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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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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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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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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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훔쳤다(25)

DUMMY

위이잉. 위이잉.

“뭐야?”

김무진을 내려다보며 담배를 피우는 살모사의 스마트폰에서 진동음이 울리고 액정을 확인한 그의 눈썹이 안쪽으로 쏠리며 입고리가 올라간다.

“아, 씨팔. 십분 간격으로 전화를 하네.”

“누군데?”

“어이,닥터. 씨팔, 맨날 약에 찌들어 사니까 세상일엔 관심 없지?”

“크크. 사람 몸을 찢어발기는 놈이 그깟 세상일에 관심 가져봐야 필요 없지. 내 눈에는 소, 돼지나 인간이나 매 한가지야.”

짓씹듯 말을 뱉어내는 닥터의 가느다란 두 눈이 계란형의 곱상한 얼굴에 쓰인 무테안경 뒤에서 맹수의 눈처럼 번뜩인다.

“미친 새끼.”

닥터는 살모사의 욕설에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깊게 들이 마시고 내 뿜는다.

지금까지 배를 갈라 죽여 버린 사람이 998명, 며칠 동안 재물이 없어 초조하던 참에 마침 살모사가 두 놈을 데려왔다.

‘기특한 새끼.’

오늘 이 두 놈을 죽이고 나면 1,000명을 채운다.

닥터는 굳게 믿고 있었다.

오늘 천명을 채우고 나면 자신이 신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는다고.

“상공정맥을 우심방과 상공정맥 접합부에서 충분히 떨어진 부위를 결찰 절단하고 그리고 그다음에 폐정맥을 필두로 폐동맥, 대동맥을 차례로 절단한다.”

“갑자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내가 했던 마지막 수술이야. 물론 실패했고, 난 그 일로 좆같은 의사 생활을 접었지. 왜 실패했는지 알아?”

닥터의 물음에 살모사의 입가에 비웃음이 어린다.

“약 처먹고 수술했냐?”

그의 물음에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깊게 들이마시는 닥터의 눈빛이 광기로 가득 찬다.

“심장이식 수술이었지. 심장은 마약을 처먹은 년의 것이고 그 미친년의 심장을 이식해 넣은 도너는 내 마누라였어.”

“같이 약 처먹었구만?”

“쓰읍. 후우~ 맞아. 킥킥. 마누라가 심장병으로 죽어 가는데 레시피언트를 찾을 수가 없더라고 하기야 면역학적으로 적합하다고 해서 심장을 그냥 내줄 미친 년 놈도 없지.”

“또라이 새끼. 그래서 약 처먹여가지고 배를 갈라 버렸군. 마누라도 뒈져 버리고.”

“역시. 너는 눈치가 빨라.”

“키키키. 내가 널 좋아하는 이유가 그런 거 때문이야. 뭔가 있어 보인다는 거지.”

위이잉. 위이잉.

얘기도중 살모사의 스마트폰이 또다시 울리고 이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이 와락 구겨진다.

“알아서 좀 하지. 씨팔. 간만에 이 돼지새끼 배따는 것 좀 구경하려고 했더니... 그지 같은 새끼들.”

“가서 준비 잘해놔.”

닥터의 입가에 미소가 어리고 그 모습에 섬뜩함을 느꼈는지 살모사가 멈칫거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속을 알 수 없는 놈이다.

닥터를 처음 만난 것은 2년 전이다.

한중미디어의 김필중 대표이사가 새로운 기술자라며 소개를 시켜주었을 때만 해도 샌님 같은 얼굴에 일이나 잘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놈은 타고난 장기 적출자였다. 그것도 전직이 H대학병원의 의사였던.

“무슨 바람이 불었냐? 오늘은 너도 참석하려고?”

닥터의 눈이 가늘게 뜨이며 김무진과 정창을 번갈아 쳐다보곤 조용한 웃음을 흘린다.

“후후. 오늘은 필히 참석을 해야 할 것 같다. 나의 목표가 오늘 달성 될 것 같거든.”

그의 말에 살모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늘 캡슐 동호회 정모 날이라는 거 알고 있었냐? 캡슐 동호회 지배자라고 깝치는 포식자 그룹 애 새끼들도 모두 참석한다고 큰 형님이 특식 준비하란다.”

“포식자라... 큭큭. 웃기지도 않아. 어린 애 새끼들이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하지만 난 그놈들 하는 짓이 무척 마음에 들어.”

포식자 그룹의 멤버는 7명이다.

말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재벌가들의 자식들이었고 그들은 인간이 담긴 캡슐을 나눠먹으며 먹이사슬의 정점에 자신들이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런 자신들이 그룹을 물려받아 세상을 지배해야 한다고 굳게 믿으며 포식자 그룹 결속력을 위해서 오늘처럼 대단위 모임을 한 번씩 개최했던 것이다.

포식자 그룹의 리더는 다름 아닌 한중미디어 대표이사인 김필중의 아들 김광식이라는 자였다.

김필중이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자신의 아들에게 인맥이 만사라며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김필중도 간과한 것이 있었다.

아들이 인육캡슐을 이용해 그룹을 만들 줄은 몰랐고, 김광식에게 있어 닥터가 신과 같은 존재인 줄도 몰랐다.

무엇보다, 자신의 아들은 물론이고 재벌가의 자식들까지 광신도를 자처하며 이 같은 모임을 가진 줄 안다면 아마도 그는 머리의 꼭지가 돌아버렸을 것이다.

