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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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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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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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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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훔쳤다(17)

DUMMY

한광수의 집무실 안.

야마구치의 조직원들은 지하로 끌려가고 그들 중, 파견 팀장이라 불리는 놈만이 무릎을 꿇고 있다.

그는 코와 입은 물론이고 머리가 깨져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한광수 대표가 앉아 있는 상석의 왼쪽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단정히 빗어 넘긴 가르마에 언 듯 보아도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브라운 컬러의 안경 너머로, 그의 째진 눈매가 살모사처럼 번뜩이고 있다.

넙데데한 얼굴의 입술이 삐죽거릴 때마다 목줄을 따버리고 싶지만 인내심의 한계를 극복하며 참고 있는 중이다.

고개를 들어 한광수 뒤에 서있는 한상수의 눈을 쳐다보았다.

“저는 한상수 팀장님이 마사토하고 친분이 있는 줄 착각했습니다. 다짜고짜 치라고 하시니 오해를 할 수 밖에요.”

나의 시선이 부담이 되는 듯,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떨군다.

그리고는 이내 부러진 자신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린다.

마음속에 앙금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는 지금 자신이 당하던 순간과 속절없이 내 손에 쓰러지던 한중파, 야마구치 조직원들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들로 인해, 내가 두려워 섣불리 나설 수 없는 것이다.

“험험. 미리 연락이라도 해 뒀으면 실수가 없었지.”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마사토가 미리 알고 연락을 취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어쩔 수 없었죠.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지 않습니까?”

나는 장만호의 모습을 한 김무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가 특유의 콧잔등을 찡그리며 다소 흥분된 목소리를 낸다.

약간 오버다.

“킁. 시팔 새끼들. 내가 평소에도 황만을 죽이고 싶어 안달인 것을 알면서도 둘이 짝짜꿍을 했다는 것은 날 완전히 물로 본거지. 그리고 어차피 다시는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고, 거기는 습기가 많아서 이불을 덮어도 탈수가 덜된 상태에서 덮고 자는 것 같더라고. 그거 진짜 기분 더럽죠.”

한광수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골프채를 집어 들며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후웅.

골프채를 한 번 휘두르고 퍼팅 자세를 취하며 굳게 다문 입을 열었다.

“마사토가 나를 재끼려고 한다? 230억 정도의 투자 건이면 가능하지. 하지만 고진호가 그 사실을 알면 어떻게 나올까? 오히려 날 쳐내버리고 마사토에게 손을 내밀까?”

후웅... 후웅...

들고 있던 골프채를 허공에 휘두른다.

“이 장만호가 황만 그 영감한테 일본으로 쫓겨나서 이토록 잘 살고 있는데 근사한 선물하나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광수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가 표출되려 한다.

이것저것 접어두고 다 죽여 버리고 싶다. 하지만 미소를 지었다. 놈에게 더 큰 고통과 절망을 주기 위해서.

“나는 그 누구와 거래해도 상관없습니다. 싫다면 어쩔 수 없죠. 할배가 가진 재산목록이 전부 내 머릿속에 있는데 나 하나 쯤 먹고 사는 게 고민이겠어요? 그보다도 제 기분이 별로 좋지 않거든요. 나는 장만호씨가 같이 가달라 해서 온 것뿐인데. 어딜 가도 이런 푸대접은 처음이라......”

나는 말을 하며 한상수의 눈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나의 눈빛에 오금이 저리는지 그가 시선을 피한다.

뚜벅뚜벅.

한광수가 야마구치의 파견 팀장이라는 놈에게 다가가며 골프채를 만지작거린다.

“어이, 마사토가 진짜로 장만호 죽이라고 시켰어?”

턱.

골프채를 어깨에 얹으며 묻자 파견 팀장의 울대가 크게 움직이며 그의 눈이 장만호의 얼굴로 향한다.

“꿀꺽.”

“어진캐피탈이 이만큼 큰 것이 모두 야마구치가 있어서 그런 것 같지? 이 땅에 일본 야쿠자 자금이 들어와서 금융업을 한다고 하면 시민들의 반응이 어떨 거 같아?”

“아, 아킬레스건은 끊어버리고 사, 살려서 데려오라 했습니다.”

“뭐? 이런 개 씨파락 새끼가...”

장만호의 불같은 눈과 성난 모습에 사내의 이마에서부터 식은땀이 볼을 타고 흐른다.

김무진은 이제 시키지 않은 것도 알아서 연기를 해 낸다.

타고난 놈이다. 진짜로 배우의 길을 권장하고 싶은 생각이다.

한상수가 그 광경을 지켜보다 좀처럼 떨어질 것 같지 않던 입을 연다.

분위기를 탄것이다.

“새끼들이 눈이 시뻘게져서 칼을 휘두르더라고요. 마사토의 직접적인 오더가 있지 않은 이상 그런 미친 짓을 할 리가 없어요. 시팔 새끼들이 우리 캐피탈을 날로 처먹으려고 하는 것이 틀림없다니까요. 제 눈으로 그 광경을 똑똑히 지켜보고서 올라왔습니다. 형님.”

