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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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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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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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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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훔쳤다(32)

DUMMY

J대학 특수분장학과 동아리방

진소연의 머리에 랩을 씌우고 주위를 둘러보며 알지네이트를 찾아 선반으로 다가갔다.

알지네이트는 치과에서 이빨을 본뜰 때 사용하는 재료로 얼굴의 본을 뜰 때도 사용하는 품목이다.

“혹시 알지네이트를 찾는 거라면 저기 상자에 있어.”

진소연의 손끝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나무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정말 모델이 나여도 상관없는 거야?”

나는 그녀의 질문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촥촥촥.

분홍색의 알지네이트를 물과 혼합하고 실온에서 굳어버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2분에서 5분 사이이다.

“이해를 못하겠어. 모델의 얼굴이 그대로 틀로 나오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얼굴을 완벽히 표현한다는 거지?”

지금의 내 능력에 필요한 것은 적정 크기의 인피와 얼굴의 일체감을 더욱 증폭시켜 줄 메이크업 기술뿐이다.

다른 것은 중요치 않다. 모든 것은 스파크를 다루는 정밀함이 해결을 할 것이었다.

진소연의 질문을 뒤로 하고 그녀의 얼굴에 곱게 펴서 바르기 시작했다.

“읍... 갑자기 이러면...”

“눈 감아. 입도 닫아.”

빠진 곳 없이 꼼꼼히 바른 후,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석고붕대를 잘라 물로 비빈다. 그리고 얼굴에 바른 알지네이트 위로 물로 비벼놓은 석고붕대를 붙여서 흐트러지지 않도록 지지대 역할을 하게 한다.

파지직.

“므스 서리야? (무슨 소리야?)”

진소연이 물어 오지만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어 답을 주지 않았다.

건조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0분 정도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미 의미가 없는 시간.

파지직.

열 가닥이었던 스파크가 하나로 뭉치며 순간적으로 굳어지게 만든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싸울 때의 스파크 진화 방식이 특수분장에 그대로 도입이 된 것이다.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 분명하다.

스파크의 진화를 특수분장에 필요한 방식으로 얼마든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시간이 됐다.”

알지네이트와 석고붕대를 분리하는데 필요한 시간이 다 되었다는 얘기다.

“......? 음... 음...”

“틀 버린다. 쓸데없이 자꾸 말하려고 하지마.”

진소연이 얼굴의 근육을 움직이며 틀을 얼굴에서 떼어내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나를 도운다.

쩌억.

“어, 어떻게 된거야? 이게 이렇게 빨리 될리가 없잖아? 그리고 조금 전에 그 소리는 무슨 소리야?”

틀이 얼굴에서 떨어지자마자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낸다.

원하는 인피를 얻기 위한 9단계 중, 이제 2단계 작업이 끝났을 뿐이다.

계속해서 진소연이 질문과 반문을 쏟아 낸다면, 집중을 해야 하는데 난항이 예상된다.

“계속 입으로 방해할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돌아가.”

진소연은 과거에, 유대성이 오직 가면 제작에 치중하며 목숨이라도 거는 듯 열을 올리던 모습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자신이 모르는 방식을 찾았을 가능성도 있다.

“......? 아, 알았어.”

잠시동안의 시간이 흐르고, 진소연의 한풀 꺾인 목소리를 확인하고 나서야 작업을 재개한다.

다음 단계로 석고를 반죽해 음각 틀 속에 붓고 반죽이 굳어지자 이를 분리해 내고 조각 도구를 이용해 얼굴 형태를 정리한다.

유토를 사용해 디자인을 하는 동안 진소연이 양각석고틀을 만들기 위한 바깥지지대를 준비해 주며 그곳에 음각이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바세린을 바른다.

나에겐 일일이 할 필요가 없는 작업들이 많다.

스파크의 영향력으로 건너뛰어도 된다는 소리다.

‘오늘은 원칙대로 만들어 보는 것도......’

꼼꼼히 작업하는 진소연을 말리지는 않았다.

다시 벽을 쌓고 석고를 부어 음각 틀을 만든다.

