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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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최근연재일 :
20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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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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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훔쳤다(42)

DUMMY

“혼자서 어디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뒷걸음질로 창가에 몸을 기댄 리웡춘이 묻는다. 그의 얼굴이 긴장감과 기대감이 어우러져 묘한 표정이다.

“여기에서 죽을 네놈이 걱정할 일은 아니다.”

“과연 그럴까?”

놈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자신감을 보인다.

“대성섬유 유성철. 당신 아버지지? 넌 그의 아들인 유대성이고.”

“......?”

“크크. 맞나보네. 당신 아버지가 왜 죽었는지 아나?”

리웡춘의 입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나온다. 그리고 죽음에 얽힌 비밀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처럼 얘기를 한다.

혼란스럽다.

대체 왜? 그의 입에서 대성섬유와 아버지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인가? 그리고 나의 정체가 들어나는 것은 앞으로 몇 개월 후의 일일 것인데...

그것도 아닌가? 분명 나의 정체를 알아낸 국정원의 팀장은 내 손에 죽었다. 그럼......

“그나저나 황만이 선물 잘 받았다고 전해달래. 상자를 열어보더니 얼굴이 완전히 똥 씹은 표정으로 변하더군. 큭큭. 너한테 제대로 한방 먹은 거지. 나도 살모사가 사지가 뜯겨서 택배로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

입만 벙긋거리는 것이 보일 뿐, 놈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었던 것과 모르고 있었던 것의 경계가 어딘지 생각했다.

분명 아버지의 죽음은 김필중, 고진호, 한광수의 합작품이다.

개성공단에서 돌아와서도 줄곧, 대성섬유 본래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겠다고 고군분투한 아버지다.

아버지는 놈들에게 이용당하다가 모든 것을 잃고 어진캐피탈빌딩에서 떨어져 죽음을 당했다.

경찰에서는 자살이라고 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더군다나 김필중에게 황만은 갱생수술과 관련해서 정치적으로 사회 지도층을 구워삶기 위한 수단밖에 되지 않는다.

장기적출과 인육캡슐을 주 업으로 하는 황만과 섬유업을 하는 아버지가 따로 만날 일이 없었을 터였다.

이리저리 재 봐도 놈과 연관성이 없다.

생각하는 와중에도 놈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크크. 그 방식에 나도 조금은 놀랬지. 신선했어. 게스트하우스를 봤을 때는 가히 충격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그때 난 느낄 수 있었지. 이 일을 저지른 놈은 나와 함께해야 한다고 말이야.”

“왜지? 왜 네놈의 더러운 입에서 아버지가 거론되는 것이냐?”

“나의 조언은 듣지도 않는군. 얘기 한다면 감당할 수는 있고? 크크크. 허기야 감당할 수도 있겠군. 넌 나와 같은 부류 같으니.”

“헛소리 집어 치우고 빨리 말해. 크릉.”

떨림과 분노로 미쳐버릴 것 같아 소리를 지르며 콧잔등에 주름을 잡았다.

“대성섬유에서 생산되던 섬유는 수출이 전혀 없었다. 왜일까?”

“수출?”

리웡춘의 말이 맞다. 대성섬유에서 생산한 섬유는 단 한 점도 국외의 반출 없이 개성공단으로부터 전량 국내로 들어왔다.

EU시장과 미주시장을 비롯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치열한 수주 상담의 장을 열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성섬유는 수출에 주력하지 않았다. 아니,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그건 국내시장에서 전량 소모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건... 킥.”

나는 놈의 입을 주시했다.

“대성섬유에서 생산한 섬유에 코카인을 섞었기 때문이다. 그 회사의 소유주가 너의 아버지였고 말이다. 알지? 특급캡슐에 들어가는 주재료 중 하나라는 걸?! 크크. 너의 아버진 마약 밀수에 한 목 하는 인간이었단 얘기다. 크하하하.”

“그럴 리가 없어.”

“처음엔 돈맛을 보고 열성적으로 하더니 회사가 안정권에 들어서자마자 우릴 털어내려 하더군. 그래서 대성섬유를 빼앗고 죽인 거다. 결국엔 이 세상에서 마약 밀수꾼하나 죽은 것에 불과하지. 우리의 하수인인 김필중에게 이 나라를 맡긴다는 것에 동의를 하고 마약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했으니 공신인가?! 큭큭.”

“그 입을 찢어버리겠다.”

파지지직.

“너의 아버진 욕심 때문에 우리의 동료가 됐다. 그런데 그의 아들이 정의감에 불타서 우리를 죽인다? 유성철이 들여온 마약으로 몇 명의 죄 없는 목숨이 사라졌을 것 같아? 너의 아버지도 우리와 같은 살인자. 넌 대량 학살을 자행한 살인자다. 인간을 먹는 나와 다를 것이 뭐냐? 크하하하.”

놈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들에 나의 멘탈이 흔들리며 전신이 무너져 내린다.

어지럽다.

눈을 들어 앞을 주시하려 하지만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크윽."

속삭이는 주문과 같은 소리에 귀를 틀어막았다.

털썩.

“크흐흐흑.”

눈물을 흘리고 싶은데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우리가 이 세상에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고 지배하게 되는 것엔 변함없다. 그리고 그 일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건 유성철도 원하던 거였어.”

“크아아아.”

절망어린 비명과 함께 고개를 떨궜다.

도열해 있던 사내들의 눈이 붉게 물든다.

