서라면, 그는 분명 실수를 한 것이다.

“돌려.”

“네? 뭘......”

나는 눈으로 탁자위에 놓인 마사토의 스마트폰을 주시했다.

“누구한테 돌리란 말씀이신지......?”

“야마구치 본가로 전화를 돌리란 말일세.”

“네? 그, 그건... 왜?”

마사토의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린다.

그는 분명 복합 뉴타운 건설관련 투자 건을 야마구치 본가에 얘기할 때, 나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나의 지시가 무엇을 뜻하는 건지, 본인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아는 바다.

곽도산의 입을 통해 카지노 입점이라는 정보를 듣는 순간 개인적 투자금을 생각하며 뒤를 안배했을 공산이 클 것이었다.

개인 착복이라는 사실만으로 야마구치에서는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일.

“하하하. 어르신.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어디 우리가 그런 사입니까?”

밀어붙일 때는 쉴 틈을 줘서는 안 되는 법이다.

“도산아.”

“네. 네에?”

나의 부름에 곽도산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가자. 그리고 지금 당장 10억을 현찰로 찾아서 가져다 드려라.”

눈치 빠른 곽도산이 나의 말을 금방 알아먹고는 미소를 짓는다.

“지금 당장 오카이캐피탈에 전화 넣겠습니다.”

“어, 어르신.”

후다닥.

털썩.

부리나케 다려 온 오카미 마사토가 나의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마동준 자네. 나의 본업을 아는가?”

“네? 아,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날 시험하려 든다면 야마구치 늙은이의 손에 죽기 전에 자넬 수술대 위에 올려주지.”

넢죽.

오카미 마사토가 바닥에 엎드리며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지 못한다.

“善処を求めます(선처를 청합니다.)”

“내가 한국 땅에서는 한국말로 하라고 그러지 않았나?”

“아, 알겠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후속타가 준비되어 있다.

한 번에 한 가지만 얻어내면 손해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한 가지 더.”

나의 말에 고개를 든 마사토의 동공이 더 없이 흔들린다.

“마동준이 자네, 복합 뉴 타운 건설 건에 대해서 한광수 대표이사에게 양보 하는 거지?”

“무, 무슨... 가당치 않습니다. 그건 저와의 약속을 어르신께서 먼저 깨는 거 아닙니까?”

“자네가 나의 하나뿐인 손자를 죽여 버리라고 지시를 내렸다면서?”

“꿀꺽. 그... 그건... 장만호 그 새끼가 절 배신하는 통에... 우리 애들이 잘못 알아들은 것 같습니다. 제발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넢죽.

오카미 마사토가 다시 바닥에 엎드리며 울상을 짓는다.

“자네의 성의를 봐서 이번만은 눈감아 주도록 하지. 물론 야마구치의 늙은이한테도 말이야.”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쯤 되면 상황이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다.

나의 입을 통해서 투자금 입금에 관한 얘기를 꺼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똥줄이 타는 것은 내가 아니라 마사토 본인일 것이니.

“도산아. 가자. 배가 출출하다. 어디 국밥집 잘 아는 곳이 있나?”

‘구, 국밥? 니미럴... 젠장... 씨부랄...’

“무, 물론이죠.”

문을 열고 밖을 나서려는 순간 마사토가 황급히 다가온다.

“황만 어르신.”

“왜 그러신가?”

“필요하시다면 내일 당장 230억을 준비 시키겠습니다. 중부로 가신다는 말씀은 말아 주십시오.”

마사토의 전신이 잘게 떨리는 것으로 보아 절실함이 느껴진다.

“내가 언제 중부로 간다고 자네에게 확언을 하던가? 나는 그냥 자네에게 양보할 의양이 있는지 없는지를 물었을 뿐.”

“가, 감사합니다. 어르신.”


남부지점 정문을 나서며 뒤를 돌아다보았다.

돈을 받아낸다고 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그들의 악몽이 시작될 것이다.

‘많이 바빠질 것이다. 오카미 마사토. 그리고 절대 한중파 고진호나 한광수의 손에 죽지마라. 너희들의 숨통을 끊을 자는 나 밖에 없다.’

생각하는 사이, 앞에서 곽도산이 자꾸 뒤를 돌아본다.

“왜? 할 말이라도 있나?”

“저, 정말 국밥 먹을 건가?”

“정창이 그러더군. 당신도 내장국밥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말이야.”

“아, 니미럴. 빌어먹을 초딩 새끼. 우욱.”

“배탈인가? 음식은 적당히 먹는 것이다. 그나저나 황만의 국내 본거지를 알아보라는 것은 어떻게 됐지?”

“조금만 기다리라고. 경기도 광명 인근이라는 것은 알아냈으니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거야.”

“광명?”

“응. 서울지청에 지인이 있어서 들은 얘긴데, 요즘 들어 실종 사건이 부쩍 잦아 졌다는 군. 그래서 그쪽을 파봤지. 그랬더니 웃기는 게 하나 나오더군.”

곽도산의 얼굴이 더 없이 심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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