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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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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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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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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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훔쳤다(29)

DUMMY

콰아아... 파지지직...

손에서부터 일어난 스파크가 돌풍처럼 전신을 휘감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분노가 인성을 집어 삼키며 용암처럼 들끓는다.

짐승의 무리가 내지르는 함성이 문틈사이로 베어 나온다.

“모두 죽여주마.”

저들은 누나인 유지희가 겪었던 고통, 그 이상의 것을 맛볼 것이다.

메스로 가슴이 갈리며 처절한 고통을 당했을 누나를 생각하니 살육의 갈증으로 목이 멘다.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등 뒤에 살아있는 자의 숨소리가 들린다.


무릎 꿇고 기도하던 방정식이 눈꺼풀을 서서히 들어올렸다.

악마들의 절규가 사라졌다.

방정식은 전신에 피칠 갑을 하고, 악마들의 더러운 피를 떨구며 분노에 몸서리치는 천사를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천사님 저를 이끌어 주소서.”


번쩍.

스파크의 강열함을 지닌 채로, 나의 신형이 벌거벗은 남자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남자의 몸 전체가 피멍으로 얼룩지고 얼굴은 벌집을 뒤집어 써버린 것처럼 부어 올라있다.

처참하게 두들겨 맞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모습이다.

투두둑.

남자의 목에 달려있는 개 목걸이와 묶여있는 손의 밧줄을 뜯어내 주었다.

“저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은 너의 옷인가?”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목소리가 그렁거린다.

조금이라도 이성을 놓아버린다면 눈앞의 남자마저도 죽여 버릴 것만 같다.

벌거벗은 남자가 나의 물음에 테이블에 한 번 시선을 주곤 고개를 끄덕인다.

죽을 자는 죽고 살자는 살아야 하는 법.

“가라.”

“뒤를 따르겠습니다. 으허헝. 절 버리지 마십시오.”

남자가 엎드려 울부짖는다.

가슴에 담겨있는 증오는 이해가 가지만, 잠시 후 펼쳐질 지옥도는 이 자가 감당할 수준이 아닐 것이다.

“어차피 살아남을 자는 없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이곳에서의 일은 잊어라. 그것이 네가 살 길이다.”

“제발.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끄어헝.”

남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지 않으면 당신도 죽는다.”

남자는 지금 이 공간에서 찢겨버린 시체를 목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온전해 보이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을 다시금 목격한다면... 아마도 그의 정신은 깨져버릴 것이 틀림없다.

울부짖는 남자를 뒤로 하고 3층으로 향했다


#

우오오오...

광란의 열기.

삼백 명은 족히 수용하고도 남을 회의실 공간에 검은 색의 로브를 둘러쓴 사람들이 경배를 올리고 있었다.

이들 모두는 이미, 조달된 특급캡슐의 노예로 전락한 상태.

반쯤 풀린 눈으로 영원불멸의 삶을 달라 부르짖고 있었다.

나지막한 단상위에는 김광식을 필두로 포식자 그룹 전원이 도열해 있다.

“이제 곧 천상의 닥터님께서 우리에게 영원불멸의 육체를 주실 양식을 가져오실 것이다.”

김광식의 입에서 천상의 닥터가 거론되자 모두 부르짖던 입을 다물었다.

사위를 둘러보는 그의 입 꼬리에 미소가 걸린다.

밀어주고 이끌어주며 이 나라 모든 권력의 중심이 될 자들이다.

충실한 나의 종들.

오늘이 지나면, 나는 이 나라를 지배할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세력을 얻고 첫발을 내딛는다.

그 얼마나 참고 인내하며 오늘을 기다렸던가!

김광식은 자신의 뒤에 포진하고 있는 포식자 그룹과 한 번씩 눈을 맞추고 전방을 바라보았다.

각계각층의 인물들을 색출하고 포섭하는데 엄청난 출혈이 뒤따랐었다.

이들을 한 손에 거머쥐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처음엔 왕따라도 당하듯 나를 멀리하는 이들 때문에 고통의 시간을 보냈었다.

그러던 중 천상의 닥터를 만났고 나는 그를 통해 희망을 되찾았다.

죽음의 공포를 보여줌과 동시에 캡슐을 이용한 영원불멸의 삶을 거론하자 하나 둘 나의 편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닥터의 생각이었고 그 닥터를 바라보는 나의 눈은 경외감에 물들어갔다.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우리 포식자가 이 나라를 넘어 모든 인간들을 지배하는 것은 하늘의 이치다. 천상의 닥터가 이르기를 우린 영원한 삶을 누리며 인간이라는 가축들을 기를 것이라 했다.”