석고가 굳으면 곧장 양각과 음각을 분리해 내고 유토를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실리콘이나 라텍스를 양각 틀에 부어 음각으로 누른 다음 오븐에 구워 양각과 음각을 분리해 주면 완성이다.

흐늘흐늘.

종잇장처럼 얇게 제작된 인피를 들어 올렸다.

“음... 조금 더 얇으면 좋겠군.”

“뭐라구?”

진소연이 나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는다.

“내가 보기에는 그것도 너무 얇아. 그런데 거기에서 더 얇게 제작하면 다른 사람의 얼굴에 씌운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어림없겠지.”

“대성이 넌 방법이 있다는 얘기야? 말도 안 돼. 그런 게 어디 있어? 설마 메이크업으로 커버 한다는 거야?”

“메이크업 실력이 기본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제작된 인피 외에는 나에겐 크게 의미가 없다.”

“의, 의미가 없다고? 만약 인공스킨으로 부위별 표현을 생각하는 거라면 굳이 얼굴 전체에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지 않나?”

격양된 진소연의 질문에 일일이 답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내가 행하는 특수분장의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는 일임으로.

2장의 인피 외에 1장의 인피를 하나 더 제작하곤 진소연을 바라보았다.

“이제 넌 돌아가는 게 좋겠어.”

“싫어.”

“아직 할 말이 남았나?”

“그건......”

우물거리며 고개를 돌리는 그녀를 뒤로 하고 준비해온 검정 플라스틱 곽에 인피를 담아 발걸음을 옮겼다.

와락.

“......?”

등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진소연이 자신의 곁을 지나가는 나의 뒤를 안은 것이다.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그녀가 나를 끌어당기며 자신의 몸을 더욱 밀착시킨다.

숨을 쉴 때마다 부풀어 오르는 가슴이 등에서 느껴져 당혹스럽다.

“무슨 짓이지?”

“같이 가.”

“이젠 네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다.”

“원래 그렇게 제멋대로인 거야?”

돌아서서 진소연의 눈을 바라보았다.

“제멋대로인 것은 진소연 바로 너다. 또다시 캡슐에 손을 댄다면 그땐 나의 손에 죽을 것이다.”

“널 만나기 위해선 그 길밖에 없었어.”

진소연은 유대성을 찾기 위해 닭곰탕집을 다시 찾았고, 식당 뒤에 있는 은밀한 거래처로 들어가 김무진과 정창이 잡혀갔던 그날 밤에 떨어진 캡슐 곽을 주은 것이다.

그 캡슐에 대한 진실은 곽도산이 불었음은 자명한 일이다.

“마찬가지다. 예외는 없어. 설령 길거리에서 주웠다 하더라도 죽일 것이다.”

진심이었다.

캡슐에 손을 댄 자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알아. 하지만 난 네가 두렵지 않아. 대성이 네가 우리 식당에서 그 짐승의 목을 뚫어서 죽였을 때도, 너의 진짜 얼굴을 보았을 때도, 지금 생각하면 두려운 것이 아니었어. 진짜 두려웠던 것은 네가 아니라 엄마를 죽이려고 한 그 짐승이었어.”

“감성에 젖은 말로 현혹하려 한다면 듣지 않겠다.”

쾅.

매몰차게 돌아선 나는 동아리방을 나와 버렸다.

닫혀버린 문 너머로 울음 섞인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개의치 않는다.

내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처럼, 그녀가 나 때문에 죽게 되지 않으면 그걸로 된 거다.

동아리방을 나와 학교 정문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진소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군.”

나는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H대학 병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작가의말

석고몰드 작업에 필요한 재료들

-알지네이트, 유토, 조각도구, 실리콘, 라이닝칼라, 석고붕대, 바셀린, 플라스틱 점각 스펀지, 그리고 모델의 머리카락을 보호해 줄 랩.

*알지네이트 작업 할때 모델의 호흡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먼저 주는 것이 중요하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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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신의 손을 훔쳤다(24) +5 16.04.27 902 22 10쪽
23 신의 손을 훔쳤다(23) +3 16.04.26 792 22 9쪽
22 신의 손을 훔쳤다(22) +5 16.04.25 834 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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