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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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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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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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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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훔쳤다(26)

DUMMY

게스트하우스 2층.

한중미디어 장남 김광식

어진캐피탈 장남 한종주

녹도그룹 장남 이용주

봉암그룹 차남 편중호

대봉그룹 차남 정대식

소봉건설 장남 주인호

평화항공 장남 마동호

서른 명은 족히 앉을 유럽풍의 고급 소파에 이들 일곱 명이 둘러 앉아 있었고 탁자 위에는 유명 잡지에서나 보았던 고급 양주들이 가득했다.

가히, 이 나라의 재계서열 1위부터 7위까지의 1%로 이루어진 포식자 그룹.

그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막강한 재력의 자식들이다.

그리고......

딸깍.

끼이익.

“저기... 내가 늦었지?”

두툼한 뿔테안경에 통통한 얼굴, 이 나라 최고의 대학이라 불리는 S대 경영학과 수석 방정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우. 정식이 왔냐?”

가장 상석에 앉아 거드름을 피우던 김광식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며 반기자, 방정식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으, 으응.”

“하하. 나는 네가 올 줄 알았다.”

방정식과 어깨동무를 하며 모두에게 돌아선 김광식이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의 진정한 친구 방정식을 소개한다. 모두들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정식이는 이미 수능 볼 때부터 방송을 탔던 인재 중에 인재. 수능 전국 수석에 수학 경시대회 전국 우승까지 거기다가 나와 같은 학교인 S대 경영학과 수석을 빼앗겨 본 적이 없는 놈이다. 대단하지?”

“유후.”

“야, 엄청난 친군데?!”

“하하. 모범생에 얼굴도 잘생겼구만!”

“어이, 친구. 내가 소봉건설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나한테 오지?”

“하하. 모두들 아서라. 이 김광식이가 이미 아버지한테 얘기해서 대성섬유에 자리를 봐 놨다. 오늘은 우리 정식이가 개선공단 본사로 떠나는 마지막 밤이다. 우리의 포식자 그룹 마지막 멤버인 방정식이 북에서 잘 생활하다 올 수 있도록 특식도 준비했다.”

조달자.

김광식은 포식자 그룹만의 조달자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며 방정식을 선택했다.

캡슐동호회는 물론이고 포식자 그룹의 특급캡슐 조달의 난항을 타개하고자 계획한 것이다.

붉은 색의 특급캡슐은 인간의 뇌를 갈아서 만든 것이다.

어찌되었든 인육캡슐 복용에 관한 내용이 자신의 아버지인 김필중에게 들키는 날엔 자신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이 날아가 버릴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면에서 방정식은 안성맞춤이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H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방정식의 아버지를 병원비 지원 중단과 함께 쫒아내 버리면 될 터니까.

모두에게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오고 방정식은 더욱더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움츠린다.

“정식아. 기죽지 마라. 다 너의 친구들이다. 하하. 그리고 오늘은 우리를 영원불멸의 삶으로 이끌어 주실 천상의 닥터님이 함께하는 날이다. 마셔라. 그리고 즐겨라.”

“우오오오...”

천상의 닥터라는 호칭이 김광식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모두의 표정이 경건한 의식이라도 하는 듯 희열로 가득 차오른다.

그리고는 이내, 술잔을 채우며 광란의 밤을 시작했다.

모두들 웃고 떠들어 대는 사이에, 평화항공 장남 마동호가,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김광식을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며 속삭인다.

“야, 대성섬유라면 죽어버린 니네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던 거잖아? 그 자식새끼랑 어미는 불타죽고.”

“후후. 알고 있었냐? 그날 유대성이 그 새끼, 내가 술 좆나 먹였잖아.”

“마, 네가 예전에 술 먹고 한 얘기잖아.”

“유대성이 누나 년 얘기도 내가 했냐?”

“아니. 뭔데?”

“후후. 우리엄마 심장이 별로 안 좋은 거 알지?”

“오래되셨잖아!”

“좆도, 유대성이 누나인 유지희가 면역학적으로 완전 일치 해버려. 그래서 내가 한중파 고진호한테 시켜서 차로 밀어 버렸지. 식물인간으로 누운 지 한 일주일 됐나?”

원래는 몇 달이 흐른 후에 일어날 일이지만 유대성이 겪었던 미래가 틀어져 버린 것이 틀림없다.

“그, 그래서?”

“그래서긴 뭐가 그래서야? 우리 큰아버지 병원인 H대학 병원에서 사망 처리하고 천상의 닥터님에게 부탁해서 심장 적출해서 관리실에 고이 모셔놨지. 오늘 저녁에 가지러 올 거야.”

“여어~ 잘됐다 야. 오늘은 광식이 네가 쏘는 것이 맞네.”

“후후. 낼 수술만 잘 되면, 황만 할배한테 부탁해서 최고의 캡슐을 모두에게 돌리지.”

“큭큭.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나저나 방정식이 저 새끼 보니까, 오늘 어떻게 데리고 놀지 기대된다.”

“쐬에끼. 눈치도 빨라. 아버지가 유대성이 그 새끼 애비 가지고 논 것 보다는 잘 가지고 놀아야 되지 않겠냐?”

“키키. 특식은 순수한 애로 했냐? 확실하게 해야지. 방정식이 저 새끼 조달자로 써먹으려면.”

“이름 있는 애들이 아니라. 이번엔 일반 평민을 준비했지. 오늘이 지나면 방정식이는 우리를 벗어날 수 없어.”

“하하하하. 역시, 광식이 너는 최고다. 최고.”

똑똑똑.

