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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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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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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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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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훔쳤다(36)

DUMMY

“퉤. 벌써 끝난 거냐? 새끼들아 덤벼. 쿨럭.”

곽도산은 입술이 터져 고인 피를 뱉어내며 일어섰다.

“끈질긴 놈이네.”

“미친 새끼가 밑도 끝도 없이......”

“너, 뭐하는 놈이야?”

“크윽. 뭘 물어보고 지랄이야? 그냥 죽여 버려.”

곽도산이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선 것이 벌써 열두 번 번째다. 이쯤 되니 사내들은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말하는 사내들도 정상은 아니었다.

와이셔츠는 찢어져 넝마가 되고 허벅다리걸기에 당해, 갈비뼈와 팔이 부러진 놈도 있었다.

“큭큭. 같잖은 새끼들. 그 것도 주먹이라고 달고다니냐?”

“죽어.”

한차례 욕설을 퍼붓는 곽도산을 향해 사내하나가 짓쳐들며 주먹을 뻗었다.

숨을 헐떡이며 엉거주춤 서있던 곽도산이 날아오는 사내의 주먹을 뒤로 흘려보내며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을 향해 끌어당긴다.

씨익.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자신이 유대성에게 덤벼서 배운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결정타를 먹일 공격 준비를 하면서 상대를 충분히 자극하는 것.

흥분해서 내민 주먹은 빗나갈 것에 대한 뒷생각을 절대 하지 않는다.

자신이 당해봐서 잘 아는 일이다.

사내는 중심을 잃고 곽도산에게 멱살을 잡힌 채 몸이 공중에 떠버렸다.

“젠장.”

순간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유도의 배대되치기.

뒤로 누운 곽도산의 발이 들리며 사내의 하복부를 강타하곤 머리 뒤로 날려버린다.

쿠웅.

“컥.”

벽에 거꾸로 쳐 박힌 사내가 외마디 비명과 함께 기절해 버렸다.

“헉헉. 나이 먹었다고 얕보지 마라 새끼들아. 헉헉.”

땀과 피로 범벅이 된 곽도산이 그나마 두 다리를 딛고 선 두 명의 사내를 향해 이를 드러낸다.

“그만. 밥값도 못하는 새끼들.”

쉬이익.

퍽.

손을 들어 저지하는 목소리에 모두 나를 바라보고 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곽도산의 복부를 가격했다.

그가 기절한 상태에서 깨어났을 땐, 모든 상황이 종료 된 후일 것이다.

쓰러지는 곽도산을 뒤로 하고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어, 언제 오셨습니까?”

나는 말을 건네는 사내에게 다가가 정강이를 걷어 차버렸다.

사내들은 이선숙을 호위하는 사람들이고, 이 사내들이 그녀의 아들인 김광식의 얼굴을 모른 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가차 없이 행동한 것이다.

“크윽.”

“2호실에 저 여자 누구야?”

“저, 저기... 그게...”

사내가 다른 한 명의 사내를 바라보며 말끝을 흐린다.

“이 새끼들아. 2호실에 있는 저 여자가 누구냐고? 몰라? 어머니 입원하시는데 누가 옆 병실 받으라고 그랬어? 앙?”

“기, 김필중 대표님 내, 내연녀......”

짜악.

“크으윽.”

김필중의 이름을 들먹이는 사내의 뺨을 후려쳐버렸다.

“원무과장 그 새끼. 지금 당장 올라오라 그래. 그리고 넌, 2호실에 누워있는 여자 끌어내서 내게 데려와.”

띵.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레지던트와 간호사들이 내리자 말을 끊었다.

잠시 후, 심장이식 수술을 위해 올라온 레지던트와 간호사들이 1호실에 들어가 이선숙의 얼굴을 하고 있는 곽현지를 데려간다.

곧바로 뒤를 이어 사내의 전화를 받은 원무과장이 헐레벌떡 계단에서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차, 찾으셨습니까?”

“아버지 내연녀를 특실에 입원 시켜?! 이 새끼가......”

다짜고짜 원무과장의 정강이를 수차례 걷어 차버렸다.

“크윽. 대, 대표님의 하, 함구령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나를 만났으면 귀띔이라도 했어야지. 어머니가 깨어나시면 네 놈을 그냥 둘 것 같아?”

“죄, 죄송합니다.”

“따라 와봐.”

나의 협박에 표정이 잔뜩 굳어있는 원무과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사람이 없는 창가 쪽으로 데려갔다.

“잘 들어.”

“넵. 말씀만 하십시오.”

“김 교수님한테 조금 전에 들었는데, 요즘 황만이 보내는 갱생수술 재료 중에는 젊은 여자 것이 거의 없다면서?”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좋은 것은 리웡춘이 그 미친 새끼가 다 처먹어서 그래.”

“허헉. 리, 리웡춘.”

리웡춘의 이름이 거론되자 원무과장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아버지 내연녀를 몰래 분해해 버려. 장기 빼고 남은 껍질은 화장시켜버리고. 아버지께는 내가 잘 말씀드릴 테니까.”

“그, 그건......”

원무과장이 김필중의 성정을 잘 아는 터라,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듯 보인다.

