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을 훔쳤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최근연재일 :
2016.05.30 17:00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50,698
추천수 :
1,218
글자수 :
170,712

작성
16.05.23 20:57
조회
639
추천
7
글자
9쪽

신의 손을 훔쳤다(41)

DUMMY

김무진과 함께 비밀지하실을 빠져나와 광장처럼 널찍이 펼쳐진 1층 로비로 올라왔다.

발걸음을 옮겨 오른쪽 한 귀퉁이에 자리하고 있는 안내데스크 옆으로 곽도산을 눕혔다.

우르릉 쾅쾅.

번쩍.

쏟아지는 폭우도 모자라 하늘이 울부짖으며 불 꺼진 로비를 밝힌다.

김무진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번쩍거리는 유리벽 너머의 밖을 쳐다보고 있다가, 이를 앙다물더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크흑. 너와 함께 가겠다.”

“흥신소로 돌아가. 이렇게 된 이상 그게 더 편하다.”

“제발 같이 가게 해줘.”

털썩.

김무진이 육중한 몸을 아래로 떨구며 나를 향해 무릎을 꿇는다.

곽도산이 자신을 대신해서 칼을 맞은 것에 대한 분노의 농도가 너무 짙어, 자존심 따위는 가슴한구석에 처박아버린 그다.

김무진의 옆구리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다.

아물지 않은 상처가 터져버린 것이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는다.

“위에 있는 놈은 아마도 평범한 인간이 아닐 것이다.”

“상관없어. 쓰벌. 죽는다 해도 내 업보다. 가봐야 지옥밖에 더 있겠어?”

“좋아. 하지만 당신의 목숨은 당신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

눈물과 곽도산의 피로 범벅이 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는 살 수 있는 기회를 그에게 준 것이지만 받아들이는 당사자가 거부를 한다.

본인 스스로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나로써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지!’

놈이 기다리고 있을 위쪽으로 시선이 간다.

평범한 인간이 감당할 싸움이 아니라는 나의 직감이 어느 순간 확신으로 바뀌어 있었다.

괴력과 스피드로 놈들을 찢어발기는 나다. 그러한 일을 당하고도 느긋하게 나를 기다릴 만한 인간은 세상에 없다. 하지만 리웡춘은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미리 알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면 내가 싸우는 모습도, 그리고 나의 능력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질끈.

어금니를 ‘꽉’ 물었다.

스파크를 일으키며 초인의 힘을 발휘하는 나 같은 인간도 있는데, 리웡춘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다. 놈 또한 하는 행태로 보아 평범한 인간은 아닐 것 이라는 확신.

하루에 한 명씩 인간을 주식으로 먹는 놈이 어찌 평범한 인간일리가 있겠는가?!

스윽.

김무진이 일어서며 독기서린 눈을 보인다,

“먹여 살릴 부모는 물론이고 처자식도... 심지어 남들에게는 있는 그 흔한 형제도 없다. 굳이 혈육이라면 도산이 형님과 초딩 뿐이다. 초딩 그 새끼는 알아서 잘살거야.”

부욱.

“......?”

김무진의 얼굴에서 너덜거리던 장만호의 인피를 뜯어내 버렸다.

쩌어억.

나의 얼굴에 씌워져있던 인피도 벗어버렸다.

본연의 얼굴을 보임으로써 자신의 목숨은 물론, 단 한명도 살려두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이다.

“가자.”

부시럭.

돌아서려는데 인기척이 들려 곽도산에게로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쿨럭쿨럭. 미, 미친 하마새끼야. 어, 어딜 따라간다고......컥. 허헙.”

곽도산이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하며 숨을 몰아쉬고, 김무진이 부리나케 그를 향해 다가가 머리를 끌어안는다.

“도, 도산이 형님. 죽은 줄 알았다고요. 으헝.”

“헉헉. 나... 괜찮아 보이냐?”

“칼 맞았는데 괜찮아 보이겠슴까?”

“후욱. 다행이군. 그를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

“혼자서 괜찮겠어?”

“그게 더 편하다.”

김무진이 곽도산을 들쳐 업고 일어서며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우르릉

번쩍.

번개가 번쩍이며 주위를 밝히자 화상으로 일그러진 나의 얼굴이 드러난다.

