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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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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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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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1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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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훔쳤다(35)

DUMMY

인천 앞바다.

사내 두 명이 밀봉된 커다란 상자를 받아들어 배로 옮겨 실으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우. 이거 되게 무겁네. 얼추 80kg은 넘겠는데?!”

“웃차... 그런데 화뎬이면 어딘가?”

“지린성 중부 어딘가로 알고 있는데?!”

“중국에 그런데도 있었나? 그나저나 아까 그 사람, 사십대 후반 줄이나 보이던데 젊고 예쁜 중국 처자를 각시로 얻었나 보네?”

“왜?”

“사람도 참. 무게를 보소. 이렇게 좋은 선물을 보내는 것 보면 영락없는 거지.”

“후우. 무슨 전자제품이나 되나? 그나저나 무슨 냄새 안나나?”

“킁킁. 냄새? 안 나는데?”

“이상하네. 생선 비린내는 아닌 것 같고......”

쿵.

상자를 다소 거칠게 내려놓자 칭다오훼리 선장은 다급히 선실에서 뛰어나와 두 사내를 다그쳤다.

“어이, 조심하라고 그게 얼마짜리 배달인줄 알아?”

“오늘 항운노조 머리띠 두른 날인데 선장님 얼굴 봐서 나온 거니까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조심해 이 사람들아.”

핀잔을 주며 들어가는 선장의 얼굴은 말과는 다르게 미소를 띠고 있었다.

“후후. 오늘 완전히 횡재했네.”

툭툭.

그는 두툼한 돈 봉투를 두드리며 선실로 들어갔다.


H대학병원 정문에 위치한 커피숖에서 곽도산이 나를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초조해 하던 그가 손을 들며 미소를 짓는다.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인천.”

“잉? 벌써? 거기는 뭐 하러?”

“황만에게 선물하나 보내고 왔다.”

“허어, 속도 좋구만. 죽여도 시원치 않을 영감탱이에게 선......”

순간 하던 말을 끊은 곽도산이 나를 향해 다가오며 속삭인다.

“설마......”

“됐고. 준비는?”

“후우. 김필중이 마누라는 조금 전에 도착해서 바로 옆 병실로 들어갔어. 어차피 특급병실은 세 개뿐이잖아. 여편네가 병원 오는데 양복 입은 애 새끼들을 다섯이나 달고 왔더라고.”

“약품은?”

툭.

“여기. 흔적 안남기고 몰래 빼오느라고 힘들었어.”

“당신 딸을 살리는 일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나저나 이렇게 복잡한 방법 말고는 없나?”

“없다.”

사람의 장기는 사고 팔수가 없을 뿐더러 개인 대 개인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기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가가 인증한 기관에 신청하고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려야만 가능한 일인 것이다.

심장을 들고 아무 병원이나 가서 마음대로 수술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광식이 자신의 어머니를 위한답시고 누나를 죽여서 강제로 얻어낸 심장이고 더불어 자신들의 병원인데 수술하는 것쯤은 거칠 것이 없는 것이다.

어차피 국내에서 H대학병원이 심장이식수술에 관해선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으니 더 이상 생각할 개제도 없다.

곽도산은 유대성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창밖을 바라보며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다가 냉큼 둘러마셨다.

“앗 뜨.... 젠장. 커피가 왜 이렇게 뜨거워?”

나의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곽도산을 바라보았다.

“미안해 할 것 없어. 당신이 배신하는 순간 심장을 회수해 버릴 거니까.”

“쩝. 걱정 말라고 애비가 자식 살려주는데 목숨이라도 내 놔야지.”

‘죽어서도 이 빚은 갚으마.’

곽도산은 왠지 낯간지러워 퉁명스럽게 말은 했지만 속으로는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김필중 그 놈은 오지 않았나?”

“응. 대성이 네가 예상했던 대로다. 오늘 아침에 선거 앞두고 개성공단에 갔나봐. 대성섬유 시찰도 하고, 그쪽으로 진출한 중소기업 위로 방문 뭐 그런 걸로.”

“절호의 기회군. 좋아 시작하지.”


특급병실인 1호실 안에는 주치의인 김교수가 침상에 누워있는 여자와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1호실 문 앞에는 이선숙이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여자는 눈가에 잔주름이 자글거리는 사십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끄러운 이십대의 몸매를 소유하고 있었다.

몸매유지와 피부 관리를 위해 한 달에 쏟아 붓는 돈이 천만원이 넘으니 당연한 결과다.

“세포조직의 적합성이 매우 좋아서 수술 후 거부반응이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김교수의 말에 여자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호호. 도너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해서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여하튼 아들 아니었으면 난 꼼짝없이 죽었을 거야. 안 그래? 김 교수?”

“하하. 맞습니다. 아드님 능력이 참 대단하죠.”

“호호. 별말씀을.”

