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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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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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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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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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훔쳤다(24)

DUMMY

운동도 돈이 있어야 하는 세상에 몸뚱이 하나 믿고 도시에 올라왔다.

남의 뒤를 캐서 먹고사는 엿 같은 인생으로 전락했지만 그래도 믿고 의지하는 놈은 하 나쯤 있다고 자부했다.

지지리 복도 없는 인생들이지만 함께 있어서 견딜 수 있었던, 세상에 단 한명밖에 없는 그 친구가 칼을 맞고 쓰러진다.

어렸을 적, 동네 양아치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할 때도 함께 싸워주고, 내리는 폭우에 집이 침수가 되고,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선 덕에 길거리에 나앉았을 때도, 기꺼이 자신의 방을 내어 준 친구의 배에서 꿀렁거리며 피가 배어 나온다.

입고 있던 셔츠가 염을 하는 것처럼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어 가는 것이 눈에 들어 찬 순간, 오히려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설마 죽은 건 아니지?’의구심을 가져보지만 정창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크아아.”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김무진을 바라보는 사내의 눈빛이 살모사처럼 번뜩인다.

자세를 한껏 낮춘 사내가, 들고 있던 칼을 역수로 쥐고

달려드는 김무진의 허벅지를 베어버리며 스쳐지나간다.

스악.

“크윽.”

대문을 통해 밀어닥친 사내들의 머리수는 열다섯.

그들은 어느새, 들고 있던 박스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무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칼에 베인 허벅지가 벌어지며 피를 쏟아내만, 무진은 개의치 않고 달려드는 사내들을 하나 둘 집어 던져 버린다.

“죽어버려 이 새끼들아.”

휘익. 휘익.

“쿠아악.”

“크허헉.”

김무진은 지금 이 순간, 괴력을 쏟아내는 한 마리의 맹수가 되어있었다.

“쿠워어어.”

무진의 괴성에 달려들던 사내들이 주춤거린다.

고개를 돌려, 정창을 찌른 사내를 바라보는 무진의 눈이 불같은 분노로 번뜩인다.

“너만 죽이면 돼. 너 만. 으드득.”

자신을 향해 비웃고 있는 살모사 놈을 향해 이를 갈며 달려가려 하지만...

덥썩.

덩치가 자신과 견줄만한 놈이 뒤를 부둥켜안아 버린다.

주춤거리는 사이에, 나머지 사내들도 함께 달려들어 무진을 붙잡고 늘어진다.

“쿠워어어.”

무진이 몸을 한껏 비틀며 양 팔을 휘저어 버리자 거머리처럼 붙어있던 사내들이 한꺼번에 나가 떨어져 버린다.

스악.

틈을 노리고 달려든 살모사 놈의 칼이 다시금 다리를 베어버리고 지나간다.

턱.

무진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놈의 뒷덜미를 움켜쥐었다.

푸욱.

“커억. 이 새끼.”

휘이익... 쿠웅.

순간적으로 뒤돌아 선 살모사 놈의 칼이 자신의 옆구리를 비집고 들어오지만 그대로 매다 꽂아버린 것이다.

우르르.

살모사 놈이 꿈틀거리는 것을 확인한 무진이 마무리를 해버리려고 다가서지만 사내들이 어느 새 자신을 에워싸 버린다.

“헉헉. 젠자앙~”

무진은 자신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알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죽어버린다면 너무나 억울할 것 같았다.

“씨팔. 쿨럭.”

입에서 피를 토해내면서도,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복수는 해줘. 우리도 너한테 할 만큼은 했잖아.’

무진은 유대성을 떠올리며 통화버튼을 누른 다음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유대성의 전화번호는 모른다. 하지만 곽도산과 함께 있음이 틀림없다.

곽도산이 유대성과 함께 오리라는 생각을 하니 입가에 미소가 어리며 다소 흥분이 가라 않는다.

“이 새끼들아. 우리만 죽을 줄 알아? 네 놈들도 오늘을 넘기지 못하고 살아있는 저승사자를 보게 될 거다.”

“저 돼지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냐?”

“킥킥. 몰라. 죽을 때가 되니까 헛것이 보이나?”

“세상에 저승사자가 있기는 있냐? 미친 새끼 아냐? 저거?”

“큭큭. 저 돼지 새끼 갈아버리면 캡슐 꽤나 나오겠다.”

저마다 한 마디씩 주고받던 사내들이 욕설을 퍼부으며 무진을 향해 달려든다.

“빨리 덤벼. 이 개새끼들아. 다 죽여 버린다.”

선두에서 달려드는 사내 하나를 엎어 치고 몸을 일으킨 순간.

콰직.

“컥.”

귓가에 타격 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눈앞에 번갯불이 번쩍이며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어?”

스르르...

‘씨팔. 기분 엿 같네.’

쿠웅.

몽둥이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김무진의 거구가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죽었는지 확인 해.”

살모사가 몸을 일으키며 사내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퉤. 또라이 같은 새끼. 야, 나머지도 그냥 서있지 말고 박스 전부 열어봐. 캡슐이 하 나라도 부서 졌으면 다 뒤지는 줄 알아. 쓸모없는 새끼들.”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 낸다.

“둘 다 살아있는 데요?”

벌컥.

동시에 거실로 통하는 현관문이 열리고 한 사내의 입에서 비명 같은 고함이 비집고 나온다.