“큭큭. 그 얼굴로 어떻게 살았냐? 나 같으면 진즉 자살했다.”

“얼굴을 잃어버린 대신에 복수를 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거면 된 거 아닌가?”

“그래도 내 눈엔, 지금껏 보았던 그 어떤 놈보다 잘생겼다.”

“실없는......?”

부아앙.

끼이익.

김무진과 대화를 나누고 돌아서려는데 밖에서 수십 개의 라이트가 주위를 밝히며 멈춰 선다.

“드디어 왔군.”

“새끼들이 꼼지락거리기는.”

차에서 일본도와 쇠파이프를 든 야마구치 조직원이 쏟아져 내려 건물 안으로 난입하다가 우릴 발견하곤 멈칫거린다.

“네놈들은 뭐냐?”

“뭐, 뭐야 저 놈은?”

놈들이 괴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나를 확인하고 당황한다.

나는 손을 들어 공격하려는 그들을 저지시키며 김무진의 등에 업혀있는 곽도산을 가리켰다.

“한광수가 곽도산을 죽이려 했다. 보이나?”

“곽도산?”

“마사토에게 복합 뉴타운 카지노 건의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다.”

카지노라는 얘기에 야마구치 조직원들이 곧바로 수긍을 한다.

“한중파 이 새끼들......”

“그러는 너희는 누구냐?”

“우린 곽도산 때문에 왔다. 그것보다 놈들이 다음은 마사토 차례라고 하더군. 그리고 당신들이 올 것을 미리알고 있다. 조심하는 것이 좋아.”

“한광수 그 새끼는 어디에 있나?”

“어떤 새끼가 우리 대표님 존함을 함부로 들먹여? 앙?”

야마구치 조직원의 말을 비상구 쪽에서 튀어나오던 한중파 조직원 한명이 받아친 것이다.

모두 말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 사내가 한광수의 이름을 들먹이며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그곳과 계단이 있는 비상구 쪽에서 한중파 조직원들이 쏟아져 나오며 육두문자를 뱉어낸다.

“야이, 쪽발이 새끼들아. 여기가 니네 나라냐? 좆도 아닌 새끼들이 어디에서 까불어?”

그 소리에 야마구치 조직원들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도를 빼들었다.

서슬 퍼런 도의 날이 은빛으로 빛난다.

“쪽발이 새끼들이 완전히 작정을 하고 왔구만. 밟아.”

“다 죽여 버려.”

“죽었다고 복창해라. 이 새끼들아.”

선두에 선 사내의 명령을 시작으로 한중파와 야마구치 조직원들의 피 튀는 싸움이 시작됐다.

로비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나와 김무진은 이들의 싸움을 지켜보다 슬그머니 비상구 쪽으로 몸을 뺐다.

이곳으로 몰려온 야마구치와 한중파는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가 자멸할 터였다.

“위에 몇 명이나 있을까? 한중파 조직원들 대부분은 야마구치와 싸우고 있으니 별로 없겠지?”

김무진이 약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리웡춘이 왔다면 황만의 조직원들도 있다고 봐야지.”

숫자가 얼마나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머릿수는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리웡춘의 능력이다.


김무진이 곽도산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하고 나는 14층으로 가는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과연 놈은 뭘까?’

파지직.

양 주먹에서 일어난 스파크가 요동을 친다.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복도 반대편 끝에 한광수의 집무실로 통하는 커다란 문이 보인다.

피 비린내와 음산함이 진동을 한다.

‘역시.’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분위기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쥐죽은 듯 조용하던 복도를 울리고 한광수의 집무실 안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하나가 나온다.

놈은 나를 확인하고도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복도의 넓이는 대략 3미터.

적들이 쏟아져 나올 경우 정면으로 대치한 상황에서 한 번에 상대해야하는 숫자는 대략 3명에서 4명 정도다.

“......?”

놈이 열린 문 안으로 들어오라는 제스처를 보낸다.

“웃기는군. 그래.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해봐라.”

인도하는 데로 안으로 들어서니 50명의 인원이 양쪽으로 나뉘어 도열해 있고 정면에 보이는 한광수의 책상에 리웡춘이 앉아있었다.

리웡춘이 붉게 변한 눈을 빛내며,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인육을 잘라 입에 넣는다.