동시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들어와”

김광식의 목소리에 문이 열리고 갓 스무 살 정도 되 보이는 전라의 소녀가 개 목걸이를 목에 찬 채, 살모사의 손에 이끌려 들어온다.

소녀는 공포와 수치심에 온몸을 떨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거기, 탁자 끝에 매달아 놔.”

살모사는 ‘이런, 싸가지 없는 또라이 새끼가 어디서 반말을...’이라며 속으로 욕을 퍼부어 댔다.

탁.

“특급캡슐은 탁자 위에 두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꾸뻑.

“기다려. 새꺄.”

살모사가 구십 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하고 나가려 하자 김광식이 주머니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서 건넨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처... 천만?’

“가, 감사합니다. 영원불멸의 삶을 누리십시오.”

꾸뻑.

“하하. 새끼. 돈 주니까 제대로 된 인사를 하네. 가봐.”

김광식의 축객령에 수표를 바라보며 밖을 나가는 살모사의 입가가 환한 미소를 주체하지 못한다.

한편, 방정식은 탁자에 묶여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영화나 꿈에서도 본적 없는 일이 자신 앞에서 라이브로 펼쳐지고 있으니, 마음이 당황을 넘어 공포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저, 저, 저, 과, 광식아.”

방정식의 부름에 마동호에게 술병을 기울이던 김광식이 고개를 돌린다.

“아, 저거?! 그냥 동물이라고 생각해. 가축. 그래 가축이라고 생각하고, 자, 모두들 자신 앞에 술을 채우자.”

김광식의 말에 웃고 떠들던 모두가 잔에 술을 붓는다.

김광식이 어진캐피탈 한광수의 아들인 한종주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종주야. 너는 캡슐을 나눠줘.”

“후후. 알았어. 형.”

모두들 한종주가 나눠주는 캡슐을 여덟 알씩 나눠서 손에 들었다.

“자, 모두들 영원불멸의 삶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 여덟 명의 포식자 그룹이 이 나라를 지배하는 날을 위해서. 건배.”

“건배에~”

“우오오오...”

술과 캡슐을 삼킨 모두의 표정이 광란의 희열로 치달아 간다.

방정식은 이들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다.

무섭거나 두려워서가 아니다.

공포 그 자체 때문이었다.

“왜 안 먹어? 먹어. 괜찮아. 봐봐. 친구들 전부 먹었잖아. 이제 너도 우리 포식자 그룹 정식 멤버니까 그걸 먹어야해.”

흐느끼는 소녀를 힐끗거리며 바라보는 방정식의 등골에 식은 땀이 그칠 줄 모른다.

“이, 이 캡슐이 뭐, 뭔지도 모르겠고... 못 먹겠어.”

“그럼 안 되지. 우린 하나잖아.”

말을 하는 김광식의 표정은 웃고 있지만 눈은 광포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그럼. 저, 여자만이라도 지, 집에 보내자. 그, 그럼 먹을게.”

소녀는 방정식의 말에 희망을 가진다.

이 지옥에서 벗어나게만 해 준다면 저 남자에게 몸이라도 바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먹어.”

김광식의 말투가 서늘하게 변한다.

“사, 살려 주세요. 제발.”

소녀가 방정식을 향해 애원한다.

방정식이라 불리는 저 남자가, 자신의 구세주라고 굳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바람일 뿐이었다.

“씨팔. 가축이 말을 해?”

악귀처럼 변해버린 김광식이 평화항공의 장남인 마동호를 바라본다.

마동호의 품에서 김필중의 금장 싸인 이 담긴 폴딩나이프가 들려나오며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아직 이르다.”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며 익숙한 음성이 들려오자, 모두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 곳엔 검은 로프를 둘러쓴 닥터가 자신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

“곽도산. 절대 움직이지 마라. 숨 쉬는 것도 참아라. 잘못하면 얼굴이 타버릴 수도 있다.”

나의 경고에 곽도산이 바짝 긴장한다.

얼굴에 씌워진 인피 위로, 부풀어 오른 양 볼을 표현하기 위해 인공스킨을 가져다 댄다.

파지직.

스파크가 인공스킨을 감싸자 인피와 하나가 되며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메이크업으로 전체적인 균형을 잡는다.

메이크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바로 베이스다.

베이스 위에 하이라이트 색과 쉐딩으로...

음영이 잡힌 것을 확인하고 마무리에 들어간다.

파지지직.

일체감과 정밀함.

어느새 나뉘는 스파크의 가닥이 기존의 여섯 가닥을 넘어 여덟 가닥으로 변모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끝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화산처럼 폭발한다.

파지지지직.

희미하게 솟아나던 마지막 한 가닥이 완전한 색을 찾는다.

곧이어 열 가닥의 스파크가 곽도산의 얼굴 전체를 감싸고 유희를 즐긴다.

팟.

인피가 곽도산의 얼굴과 완전히 하나가 되자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진다.

파지지지지직.

손에서부터 시작된 스파크의 강열함이 손목과 팔꿈치를 타고 올라 전신으로 퍼져 나간다.

쏴아아아.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희열감이 전신을 강타하고 나의 몸 구석구석에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진다.

우르릉.

콰앙.

잠시 후, 육체가 강풍에 나부끼듯 흔들거리다가 이내 잦아든다.

번쩍.

곽도산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유대성의 눈에서 스파크가 폭사되는 것을 목격한 순간, 그는 이미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정창이 말했던 초인이라는 것은 이런 것인가?’

곽도산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이토록 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유대성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막연한 믿음.

그만 있으면, 유대성만 있으면 결코 죽을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자신의 얼굴에도 미소가 그려진다.

“가자. 쓸어버리러.”

곽도산이 앞장서며 두 주먹을 불끈 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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