“피가 엄청납니다. 완전히 피바답니다.”

살모사가 쓰러져있는 정창과 김무진을 바라본다.

“이거 뭐하는 새끼들이야? 야, 박스 다시 차에 실어버리고 이 새끼들 광명으로 끌고 가서 장기 적출해 버려. 퉤. 지미럴. 배달 왔다가 이 무슨 개 같은 경우야?!”

하루에 세 번.

수도권에 분포된 세 개의 영업장이 본부에 전화를 해야 하는 횟수다.

그것도 각 영업장 책임자가 직접 전언을 넣어야 한다.

때를 넘기면 오늘처럼 대거의 인원이 영업장 주위를 둘러싸고 살핀 다음 처리를 한다.

황만이 직접 지시한 영업방침 이었다.


“씨바알. 씨바아알.”

부아아앙.

곽도산의 차가 어느덧 시속 120킬로를 넘어 130킬로에 육박하고 있었다.

신호를 무시해 버리고 달리는 것은 기본이었고 역주행도 서슴지 않고 치달았다.

“새끼들아 죽지마라. 흑흑. 죽어버리면 무덤을 파헤쳐 버릴 거다. 새끼들아. 크흑.”

나는 곽도산의 모습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상태에서 이성을 찾으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터였다.

도중에 두어 대의 경찰차가 쫒기는 했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내달리는 곽도산의 차를 따라잡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 했다.

속도를 줄이고 경찰차를 피해 골목길을 휘젓던 곽도산의 차가 타이어 갈리는 소리와 함께 멈춰 선다.

끼이이익.

도착하자마자 대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섰다.

예상했던 대로 놈들은 이미 자리를 뜬 후였다.

“......?”

어둠속에서 마당 한 구석을 바라보니, 하얀색 플라스틱 용기가 몇 개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렇군.”

나는 광분한 모습으로 정창과 무진을 찾아다니는 곽도산을 뒤로하고 차로 향했다.

드르륵.

카니발의 문을 열고 볼펜과 종이를 챙겨들어 뒷자석에 옮겨 앉았다.

그 모습을 닭곰탕집 사장이 두려움에 떨며 지켜본다.

“써라.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닭곰탕집 사장은 떨리는 손으로 볼펜을 받아들며 유대성을 바라보았다.

김 상무와 얼굴은 물론이고 목소리도 똑같다. 그런데 분위기가 틀리다.

‘그 사람이 아닌가? 쌍둥이 인가?’

콰악.

“크어억.”

깨져버린 발등을 밟아 버렸다.

“다음은 김 상무라는 놈처럼 목을 꺾는다.”

유대성의 언질을 듣자 자신이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는 여유 자체가 사치인 것을 깨달았다.

극심하게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붙잡아 가며 힘겹게 ‘광명’이라 쓴 후, 약도를 그려간다.


광명 인근에 위치한 황만의 국내 본거지.

도로와 약간 떨어진 곳에 두 산이 맞닿는 계곡이 있고 그 주위로 펜션들의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펜션들의 가장 후미 쪽에 3층 구조로 되어있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그 게스트하우스의 뒤편에는 지하로 통하는 비밀 문이 하나 있었다.

“사, 살아 있었네?!”

“크윽. 머리가 깨져버릴 것 같아. 넌?”

“하악하악. 세, 세상이 돌아. 잠 온다.”

“야, 초딩. 초디잉.”

“왜? 하악하악.”

“미친 새꺄. 잠들면 진짜로 죽어. 잠들지 마. 너 죽어 버린 줄 알고 내가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고.”

“어, 어리한 하마새끼. 하악하악. 도망가라니까.”

무진은 정창의 목소리를 확인 한 순간 의료용 침대에 묶여 있다는 공포심보다 안도감이 먼저 찾아든다는 것을 느꼈다.

어둠이 너무 칠흑 같아서 주위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서로의 목소리로 생사를 확인할 뿐이었다.

“곧 죽을 놈들이 잡담을 해? 큭큭. 살만 한가보지?”

“어이, 닥터. 뚱뚱한 새끼. 신장은 따로 담아줘.”

닥터라 불리는 놈의 목소리는 처음 들었다. 하지만 뒤에 들린 목소리는 익숙하다.

정창을 찌른 살모사 놈의 목소리다.

딸깍.

공간을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스위치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뚜벅. 뚜벅. 척.

“이 또라이 새끼 때문에 캡슐 몇 곽이 비어. 신장을 팔아서라도 채워 넣어야지 않겠어?”

“이, 이 씨발... 새끼야... 크흐윽.”

“하아, 이 돼지새끼 봐라. 감히 욕을 하네? 어이, 산채로 배 갈라. 그래야 장기가 더 싱싱하다며?”

막상 메스를 들고 다가오는 닥터의 모습을 확인하니 죽음에 대한 공포을 이기지 못하고 김무진의 입에서 울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크크큭. 아는 것은 많아요. 담배나 하나 줘. 작업 전에 끽연을 즐겨야 재맛이거든!”

“아아, 크흑. 개, 개새끼들아.”

김무진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놈들을 바라보다 정창을 바라보았다.

“하악하악.”

힘들어 보이는 것이 장기를 적출당하기 전에 죽어버릴 것만 같아 보인다.

음산한 분위를 풍기는 붉은 조명 아래에 양 옆으로 나란히 묶여있는 정창과 김무진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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