우오오오...

콰아앙.

“......?”

후끈거리는 열기를 잠재우듯 닫혀있던 문이 통째로 뜯겨 날아가며 스파크에 둘러싸인 채로, 악귀의 얼굴을 한 사내가 들어섰다.

파지지직.

“김 상무?”

나를 바라보는 김광식의 눈빛이 놀라움으로 흔들린다.

김광식의 앞에 세워져 있는 마이크대가 보인다.

타앙.

슈아악.

탄알처럼 쏘아져 나가 마이크 대를 움켜쥐었다.

푸욱.

“끄어어어...”

쿠우웅.

움켜쥔 마이크 대 그대로 김광식의 어깨와 함께 뒷벽에 박아버렸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입만 벌인 채, 미동도 없다.

“끄아아... 커억.”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김광식의 목을 움켜쥐며 김 상무의 얼굴을 놈의 얼굴 가까이 가져다 댔다.

쩌어억.

그리고 김 상무의 인피를 벗겨냈다.

“보이나? 나다 유대성.”

“끄억. 끄억.”

“지켜봐라. 눈을 감으면 그 눈을 뽑아버릴 것이다.”

괴물 같은 나의 얼굴을 확인한 김광식이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며 숨넘어가는 소리를 낸다.

김광식은 형용할 수 없는 고통으로 인해, 쏟아져 나오는 자신의 눈물너머로 유대성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동공 속에서 사지가 찢겨 울부짖는 처절한 죽음이 보인다.

“크릉. 진짜 죽음을 보여 주마.”

주르륵.

급기야 짓눌리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오줌을 지린다.

파지직.

타앙.

나의 전신이 가장 선두에 선, 한 짐승에게 쏘아져 나간다.

콰악.

“크어억.”

목을 움켜쥐고 끌어당기며 물었다.

“너는 인간의 어디를 먹었나? 아니지 너희 모두가 인간의 뇌를 먹었으니 전부 머리를 내놔라.”

뿌아악.

머리가 뽑힌 한 짐승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신호탄으로 피와 살이 튀는 살육전이 시작됐다.

“사, 살려줘. 크아악.”

“살고 싶어. 살고 시퍼어~”

“내팔. 으아악. 다리. 다리...”

공포어린 절규가 비명으로 버무려져 공간을 찢어발긴다.


뜯겨나간 문으로 머리를 빠끔히 내민 방정식이 지옥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사의 얼굴이 악마로 변하는 순간 살육이 벌어진다.

방정식은 자신의 정신이 붕괴되는 과정을 내버려두었다.

촤아악.

“......?”

너무도 참혹한 현장에 얼이 빠져있던 그가 목이 뽑혀 육체만 달려오던 이의 피를 뒤집어쓰자 정신을 차린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늘 혼자였다.

유일한 친구는 잠시나마 주변을 잊게 해주는 책들과 지금은 죽어가는 아버지뿐이었다.

‘친구? 김광식?’

방정식이 불연 듯 떠오르는 생각에 시선을 돌려 김광식을 쳐다본다.

벽에 꼬치처럼 꿰져있는 저 볼품없는 김광식이라는 악마새끼가 나에게 친구라며 다가왔을 때, 나도 그가 악마라는 것을 알고 있지 않았었나?

방정식은 스스로에게 반문을 했다.

그렇군! 그래서 신께서는 나를 불쌍하게 여기시고, 김광식이라는 악마를 나에게 보내 깨닫게 한 거야.

사람을 먹는 악마를 알게 하시고 나를 통해 정의를 세워 심판하시려고 말이야.

그런데...

이제야 신에게 선택을 받아 천사를 만났는데......

고개를 돌려 빛 무리에 둘러싸여 심판을 내리는 천사를 바라보았다.

그가 나에게 쓸모가 없다며 화를 냈다.

“으허헝. 흐흐흑.”

나는 힘이 없어서 버림을 받은 거야.

심지어 나와 치욕을 함께 했던 여자도 선택을 받았을 거야. 그런데 나는 버려졌어.

권력? 그래 권력을 갖는 거야. 그래야만 천사가 나를 선택하겠지?!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야. 신이 나와 함께할 거니까. 그리고 신에 대한 보답으로 나와 치욕을 함께 했던 그 여자는 내가 거두어야해.

나만이 그 여자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맞다! 신께 그 불쌍한 여자를 바치면 분명 기뻐하실 거야. 그렇게만 된다면 나를 구원한 천사도 모른 척하며 쓸모없다 말하지는 않을 거야.

방정식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게스트하우스 밖을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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