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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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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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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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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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훔쳤다(37)

DUMMY

택시의 뒷문을 열던 윤빛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돌아보았다.

“근데... 이제 어디로 가죠?”

“흥신소로 간다.”

“밥은 안 먹고? 나 배고픈데.”

콧잔등을 찡그리며 자신의 배를 문지르는 모습이 쇠라도 먹어버릴 것처럼 보인다.

‘음식이라......’

언제부터인가 먹는 것에 대한 욕구가 없어져 버렸다.

음식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렸다고 하는 것이 더욱 어울릴 것이다.

먹지 않는다고 해서 신체에 이상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투덜거리는 윤빛나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택시의 뒷좌석에 오르자 그녀가 입을 삐죽거리며 옆자리에 앉는다.

그녀의 나이 이제 갓 스물 한 살.

이 정도의 미모면 노력 여하에 따라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건데 참으로 알 수 없는 여자다.

“당신은 집에 안가나?”

“집 없어. 흥신소가 내 집이야.”

“집 나온 가출소녀를 거둬 줄 정도로 좋은 사람들은 아니다.”

“누구? 도산이 아저씨? 아님......”

‘헤헤’거리며 내 옆구리를 찌른다.

“장난치지 마라.”

“죽일려구? 히히. 당신 손에 죽는 거라면 것도 괜찮아!”

나에게서 미래를 봤다며 입버릇처럼 얘기를 하는 그녀를 볼 때마다 용감함을 아득히 넘어서 버린 것처럼 보인다. 요즘은 그 용감함을 넘어 타인의 죽음에 대해 너무 무덤덤한 표정을 짓는 것이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강을 넘어서자 퇴근 시간과 맞물려 차들이 밀린다.

차창 밖이 어둑해지는 것을 확인하곤 시간을 봤다.

입원해 있는 정창을 잠시 만난다음 김무진을 지하 주차장으로 따로 불러내 이선숙의 자동차를 넘겨준지 한참의 시간이 흘러있었다.

‘전화라도 해 줘야겠군.’

자신의 딸을 걱정하고 있을 곽도산에게 수술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김교수의 말은 회복하려면 면역 억제제인 부신피질호르몬 등을 반복해서 사용해야 되고, 식이요법과 항응고요법을 병행하면서 6주 정도는 무리한 육체 활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었다.

문제는 이선숙의 수술 소식을 접한 김필중이 개성공단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1주일.

무엇보다 곽현지의 몸이 회복되면서 김 교수가 말을 섞기 위해 병실을 자주 찾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진짜 이선숙이 아니라는 것이 들통 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 전에 이선숙의 얼굴을 하고 있는 곽현지를 다른 병원으로 옮겨버려야 할 것이었다.

전화통화를 마치고 고개를 돌려보니 윤빛나의 입이 한 움큼 튀어나와 있다.

“순대, 튀김, 떡볶이 이런 것 좋아하나?”

“하아. 그걸 말이라고......”

“전화 통화를 하는 도중에 곽도산이 그러더군. 시장에 들러 그걸 사고 있다고 하니까 가서 먹으면 되겠지.”

“정말? 오예. 그런데... 사무실이 냄새가 잘 빠지지 않던데!”

한동안 분식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던 윤빛나가 갑자기 주재를 바꿔 사무실이 좁다느니 전화가 너무 구닥다리라느니 하면서 주저리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도착하지 전까지는 그만두지 않을 모양새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스파크의 진화에 대해 생각하다 손을 바라보았다.

지직.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작은 스파크가 일렁인다.

지금은 힘의 강약 차이, 즉 의지에 따라 파워를 조정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초기에는 인피 제작과정에서 인피의 성분을 바꿔 인체의 피부조직처럼 변모를 시켰다.

그 다음엔 안면과 인피의 밀착도와 전체적 윤곽을 잡는 능력을 보였었다.

절박한 상황에서의 집중도.

특히, 완벽한 특수분장을 갈망하며 타인을 분장시켰을 때에는 일체감에 이어 실사와 같은 입체감이 증폭되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특수분장의 성장과 함께 동반 성장한 것이 파워라는 결론이다.

특수분장에 심력을 쏟을수록 스파크의 파워가 강해지며 그것은 곧 신체능력의 진화를 가져왔다.

무쇠라 할지라도 맨손으로 찢어버릴 정도의 힘과 스파크를 타고 움직이는 강공할 스피트.

이 모든 것이 특수분장을 통해 얻어진 것이리라.

지금은 스파크의 정밀함이 나노 입자라도 짜 맞출 수 있을 것처럼 변했다.

그리고 그 정밀함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함께 얻었다.

바로 김무진을 김필중의 모습으로 특수분장 시킬 때였다.

더 남았나?

아직 특수 분장에 대한 끝을 본 것이 아니다.

일렁이며 춤을 추는 스파크가 그렇게 나에게 충고한다.


“드뎌... 다 왔다. 기다려라 떡복이~”

윤빛나의 들뜬 목소리에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곽도산 흥신소가 있는 건물에 도착해서 2층을 올려다보았다.

열 개의 상가와 사무실이 기다랗게 연결되어, 저마다 유리창에 광고문구 내지는 용도에 맞게 글씨가 새겨져 있지만...