“사실은 요즘 황만한테서 오는 물건도 시원찮고 해서 걱정입니다. 갱생수술 재료도 한참 부족한데다가 국정원장의 독촉은 심하고... 제가 죽을 맛입니다.”

“호호. 그런다고 큰일하시는 교수님께서 죽으시면 안 되죠.”

“그래도 절 생각해주는 사람은 사모님 밖에 없습니다. 하하.”

“그런데 우리 광식이는 오지 않았나요? 수술 전에 온다고 하더니......”

“걱정 말고 기다리십시오. 곧 오겠죠.”

끼이익.

그때, 병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서며 미소를 지었다.

“엄마.”

“오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아들.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래?”

아들의 탁한 목소리에 놀란 이선숙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모임하면서 조금 심하게 놀았거든.”

“쯧쯧. 아무리 일이 좋아도 무리하면 안 돼. 아들 몸 상하면 이 엄마가 걱정돼서 잠도 안온다고.”

“하하. 알았어요.”

김광식이 다가오자 김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어깨를 두드렸다.

“곧 수술준비 들어가야 하니까 어머니 마음 편하게 해 드리고 있으라고. 준비가 끝나는 대로 사람들 올려 보낼 테니까.”

“감사합니다.”

“......? 하하. 별일이네. 자네가 웃으면서 고맙다는 말을 다하고.”

“후후. 살다보면 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 교수가 병실 밖을 나가는 것을 확인하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후 2시 23분

곽도산이 올라와 소란을 피우기까지 남은 시간은 7분.

“엄마.”

“왜? 아들 엄마한테 할 말 있어?”

“내가 엄마 수술 들어가기 전에 무섭지 말라고 좋은 것 가져 왔는데.”

“뭔데?”

“이거야.”

나는 품에서 하얀색 액체가 든 조그만 병과 주사기 하나를 꺼내 들었다.

“......?”

“후후. 이거 예전에 뉴스 봤지? 그거야.”

“프로포폴?”

“그래도 대 수술인데 엄마가 불안해하는 게 싫어서 구해왔어. 나도 엄마가 편하게 잠 들어서 수술실에 들어가야 맘도 편할 것 같단 말이야.”

“호호호. 그래도 우리 아들밖에 없다니까. 간호사 부를까?”

“아니. 내가 직접 해주고 싶어.”

이선숙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팔을 걷어 붙였고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그녀의 팔에 프로포폴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꽂아 넣었다.

잠시 후, 이선숙의 눈이 몽롱해져 간다.

“엄마. 물어볼 것이 있는데?”

“뭐어어언데에?”

목소리가 늘어지는 것이 곧 잠에 빠져들 것 같아 보인다.

“엄마도 특급캡슐 먹었어?”

“응?”

“갱생수술도 받았고?”

이선숙이 잠들어 가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스윽.

“엄마도 영원히 깨어나지 말고 그냥 이대로 죽어.”

김광식의 얼굴이 이선숙의 코앞에 다다라 흘리는 말에 그녀의 눈이 순간 부릅 떠진다.

밖에서 곽도산이 소란을 피우는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를 확인한 나는 품에서 인피가 들어있는 검정 곽을 꺼내 들었다.

“지옥에 가면 아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말을 끝으로 공포에 젖은 이선숙의 눈이 완전히 감겼다.

나는 지금 이 순간 김무진에게 하다 말았던 특수분장의 끝을 김필중의 아내인 이선숙에게서 볼 것이다.

곽현지의 얼굴로 영원히 잠들어버리도록.

파지직.

손에서 일어난 스파크가 여러 갈래로 나뉘며 얼굴에 쓰인 인피를 완전히 덮어간다.


1호실 병실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다 덤벼 이 새끼들아. 내가 누군 줄 알아?”

“미친 새끼. 이 새끼이거 또라이 새끼 아냐?”

복도 끝에서 다섯 명의 사내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곽도산이 보인다.

틈을 노리고 이선숙의 의료용 침대를 끌고 복도를 나와 곽현지가 있는 2호실 안으로 들어갔다.

깜짝 놀란 곽현지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이를 윤빛나가 진정시킨다.

“시간 없다. 서둘러.”

나의 다급한 목소리에 윤빛나가 지체 없이 몸을 움직인다.

곽현지가 있던 자리에 이선숙의 침대를 놓고 곽현지가 누워있는 침대를 끌고 밖을 나와 1호실로 들어갔다.

곽현지가 두려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대성씨. 나 정말 이래도 되는거에요? 전 무서워요.”

“지금이라도 살기 싫다면 말해라. 상관없으니.”

아무 말이 없다.

“당신 아버지가 당신을 위해서 목숨을 걸었어. 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일단 살고 난 다음에 죄의식에 자살을 택하든 이 후의 상황은 네 맘이다.”

눈물을 글썽이는 곽현지의 얼굴에 인피를 덮었다.

파지직.

“움직이지 마라. 잘못하면 얼굴이 타버릴 수도 있으니.”

곽현지의 얼굴이 이선숙의 얼굴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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