그 중 한 놈이 다가가 손을 갈고리처럼 치켜들자 손가락에서부터 기다랗게 손톱이 자라난다.

스걱

푸아악.

손톱이 궤적을 그리며 등을 긁어버리고 지나가자 피가 솟구친다. 그것을 신호탄으로 악마들이 몰려들며 손톱의 날을 세워 전신을 난자한다.

스걱... 스걱... 스걱...

허벅지가 깊게 파이며 허연 뼈가 모습을 드러낸다.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든다.

‘아버지가 그럴 리 없어. 절대 아니야.’

할퀴고 할퀴어서 전신에 성한 곳을 찾아보기 힘든 지경에 이르러서야 고개를 들었다.

“......? 울컥...”

입에서 핏덩이가 ‘뭉텅’ 쏟아져 나오지만 눈앞에 보이는 놈들의 모습에서 시선을 때지 않았다.

붉은 눈과 송곳처럼 돋아난 손톱, 아귀의 이빨 그리고 악마의 귀.

인간의 모습이 아니다.

“큭큭. 놀랐나? 우린 악으로 점철된 인간의 몸을 통해 강림했다. 우리의 왕이 오실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뚜벅뚜벅.

스윽.

놈이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민다.

“우리의 왕을 경배해라. 그러면 너에게 이 세상을 주마. 큭큭큭.”

나는 리웡춘의 눈을 주시했다.

“내가 되살아나게 된 이유에 대해서 궁금했었는데······.”

파지지직.

손에서 일어난 스파크가 전신을 치닫는다.

벌어져 뼈가 들어난 상처들이 아물고 흘러서 몸을 적셨던 피가 증발하며 얼굴의 혈색이 되돌아온다.

악마들을 도륙해버려야 한다는 본능이 인다.

리웡춘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몸을 뒤로 뺐다.

“우리와 함께하면 넌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 환락과 쾌락만을 보고 즐기며 살 수 있단 말이다.”

파앗.

쾅... 콰앙

리웡춘과의 부딪침에 폭탄이 터진 듯한 폭음 소리가 나며 그 주위로 태풍이 몰아친 듯 사물들이 깨져나간다.

우직.

“크악.”

리웡춘이 기괴하게 꺾이며 부러진 자신의 팔을 붙잡으며 천정에 달라붙는다.

크와아앙...

나의 급작스러운 선공에 정신을 놓고 있던 악마들이 리웡춘이 몸을 뺌과 동시에 일제히 달려들었다.

현존하지 말아야 할 것들...

푸아악.

쩌어억.

악마들의 팔다리를 뜯어내고 가슴을 뚫는다.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천상의 닥터의 머리가 모로 기울며 얼굴이 비틀린다.

절대적인 힘을 바라보는 그의 전신이 후들거린다.

딱딱딱딱....

그의 이 부딪치는 소리에 리웡춘이 고개를 돌렸다.

입술을 짓씹는 리웡춘이 순간, 천상의 닥터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빌어먹을...”

자신들의 왕이 강림할 육체가 죽어버리면 안 되는 일.

닥터의 뒷덜미를 잡아채며 유리창을 뚫고 몸을 날린다.

와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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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신의 손을 훔쳤다(39) +2 16.05.19 673 10 8쪽
39 신의 손을 훔쳤다(38) +2 16.05.18 651 10 8쪽
38 신의 손을 훔쳤다(37) +4 16.05.17 686 10 10쪽
37 신의 손을 훔쳤다(36) +6 16.05.13 630 10 10쪽
36 신의 손을 훔쳤다(35) +2 16.05.12 754 13 9쪽
35 (35)-수정 위에 있어요. 16.05.11 527 6 1쪽
34 신의 손을 훔쳤다(34) +2 16.05.10 697 11 8쪽
33 신의 손을 훔쳤다(33) +4 16.05.09 843 12 7쪽
32 신의 손을 훔쳤다(32) +6 16.05.08 951 12 8쪽
31 신의 손을 훔쳤다(31) +7 16.05.06 852 10 8쪽
30 신의 손을 훔쳤다(30) +6 16.05.03 813 14 9쪽
29 신의 손을 훔쳤다(29) +8 16.05.02 819 13 8쪽
28 신의 손을 훔쳤다(28) +5 16.05.01 835 17 11쪽
27 신의 손을 훔쳤다(27) +3 16.04.30 751 19 14쪽
26 신의 손을 훔쳤다(26) +4 16.04.29 945 23 11쪽
25 신의 손을 훔쳤다(25) +6 16.04.28 812 23 10쪽
24 신의 손을 훔쳤다(24) +5 16.04.27 902 22 10쪽
23 신의 손을 훔쳤다(23) +3 16.04.26 792 22 9쪽
22 신의 손을 훔쳤다(22) +5 16.04.25 834 24 14쪽
21 신의 손을 훔쳤다(21) +9 16.04.23 840 25 7쪽
20 신의 손을 훔쳤다(20) +6 16.04.22 863 23 11쪽
19 신의 손을 훔쳤다(19) +10 16.04.21 843 28 10쪽
18 신의 손을 훔쳤다(18) +10 16.04.20 892 29 8쪽
17 신의 손을 훔쳤다(17) +4 16.04.19 1,122 32 9쪽
16 신의 손을 훔쳤다(16) +4 16.04.18 1,011 30 9쪽
15 신의 손을 훔쳤다(15) +9 16.04.15 1,051 3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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