질겅질겅.

씨익.

그리고 나를 보며 기분 나쁜 웃음을 보인다.

그의 뒤에서 무테안경을 만지작거리던 천상의 닥터가 비웃는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서와. 생각보다 조금 늦었네?! 키키키.”

철컥.

한광수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선 나는 주위를 한번 훑어본 후, 뒤돌아서서 문을 걸어 잠가버렸다.

그 모습에 사내 몇 명이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이 방을 걸어서 나갈 자는 없다. 그러니 너희들도 전력을 다해라. 시작할까?”

“너무 성급하게 그러지 말라고.”

리웡춘이 빙그레 웃으며 마지막 남은 인육 한 점을 마저 입으로 가져갔다.

질겅질겅.

파지직.

놈의 미소를 바라보는 나의 두 눈에서 불똥이 튄다.

“네놈의 손에 죽어버린 영혼들이 널 갈가리 찢어버리라고 아우성을 친다.”

“크크. 웃기는군. 인간들은 소, 돼지나 가축을 먹을 때, 그 가축들이 원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먹나?”

“악마다운 괴변이구나.”

“흠... 너의 그 얼굴 너무나 마음에 들어. 그리고 우린 같은 부류 아닌가? 얼마든지 동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네 놈은 사람을 그 입으로 씹어서 먹었으니 그 입을 짓뭉개고 목줄을 뜯어내 주마.”

“크크. 대화 단절인가? 얼마든지......”

파지지지지

스파크가 태풍처럼 휘몰아치며 전신을 감싸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의 손을 훔쳤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등장인물 끄적여 봅니다. +1 16.05.03 803 0 -
43 신의 손을 훔쳤다(42) 16.05.30 446 4 8쪽
» 신의 손을 훔쳤다(41) +1 16.05.23 640 7 9쪽
41 신의 손을 훔쳤다(40) +1 16.05.21 542 9 10쪽
40 신의 손을 훔쳤다(39) +2 16.05.19 673 10 8쪽
39 신의 손을 훔쳤다(38) +2 16.05.18 651 10 8쪽
38 신의 손을 훔쳤다(37) +4 16.05.17 686 10 10쪽
37 신의 손을 훔쳤다(36) +6 16.05.13 630 10 10쪽
36 신의 손을 훔쳤다(35) +2 16.05.12 755 13 9쪽
35 (35)-수정 위에 있어요. 16.05.11 527 6 1쪽
34 신의 손을 훔쳤다(34) +2 16.05.10 698 11 8쪽
33 신의 손을 훔쳤다(33) +4 16.05.09 843 12 7쪽
32 신의 손을 훔쳤다(32) +6 16.05.08 952 12 8쪽
31 신의 손을 훔쳤다(31) +7 16.05.06 852 10 8쪽
30 신의 손을 훔쳤다(30) +6 16.05.03 813 14 9쪽
29 신의 손을 훔쳤다(29) +8 16.05.02 819 13 8쪽
28 신의 손을 훔쳤다(28) +5 16.05.01 835 17 11쪽
27 신의 손을 훔쳤다(27) +3 16.04.30 751 19 14쪽
26 신의 손을 훔쳤다(26) +4 16.04.29 945 23 11쪽
25 신의 손을 훔쳤다(25) +6 16.04.28 812 23 10쪽
24 신의 손을 훔쳤다(24) +5 16.04.27 903 22 10쪽
23 신의 손을 훔쳤다(23) +3 16.04.26 792 22 9쪽
22 신의 손을 훔쳤다(22) +5 16.04.25 834 24 14쪽
21 신의 손을 훔쳤다(21) +9 16.04.23 841 25 7쪽
20 신의 손을 훔쳤다(20) +6 16.04.22 864 23 11쪽
19 신의 손을 훔쳤다(19) +10 16.04.21 843 28 10쪽
18 신의 손을 훔쳤다(18) +10 16.04.20 892 29 8쪽
17 신의 손을 훔쳤다(17) +4 16.04.19 1,122 32 9쪽
16 신의 손을 훔쳤다(16) +4 16.04.18 1,011 30 9쪽
15 신의 손을 훔쳤다(15) +9 16.04.15 1,052 3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