심지어 그의 숨겨둔 내연녀다.

자칫하면 목숨부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하지만 원무과장은 이어지는 나의 말에 망설임을 접어야 했다.

“만약 어머니가 수술 후에 깨어나서 이 사실을 알면 가만히 있을까? 아마도 널 해체 해 버리고 말걸?! 나도 그렇게 되면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그것이 당신이 사는 길이야.”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곽현지의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이선숙의 의료용 침상을, 원무과장 본인이 허겁지겁 끌고 내려갔다.

이로써 김필중의 아내와 아들이 악마에게로 되돌아갔다.

‘기다려라 김필중. 다 죽여 버리고나면 바로 네 놈 차례니까.’

그 모습을 바라보다 곽도산을 발로 건드리며 사내들에게 말했다.

“야, 어머니 자동차 키를 나한테 주고, 이 새끼 트렁크에 넣어놔.”

“넵.”

“그리고 저 쓸모없는 새끼들도 치료해 주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어머니 곁에는 내가 있을 테니까 너희는 먼저 돌아가.”


수술실.

이선숙의 얼굴을 하고 있는 곽현지를 바라보는 김 교수의 머릿속에 집도 과정이 그려진다.

상공정맥을 우심방과 상공정맥 접합부에서 충분히 떨어진 부위를 결찰 절단하고 그리고 그다음에 폐정맥을 필두로 폐동맥, 대동맥을 차례로 절단 한다.

“메스.”

생각을 마친 김 교수가 심호흡을 하며 손을 내밀자 레지던트가 메스를 건네며 다가섰다.

곽현지의 가슴이 갈리며 뭉텅 거리고 피가 흐르자 지켜보던 레지던트가 그 피를 거즈로 닦아낸다.

죽어가던 곽현지의 심장이 빠져나오고 누나의 심장이 그 안을 메운다.

나는 누나의 심장이 곽현지의 몸에서 살아 숨 쉬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자 한다.

‘누나... 이렇게라도 살게 되니 기쁘다. 그리고... 미안해.’

위층에 마련된 참관인실에서 유리벽 너머로 수술과정을 지켜보다가 마무리 되는 것을 확인하고 밖을 나왔다.

“......?”

윤빛나가 문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할 말 있나?”

나에게 다가오더니,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들이민다.

“하아. 현지를 살려주신 것은 고마운데. 복수를 이런 식으로 하면 머리 안 아파요? 나 같으면 화끈 화게 ‘쓰윽’해버릴 텐데. 쩝.”

“도대체 넌, 그동안 어떻게 살아 온 거냐?”

“앞으로 당신만 보면서 살면 되죠. 문제 있어요? 히히.”

입맛을 다시는 윤빛나를 바라보며 마조히스트를 생각했다.


#

[어제 저녁 11시 경, 어진캐피탈 중부지점과 남부지점의 채권추심 직원들이 종로 3가에 위치한 포장마차에서 집단 패싸움을 벌였습니다.

이들의 싸움에 쇠파이프는 물론이고 생선회를 뜰 때 사용하는 일명 사시미 칼도 등장해,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서로간의 실적 경쟁의 과열로 벌어진 사태라고 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장을 연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뉴스에서는 전날 저녁에 벌어진 종로 3가 포장마차 패싸움 보도가 흘러나오고, 이를 바라보고 있던 오카미마사토는 분기어린 표정으로, 자신 앞에 도열해 있는 사내들을 훑어보았다.

“그래서 몇 명이나 깨졌어?”

“채권회수 2팀, 4팀, 5팀이 작살났습니다.”

쾅.

부들부들.

“장 팀장. 3개 팀이면 인원이 30명이다. 넌 뭐하고 있었어?”

저음으로 깔리는 마사토의 음성에 독기가 묻어난다.

10개의 팀 중에 3개 팀이 작살이 났으니 3할이나 되는 인원이 공중에 떠버린 것이다.

“너무 급작스러운 상황이었던 지라......”

“그래서 넌 뭐하고 있었냐고 물었잖아. 이 새끼야.”

퍼억.

“크윽.”

던져버린 재떨이에 가슴을 얻어맞은 장 팀장이 신음을 흘리며 무릎을 꿇는다.

“지금 그걸 보고라고 해?”

“컥컥. 하, 한중파 애들이 회식자리를 덮칠 줄은......”

지금 오카미마사토의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황만은 벌써 며칠 동안 연락두절인데다가 본가에서는 복합뉴타운건설 관련 상황보고를 독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다른 놈들도 아닌, 한 식구나 다름없는 한중파에 30명이나 되는 조직원이 작살이 나서 병원에 있다니 돌아버리지 않고는 못 버티는 상황인 것이다.

똑똑.

오카미마사토가 광분하고 있는 사이에 상황파악 못하고 노크소리가 울리자 그의 표정이 더 없이 일그러진다.

“어떤 새끼야?”

끼이익.

“실례합니다.”

노크를 하며 들어선 두 명의 사내가 신분증을 품에서 꺼내며 인사를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나왔습니다.”

“씨팔.”

욕지기를 뱉어낸 오카미마사토가 장 팀장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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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신의 손을 훔쳤다(17) +4 16.04.19 1,121 3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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