“유, 유리창이......?”

“알아.”

건물 끝자락에 위치한 곽도산 흥신소는 유리창이 전부 깨져 있었다.

윤빛나의 다급한 목소리를 뒤로 하고 계단을 단숨에 뛰어 올랐다.

황토색 나무문짝이 반쯤 떨어져 나가 너덜거린다.

사무실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황급히 안으로 들어섰다.

서류 뭉치는 사방에 널려있고 책상과 의자를 비롯해서 성한 물품이 하나도 없다.

발 디딜 틈 없는 난장판 그 자체였다.

곽도산과 김무진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서있을 뿐이었고 김무진의 손에는 튀김과 순대 등, 분식거리가 들어있는 비닐봉지가 들려있었다.

곽도산이 침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칙...칙...

“염병할.”

그가 켜지지 않는 라이터를 바라보며 인상을 구긴다.

“담배가 있으면 라이터가 지랄이고, 라이터가 잘 되면 담배가 없고.”

김무진이 착잡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오더니 메모지 한 장을 내민다.

“여기......”


[곽도산. 나 한상수다. 중부 지하에서 기다릴 테니 면상이나 좀 보자고. 그리고 벙어리를 여직원으로 쓸 정도로 돈이 쫄쫄이를 탔었나? 좆도. 벙어린 줄도 모르고 말 좀 하라면서 한참을 가지고 놀았잖아. 근데 이년이 옷 좀 벗겼다고 혀를 깨물더라고. 허기야 네놈이 공항까지 마사토 그 새끼를 마중 나가서 구라치고 삥을 뜯을 정도면 말 다했지. 저렴한 새끼.]


메모지를 다 읽고 나자 김무진이 스마트폰을 꺼내 유투브 동영상을 열었다.

“여기 이것도......”

영상 속에는 한중파 조직원들이 쇠파이프와 칼을 들고 남부의 야마구치 조직원들과 난투극을 벌이고 있었다.

난투극을 가장한 일방적인 구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이다.

“새끼들이 완전히 독이 올랐어.”

“경찰에서는 야마구치만 들입다 족치고 있어. 김필중이 놈 세력이 압력을 넣은 거지. 경찰에 있는 친구 놈 말로는 완전히 추가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거야.”

“유대성. 그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구해왔던 그 여자애를 어떻게 하지. 무작정 중부로 쳐들어갔다가는......”

“이번엔 그 여자애 기필코 집에 돌려보내.”

“본인이 막무가내로 안가겠다는 걸 어쩌라고?”

김무진의 언성 높은 소리를 뒤로하고 곽도산이 나섰다.

“너무 엄청난 일을 당해서 그런지, 우리와 있는 것이 오히려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드나봐.

“그 애 아버지라는 사람한테도 연락을 해봤어. 그런데 새끼가 전화를 할 때마다 술에 찌든 목소리더라고. 그 애한테는 관심도 없어.”

김무진이 말을 하는 사이, 부러진 책상 다리를 하나 집어 들었다.

파지직.

부스스...

나의 손에 들린 책상 다리가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린다.

“문제 있나?”

둘은 입을 다물었다.

“으득. 한상수...”

역시,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 살려둔다는 것 자체가 민폐다.

“일단 황만의 모습으로 특수분장을 해서 동영상을 촬영한다. 준비해.”

“화, 황만? 그 다음엔?”

곽도산이 의아해 하면서 묻는다.

“황만의 모습으로 동영상 촬영이 끝나면 하마는 장만호로, 그리고 난 황만의 손자로 다시 특수분장을 한다.”

“그, 그리고?”

“그리고 곽도산 당신을 중상을 입은 것처럼 특수분장 시킨 다음 우리가 끌고 가는 것처럼 위장해서 중부로 간다.”

“......? 꿀꺽. 그것보다 황만의 동영상은 촬영해서 어떻게 하려고?”

“당연히 오카미마사토 그 자의 스마트폰으로 날려야지.”

곽도산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유대성이 황만의 모습으로 뭐라고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금하고 있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면 야마구치 놈들이 광분해서 달려올 것이다.

“내가 한상수를 데리고 한광수의 집무실로 올라간 사이에 하마 당신이 중상을 입은 것처럼 위장한 곽도산을 끌고 지하로 내려가.”

“지하에는 최소 인원만 남아 있겠구만.”

“그렇겠지. 한상수 그 자식은 분명 조직원들을 최대한 끌고 나를 따라 올라갈 것이다. 중상을 입은 곽도산 보다는 황만의 손자가 더 시급한 상대니.”

곽도산은 나의 계략에 혀를 내두르고 김무진은 흥분된 모습으로 주먹을 들어 올린다.

“우씨... 나는 뭐하고?”

“넌, 청소해.”

윤빛나가 쀼루퉁한 표정으로 자신의 허리에 손을 걸치며 씩씩대자 곽도산과 김무진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치며 인상을 긁었다.

나는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 윤빛나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흥신소를 옮길만한 사무실을 알아봐.”

그제야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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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신의 손을 훔쳤다(24) +5 16.04.27 903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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