“그래?”

‘됐다.’ 백날 옆에서 떠들어 대는 것보다 자신의 동생이 한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후우우웅.

퍼억.

“커억.”

휘둘러진 골프채에 머리를 강타당한 야마구치 파견 팀장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진다.

부들부들.

“일본 야쿠자 자금인 것이 알려지면 우리 어진캐피탈은 그 날로 쫑나는 거야. 마사토 이 새끼야.”

입에서 피를 게워내는 사내를 바라보던 한광수가 하던 말을 끝맺음 하며 입맛을 다신다.

스윽.

그가 장만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김무진에게 시선을 돌린다.

“주인을 물어버린 개는 나도 필요가 없는데?!”

“주인도 주인 나름이죠. 저는 원래부터 쪽발이를 주인으로 모신 적 없습니다. 원래 저의 주인은 바로 여기, 옆에 계시는 분입니다. 황만이 원채 주변을 안 챙기는 사람이라... 크응. 오죽했으면 손자가 반기를 들겠습니까?”

그 말에 한광수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황만을 한 번 만나고 싶은데 가능한가?”

한광수의 말에 무진이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나를 바라본다.

“물론이죠. 그런데, 이미 마사토와 거래를 텄는데 대표님을 만나려 할까요? 할배에게 대시 해볼 만한 떡밥을 줘보세요. 저도 결정적인 떡밥을 하나 드릴 테니 그걸로 ‘퉁’칩시다.”

나의 말에 한광수의 미소가 더욱 짙어진다.

“그런데 자네는 나이가 몇인가?”

“시팔. 조선 땅은 이래서 안 됀 다니까! 꼭 탐색전의 끝을 나이로 평가를 해요.”

기분 나쁜 표정을 한껏 지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하네.”

한광수가 나의 대보에 놀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인다.

하지만 한 번의 속삭임으로 끝낼 내가 아니다.

“제가 마음만 먹으면 이 건물에 남아있는 한중파 조직원이든 야쿠자 조직원이든 뼈도 못 추리게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정창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쓸어버린 사람이 몇 명이라 그랬지?”

“히히. 한중파, 야쿠자까지 도합 마흔 일곱.”

그 말에 한광수가 웃음을 지우며 자신의 동생을 바라본다.

한상수는 나를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다 부러진 손가락을 내보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직접 눈으로 보았으니 털고 자시고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다 나에게 시선을 돌린 한광수가 눈에 이채를 띤다.

“자네처럼 젊은 인재가 왜 이제껏 묻혀 있었나?”

“그냥 노는 것이 좋아서... 큭큭. 이젠 그것도 지겨워서 이러는 거지만. 할배가 나한테 복합 뉴타운 건설건만 줬어도 이러진 않아.”

“허허. 보기보다는 꿈이 적구만.”

“그럴까요?”

나도 배우가 적성에 맞나보다.

“어르신께서는 아직도 갱생수술을 주선하시나? 내가 접대를 해야 할 사람이 상당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이서 말이야.”

‘갱생수술? 뭐지?’

한광수의 입에서 들어본 적 없는 단어가 튀어 나온다.

순간적으로 등골을 타고 식은땀이 흐른다.

툭툭.

골프채로 쓰러진 파견 팀장을 가리킨다.

‘설마... 장기이식? 그렇군. 장만호가 입방정을 떨던 얘기한 장기적출에 관한 황만의 비밀 사업이었어.’

“장기이식 말씀하십니까?”

“하하. 모른척하지 않아도 되네. 나도 귀가 있어서 들은바가 많아. 이놈 가져가고 파일한번 뒤졌으면 하는데 말이지. 이놈의 성성한 오장육부 전부다 하고 십대 후반정도의 심장 하나면 얼추 계산이 되지 않겠나? 그분이 젊은 남자의 피와 심장을 원하기도 하고 말이야.”

“레시피언트(수혜자)가 누군데요?”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가라앉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시원시원해서 좋군. 차트는 준비해 줄 테니 도너(공여자)나 잘 준비해 주시게. 이로써 자네와 난 진정으로 한배를 탄 것인가?! 하하하.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 갱생수술 한 번에 에베레스트 산도 오르겠더라고 말이야. 하하하하.”

"그렇군요. 우리는 술하고 담배를 하지 않는 깨끗한 장기가 필요하지 저런 쓰레기는 필요 없습니다. 대신 투자금을 마사토보다 먼저 준비해 주세요."

"여부가 있겠는가?!"

“좋습니다. 그럼 일치여부는 H대학병원을 이용하면 되겠군요. 한중미디어 대표이사이신 김필중 대표님의 친 형님의 병원이니.”

“하하. 역시 황만의 손자가 맞구만. 그런 것까지 알고 있다니”

이런 개 쓰레기 같은 새끼들.

아무래도 널 죽이기 전에 먼저 실행해야 될 일이 있는 듯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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