천성이 사악한 인간이란 존재하는 거구나.

‘개만도 못한 짐승 같은 새끼들.’

눈동자를 굴려가며 이들을 쳐다보는 김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사지가 떨려 옴을 알 수 있었다.

“예전처럼 게스트하우스 2층을 통째로 비워줘.”

“시팔 새끼들이 하도 지저분하게 놀아서. 하기야 닥터 네놈이 얼굴비추면 새끼들이 사족을 못 쓰기는 하지만 말이야.”

“키키. 그 새끼들은 나한테는 광신도 밖에 안 돼. 인간의 목숨이 내 손에 왔다 갔다 하는데 내가 신이지. 신이 가축하고 노는 거 봤어? 쓰읍. 후우~”

“또라이 새끼. 뒈지면 지옥 가서 고문전담으로 악마 따까리나 해라.”

“악마도 해부해 볼까? 킥킥.”

이들은 더 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한 짐승.

무진은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진정으로 악마를 생각했다.

자신이 사는 세상과 너무도 동떨어진 세상.

호러영화보다 더한 지옥도가 현존했고 자신이 그 재물로써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 너무도 참혹한 심정이었다.

끼이익.

텅.

무거운 철문이 열렸다가 닫치며 김무진과 싸웠을 때 동참했던 한 사내가 여자 하나를 들쳐 매고 계단을 내려온다.

“그건 또 뭐냐?”

살모사의 물음에 사내가 여자를 비어있는 의료용 침대에 누이며 이마의 땀을 닦는다.

“휴우. 형님이 안 오시니까 저한테 가져가라고 해서요.”

“뭔데?”

“큰 형님이 리웡춘이 특식을 준비해 가지고 보내라고 해서 펜션에서 하나 잡아 왔죠. 쟤 친구들은 술 처먹고 전부다 골아 떨어졌어요.”

“그 새끼는 자기나라 여자들 놔두고 왜 여기까지 손을 뻗치고 지랄이야?”

“말도 마세요. 황만 어르신 말씀이 리웡춘이 우리나라 여자가 먹고 싶다고 빡치는 통에 골치가 아프다고 빨리 보내랍니다.”

“진정한 또라이 새끼는 그 새끼네. 퉤. 올라가자. 2층에도 준비해 줘야 하니까 쌈빡한 여자애로 하나 더 잡아와. 닥터 너도 빨리 준비하고 올라오고.”

닥터는 이미, 살모사의 말을 뒤로 하고 침상에 누워있는 여자에게로 다가가 있었다.

“너희 둘은 조금만 기다려. 금방 끝내고 죽여줄게. 키키키.”

악마가 여자의 팔다리를 묶으며 침을 흘린다.


#

“여기가 맞나?”

끼익.

나의 물음에 곽도산이 펜션 촌으로 들어가는 비포장 도로 입구에서 차를 멈춰 세웠다.

지렁이가 기어가듯 그려 놓은 약도를 닭곰탕집 사장을 향해 들이밀었다.

덜덜덜...

볼펜을 받아든 그가 게스트하우스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차창 밖으로 시선을 준다.

사위는 어둠으로 뒤덮여 라이트의 불빛만으로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50여 미터 안쪽으로 들어가니 입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불야성을 이룬 것처럼 환한 펜션 촌이 보이고 거기엔 놀러온 가족들과, 젊은 남녀들이 술과 함께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으며 시끌벅적 떠들어대고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들. 저렇게 위장해 놓으니 발각될 일이 없지.”

죽어가는 목소리로 단란한 가족을 바라보며 말을 하는 곽도산의 목소리가 푸념처럼 들린다.

“이건 필요 없겠군.”

탁... 탁...

정장 상의 주머니에 지니고 있던 검정 플라스틱 곽 하나와 약식으로 메이크업 도구를 담아 놓은 천 주머니를 꺼내 가시방으로 던져 버렸다.

“뭐, 뭔데 그래?”

“놈들을 죽이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저 가족이 부러운 것인가?”

“응?”

“생사가 걸린 싸움을 앞두고 감성이라는 것은 독약이다.”

드르륵.

으으으음......

유대성의 손에 끌려나오는 닭곰탕집 사장이 죽음을 예감이라도 하듯 반항하며 사지를 털어댄다.

“뭐, 뭐하는 거야?”

곽도산이 다급히 따라 내리지만...

파지직.

퍼석.

유대성의 손에 스파크가 어리며 닭곰탕집 사장의 머리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인간을 사고팔면서 먹는 놈들을 앞두고 분노대신 감성이라는 것에 젖을 것 같으면 차에서 기다려 거치적거린다.”

곽도산은 게스트하우스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유대성의 옷깃을 잡았다.

“쓰벌. 하마하고 초딩이 살아있을 지도 모르는데 차에서 기다리라고? 날 물로 보지마라. 유대성.”

곽도산의 얼굴에 비장함이 보인다.

“좋아. 그럼 시작하기 전에 할 일이 있다.”

“뭘?”

오늘 밤.

장만호의 얼굴로 특수분장을 한 곽도산과 김 상무로 특수분장을 한 나의 얼굴이, 황만의 국내 본거지인 이곳을 쓸어버린 다면, 황만이 빠른 시일 내에 귀국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었다.

꽈악.

파지직.

두 주먹에 스파크가 어리며 ‘부르르’떨린다.

“한 놈도 살려두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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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신의 손을 훔쳤다(17) +4 16.04.19 1,121 3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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